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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23. 내 이름은 미미
작성일 : 20-08-31 15:00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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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내 이름은 미미

 

 톡. 톡톡.

 “……아저씨, 장난하지 마세요”

 

 우현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귀신도 안 무서워하는 그였지만, 대낮에 움직이는 귀신은 본 적이 없다.

 

 언제부터인지 어깨 위에 놓여있던 께름칙한 것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잠을 설쳤는데.

 

 톡. 톡.

 그런데 자꾸만 누군가가 그의 뺨을 건드리며 성가시게 굴었다.

 

 “하지 말라고, 이 나쁜 외팔이 새끼야…….”

 

 

 효과가 있었던지 깊은 잠에 빠져있던 우현의 코끝에 진득한 풀 내음이 감돌았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정신이 들었다.

 

 그러자 비몽사몽 한 우현이 얼굴 근처에서 파리 쫓듯 손사래를 쳤다.

 

 우거진 밀림을 지나다닐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기에 우현이 사냥을 나갔다 돌아온 장익삼의 장난일 것이라 단정짓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턱! 통통.

 우현의 손에 맞고 무언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휘두른 팔에선 사람을 친 것보다는 푹신한 감촉이 닿았다.

 

 ‘아저씨의 하나 있는 팔을 내가 날려 버린 건가?’

 

 바닥을 두어 번 튕긴 그것이 초목을 스치며 바스락 소리를 냈다.

 

 엉뚱한 고민이 잠시 들었지만, 우현은 곧 작은 날짐승이겠거니, 하고 몸을 반대로 돌렸다.

 

 해는 중천에 떠 있었으나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뒤늦게 피곤이 몰려왔다.

 

 탁!

 그러나 우현의 휴식을 방해하던 것은 포기를 몰랐다. 그의 눈이 막 다시 감길 무렵, 이번에는 돌을 맞았다.

 

 그 크기는 손톱만 했으나 제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아니! 대체 어떤 못된 놈이 외팔이 같은 짓을 해! 잠 좀 자자!”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돌 던진 것을 보면 장익삼이 아닌 것도 같았다.

 

 바위를 던지면 던졌지, 그는 이런 간지러운 세기로 돌을 던지는 위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현은 결국 상체를 벌떡 일으키고는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진작에 불이 꺼져 까만 재만 남은 모닥불이 보였다. 그 옆으로 장익삼이 누웠던 자리도 그대로였다. 사냥을 나간다던 장익삼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 어떤 건방진 다람쥐가 감히 우현님을 건드리는 것이냐!”

 

 우현은 주변 초목과 수풀 속을 유심히 살폈다. 하지만 제게 돌을 던졌으리라 의심이 될 만한 동물은 보이지 않았다.

 

 ”……!”

 

 그러자 섬뜩한 기분이 우현의 등골을 스쳤다. 어젯밤과 아침에 제 어깨에 있던 인형이 떠오른 것이다.

 

 “서-. 설마.”

 

 기절하기 직전 그것이 올라가 있던 어깨가 왠지 묵직했다.

 

 혹 제 어깨에 그 무서운 인형이 또 있다면, 저는 기절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확인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히익-!”

 

 우현은 무척 느리게 왼쪽으로 턱을 돌렸다. 고개에서 삐거덕 소리가 나는 듯했다. 그는 정말 끔찍이도 어깨 너머를 확인하기 싫어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써, 썩 꺼져라! 이 저주받은 인형아!”

 

 우현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훽 틀었다. 왼쪽 어깨에서 두 번이나 나타난 기괴한 인형.

 

 한 번은 장익삼의 조작에 의해서였지만, 이를 모르는 우현은 두 번이라 믿었다.

 

 영체를 볼 수 있는 우현이라도 벌건 대낮에 귀신이 아닌 물건이 움직이는 기이한 현상은 공포 그 자체였다.

 

 “무, 무서운 줄 아느냐!? 내가? 천만에!”

 

 붕붕!

 

 우현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소리를 꽥 내질렀다. 무언가 얹혀있다면 떨어지길 바라며 왼쪽 어깨를 붕붕 돌렸다.

 

 “으……응? 어휴. 그럼 그렇지. 그게 또 있을 리가 없지.”

 

 다행히 왼쪽 어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현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톡. 톡톡.

 그러나 그때. 솜방망이 같은 무언가가 우현의 오른쪽 뺨을 콕콕 찔렀다.

 

 그러고 보니 미처 확인하지 못한 오른쪽 어깨가 묵직했다.

 

 우현은 녹슨 기계처럼 고개를 천천히 우로 돌렸다.

 

 “……!”

 

 그리자 예상했던 대로 그 징그러운 인형이 그곳에 있었다.

 

 “히익-!”

 

 그의 어깨 위에 앉아서 웃는 고양이 얼굴의 목각인형. 저를 따라온 그놈이 분명했다.

 

 우현의 코끝이 그것의 얼굴과 닿았다. 목탄으로 대충 그려 넣은 표정은 여전히 괴상했다.

 

 너무 놀라니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오줌을 지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 어떤 징그러운 형상을 한 귀신보다, 우현에게는 없는 솜씨로 만든, 저를 따라다니는 인형이 훨씬 무서웠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우현이 철퍼덕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눈을 까뒤집은 우현의 상체가 서서히 뒤로 넘어갔다. 기절의 전조였다.

 

 그리고 우현의 눈동자가 막 뒤집히며 세상이 반쯤 접혔을 때였다. 그의 뺨으로부터 굉장한 고통이 전해졌다.

 

 짜악!

 “컥-!”

 

 하늘과 땅이 자리를 뒤집으며 기절하려던 우현은 재빠르게 정신을 찾았다.

 

 “……!”

 

 우현은 맞은 뺨을 부여잡았다. 별이 번쩍이고 턱이 돌아갈 만큼 강한 세기였다.

 

 “이, 이, 인형이 움직였어…….”

 

 믿기지 않게도, 고양이 인형이 손을 들어 우현의 뺨을 내리친 것이다.

 

 인형이 스스로 움직이다니. 우현은 영체가 물건에 빙의하여 동력 없는 물건이 혼자 움직이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같이 해가 쨍한 대낮에는 빙의 조차도 불가능했다.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히, 히익-!”

 

 우현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가 인형의 웃는 낯과 또 마주쳤다. 얼얼한 뺨을 부여잡고서 그것과 대치하던 것도 잠시, 곧 우현의 눈동자가 또다시 느리게 뒤로 넘어가며 흰자를 내보였다. 두 번째 기절의 전조였다.

 

 그러자 고양이 인형이 또 기절하려는 우현을 가만 보더니만, 손을 번쩍 들었다.

 

 우웅!

 무슨 짓을 한 지 모르겠으나 인형의 손끝에 빛무리가 모여들었다. 희뿌연 빛은 목각으로 섬세하게 만들어 사람의 손가락을 닮은 인형의 손끝에 모였다.

 

 그냥 맞은 것도 아팠는데 저 빛의 따귀를 맞으면 정말 말도 못 하게,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플 것 같았다.

 

 “때, 때리지만 말아 주세요!”

 

 우현이 외쳤다. 뒤로 돌아가던 그의 눈동자가 재빠르게 자리로 돌아왔다.

 

 공포심보다 목숨을 보전하고 싶은 본능이 이긴 결과였다.

 

 우웅.

 뺨을 내리칠 듯 올라가 있던 고양이 인형의 손이 천천히 제자리로 내려왔다. 인형의 손에서 빛무리가 사라진 것도 동시였다.

 

 ***

 

 “저, 저는 우현이라고 합니다. 고……. 고양이님은요?”

 

 우현은 잔디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바위 위에는 고양이 인형 하나가 당당히 서서 우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악! 아악!”

 

 차박 차박.

 인형이 겨우 몇 걸음 떼었을 뿐인데, 지레 놀란 우현이 다섯 보는 떨어진 나무 밑동에 찰싹 달라붙었다.

 

 제게 해를 가할까봐 놀라서는 뺨을 가리고 몸을 움츠리고 있는 모습이 몹시도 추했다.

 

 “으, 으으…….”

 

 꾹 다문 입에서 억눌린 비명이 튀어나왔다.

 

 우현은 어찌어찌 인형과 마주 보고 있음에도 여전히 저 미지의 존재가 두렵기만 했다.

 

 가만히 있어야 하는 사물이 움직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게다가 저 작은 손에서 별이 번쩍하는 따귀라니! 장익삼도 그보다 세게는 못 때릴 것 같았다.

 

 ‘차라리 밤에 움직이면 귀신인 줄 알고 덜 무서웠을 것을!’

 

 우현이 겁을 먹든 말든, 인형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저 꼼지락거리며 천천히 등을 돌렸다.

 

 “……?”

 

 인형은 넝마가 된 천 쪼라기를 입고 있었는데, 손가락 끝으로 제 치맛단 안쪽을 가리켰다.

 

 “……이, 이름인가요?”

 

 시커멓게 마른 피로 물든 치맛단. 그 안쪽에는 커다란 자수로 글귀가 수놓아져 있었다.

 

 인형이 달고 있는 고양이 얼굴만큼 엉성한 바느질 솜씨였다.

 

 끄덕.

 “미, 미미?”

 끄덕끄덕.

 

 기괴하게 웃고 있는 입 모양을 한 고양이 인형은 표정이 하나였다.

 

 그러나 우현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자, 인형은 손을 들어 부끄러운 듯 검지를 쥐고 코 끝을 조금 비볐다.

 

 우현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서 마치 사람같이 구는 고양이 인형을 구경했다.

 

 “……미, 미미 님이셨군요. 예, 예쁜 이름입니다.”

 

 끄덕.

 우현의 인사치레에 인형이 손을 들었다. 머쓱한지 제 한쪽 귀 끝을 쓰다듬었다.

 

 ‘뭐, 뭐지?’

 

 사람의 손을 작게 축소한 듯 정교하게 만들어진 나무 인형의 손가락. 우현은 그 섬세한 움직임에 한번 놀라고, 또 사람 같은 인형의 반응에 두 번 놀랐다.

 

 경악으로 물든 우현이 고양이 인형을 주시하자, 급기야 인형은 부끄러운지 몸을 비비 꼬기 시작했다.

 

 “……저, 미미 님?”

 

 끄덕끄덕.

 

 “하.”

 

 인형은, 미미는 분명 우현에게 이름을 불리는 것이 기쁜 것 같았다. 이름이 불리자 팔짝팔짝 뛰며 한 바퀴를 돌았다.

 

 우현이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공포만이 가득했던 그의 낮은 단번에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털썩.

 저주받은 인형의 순진하고 귀여운 반응에 맥이 탁 풀린 우현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미미? 미미라고? 귀도 밝은지, 우현이 웅얼거린 혼잣말에도 인형은 반응하며 더욱 부끄러워했다.

 

 “그러니까……. 저도 제, 제 소개를 해야겠지요?”

 

 수줍은 여자아이 같은 반응에 두려움에 떨던 것도 잊고 우현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인형은 기쁜지 제 자리에서 뱅글뱅글 돌며 춤을 췄다.

 

 우현을 감싸고 있던 마지막 공포심마저 사르르 녹아내렸을 때, 그는 무릎 발로 기어 좀 더 다가갔다.

 

 “그, 저는 우현이라고 합니다. 저는……. 저는 보시다시피 사람입니다! 아, 직업은 묘지기 거지, 아니. 묘지기를 하는 거지입니다! 고양이, 아니. 저, 미미님.”

 

 이름을 들었으니 저도 소개를 하긴 해야 하는데, 인형을 상대로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인형을 향해 두서없이 아무 말을 내뱉은 우현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영체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우현이었으나 그에게도 인형과 대화를 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경이로웠다.

 

 “응?”

 

 털썩!

 인형을 상대로 한 부끄러운 자기소개 시간에 얼굴이 화끈거리던 것도 잠시, 갑자기 허공에서 시뻘건 고깃덩이가 우현의 앞에 뚝 떨어졌다.

 

 “크악!”

 

 죽은 토끼의 사체였다. 우현이 놀라 바위 뒤로 후다닥 도망갔다.

 

 가죽이 벗겨진 토끼는 구워 먹기 딱 좋게 잘 손질되어 나무 꼬챙이에 꿰여 있었다.

 

 “내 이름은 장익삼입니다.”

 “아! 아저씨! 돌아오셨군요!”

 “아, 제가 이 토끼를 소개했나요? 뒈졌지만, 토토입니다. 곧 토토를 구워다 네놈 주둥이에 처넣을 생각입니다. 그러면 좀 닥치고 있겠지.”

 

 사냥을 마치고 온 장익삼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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