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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일 크리스마스
작가 : 예서
작품등록일 : 2020.8.20

믿었던 전 남자친구에게 통수를 맞은 날 천애고아가 된 소원. 나만 빼고 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날의 거리에 자살을 결심하는데…… "안 돼!" 누구세요? 어느새 집에 들어온 웬 남자가 자살을 막고 있다. 말하는 사슴까지 데려온 남자는 자기가 나만의 산타라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인간 한 명과 산타 한 명, 사슴 하나(?)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다음 크리스마스까지 이 동거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가난하다는 건
작성일 : 20-08-30 21:04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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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소원이 온 곳은 애들 어른 너 나 할 것 없이 흥미를 보이는 곳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더 좋은 걸 가지고 싶어 욕심을 냈던.

 

 그건 바로 신문물이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휴대폰 대리점이었다.

 

 안으로 들어간 소원은 진열된 휴대폰들을 구경하며 대한에게 말했다.

 

 “휴대폰 하나 정도는 필요할 것 같아서. 연락이 안 되니까 불편해서 못 살겠어.”

 “휴대폰 보러 오셨어요? 뭐 특별히 원하는 기종 있으세요?”

 “아뇨, 그런 건 없고, 좀 봐보려고요.”

 

 마른 직원 한 명이 소원을 따라붙었다.

 

 한 입 베어먹은 사과와 은하수는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내는 소원은 조심스레 싼 휴대폰을 살폈다.

 

 옆에서 대한도 진열장 속 휴대폰들을 눈을 빛내며 두리번거렸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전자기기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기에 인세에서 눈을 감은지 십 년이 넘은 대한에게는 굉장히 신기한 물건들이었다.

 

 “이게 핸드폰이야? 무슨 핸드폰이 이렇게 좋아?”

 

 소원은 순수하게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는 대한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새삼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게 확연하게 와닿았다.

 

 한참을 호기심 가득한 애처럼 휴대폰을 살피던 대한의 시선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조그만 진열장에 닿았다.

 

 보통 사람들은 모르고 지나칠 만큼 초라한 진열장은 구석 쪽에 짱박혀있었다.

 

 그쪽으로 걸어간 대한이 갑자기 손가락으로 진열장 안을 가리키며 반가워했다.

 

 “어! 이거 내가 썼던 휴대폰이랑 비슷하다.”

 “뭔데?”

 

 소원이 궁금해하며 본 진열장 안에는 자신이 한참 어렸을 때나 썼을 법한 휴대폰이 몇 가지 들어있었다.

 

 그 위에 있는 종이에 적혀있는‘효도폰, 학생폰’이라는 문장을 보니 휴대전화를 잘 사용하지 않는 고객층을 위해 따로 준비된 진열장임이 확실했다.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댄데. 저런 걸 누가 쓰냐고 대체. 나도 돈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저런 휴대폰은 거들떠도 안 봤다.

 

 이런 소원의 마음과는 달리 대한은 살아있을 때 쓰던 형식의 휴대폰이 괜찮은 듯했다.

 

 “나는 이걸로 살래.”

 “이걸로 산다고?”

 “응. 익숙하고 좋을 거 같은데?”

 

 옆으로 보고 앞으로 보고 뒤로 봐도 돈 때문에 저러는 거 같은데.

 

 “고객님 그 제품들은 휴대폰 잘 사용 안 하는 고객님들을 위한 거라 고객님 같이 젊은 분들은 많이 불편하실 텐데. 차라리 가격 차이 별로 안 나고 성능 훨씬 좋은 다른 제품들도 많은데 그거 보시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맞아. 얼마 차이도 안 나는데 그럴 바에 최신형 사는 게 낫지.”

 “그런가……”

 “그럼요 고객님~ 저런 폰들은 아주 소수의 분들만 사용하는 폰이에요. 솔직히 가성비나 효율 면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게 사실이죠.”

 

 역시 판매사원이라 그런지 말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

 

 하마터면 5G를 쓰는 시대에 혼자 3G를 쓸 뻔한 대한을 구원해 준 직원에게 소원은 진한 감사의 눈빛을 날렸다.

 

 지금 3G를 쓴다는 건, 남들은 비파형 동검을 쓸 때 스스로 뗀석기를 쓰는 거나 다름없었다.

 

 진심으로 만류해 주는 직원에게서 감동을 느낀 소원은 여기서 뭘 살지 결판을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뒤로 소원은 직원은 성심을 다해 추천해 주는 제품들 중 적당하다 싶은 걸 하나 골랐다.

 

 스크린으로 요금제를 보여주던 직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한은 제일 아래를 손으로 짚었다.

 

 “제일 싼 걸로 해주세요.”

 

 어쩐지 성심성의껏 요금제를 설명하던 직원이 측은하게 대한을 보는 것 같은 건 착각이겠지.

 

 아마 우릴 피 터지게 가난한 남매로 볼지도 몰랐다. 아니, 저 표정을 보니 이미 그런 것 같기도.

 

 차라리 그냥 혼자 사가서 주는 게 더 나을 뻔했다.

 

 끽해봐야 만 원, 이만 원 차이 나는 요금제에도 가장 싼 걸 찾는 짠돌이라니……

 

 소원은 대한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이 쓰고 요금제와 똑같은 걸로 해달라 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자, 휴대폰을 손에 쥔 대한이 감사 인사를 했다.

 

 “고마워 소원아. 그런데 진짜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다 이 인간아.

 

 “연락 안 되니까 내가 불편해 죽겠어서 사준 거야. 이제 그만. 쉿.”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벌리는 대한에게 소원은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대한도 더는 거절하지 못하겠는지 작게 고맙다고 다시 감사 인사를 한 뒤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집으로 가는 길.

 

 휴대폰 화면을 보느라 대한의 긴 속눈썹이 자꾸만 달싹였다. 처음 접해본 새로운 전자제품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한참을 휴대폰과 씨름하던 대한은 소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원이 대한을 쳐다보고 있었기에 둘은 곧바로 눈이 마주쳤다.

 

 별안간 대한이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

 

 갑자기 이렇게 훅 들어오는 건 반칙인데.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소원 언제부터 너 이렇게 얼빠였니. 정신 차려 나 자신!

 

 큼. 헛기침을 한 소원은 덤덤한 척 목소릴 냈다.

 

 “정말로 고마워?”

 “그럼 정말이지.”

 “그럼 이제 편의점 따라오지 마. 내가 꼬박꼬박 연락할게. 무슨 일 생기면 오빠한테 제일 먼저 연락할 테니까, 그렇게 해줘. 알겠지?”

 “그냥 내가 심심해서 가는 건데, 난 괜찮은데.”

 “내가 부담스러워! 내가 안 괜찮다고! 그놈의 괜찮단 소린.”

 “그럼 퇴근할 때 데리러 가는 건? 그건 괜찮지?”

 

 안 괜찮다고 하면 울 것 같은 시무룩한 얼굴이라니.

 

 축구였으면 퇴장을 시키는 건데…… 레드카드를 절로 치켜들게 만드는 행동이니까.

 

 “이런 반칙왕이 있나. 알았어.”

 “반칙왕? 그게 뭐야? 나 뭐 잘못했어?”

 “있어, 그런 게.”

 “왜 뭔데.”

 

 대한이 조르듯이 소원의 어깨를 살짝 잡고 흔들었다. 강하게 성준의 어깨를 쥐고 있을 때완 대비되는 깃털 같은 손짓이었다.

 

 어깨에 맞닿은 대한의 손의 감촉에 소원의 마음이 떨렸다.

 

 그 손길이 나쁘진 않았지만, 아니 오히려 좋은 쪽에 속했지만, 어쩐지 휘둘리는 느낌이 들어 어깨를 빼냈다.

 

 “20cm 거리 두기. 주의 좀 해주시죠 산타 할아저씨?”

 “아, 맞다. 나 아저씨 아니라니까. 외모도 그대로고, 마음도 소년 그 자체인데. 왜 내가 아저씨야.”

 

 대한이 볼멘소리를 했지만 붉어졌을 두 뺨을 신경 쓰는 소원의 귀에 온전히 닿지 않았다.

 스킨십을 원래 좋아하는 편인가.

 

 툭하면 신체 접촉을 하는 게 남다르게 생각되면서도, 어렸을 때부터 나를 알았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산타가 우리 집을 다녀갔는지 말하는 사슴도 함께 있었는지 전혀 몰랐지만.

 그러고 보니 오빠는 내 어린 모습부터 지금까지 내가 자라는 걸 봐왔겠지만 나는 오빠가 살아있을 때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없구나.

 

 정확히는 몰라도 정이 많고 나쁜 짓 못하고 살았을 게 분명했다.

 

 소원이 아직도 왜 아저씨라는 호칭에 걸맞지 않은지에 대한 열변을 토하는 대한을 불렀다.

 

 “오빠.”

 “그래. 오빠지.”

 “오빠는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어?”

 “……”

 

 신이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을 거란 소원의 예상과는 달리 긴 침묵이 이어졌다.

 

 의아함에 소원이 대한을 살폈다.

 

 대한의 얼굴이 사뭇 진지했다.

 

 대한은 노크도 없이 들이닥친 이 질문에 반사적으로 한 여인이 떠올랐다.

 

 폐부에 깊숙이 박혀버린 단 한 사람. 살아생전 대한의 모두였던 여인이.

 

 대한은 사연 많은 가정사를 알려줄 수도, 보통의 일상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말해줄 수도 있었지만 두 가지 다 무거운 사정이 얽혀있어 쉽게 입이 안 떨어졌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는 편을 택했다.

 

 “지키고 싶은 사람을 지키지 못한 사람. 그런 사람이었어.”

 

 그게 뭐냐고 타박하려던 소원은 슬프게 미소 짓는 대한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저렇게 절절하게 말하는 걸 보면 지키지 못한 사람은 결혼까지 약속했을 법한 연인이려나.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빠도 나처럼 가난했던 걸까?

 

 가난하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나를 버렸다는 엄마도, 화재 속에서 숨을 거둔 아빠도, 요양 병원에 가지 못하고 조그만 방 안에서 눈을 감으신 할머니도.

 

 그리고, 평범한 학교생활까지도.

 

 대한이 가난했다면 어떻게든 돈을 아끼려던 행동들이 납득이 갔다.

 

 진해지는 확신 속에서 혼자 하던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오빠도 나처럼 가난했어?”

 

 이번에는 대한이 쉽게 대답했다.

 

 “소원아. 돈이 적다고 가난한 게 아니야.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은, 마음이 부족해서 누구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남에게 괴로움을 주는 사람이야. 너는 가난하지 않아.”

 “……”

 “그분이 나한테 해준 말이야.”

 “지키고 싶을 만했네. 되게 멋지신 분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벌써 집 앞에 도착해있었다.

 

 자연스레 이야기가 끊기고, 소원과 대한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바람이 대한만 휴대폰을 사준 것에 대해 서운해하지 않을까 했던 소원의 우려와는 달리 바람은 휴대폰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바람은 땅에서 연락할 상대가 없었다. 또, 인간들의 기계에 대해 나쁜 인식을 갖고 있는 것도 한 몫했다.

 

 쌀쌀한 바깥과 달리 따뜻한 집 안 공기에 몸에서 절로 힘이 빠진 소원은 침대에 드러누웠다.

 

 누워있는 소원의 귓가에 대한의 말이 맴돌았다.

 

 ‘돈이 적다고 가난한 게 아니야.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은, 마음이 부족해서 누구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남에게 괴로움을 주는 사람이야.’

 

 마냥 애 같은 나완 다르게 어른스러웠다.

 

 항상 가난한 자신의 형편에 자격지심을 가지고 살았는데 그 말에 이상하게 용기가 생겼다.

 

 벌떡 일어난 소원이 거울 앞에 앉았다.

 

 쌍꺼풀진 동그란 자신의 눈을 보며, 소원은 두 손을 꽉 쥐었다.

 

 “나는 가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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