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
파혼의 전말
작가 : 미세스존
작품등록일 : 2020.8.22

"결혼이고 뭐고, 일주일만 만나보자."

결혼을 고작 두 달 앞둔 커리어 우먼 한미주.

평생 한 번 밖에 못 해본 연애가 아쉬워 결혼이 망설여지는 그때,

운명처럼 나타난 대학 동창 지현민.

예전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변한 그를 보고

미주는 운명처럼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청첩장을 주던 날

늦은 저녁 술자리에서 서로에 대한 호기심은 커져만 간다.

호기심은 점점 커져 호감이 되어가고,

결혼을 앞둔 두 남녀는 원초적인 욕망에 휩싸이게 된다.

사랑 앞에 솔직하지만 한없이 나약한 두 남녀는

결국 위험한 계약을 하게 되는데......

 
10. 사골 같은 말
작성일 : 20-08-30 19:18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683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선선한 이슬 머금은 10월 8일은 절기상 한로였다. 그런데 초겨울 날씨가 무색하게도 압구정에 위치한 스튜디오는 오전부터 열기로 가득 차있었다.

 

 스타일리스트, 조명팀, 포토그래퍼, 어시스턴트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엔 미주와 수진이 있었다.

 

 긴 휴가를 마친 미주와 수진은 다시 업무로 복귀했고 11월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미세먼지가 기승부리는 현실을 반영한 특집 기사를 기획 중이었다.

 

 “미쳤다. 진짜 여자들이 환장하는 몸매 아니야? 등빨 좋고, 어깨는 축구 골대 해도 되겠다. 싸가지 없게 생기긴 했지만 잘생겼어. 어디서 알게 된 친구야?”

 

 미주의 핸드폰 화면을 뚫어지게 보면서 수진은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거기엔 현민의 SNS 사진이 가득 있었다.

 

 지난주 등갈비를 먹으면서 현민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같이 일해보자고 말했고 며칠 뒤 현민은 확실한 의사표시를 했다. 대답은 무조건 오케이였다.

 

 사실 미주가 그런 제안을 한 데엔 다른 배경도 있었다. 11월 특집 기사 주제가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보습의 자세’로 정해지자마자 떠올린 사람이 현민이었다.

 

 보습을 강조하는 바디로션과 실내 운동을 연관 지어 스토리텔링 할 예정이었고 현민이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기획 의도를 설명해 줬을 때 현민 또한 반색했다. 개인 커리어에 유명 잡지사 모델 경력을 추가할 수 있었고 헬스장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같이 일해보자는 뜬금없는 제안에 선뜻 응한 건 사실 친분보단 서로의 이해관계에 부합한 면이 더 컸다.

 

 “이번 달 순조롭게 가겠는데? 구독자 수 팍팍 오르겠다. 뭐야, 이런 친구 있었으면 진작 소개 해줬어야지.”

 

 화면을 줌인하면서까지 연신 현민의 몸을 탐닉하고 있는 수진은 어딘가 들떠 보였다.

 

 “꿈 깨세요. 이런 남자의 특징이 뭔 줄 알아요? 게이거나 임자가 있거나.”

 

 요즘 부쩍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수진을 잘 알았기에 시도조차 못하도록 미주가 미리 선을 그었다.

 

 “역시 게이였구나…… 근데 상관없어. 요즘 세상에 흉도 아니고. 난 수용 가능해! 아니, 더 좋아! 섬세한 마초남이라. 완벽 그 자체 아니야?”

 

 시무룩하다 싶다가도 금세 희망 주머니를 뒤적여보는 수진이었다.

 

 “사안은 그게 아니에요. 다음 달에 결혼한대요. 그것도 겁나 예쁜 중학교 선생님하고. 심지어 나이도 어린! 자, 이제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겠죠?”

 

 뜻밖의 소식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어디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건지 수진은 파혼 당한 여인처럼 비통한 얼굴이 되었다.

 

 “치, 결혼 전에 파혼하는 커플이 얼마나 많은데? 가능성은 항상 열어둬야 하는거야. 그나저나 춘향이 프로젝트는 잘 되어가나? 몽룡이가 있어야지 꿈이라도 꿔보지. 헐, 설마 얘가 이몽룡? 대박.”

 

 그러다가도 별안간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북 치고 장구 치다가 이젠 꽹과리까지 칠 기세였다. 날카로운 질문에 당황했지만 미주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런거 아니에요.”

 

 “대박. 맞지? 아닌 척 하기는. 내가 사람 볼 줄 알잖아. 이따 보면 관상이라도 봐줄게. 딱 보면 알지. 얘가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못된 호기심이 있는지 없는지.”

 

 “아니라니까 그러네. 바빠 죽겠는데 도와줄 거 아니면 가세요. 아니면 간식이라도 사다 주던지.”

 

 “어머머, 선배한테 말버릇 하고는. 그래. 늙다리 처녀는 조명 체크 좀 하고 있으마. 이따 오면 꼭 불러라!”

 

 발길을 돌리는 직전까지 수진은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신신당부했다. 미주의 입에서 맥없는 웃음이 나왔다. 한 시간 뒤면 현민이 올 예정이었다.

 

 같은 시각 현민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짧은 촬영이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기고 싶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촬영이 몇 시라고 했지? 나도 슬슬 준비해야겠다.”

 

 부푼 배를 쓰담으며 옆에 있던 권상철이 말했다. 상철은 41살 남자로 헬스장의 첫 회원이기도 했다.

 

 “한 시까지라고 했으니까 여유롭게 12시엔 출발하시죠. 형님은 좋겠어요. 관리가 필요 없으니까. 이미 완성형 몸매잖아요.”

 

 “인마, 이것도 다 관리해서 나온 배야. 이렇게 타조알같이 둥그스름한 배봤어? 소주만 먹어선 이렇게 안돼. 나름 맥주로 밸런스를 맞춰주는 거라고.”

 

 사실 이번 촬영엔 현민만 초대받은 게 아니었다. 잡지사에선 평범한 중년 남성 또한 물색 중이었고 현민은 주저 없이 상철을 추천했다.

 

 “배 나온 아저씨나 식스팩을 가진 트레이너나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양이면 보습을 유지시켜준다는 게 이번 제품의 기획 의도라나?”

 

 복근 마지막 세트를 마친 현민이 상철의 배를 유심히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무렴 어떠냐? 이 나이에 내가 유명 잡지사 모델을 해본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나저나 털이나 깎고 가야겠다. 이 시대의 아버지 배를 대표하는데 지저분할 순 없지.”

 

 종로에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철은 오랜 장사 경험만큼 넉살이 좋았다. 그런 면이 현민이 상철을 곧잘 따르는 이유였다.

 

 샤워를 마친 뒤 둘은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마침 미주가 입구에서 두 사람을 발견했고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키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인사를 현민의 표정이 어딘가 조심스러워 보였다. 어색하기 보단 불편한 기색이었고 미주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먹어도 돼요? 제가 몸매 유지를 좀 해야해서……”

 

 마음이 편한 쪽은 오히려 상철이었다. 상철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미주에게 물었다.

 

 “네. 마음껏 드세요. 참, 현민이 넌 이따가 메이크업 좀 받자. 눈썹도 정리하고. 오늘 촬영은 10컷 내외로만 찍을 거니까 너무 긴장 안 해도 돼. SNS 보니까 자기애가 아주 넘치는 사람이더만? 자신감 만땅이던데?”

 

 그러나 미주의 말과는 다르게 현민은 이미 초긴장 상태였다. 미주의 세계에 들어온 현민은 잔뜩 주눅이 들어있었다.

 

 전문 장비며 촬영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스텝들이 낯설었기에 헬스장에서처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었다.

 

 동시에 현장에서 척척 일을 해내는 미주를 보면서 괜히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까칠해 보일 수 있지만 현민에겐 그 모습이 프로답고 자신감 넘쳐 보였다.

 

 “어머, 안녕하세요. 미주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정수진이라고 합니다. 미주 선배에요.”

 

 그때 어디선가 수진이 나타났다. 평소답지 않게 목소리가 격앙돼있고 산뜻한 콧소리가 가득 실려있었다.

 

 “안녕하세요. 미주 친구 지현민이라고 합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첫 촬영이라 많이 떨리겠지만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희가 잘 안내할 테니까 최대한 자연스럽게만 따라와 주시면 돼요. 어차피 오늘 일은 현민씨 복근이 대신할 건데요 뭐.”

 

 그러면서 수진은 현민의 배 부분을 노골적으로 쳐다보았다. 그 광경을 본 미주가 심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주변엔 왜 다들 이모양이냐……”

 

 다행히 수진 덕분에 현민의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문득 미주가 자신에 대해 무슨 얘기를 했을까 궁금하기까지 했다.

 

 “저 그럼 이제 저희 뭐부터 하면 될까요?”

 

 비로소 긴장이 풀린 현민이 수진에게 질문을 했다. 옆에 있던 상철도 과자를 먹다 말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수진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분은 누구신지……? 아!”

 

 그제야 상철이 눈에 들어온 수진이 아는 척을 했다. 현민을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안녕하세요. 추억을 파는 남자 권상철이라고 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철은 수진에게 악수를 건네며 자기소개를 했다. 그러나 수진은 예의상 목례만 하고 악수는 거절했다. 상철의 손끝엔 과자 부스러기가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손을 아직 안 씻어서. 알잖아요. 요즘 바이러스는 손 통해서 전달되는 거. 자, 아무튼 촬영 준비해볼까요? 두 분은 이제 옷을 벗어 주세요.”

 

 에둘러 말했지만 누가 봐도 손을 잡기 싫어 급하게 지어낸 변명이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상철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옷을 벗고 있었다.

 

 “벗어? 여기서? 당장?”

 

 정작 복근 모델인 현민은 미주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런 모습이 귀여운지 미주는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아이 면모가 싫지만은 않았다.

 

 잠시 후 현민도 조심스럽게 상의를 탈의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분주하던 사람들이 동작을 멈추고 은근슬쩍 현민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대놓고 보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시선이 자꾸 가고 있었다. 회색빛으로 가득한 실내에 살구색 몸은 유독 도드라졌다.

 

 잔뜩 화가 나있는 현민의 몸은 그 어느 때보다 육감적이고 야생 미가 넘쳐흘렀다. 자기 몸도 아닌데 미주는 괜히 몰래 자랑스러워했다.

 

 옷을 벗고 나자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민의 몸엔 구릿빛 오일을 발랐고 상철은 자연 그대로 방치했다. 의외로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현민은 전문 모델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그럴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색하긴 했지만 포토그래퍼가 요구하는 데로 따라 하자 곧잘 좋은 컷이 나왔다.

 

 “야, 쟤 놀 줄 아는 이몽룡이다. 확실해.”

 

 수진은 모니터에 비친 현민을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좀 전까지 낯을 가리던 현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촬영에 집중합시다. 개인 덕질하라고 회사에서 월급 주는거 아니죠?”

 

 “시끄러워. 나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단다. 이제 말 걸지마.”

 

 티격태격하는 사이 어느새 A컷(화보에서 가장 잘 나온 사진)이 선정되었다. 잠시 뒤 포토그래퍼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촬영이 종료되었음을 알렸다.

 

 불과 세 시간 만에 화보 촬영은 끝이 났다.

 

 “벌써 끝났어?”

 

 생각보다 짧은 촬영에 현민이 뻘쭘해하며 물었다. 상철도 아쉬운지 포토그래퍼에게 다가가 개인 프로필 사진을 찍을 수 있냐고 묻고 있었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너 오늘 완전 멋졌어.”

 

 미주와 수진은 뒤편에서 수고했다는 의미로 박수를 쳐주었다. 멋지다는 말이 듣기 쑥스러운지 현민은 주섬주섬 옷을 입을 뿐이었다.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조금 이르지만 저녁 드시고 가실래요?”

 

 다정한 말투로 수진이 물었다. 사심이 많이 내포된 문장이었다.

 

 “아뇨. 저희도 그러고 싶은데 요새 체육관 자리를 자주 비워서요. 죄송합니다.”

 

 그러나 현민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정말 헬스장에 가봐야 했고 무리하게 시간을 할애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 얼른 들어가. 매번 붙잡는 거 같아서 미안하다. 나중에 내가 따로 밥 사줄게. 그때 만나자. 그거 알지? 너 아직 나한테 청첩장 안 준거?”

 

 부담을 느끼는 현민의 상태를 눈치채고 미주가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그래. 내가 따로 줄게 그건.”

 

 “저는 괜찮은데, 어떻게 저라도?”

 

 역시나 상철은 안 끼는 법이 없었다. 빈 공간을 침투하는 그의 포지션은 축구로 따지면 공격형 미드필더 같았다.

 

 “아뇨. 생각해보니까 저희도 할 게 남았네요. 살펴 들어가세요!”

 

 그렇지만 순간적으로 자기 영역으로 돌아와 방어하는 수비수 수진에겐 당해낼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상철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 참. 현민씨!”

 

 자연스럽게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돌연 수진이 현민을 불러세웠다.

 

 “네?”

 

 “혹시 다음 촬영 때도 올 수 있어요?”

 

 또 다시 뜬금없는 제안이 현민에게 던져졌다.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라 옆에 있던 미주조차 놀라는 눈치였다.

 

 “겁먹지 마요. 겨울 바닷가 촬영인데 이번엔 옷 입고 찍을거에요. 핏 보니까 옷 입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언니 진짜에요? 이거 편집장님한테 허락 안 받아도 돼요?”

 

 미주는 슬슬 걱정이 되었다. 점점 일이 커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자 사람보단 일이 먼저 보였다.

 

 “누가 메인 모델로 쓴다고 했어? 언제 우리가 서브 모델 섭외까지 허락 받았냐?”

 

 대담한 척하는 건지 진짜로 걱정이 없는 건지 수진이 자못 대범하게 말했다. 현민은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냥 알겠다고 해. 무조건 플러스야. 마이너스 아니야. 노 들어올 때 물 저어야지.”

 

 상황을 지켜보던 상철이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부담이 되긴 했지만 나쁠 건 없는 제안이었다.

 

 “일단 오늘은 가보고 나중에 미주 통해서 알려드려도 될까요? 경황이 없어서요. 신경 써주신 점은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선뜻 알겠다는 대답을 하진 않았다. 수진은 그 모습조차 마음에 들었다. 신중한 태도는 사람을 진중하게 보이게 했다.

 

 “알겠어요. 미주랑 얘기해보고 알려주세요.”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현민과 상철은 다시 헬스장으로 돌아갔다. 촬영장을 정리하면서 수진은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까지 불렀다.

 

 “귀엽다 재 정말. 너 진짜 잘해볼 마음 없는 거 확실해?”

 

 “언니 미쳤어요? 진짜 잘해보려는 거 아니죠? 괜히 나 곤란하게 하지 말아요. 잊으면 안 되는 게 현민이 곧 결혼해요.”

 

 수진의 과도한 집착에 서서히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미주의 정색에 수진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크크 장난이야. 장난.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고 한건데 진짜 티 많이 나네. 오늘부로 확실해졌다.”

 

 “뭐가요?”

 

 큭큭거리며 웃는 수진이 얄미운 미주가 톡 쏘아 붙였다. 진짜 의중이 궁금했다.

 

 “이몽룡의 정체! 한 번 잘해봐.”

 

 수진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계속 약을 올렸다. 그 말을 듣자마자 미주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 언니가 진짜!

 

 하지만 반박을 할 수 없는 건 언제부턴가 현민이 자신의 일상에 깊게 침투했기 때문이었다. 미주는 어느새 현민을 보고 싶어 하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감정이라고 스스로를 다잡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했다.

 

 그 시각 헬스장으로 돌아온 현민은 많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10년 동안 인연을 끊고 살던 사이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일상에 깊게 들어와 있기 때문이었다.

 

 야릇한 기분이 든 현민은 서서히 자신이 감정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럴 리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자꾸 미주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너 오늘 완전 멋졌어.”

 

 말이라는 건 마치 사골 같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진해지는 성격이 있었다. 현민은 멋지다는 미주의 말이 자꾸만 귀에 맴돌았다.

 

 자꾸만 미주의 잔상이 자꾸 나타났고 왼쪽 가슴에선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느껴지고 있었다. 현민은 처음으로 혹시 자신이 미주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촬영이 끝난 그날 두 남녀의 심장은 서로를 향해 조심스러운 진동을 주고 받고 있었다.

 
작가의 말
 

 그대를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하여

 그대를 지나쳐왔다

 

 <몹쓸동경>, 황지우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코로나 시대의 글쓰기 2020 / 8 / 22 525 0 -
20 20. 잠수(D-1) 2020 / 9 / 26 299 0 5539   
19 19. 잊혀진 계절 2020 / 9 / 26 271 0 5937   
18 18. 역린 2020 / 9 / 26 254 0 5437   
17 17. 폭풍전야(D-4) 2020 / 9 / 26 261 0 5202   
16 16.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2020 / 9 / 23 266 0 5819   
15 15. 직감의 영역 2020 / 9 / 23 282 0 5764   
14 14. 끓는점 2020 / 9 / 18 287 0 5897   
13 13. 욱여야 할 때, 우겨야 할 때 2020 / 9 / 9 288 0 6041   
12 12.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솔직하다 2020 / 9 / 4 267 0 5571   
11 11. 장작 이론과 DNA 2020 / 9 / 1 285 0 5939   
10 10. 사골 같은 말 2020 / 8 / 30 282 0 6839   
9 9. 주사위는 던져졌다. 2020 / 8 / 29 271 0 6944   
8 8. 보이지 않는 선 2020 / 8 / 27 293 0 6512   
7 7. 감옥을 탈출한 춘향이 2020 / 8 / 25 287 0 6683   
6 6. 혼자선 아무것도 아닌 2020 / 8 / 23 280 0 7174   
5 5. 결혼과 도덕에 대한 성찰 2020 / 8 / 22 273 0 5054   
4 4. 줄다리기 2020 / 8 / 22 294 0 6049   
3 3. 첫 느낌과 텔레파시 2020 / 8 / 22 285 0 5409   
2 2. 균열 2020 / 8 / 22 301 0 5006   
1 1. 찬바람 불고, 미세먼지는 나쁨 2020 / 8 / 22 490 2 548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