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빛나는 별이 되다.
프롤로그
왁자지껄 아이들 떠드는 소리 가득한 교실. 학부모의 날을 맞아 학부모 참관 수업 진행이 한창인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교실은, 평소보다 배로 시끄럽게 느껴진다. 앞에는 수업을 진행할 아이들의 담임 선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서 있고, 늘어선 책상에는 수십의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흘끔- 흘끔-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며 자신을 보러 와준 부모님을 찾는다. 뒤에 일렬로 늘어져 서 있는 학부모 중 몇몇은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확인하겠다는 듯, 날이 선 표정에 감시하는 태도로 선생을 쳐다보고, 다른 몇몇은 자신의 아이의 첫 초등학교 수업을 카메라로 녹화하기 바쁘다. 몇몇은 제대로 업무를 끝내지 못하고 왔는지,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와 계속해서 문자를 주고받는다. 뒤쪽의 어른 중에는 아이들의 부모뿐만 아니라, 할머니와 할아버지 혹은 유치원에 맡기기도 힘든 어린 동생들도 보인다.
이렇게 들떠 있는 분위기의 교실을 쭉- 살펴보는 누구든 간에 자연스레 시선이 머무는 곳은 교실 맨 앞의 한 벽을 차지하는 커다란 녹색 칠판. 그 위에는 흰 분필로 적은 ‘나의 장래희망’이라는 선생님의 글씨가 또렷하게 쓰여있다.
“자, 우리 사랑하는 1학년 7반 친구들~ 저번 시간에 우리 선생님과 함께 직업과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대해 배워보았지요?”
“네~!”
수업을 시작하는 밝고 높은 하이톤의 선생님 목소리. 그 소리에 아이들은 일제히 짜기라도 한 듯, 같은 대답을 하며 평소보다도 더욱 열심히,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자기의 장래희망을 멋진 그림으로 그려볼 거에요!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장래희망을 이야기해볼까요?”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동시에 손을 들며 ‘저요! 저요!’하고 외친다. 열정이 과한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한다.
그녀는 가장 앞에 앉아 열심히 손을 드는 한 아이를 지목해 이야기해보라고 말한다.
“선생님 저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요!”
“저는 의사요!”
“달리기 선수가 되고 싶어요!”
“피아니스트요!”
그 아이를 시작으로 신이 난 반 전체 아이들이 각자의 꿈을 말한다. 마냥 천진하고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뒤에서는 어른들이 열심히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들뜬 와중에도 유독 한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선생님께서 미리 나눠준 스케치북에 낙서만 하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아이를 눈치챈 선생님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유다시! 선생님이 아직 그림 그리라고 안 했는데?”
“…”
선생님의 호통 섞인 물음에도 유다시라고 불린 아이는 미동이 없다. 그저 손에서 펜을 놓고 잠시 가만히 있다가, 이내 이름을 불린 게 억울했는지, 발로 책상다리를 콩콩- 차고 만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던 선생님은 이내 고개를 숙여 다정한 투로 아이에게 묻는다.
“그럼 우리 다시는 장래희망이 뭐에요?”
“음… 가수요.”
“가수? 어떤 가수 말하는 거지? 막 발라드 부르면서 고음도 하고… 아니면 혼자 무대를 장악하는, 그러니까 박정현 같은 사람?”
갑자기 눈에 띄게 들떠 톤이 올라간 선생님의 목소리에 다시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빠르게 젖는다. 다시는 평소 소극적인 아이였기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관심을 받는 일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이어 잠시 머뭇거리던 다시가, 그 작은 입을 겨우 열어 작지만,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내뱉는다.
“그런 가수 말고요. 아이돌이요. 노래에 맞춰 춤도 추고 팬도 엄청 많고 무대에 서면 너무 멋있는 아이돌이요…”
“우와~ 다시는 그런 아이돌이 되고 싶구나? 정말 굉장히 멋진 꿈을 꾸고 있네요. 자, 우리 모두 다시의 꿈을 응원하면서 다시에게 박수~”
그녀의 말이 끝나자 일제히 들려오는 아이들의 박수 소리.
그 뒤를 이어 조그맣게 ‘쟤가 아이돌을 한다고?’, ‘그런데 아이돌이 뭐야?’ 같은 반 친구들의 말소리도 들려온다. 그 소리에 다시 고개를 숙이고 마는 다시.
“다시야, 우리 딸. 정말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학부모 참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다시의 작은 손을 꼭 잡은 엄마가 다정한 투로 아이에게 묻는다.
“응. 나는 커서 꼭 멋있는 아이돌이 될 거야!”
작지만 단호한 아이의 태도에 옆에서 걷던 엄마는 미소를 짓는다.
“그래, 알겠어. 그럼 다시야, 우리 같이 소원 빌까?”
“소원? 무슨 소원인데?”
소원이라는 말에 어린 다시의 눈이 반짝이며 빛난다. 그런 다시를 보며 손을 더욱 꼬옥- 잡는 엄마.
“음, 저기 떠 있는 별님한테 두 손을 모으고 마음속으로 소원을 비는 거야. 내가 가진 꿈이 이루어지게 해주세요-하고.”
“그럼 아이돌이 되게 해달라고 비는 거야?”
“그렇지? 우리 다시 꼭 아이돌이 되게 해주세요~”
그렇게 집에 와 누운 다시. 그날 밤 다시는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꿈속에서 별님을 붙잡고 계속해서 되뇌었다.
‘꼭 아이돌이 되게 해주세요.’
‘꼭이요, 꼭.’
‘별님처럼 빛나는 스타가 되게 해주세요.’
‘저도, 빛나는 별이 되게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