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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해파리를 사랑하는 방법
작가 : 빈파
작품등록일 : 2020.8.11

사고로 인해 연기를 그만두게 되고 쫓겨나다시피 마이애미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해타.
무작정 죽으려고 향했던 바다에서 자신에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준 시안을 만난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와 원래 하고 싶어 했던 연기를 배우며 배우가 되지만 시안은 쉽게 해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제 숨 쉴 만 해요?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커진 것 같은데."
"너는."
"...네?"
"너는 숨 제대로 쉬고 있냐고. 호흡 제대로 하고 있는 거 아니잖아."

사라진 시안을 음악방송 대기실 복도에서 만난 해타. 수면 위에 떠돌던 해타가 이제 가라앉고있는 시안을 심해 속에서 꺼내주려고 한다.

 
Beach 4
작성일 : 20-08-31 21:36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6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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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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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노숙하면 경찰한테 잡혀갈 텐데.“

 

 이 해변은 만남의 광장인 게 분명하다.

 

 ”가출 청소년인가봐 양해나.“

 

 나보다 앞서 걸어갈 때만 해도 누굴 만나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면 늦지 않게 올 거라고 했던 미사는 내 존재를 새하얗게 까먹은 것인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발밑에 있던 그림자가 저 멀리 길어질 때까지 내 그림자에 겹쳐지는 사람은 없었다. 다리도 서서히 아파지기 시작해 치마를 감싸 해변 위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내 그림자 위 겹쳐진 똑같은 검은색의 그림자가 괜히 빛나 보였던 건 머리카락 색이 금빛이라서 그랬나.

 

 여전히 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산호가 내 옆에 따라 앉았다. 처음 마이애미에 온 뒤로 생각보다 오랜만에 만난 그였다. 근데 여기에 있는 한국인들은 머리카락 색이 다 화려한가. 나 빼고 다 화려해.

 

 오랜만에 본 산호는 변함이 없었다. 밝은 머리카락에 평온한 표정, 순하게 생기지 않았지만, 무표정이라고 해도 사납지는 않은 얼굴, 흰 티에 베이지색 긴 바지를 입은 그는 앉아서 다리를 모으고 있어도 비율이 좋아 보였다. 역시 얼굴이 잘난 사람은 기럭지도 잘났다. 어디 가서 키로 꿇린 적은 없는데 산호 옆에만 있으면 140으로 줄어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가출이냐고.“

 

 365일 졸린 게 분명한 낮은 목소리. 귓가를 나지막하게 울렸다.

 

 ”이 나이 먹고 가출일 리가.“

 

 ”그럼 왜 혼자 있는데. 저번에 지낼 곳 찾아간 거 아니야?“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 나한테.“

 

 그렇게 안 생겨서 질문과 관심이 끊임이 없다. 아까 만난 그 사람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옆에 앉아 있는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무 말 않고 입을 다문 채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산호. 왜 갑자기 말이 없어. 관심이 없으면 관심이 없다고 말을 해.

 

 ”배우 할 생각 없어 양해나?“

 

 굳게 닫은 입술과 꽤 길어 보이는 속눈썹이 예뻐 보인다고 생각을 할 때 그의 입에서 살면서 앞으로 절대 들을 일 없는 말이 내뱉어졌다.

 

 ”어?“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연기 배웠던 것 같길래.“

 

 옅은 색소의 갈색 눈동자가 확고했다. 내가 연기 배웠다는 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당혹스러움에 손이 불안할 정도로 떨렸다.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겨우 조여놨던 신체가 다시 풀어져 억지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배운 적 없어.“

 

 ”있잖아. 너.“

 

 ”뭘 그렇게 확신하는데.“

 

 내가 산호 앞에서 연기 한다고 말한 적이 있던가? 티를 낸 적이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적이 없다는 결론밖에 내려지지 않았다. 산호를 다시 만날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이 상황은 답이 나오지 않을 경우의 수였다.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산호는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디션 본 적 있지.“

 

 ”너 내 뒷조사 한 거야?“

 

 ”뭔 소리야…. 예전에 나 오디션 봤을 때 너랑 이름 비슷한 애 있었던 것 같아서 혹시나 해서 찔러본 거야. 뭐 네 반응 보니까 너 맞는 것 같네.“

 

 1차와 2차로 이루어져 있었던 오디션. 1차에 합격한 후 2차를 보러 가던 중 사고가 나면서 오디션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고로 인한 예외도 없어 자동 탈락이 됐었다. 그때의 충격이 다시 올라오는 듯 머리가 지끈거렸다. 숨쉬기가 점차 버거워졌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나 캐스팅이나 하게?“

 

 괜히 말이 삐뚤게 나왔다. 곱게 나올 상황은 아니었기에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다시 만났다지만 따지고 보면 겨우 이번 포함해서 2번 본 사람한테 예의가 없는 건 주산호니까. 묻어놨던 그때의 기억을 꺼내게 만든 것도 주산호니까 난 아무 잘못이 없다. 내가 이렇게 굴어도 이해 해야 하는 건 너야.

 

 ”캐스팅, 하고 있는데.“

 

 ”네가 왜 캐스팅을 해?“

 

 캐스팅은 캐스팅 담당이 있잖아. 내 말에 산호가 항상 시선을 피하지 않던 눈동자를 슬그머니 먼 산으로 돌렸다.

 

 ”주산호 왜 네가 하냐고.“

 

 ”...“

 

 ”주산호.“

 

 ”...“

 

 ”주산호 씨.“

 

 이제 내 말도 씹기 시작한다. 눈동자도 돌리더니 아예 고개도 돌려 내 쪽에서는 자기 금발 뒤통수만 보게 만들었다.

 

 사실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있었다. 다만 무서워서 회피할 뿐이었다. 그리고 하지 말라고 여기로 내쫓겨진 상황에서 뭘 더 할 수가 있겠어. 가만히 숨만 쉬고 있는 게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데.

 

 열일곱은 도망치기 쉬운 나이였다. 자의든 타의든 마음만 먹으면 그림자 밑으로 숨어 모습을 감출 수 있었다. 애정이 어린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발그레해진 뺨이라던가 한 마디 내뱉기 힘들던 떨리는 목소리도. 그때 나는 갓 1월을 맞이한 열일곱이었고, 타의적으로 모든 감정을 그림자 밑에 숨겼다. 내가 발을 들어 올리지 않는 이상 아무리 그림자가 짧은 낮 12시 30분에도 모든 걸 감출 수 있었으니까.

 

 근데 열아홉은 이미 늦어버렸다. 낮 12시 30분이 지난 그림자는 길이가 길어져 발을 들어 올리지 않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들어올 수 있었다. 더는 숨기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산호의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제 내밀면 언제 다시 내게 돌아올지 모른다. 아직도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열일곱의 양해타는 아직 그림자 밑이다. 올라오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해가 아래에서 비춘다면 그림자는 생길 수가 없다. 검은색 머리카락의 밑에는 금빛의 머리카락이 있다.

 

 ”명함은 줘야지. 그래야지 연락을 할 거 아냐.“

 

 온통 이상한 날이었다. 파란색 슬리퍼를 건네준 푸른색 머리카락의 사람과 그림자에서 꺼내주겠다는 금발의 산호. 나는 무엇이든 숨을 곳이 없는 날이었다. 바다 안에서도 해의 위에서도 그림자는 전혀 존재할 수가 없었다.

 

 

 

 ”아이고 신발은 어디에 버리고 왔어?“

 

 자기 혼자 쌩 가버리더니 한참 뒤에 날 찾으러 온 미사가 날 보자마자 한 말이 신발의 유무였다. 영어 일절 못하는 나부터 걱정하지 그래요. 근데 평생 안 받아본 걱정을 잠깐 받아봤다고 안달 나다니. 그럼 평생 받아온 사람은 못 받는다면 많이 외로우려나.

 

 ”버린 게 아니라 잃어버린 거라니까요.“

 

 아직 느껴지는 것 같은 슬리퍼 안의 온기에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미사의 못마땅한 표정이 보지 않아도 눈에 선명히 보여 고개를 차마 들지 못했다.

 

 ”그게 그거지. 나 모르는 새에 산신령 만났어? 샌들 주고 슬리퍼 얻은 거야 뭐야.“

 

 웃음을 참는 얼굴이 저렇게 꼴 보기 싫을 수가 있나? 분명히 아까까진 걱정 받고 싶었는데 가면 갈수록 얄미워 죽겠다.

 

 ”아 좀!“

 

 ”알았어 미안. 근데 해나야 계속 혼자 있었어? 너 핸드폰도 안 가지고 나온 것 같던데.“

 

 내가 성질을 부리고 나서야 미사가 놀리는 말투에서 본래의 차분한 말투로 돌아왔다.

 

 ”돈 없어서 뜯기지도 않았어요.“

 

 생각해보니 지금 내 상태는 빈털터리 그 자체였다. 지갑은 무슨 지폐 한 장도 안 챙겨 나왔고, 핸드폰도 없고, 샌들도 잃어버리고-정확히는 바다에 내가 자의적으로 두고 왔다-, 신분증도 없다. 만약에 미사가 내 존재를 까먹고 찾으러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까 산호에게 받은 명함을 들고 못 하는 영어를 사용해가면서 가게의 전화기를 빌려 명함의 뒷면에 적혀있는 산호에게 전화를 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울컥해져 미사가 더 꼴 보기 싫어졌다.

 

 ”미안하다니까 응? 너 혼자 잘 있을까 봐 두고 간 거야. 너 애 아니잖아. 맞아 그러니까 내가 영어 배우라고 한 거야 무슨 일 생길까 봐.“

 

 이제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미사가 재수도 없다. 날 걱정하는 건 알겠는데 지금은 영 재수도 없고 꼴 보기도 싫고 나이는 많은 것 같은데 말하는 것 보면 십 대나 마찬가지, 아니 초딩이다. 화 풀라며 미사가 건네준 하드바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미사가 오기 삼십 분 전 산호는 스케줄이 있다면서 자리를 떴다. 떠나기 전 연락을 꼭 달라는 부탁 같지 않은 부탁을 했는데 알겠다는 답을 하지 않으면 가지 않을 것 같아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보냈다. 사실 그 전부터 끊임없이 울리는 산호의 핸드폰이 신경 쓰였기도 했다. -아마 주환 씨인 것 같다.- 세입만 더 베어 물고 미사에게 아까 산호와 있었던 일은 얘기해야 한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가 먼저 말을 툭 내뱉었다.

 

 ”나한테 할 말 있지?“

 

 그가 시선을 내 쪽으로 보내며 은색 라이터 뚜껑을 딸깍거렸다. 미사는 집에서나 집 주변에서 절대 흡연을 하지 않았다. 그와 가깝지 않다면 흡연 사실을 알기 어려웠겠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담배 냄새가 은은하게 그에게서 풍겨 나올 때 그때야 나는 미사가 흡연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어디서 많이 맡아 본 담배 향 그리고 라이터 뚜껑을 만지는 손버릇은 누군가에게서 자주, 오래 본 손버릇이었다. 난 왜 이걸 지금 알았을까. 숙소라고 해봤자 겨우 나 포함해서 네 명 있는데 그중 두 명은 정말 이곳에 사는지도 모르는데 나는 뭘 믿고 안심하고 있던 거지.

 

 ”미사 씨 윤천주랑 아는 사이예요?“

 

 응, 맞아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당신 입에서 그런 부류의 말이 나온다면 난 어떻게 반응해야 하지.

 

 ”천주가 네 걱정을 많이 해, 해타야.“

 

 ”개소리 하지 마요.“

 

 ”해타야.“

 

 ”그래 뭔가 이상하다 했지. 제리랑 제인이 여기서 사는 거 아니죠? 다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지? 나 감시하라고 윤천주가 여기 보낸 거였어.“

 

 딸깍거리는 소리가 멈췄다. 심장이 빠르게 쿵쿵 뛰다 급격하게 느려졌다. 침착해진 건 아녔다. 모든 걸 내려놓은 상태의 심장 박동이었다. 몸 안의 뜨거운 피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돌다 차갑게 식었다.

 

 ”왜 잘해줬어요? 그냥 윤천주가 시킨 대로 감시만 하지 왜 잘해줬냐고요.“

 

 ”...“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더는 나올 눈물이 없을 것 같았는데 눈물은 끊임없이 샘솟는 것 같다. 흐릿해진 시야 때문에 미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것도 윤천주가 시켰어요? 잘해주다가 버리라고? 미사 씨 되게 못된 사람이었네요.“

 

 ”하…. 그런 거 아니야 해타야. 제발 내 말 좀 들어봐 응?“

 

 ”뭘 들어요. 이미 다 끝난 얘긴데.“

 

 식어버린 피는 다시 뜨거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반쯤 남은 아이스크림이 막대를 타고 아스팔트 위로 떨어졌다. 흔적 없이 아스팔트 속으로 녹은 아이스크림이 스며들었다. 흔적이 남지 않았다. 유일하게 남은 흔적은 내 손에 남아있었다.

 

 나만 잡고 있었다. 색소가 물든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놓지 못하고 미련이 남은 것처럼 꽉 쥐고 있었다.

 

 

 *

 

 

 ”해타한테 왔다고 연락은 했어?“

 

 ”차단한 지가 언젠데. 연락받았으면 너한테 안 찾아왔겠지.“

 

 그렇겠네…. 미사가 담배를 입에 물고 웅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사의 주저 없는 끄덕임에 천주가 씁쓸하게 웃으며 타고 있는 담배를 구두코로 짓밟아 껐다.

 

 ”해타 여기 계속 둘 거 아니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고 미사가 다시 담배 케이스 안에 집어넣는다.

 

 ”여기 오래 두려고 너한테 보낸 거야. 금방 다시 데려올 거면 너한테 안 보냈지.“

 

 ”...너 해타랑 언제쯤 화해할래?“

 

 천주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미사가 한숨을 내뱉으며 벽에 등을 기댔다.

 

 ”화해해서 될 거면 여기까지 안 왔겠지. 이미 너무 늦었어. 나는 나대로, 걔는 걔대로 애초부터 안 될 사이였던 거야.“

 

 목소리 톤에 변화가 없었다. 항상 침착하고 다정하게 들릴듯한 나긋나긋한 천주의 목소리.

 

 ”윤천주.“

 

 그 뒤로 내뱉는 천주의 웃음소리에 미사가 싸늘하게 천주의 이름을 불렀다.

 

 ”양해타 한국 못 오게 할 거야. 자존심 다 죽이면 그때 오게 해야지. 안 그러면 양해타 사사건건 나 방해 할 텐데 짜증 나잖아.“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유독 해타의 이름을 부를 때 심하게 떨렸다. 억지로 평온함을 유지하는 건 더 어려웠다.

 

 ”...너 그 말 해타 앞에서 할 수 있어?“

 

 미사의 말에 천주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술에 묻어있던 독한 담배 향이 입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천주가 깔끔하게 뒤로 넘긴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헤집었다.

 

 ”이미 미움 받을 대로 다 받았는데 뭘 더 못 받겠어.“

 

 연기 할 수 있던 거 내가 막은 거로도 개한테 나는 죽어도 되는 존재나 마찬가지인데. 너 그거 알아? 양해타 자기 전에 맨날 나 죽으라고 기도하고 자. 믿는 신도 없으면서 그렇게 기도를 한다? 근데 신은 없는 것 같지. 몇 년을 그렇게 나 죽으라고 기도를 하는데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으니.

 

 천주가 양손을 맞잡고 두 눈을 감았다. 매일 밤 다 들으라는 듯이 큰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며 죽으라고 소리치는 해타가 떠올랐다.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타의 기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자신이 이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해타보다 차해와 더 가까워졌을 때부터? 해타의 부모님에게 해타의 사랑을 모두 빼앗을 때부터? 아, 연기를 못 하게 만들었을 때부터였나.

 

 ‘잘 지낼게. 돈만 꼬박꼬박 보내라고 전해줘.’

 

 제 전화는 어떻게든 일절 받지 않는 해타 때문에 차해에게 시켜 전화를 시켰던 날 어색하던 해타의 목소리가 선명했다. 천주의 입 밖으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가 보내주는 돈 더럽다고 잘 쓰지도 않으면서. 천주가 피 하나 섞이지 않았지만 가장 사이좋지 않은 동생처럼 구는 해타를 떠올리다 감았던 눈을 뜨고 손을 풀었다.

 

 ”만약에 얘 연기 다시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든 하지 말라고 해. 어차피 하지도 못할 거지만….“

 

 미사가 어이없는 눈으로 천주를 노려봤다. 네 트라우마 때문에 해타한테까지 그러는 거면….

 

 ”그런 거 아니니까 그냥 내 말대로 해줘 미사야.“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하며 천주가 쓰게 웃었다. 재킷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뚜껑을 딸각거렸다. 열었다 닫았다 하는 뚜껑과 본체를 연결하는 부분에 붙어져 있는 해파리 스티커가 흔적을 알아볼 수 어렵게 닳아있었다.

  연결하는 부분에 붙어져 있는 해파리 스티커가 흔적을 알아볼 수 어렵게 닳아있었다.

 
작가의 말
 

 Mail: b8403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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