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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22. 의외의 고수 장익삼
작성일 : 20-08-30 14:34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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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의외의 고수 장익삼

 

 어째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익삼은 차라리 놀란 녀석을 진정시키고 쉬었다 가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쯧쯧쯧. 저 못난 것. 지 혼자서 온갖 지랄이란 지랄은 다 떨더니만 아주 놀고 있네, 놀고 있어.”

 

 그는 맞은 편에서 여전히 깊은 잠에 빠진 우현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러고 처자는 우현이 퍽 우스웠다.

 

 “생긴 것도 계집애같이 생겨서는 행실도 저리 계집애같이 구니. 저래서 저거 장가는 어찌 갈꼬! 에잉, 미련한 놈.”

 

 께름칙하다며 숲 어딘가에 버린 줄로만 알았던 그 인형. 우현은 그것을 또 언제 주워왔는지, 머리맡에 두고서 두 손에 꼭 귀고 잠들어 있었다.

 

 “그런 인형 따위 챙긴 적도, 가져온 적도 없다며 소리를 꽥꽥 지르더니. 미친놈.”

 

 영락없는 계집애 같은 모양새에 장익삼은 혀를 끌끌 찼다.

 

 한 식경 뒤.

 

 “끄, 끄악, 끄아아아악-! 왜, 왜 여기있어-!”

 “저이, 저저 저 미친놈. 쯧쯧”

 

 ***

 

 “후영아. 네가 한 말에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

 

 저택 내의 모든 하인들이 함부로 한숨조차 쉬지 못했다. 화가 치밀어 눈가까지 시뻘게진 하북팽가 가주의 눈치를 살피느라, 하던 일마저도 멈추고서 그저 머리를 조아렸다.

 

 “아버지! 무슨 소리세요! 어떻게 오라버니 혼자 이렇게 큰 짐을-.”

 “갈-! 팽소령! 아비가 말할 때는 좀 가만있거라!”

 

 가주 팽호연이 노호성을 터트렸다. 평소에 막내딸에게만큼은 다정했던 그였기에 그의 화가 얼마나 큰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장녀 팽주령이 웬 사내를 쫓아가겠다며 집을 나갔을 때부터 하북팽가에는 불편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팽주령 덕분에, 팽가는 정말 초상집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황도에서부터 귀한 대접을 받으며 가마를 타고 본가로 돌아오던 팽주령의 시신의 상태 또한 말도 못 했다.

 

 황도에서부터 그녀의 주검을 싣고 오던 마차가 갑자기 불어난 강물의 둑이 터지는 바람에 전복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물속에서 여드레를 헤매고 난 뒤에 팽호연은 딸의 주검을 품에 안았다. 인근 어부에게 발견되어 돌아오게 된 것만으로도 복이라고 했다.

 

 하지만 살아생전에 그렇게나 곱던 여인은 가족조차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물에 불은 상태였다.

 

 “아버지. 소자, 감히 확신합니다.”

 

 팽후영은 아버지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가뜩이나 화가 난 아비 앞에서 그가 또다시 나서자 옆에서 이를 지켜보는 그의 어미와 팽소령은 발을 동동 굴렀다.

 

 “후영아! 제발 그런 소리 말아다오! 이 어미가 이렇게 부탁하마!”

 “······어머니. 이 모든 것은 꼭 필요로 한 일입니다.”

 

 타지에서 쥐약을 탄 물을 마셨다는 어이없는 딸의 죽음. 그리고 딸의 시신은 운반 도중의 사고로 팅팅 부어 아비 앞에 나타났다. 팽가를 뒤덮은 슬픔은 그 어느 때보다 침통한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 팽후영이 급기야 피폐해진 부모의 마음에 말뚝을 박았다.

 

 “애야! 그래도 그렇지, 저 불쌍한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렇게는 못 한다! 이 어미를 죽이고 내 몸부터 가르거라!”

 “어머니! 고정하세요!”

 

 어미는 딸의 시신이 놓인 관 위에 엎어져 눈물을 흘렸다. 팽소령은 그녀가 실신할까 노심초사하며 곁을 지켰다.

 

 “아무리 죽었어도 여인의 몸이다! 후영아, 어찌 시신에 칼을 댈 생각을 한단 말이더냐! 저 불쌍한 치는 다른 이도 아닌, 네 누이란 말이다!”

 

 곽삼호의 시신과 함께 귀가한 팽후영은 누이 팽주령의 시체를 확인해 봐야만 한다고 했다. 부검하자는 그의 주장에 죽은 자를 욕보이는 짓이라며 그의 어머니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어머니.”

 “후야! 어째서 네 누이에게 그렇게 잔인하게 구는 것이야! 어째서!”

 “······누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확인이 필요한 것입니다.”

 “제발, 제발 그러지 말아라! 후야, 어미가 이렇게 부탁한다! 흐윽!”

 

 팽후영도 결혼도 하지 않은 죽은 누이의 몸에 칼을 대자는 것이 커다란 불경임은 알았다. 하지만 팽후영은 어머니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완고하게 버텼다.

 

 “······누이를 호위했던 곽삼호 아저씨의 사인은 독살이었습니다.”

 “뭐, 뭐라! 네가 지금 무어라고-!”

 “호위무사의 죽음마저도 은폐하려던 황실입니다. 그들이 누이의 죽음에도 관여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아흐윽! 아들의 말에 놀라 경기를 일으키며 주저 앉은 어머니를 팽소령이 부축했다. 팽소령의 볼 위에도 눈물이 뚝뚝 흘렀다.

 

 “······둘 모두가 죽어버렸으니, 그 속을 꺼내 보지 않고서 저희가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흐윽! 후야!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이냐. 황태자가 약속하지 않았더냐-! 황실에서 대체, 우리 주령이를, 왜-!”

 

 어미는 곧 까무러쳐 하인과 함께 밖으로 옮겨졌다.

 

 팽호연은 뒷짐을 진 채로 한참을 말이 없었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만, 딸이 죽임을 당했다는 의혹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는 고통이었다.

 

 “아버지. 부디 누이의 검시를 허락해주십시오.”

 “…….”

 “소자, 말씀하신 대로 앞으로 발생할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게다가 딸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딸의 시체를 조사해야 한다니. 괴로운 사실은 아버지 팽호연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리게 했다.

 

 “······허락한다.”

 “크흑! 언니!”

 

 팽소령은 팽호연의 허락에 주먹을 물고서 울음을 삼켰다. 살아생전 그렇게도 곱던 언니가 죽어서까지 쉬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

 

 “이런 미친놈이? 정녕 맞아야 정신을 차릴 셈이야?!”

 

 잠에서 깨자마자 온 산채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 우현이 기겁하며 장익삼을 찾았다. 눈을 뜨자마자 곁에 있던 인형이 문제였다.

 

 “저따위 인형이 뭐라고! 지가 안고서 잠만 잘 자 놓고는! 이게 무슨 지랄이야, 그래?”

 “아, 아저씨! 정말 제가 안 가져다 놓았어요! 참말이에요!”

 “놔라! 내가 소피보러 간다는 말은 거짓말 같으냐? 당장 놓아라, 싸겠다. 이놈시키야!”

 “흐어어엉! 아저씨가 가져다 놓은 거죠? 장난을 저래 치면 어떻게요? 네? 흐어-!”

 

 우현은 딱밤을 여러 대 맞고도 장익삼의 팔을 놓지 않았다. 배뇨감이 극에 달한 장익삼이 우현을 때릴 듯 손을 허공으로 확 치켜들었다.

 

 “아오, 네놈을 그냥!”

 

 하지만 곧 눈물방울까지 달면서 공포에 질려있는 우현을 보고는 혀를 차며 손을 도로 내려놓았다.

 

 벌겋게 부은 이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작정 달려드는 것이 정말 인형이 무섭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래. 내가 미안하다. 응? 내가 가져다 놨다. 장난이 너무 심했네? 그러니까 우현아. 그만 이것 좀 놓아주겠니?”

 “역시 맞죠! 그런 거죠?! 이 멍청한 외팔이! 왜 이런 병신같은 장난을 쳐?!”

 “······그, 그래. 그러니 아저씨 소피 좀 보고 오마. 그러니까 이것 좀 놓고 여기 잠깐만 있거라.”

 

 장익삼은 굳은 얼굴 위에 억지 호선을 그려가며 우현을 달랬다. 장익삼의 자백을 들은 우현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는지 잡고 있던 장익삼의 소매를 놓아 주었다.

 

 “어휴! 저, 저 빌어먹을 녀석 같으니!”

 

 탓!

 

 자유를 되찾은 장익삼이 나무 위로 도약했다. 그의 신형이 우현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은 삽시간이었다.

 

 장익삼을 놓친 우현이 어어? 하며 고개를 쳐들고서 눈으로 그를 쫓았다. 어찌나 높은 곳으로 올라갔는지, 한참을 고개를 꺾어야만 했다.

 

 “아저씨-! 소피를 나무 위에서 보면 어찌합니까-!”

 

 삽시간에 멀어진 장익삼은 윤곽만 간신히 확인될 정도로 작은 점이 되어 있었다. 울창한 수목에 가려져 해를 등지고 있는 그를 놓칠세라 우현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움직였다.

 

 ‘어휴 저 시끄럽고 징그러운 놈! 으잉? 시간 봐라! 벌써 점심때가 되었잖아?’

 

 이른 아침에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해가 중천이었다. 그러자 장익삼은 갑자기 허기가 밀려왔다.

 

 우현의 인형 투정 때문에 놓친 시간이 반나절이었다. 아침은커녕, 점심을 먹어야 할 판이었다.

 

 “어디 보자. 들짐승보다는 새가 잡기 쉬우려나.”

 

 장익삼은 높다란 나무에 서서 주변을 살폈다. 요깃거리를 추적하는 눈이 날카로웠다.

 

 “아저씨-! 쉬 다 했어요? 안 나오는 건 아니죠? 빨리 내려오세요! 같이 있어요!”

 

 장익삼은 저 아래에서 들려오는 끊이지 않는 우현의 징징거림에 골이 다 아팠다. 저런 애가 아닌데, 대체 뭐가 무서워서 저러는지 도통 몰랐다.

 

 “좀 닥쳐라, 요놈아! 사냥감이 네놈 목소리 듣고 죄다 도망가겠다!”

 “예? 사냥은 무슨 사냥이에요! 배 안 고프니까 빨리 내려오기나 해요!”

 “어휴.”

 

 장익삼은 결연한 표정으로 왼팔을 들어 올렸다. 방향은 그가 도약한 나무에서 멀지 않은, 우현이 잠들어 있던 자리였다.

 

 우웅.

 장익삼의 손에서 정순한 내공이 담긴 은사가 길게 뻗어나갔다. 무척 가늘게 뽑아낸 그것은 얼핏 보면 빛줄기 같기도 했지만, 장익상의 손짓 한꺼번에 유려한 곡선을 틀며 앞으로 나아갔다. 촌부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되었다!”

 

 장익삼은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를 지었다. 은사가 정확히 우현이 자고 있던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고양이 인형에 닿았을 때였다. 그러자 인형이 그의 지시에 따라 몸이 두둥실 떴다.

 

 얼핏 보면 허공섭물 같은 모습이었으나,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은사를 이용한 인형극에 지나지 않았다.

 

 “아저씨?! 안 내려오고 뭐 해요, 거기서!”

 “우현아! 아저씨는 사냥 좀 다녀올 터이니 여기 있거라!”

 “아, 안돼! 배 안 고프대도 저 외팔이가-!”

 “뭐야?”

 “아, 아니에요! 아저씨! 가지 마세요! 아니다, 그럼 아저씨가 인형 가져가세요! 네?!”

 “난 네놈 같은 계집애 취향 없다.”

 

 장익삼은 몇 보 옆에 있는 나무로 빠르게 도약하며 몸을 날렸다. 원숭이처럼 휙휙 이동하는 그를 우현은 밑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정신없이 쫓아왔다.

 

 우현은 나무뿌리에 걸려 자빠져도 벌떡 일어나서는 장익삼에게 저를 두고 가지 말라며 소리 질렀다.

 

 “녀석아! 금방 올 테니 네놈은 새 친구랑 잠자코 기다리고 있거라!”

 “예? 새 친구라뇨?”

 “아까부터 네놈 왼쪽 어깨에 있는 녀석 말이다.”

 “히, 히익-!”

 

 털썩.

 

 장익삼은 제가 어깨 위로 올려놓은 인형을 보고는 기절해 넘어가는 우현을 보며 히히히히! 웃으면서 폴짝폴짝 뛰어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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