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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워킹홀리데이
작가 : 리에토라비타
작품등록일 : 2016.8.23

최근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의 한 이야기 입니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허구로 재구성하여 작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마지막 담배
작성일 : 16-10-21 04:32     조회 : 411     추천 : 0     분량 : 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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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강철)

 

 '쥐새끼 같은 년...'

 

 주연의 흔적을 따라 간 그 길의 끝은 절벽이었다. 하지만 강철은 알고 있었다. 눈치 빠른 주연에, 그저 수가 약한 수작일 뿐 이라는 것을. 빠르게 눈동자를 좌 우로 굴러간 뒤 무언가 생각 난 듯 멈칫하다 재빠르게 달려갔다.

 

 '숙소, 혜리가 묶여 있는 숙소!'

 

 주연이 비명소리를 들었던 것이 확실했다. 어설프게 강철을 절벽쪽으로 유인해 시간을 번 뒤, 숙소로 향했을게 분명했다. 더 빠르고 더 긴박하게 숙소를 향해 달렸다. 거철게 문을 열어 당길 필요가 없이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신발도 벗지 않은채 한 걸음씩 걸으며 주위를 살폈다. 예상대로 의자등에 묶여 있던 밧줄은 풀어져 있었고 혜리는 없었다.

 

 '아직 이 근처 어딘가에 있을거야!'

 

 방마다 문을 열어 확인을 했다. 옷장, 침대 밑 등 숨어있을 만한 공간은 모조리 다 열어 확인을 했지만 그 어디에 그 없었다. 다시 마당으로 뛰어나와 밖으로 향하다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보았다.

 

 '뒷 마당... !!'

 

 마당뒤로 달려가자 커다란 빨간 대야통 옆에 웅크리며 떨고 있는 주연과 혜리가 보였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듯 소리없는 웃음이 났다.

 

 

 강철 : 여기 있었어?

 

 

 주연과 혜리는무서움에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강철이 한 걸음씩 가까워 질 수록 주연은 비명을 질러댔다. 아무도 들을 수 없어서 아무런 의미없는 그 비명소리가 커질 수록 강철은 더 잔인하게 웃어댔다. 주연과 혜리의 앞에 서서 손목을 하나씩 낚아챘다. 강철에게 한 번 잡혀 본 혜리는 제대로 된 말도 하지 못하고 어버버거리며 격렬하게 저항을 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자꾸만 바닥에 주저 앉기를 여러번 하다 결국 강철의 힘에 의해 질질 끌려 속소 안으로 들어갔다.

 

 

 # 숙소 (거실)

 

 불과 한 시간 전과 같이 혜리는 그 자리에 꼭 같이 묶여 있었다. 악 소리조차 낼 힘이 없는 혜리는 온 몸이 축 늘어져 아까보다 더 세게 묶여있는 밧줄에 살이 쓸렸다. 하지만 그것조차 아픈 기색을 내 보일 수 없을 만큼 지쳐있던 혜리는 그냥 자신의 희망없는 상황과 처지를 받아 들였다. 쇼파에 앉아 주섬주섬 무언가를 뒤지던 강철이 노끈뭉치를 집어들다가 이내 혜리의 얼굴을 보더니 바닥에 굴러다니는 야구 방망이에 시선을 돌렸다. 잠시 노끈과 야구 방망이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가 싶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노끈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혜리에게 다가가 앞으로 축 쳐져있는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들고 뒤로 당기며, 혜리의 눈 앞에 노끈을 보여 흔들었다.

 

 

 강철 : 거봐, 그러니까 진작에 내가 하라는대로 했으면 서로 험한 꼴 안 보고 좋았잖아. 내가 얘기했지? 이 손바닥만한 섬에서 저 년이랑 무슨 호강을 해보겠다고 튀어, 튀기를..

 

 

 강철이 돌돌 말려져있는 노끈뭉치에서 조금씩 끈을 잡아 당겼다. 풀려 나오는 짙은 분홍색 노끈이 길어 질수록 혜리의 동공은 커지고 온 몸이 더 심하게 떨려왔다. 강철은 주저하지 않고 노끈으로 혜리의 목을 감았다. 목에 감은 끈에 힘을 더 주면 줄 수록 혜리의 케겍 거리는 소리는 거칠어졌다. 잠시 후 혜리의 검은 눈동자가 천장을 향해 위로 쏠려 흰자위만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온 몸이 축 쳐지고 고개 또한 앞으로 푹 숙여졌다. 뒤통수에서 비명소리가 불 분명한 발음으로 들려왔다. 땀을 흘리며 뒤를 돌아 보았다. 활짝 열린 방문 안에서 사지가 각 침대 모서리에 묶이고 입이 수건에 묶인 채 모든 상황을 바라보는 주연이 누워 있었다.

 

 

 # 회상 (주연)

 

 부모님의 부고를 들었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했다. 고등학교 2학년. 한창 감수성과 반항심이 절정일 나이.

 그날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여느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전7시 20분.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미지근한 방바닥에서 두꺼운 이불울 깐채 잠에서 깼다. 서울 한복판, 높은 고층 아파트들 사이에 숨겨져있듯 지어진 다세대주택. 그 중에서도 가장 아래층인 반 지하층이었다. 다행인건 주연이 쓰고 있는 2평 정도 되는 작은 방에는 한줄기 빛이 들어 온다는 점. 보안을 위해 설치 된 듯한 철망 사이를 타고 동 트는 푸르른 빛이 들어왔다. 주방에서는 웬일로 엄마의 칼질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가 요리를 하시는 건 실로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화목하고 부유했던 주연의 집은 꼭 일 년만에 다세대 주택 반지하 층으로 내려왔다. 평생을 중상위 집안에서 부유하지만 반듯하게 살아오신 부모님은 쓰러져가는 사업을 살려보고자 제2금융권에 손을 대면서부터 걷잡을 수 없는 빚에 시달려야만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밤늦게 또는 이른 새벽녘에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어둠속에서 얇은 문을 쿵쿵쿵 두드려댔고, 그걸로도 해결이 되지 않자, 한번은 주연의 학교까지 찾아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었다. 그런 탓에 주위에서 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대책없이 보증금이 적은 집으로 옮기고 옮기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술로 하루하루를 버텨 오신지 오래 되었다. 검은 정장의 사내들로 집 밖의 새벽 공포가 끝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공포와 한숨스러운 이 상황을 어머니에게 화풀이하기 일쑤였다. 새벽내내 전쟁같은 공포가 끝나는 시점은 아버지가 술에 골아 떨어질 때 였다. 어머니 역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에 그리고 아버지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늘 술로 풀었고 아버지가 잠이 들고 난 후에야 아버지가 드시던 남은 술로 고단함을 잊어 내셨다. 그런 과정속에서 자연스레 주연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런 어머니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손수 밥을 지어주신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어머니 : 밥 먹어라.

 

 

 방문 뒤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답없이 방문을 열어 좁디 좁은 부엌에 작은 상 앞에 앉았다. 계란 후라이 하나, 김치, 콩나물, 밥. 국 하나 없는 조촐한 밥상이었지만 아무말 없이 먹기 시작했다.

 

 

 주연 : 엄마, 콩나물 맛있다.

 

 엄마 : 그래 많이 먹어. 콩나물 냉장고에 더 있어. 저녁에 와서 먹어.

 

 주연 : 저녁에? 엄마 어디가게?

 

 엄마 : ......

 

 주연 : 엄마도 좀 먹어.

 

 엄마 : 됐어. 입맛없어. 너 많이 먹어 우리딸.

 

 

 '우리 딸'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오래간만인지...태어나면서 부터 줄곧 '우리 공주'로 불리웠던 주연이었다. 갑작스런 엄마의 애정에 순간 눈물이 글썽였지만, 괜히 엄마의 약한 가슴을 건드릴까 싶어 내색하지 않았다. 엄마 역시 주연과 같은 마음인지 흘낏흘낏 쳐다만 볼 뿐 주연의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안방 문 안으로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가 여간 시끄럽게 들렸지만, 오랜만에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긴 밥상 때문인지 개의치 않았다.

 교복을 입고 등교를 하려고 문을 나섰다.

 

 

 엄마 : 잠깐만.

 

 

 주연이 엄마를 빤히 쳐다 보았다. 엄마가 다가와서 주연을 꼭 끌어 안았다.

 

 

 엄마 : 잘 다녀와. 몸 조심해. 집에 불 켜고 있지 말고. 아저씨들 또 오면 집에 사람 없는 척 가만히 있어. 알았지?

 

 주연 : 응. 엄마 근데 어디가?

 

 엄마 : 안가. 얼른가 학교 늦겠다.

 

 

 묻는 주연을 억지로 돌려 세워 발걸음을 재촉시켰다. 살짝 뒤를 돌아보며 엄마에게 손 인사를 하는주연.

 등교하는 주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엄마는 소리없이 울었다.

 그것이 엄마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주연은 곧장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 댁으로 보내졌다. 주연네 사정을 다 알고 있는 친척들은 부모님의 장례식에 오는것도 꺼려 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의 눈에 띄면 누구든 타겟이 되어, 살 수 없도록 괴롭힌다는 것을 그간 엄마와 아버지가 돈 좀 빌려달라는 이유로 익히 들어왔다. 장례식이랄 것도 없이 순식간에 부모님은 한 줌의 재로. 주연의 품에 안겨졌다. 부모님의 유골함을 챙겨 얼마 있지 않은 조촐한 짐을 싸서 그날 밤, 부모님이 한 줌 재료 변한 그날 밤 할아버지가 계시는 강원도로 향했다. 할아버지 역시 그간 마음고생이 심하셨는지 많이 늙어 있었다. 몇 달 전 부모님과 소식이 오래도록 닿지 않아 서울에 오셨다 변을 당하신 할머니를 보내고, 얼마 안 있어 자식들까지 앞세워 보낸 할아버지. 그렇게 의좋고 다들 잘사는 형제들도 도와 줄 엄두가 나지 않는 금액으로 등을 돌리고 말았다.

 

 

 할아버지 : 우리 아가... 어쩌냐... 불쌍해서...

 

 

 주연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 드렸다. 할아버지의 손등 위로 포개진 주연의 손 위로 할아버지의 손이 한번더 올라왔다. 그리고 주연을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할아버지 : 주연아. 인제 할애비도 다 된거 같으다. 우리 주연이만 잘 살믄 난 이제 원이 없다.

 

 주연 : 할아버지... 왜 그런 말씀 하세요....

 

 할아버지 : 경찰에 신고 할거다. 느그 할머니 가고, 자식들도 가버리고 인제 나 가는것도 시간문제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진직 신고라도 할 것인데 내가 너무 멍청했다. 에효....

 

 

 할아버지의 말씀에 연신 눈물이 흘렀다. 다들 떠나고 할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난다면 정말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 앞섰다.

 

 

 할아버지 : 내일 아침 일찍 같이 나서자. 너는 여기 있으면 안된다. 그놈으 새끼들이 금새 찾아와 또 다 때려 부수고 할텐데... 여수에 보호센터 알아놨다. 아침 일찍 버스타고 가, 알겠지?

 

 주연 : 싫어... 싫어요 할아버지 나 안가고 할아버지랑 살래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 나도 그런다면 얼마나 좋겠냐. 그런데 안돼. 안돼 절대 안되지. 그놈들이 너 찾으면 또 어떻게 해코지 할지 몰라. 안돼. 가야해.

 

 

 할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고 서럽게 울어대는 주연의 뺨을 어루만져주는 할아버지.

 그렇게 할아버지와 주연은 서로에게 기댄채 한참을 울었다. 서러움이 복받쳐 계속 눈물이 났다. 진작 손을 썼더라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나빠지진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자신이 미성년자가 아니었다면 일이라도 해서 도움을 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푼돈이라도 조금 보태드렸다면 이렇게 한이 되진 않았을까. 무능력한 자신의 현실이 비참하고 싫었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잠결에 바라본 창문에는 아직 짙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벌써 나갈채비를 막 마친 참이었다.

 

 

 할아버지 : 일어나라.

 

 

 할아버지의 말씀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새벽까지 통곡하 듯 울어댄 탓인지 부은 눈은 좀처럼 잘 떠지지 않았다. 주섬주섬 가방을 메고 얇은 점퍼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머리맡에 놓아 두었던 엄마와 아버지의 유골함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 저것은 두고가. 들고 가봐야 뭣하겠냐. 짐만 되지.

 

 

 할아버지 말씀에 이미 붉어진 눈시울을 애써 몸을 돌려 감췄다.

 

 

 할아버지 : 그리고.. 아가.

 

 

 할아버지가 내민 통장 하나.

 

 

 할아버지 : 이 집 팔았다. 집이나 마나 다 헐어도 똥값인데, 다행이 여기다 골픈가 뭣인가 한다고 땅을 누가 샀어. 그렇게 이거라도 팔아서 조금이라도 갚아 볼라고 할때는 아무도 안 들여다 보더니만. 여기 이거 콧구멍 만한데 팔아서 얼마 안되긴 하지만, 그래도 가지고 있으면서 요긴하게 써라. 돈이 있어야 뭐라도 하든가 하지.

 

 주연 : 할아버지....

 

 할아버지 : 그리고 이거... 버스표 사고, 따듯한 밥이라도 사서 먹어. 우리 아가 밥도 못먹여 보내서 마음이 편치가 않다. 얼마 안돼. 미안하다, 평생 금이야 옥이야 길러놨는데, 밥도 못 먹이고 너 혼자 보내서. 몸 조심해라 아가.

 

 

 

 주연을 보낸 그날 밤 할아버지는 홀로 차가운 방에서 마지막 담배를 피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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