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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끝없는 굴레
작가 : 차은별
작품등록일 : 2020.8.22

'살려주세요'라는 단어에는 무수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무수한 의미들 중에 공통점은 오직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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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8-29 21:30     조회 : 260     추천 : 1     분량 : 5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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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은 카트를 끌며 수연의 뒤를 쫄쫄쫄 따라다닌다. 식용유, 간장, 밀가루, 각종 반찬거리들이 가득이다.

  “집에 간장 있잖아.”

  “진간장으로 사오라고 했는데 아저씨가 국간장으로 사왔잖아요.”

  “진간장하고 국간장하고 뭐가 다른데?”

  “쓰는 용도가 다르죠.”

  “그, 그런 거야?”

  수연이 태준을 안쓰럽게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집으로 돌아온 수연은 거울을 본다. 항상 긴 머리만 유지했는데. 짧은 머리가 어색하다. 그 모습에 태준이 이때다 싶어 다그친다.

  “것 봐. 단발로 자를 걸 후회하지?”

  “처음 쓰는 안경에 처음 해본 짧은 머리가 어색한 것뿐이에요.”

  “치! 이리와 봐. 핸드폰 쓰는 법 알려줄게.”

  수연은 폴짝 뛰어 태준의 옆에 앉는다. 어린애가 따로 없다.

  “자, 화면을 이렇게 옆으로 하면 다른 화면이 나오지. 여기 녹색 버튼을 살짝 누르면 이렇게 번호가 떠. 여기서 1번을 꾹 누르면…….”

  태준의 핸드폰이 울린다.

  “이렇게 나한테 전화가 오는 거야.”

  “우와!”

  수연은 눈을 빛낸다. 배우겠다는 열의가 대단하다.

  “그리고 여기 편지봉투 같은 거 보이지. 먼저 보낼 사람을 선택하고 자음, 모음을 누르면……. 자, ‘꼬맹이’라는 글자가 보이지. 그리고 전송을 누르면…….”

  태준의 핸드폰이 -띵동-소리를 낸다.

  “자, 봐. 나한테 이렇게 오지.”

  카메라, 인터넷, 카톡, 알람, 메모, 벨소리, 배경화면 등등을 알려준다.

  “와! 신기하다.”

  수연은 핸드폰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신기해한다. 그 모습을 태준은 안쓰럽게 본다.

 

 

  ‘나 우리 집에 가는 거 싫어서 그래요.’

 

 

  “얘기해 줘.”

  수연은 핸드폰을 가지고 뭔가를 꾹꾹 누르며 ‘뭘?’이라고 말한다. 태준은 핸드폰을 뺏는다.

  “우.”

  입이 대빨이나 나왔다.

  “성심성의껏 얘기해 줘.”

  수연은 안경을 벗는다.

  “아저씨. 우리가 얼마나 같이 지냈어요?”

  “거의 3개월 다 되가.”

  수연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나는 집이 이렇게 편한 곳인지 몰랐어요. 항상 무섭고 죽도록 힘들었거든요. 나에게 집은…… 그래요.”

  태준은 아무 말 없이 수연의 얘기를 듣는다.

  다시 그 눈이다, 슬픈 눈.

  “우리 아버지란 사람이 대체 아저씨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수연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 태준은 주방으로 걸음을 옮겨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가끔 아저씨 보면 너무 쓸쓸해 보여요. 나보다 더 슬퍼 보이고…….”

  “너는 사랑한 사람이 있었어? …… 나도 참. 어린 너한테 무슨 질문이 이러냐.”

  자신이 물어보고도 웃긴 건지 실소를 터트리며 중얼거린다.

  수연은 태준이 앉아있는 식탁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식탁 위에 있는 태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준다. 태준은 수연을 본다. 수연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살짝 미소를 짓는다. 머리가 복잡했는데 수연의 미소를 보니 근심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우리 어머니는 대장암이셨어. 국립암센터 대장암 일인자인 너희 아버지를 찾아갔어. 근데 어머니는 연세도 많으셨고 암 말기셨어. 그래도 모르니까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라도 해보자고 했는데 너희 아버지가 다 거부한 거야. 나에게 도움이 되는 환자가 아니라고……. 의사가 환자에게 도움이 돼야지 환자가 의사에게 도움이 돼야 해? 말이 안 되잖아. 나에겐 우리 어머니가 전부였어. 대학병원에서 추천해준 국립암센터 대장암 일인자가 그런 말을…….”

  태준은 그때의 일이 떠오르는지 입술을 깨문다. 눈에 눈물이 맺혀있다. 태준은 수연의 손을 꼭 잡는다. 수연은 아무 말 없이 태준을 본다.

  “사람들은 몰라. 이 세상에 혼자 남아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죽어서 더는 보지 못 할 사람의 심정을……. 그렇게 병원을 나온 어머니는 두 달 후에 돌아가셨어. 고통스럽게…… 안쓰럽게 혼자서…….”

  “!!!”

  수연은 입술을 막으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약이 필요했나봐. 약이 사방에 떨어져 있는 거야. 내가 있었어야 했는데 내가 바보같이 일을 나가버리는 바람에……. 내가 죽인 거나 마찬가진데 핑계 델 사람이 필요했나봐. 그게 너희 아버지였고……. 당신도 똑같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고통을 느껴보라는 거대한 핑곈데…….”

 

 

  ‘아주 재밌군. 히히히. 이 봐, 당신. 지금 내 말 듣고 있지. 10억? 웃기지 마. 멍청하게 납치 된 딸 구할 돈 없어. 있어도 안 줘. 당신 가족이 내 환자였나 보지? 그러니 저 멍청이를 납치했겠지. 살려주려면 살려주고 죽이려면 죽여. 난 상관없으니까. 크하하하하.’

 

 

  태준은 괴기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수연의 아버지가 떠오른다. 수연도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씁쓸하게 웃는다.

  “나는요…… 지금 여기가 너무 행복해요.”

  태준의 어머니가 꿈속에서 한 말이랑 똑같다.

 

 

  ‘엄마는 지금 여기가 너무 행복해.’

 

 

  “나는 죽으려고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은 적도 있고, 손목 긁고 죽으려고도 했고, 목매고 죽으려고도 했어요. 육체적으로는 아버지란 사람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어머니란 사람 때문에. 어머니는 전에 말했죠? 잘 나가는 법대 교수라고. 그런 어머니는 아버지가 세미나 간 사이에 다른 남자를 집에 데려와 잠자리를 하더라고요. 아버지란 사람과 함께 자는 그 침대에서……. 그게 제가 17살 때 얘기에요.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란 사람은 저를 안았어요. 제가 18살 때……. 그때부터 학교도, 친구도 잃어버렸어요. 아버지란 사람은 어머니가 학회나 세미나 가서 집에 안 계시는 날에는 항상 저를 안았죠. 그리고 그 관계가 끝나면 꼭 감금을 시켰어요. 못 도망가게……. 아저씨한테 납치당한 날에는 낮에 와서…….”

  태준은 울음을 참으며 말하는 수연을 안아준다. 그제야 수연이 소리를 내며 운다. 너무 서럽게……. 듣는 사람마저 눈물이 나게…….

  “미친 새끼. 개자식.”

  태준은 입술을 깨물며 욕을 한다.

  “미안해. 얘기하기 힘들었을 텐데…….”

  “아저씨. 나 여기가…… 너무 행복해요.”

  “여기 있어. 어디가지 말고 여기 꼭 있어. 아저씨가 옆에 있어줄게.”

  수연은 고개를 끄덕인다.

  “반드시…….”

 

 

  잔뜩 화난 얼굴의 아버지가 수연에게 다가온다. 수연은 무릎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수연의 아버지는 거칠게 수연의 머리를 잡아당겨 강제로 고개를 들게 한다.

  수연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함께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아버지는 강제로 자신의 입술을 맞춘다. 수연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반항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버지의 커다란 손. 얼굴이 완전 반대방향으로 돌아갔다. 입안에서 비릿한 맛이 느껴진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수연은 서둘러 입술을 닦는다.

  “더러운 년이 어디서 깨끗한 척이야!”

  그리고 수연을 눕혀 강제로 관계를 갖는다. 입술에 피가 터지도록 꽉 깨문다. 입술사이로 나오는 신음소리에 수연의 아버지의 허리 놀림은 빨라지고 강해져서 수연을 더 힘들게 했다.

 

 

  “아악! 하아, 하아.”

  꿈에서 깬 수연은 거친 숨을 몰아쉰다. 너무도 생생한 꿈. 잊고 싶은 순간들이 꿈속에서 다시 되살아났다.

  “씨발.”

  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무슨 일이야!”

  수연의 방문이 열리며 태준이 들어온다.

  “죽고 싶어. 정말…….”

  짧아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움켜쥐며 고개를 숙인다. 태준은 수연의 옆에 앉아 수연이 진정되길 기다린다.

  얼마 후, 깊은 숨소리가 들리며 수연이 고개를 든다.

  “미안해요, 아저씨.”

  “괜찮아.”

  “고마워요, 아저씨.”

  “다시 자. 옆에 있어 줄게.”

  수연은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그 모습을 본 태준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다시 문을 열고 수연의 방을 보니 수연이도 잠을 다 잔건지 벽에 머리를 기대고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닦아주고 싶었지만 지금 혼자 있는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문을 닫는다.

 

 

  저녁에 잠을 설쳐서인지 태준은 알람소리에도 침대에서 일어날 줄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밖이 조용하다. 문득 떠오르는 얼굴, 수연이.

  ‘알람이 울릴 때까지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깨우러 들어왔을 텐데…….’

  태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제 저녁 멍하니 앉아 있던 수연의 얼굴이 생각나 무작정 수연이의 방문을 확 소리 나게 연다. 가지런히 정리돼 있는 이불과 배게, 그리고 수연의 옷가지들. 태준은 불안해졌다.

 

 

  ‘죽고 싶어. 정말…….’

 

 

  수연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려 전화를 건다. 하지만 수연의 방에서 울리는 벨소리. 태준이 옷을 걸치고 문을 나가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수연이 들어온다.

  “아저씨 지금 나가게요? 밥도 안 먹었잖아요.”

  순진하게 말하는 수연의 모습에 태준은 뻥찐다.

  “너 지금 어디 갔다 와?”

  수연은 검은 봉지를 들어 보이며 말한다.

  “아저씨 된장찌개 좋아하잖아요. 어제 깜박하고 두부를 안 사와서 슈퍼에 잠깐…….”

  “그럼 핸드폰을 가지고 갔어야지!”

  수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두부를 자르며 말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다음부터는 잘 가지고 다닐게 화내지 말아요. 어서 씻으세요. 두부만 넣으면 아침 밥 다 준비 되니까.”

  씻고 식탁에 앉은 태준은 턱을 괴고 이것저것 꺼내는 수연을 멍하니 본다.

  어제 새벽에는 금방이라고 죽을 것처럼 자책하며 눈물을 흘리던 녀석이 오늘은 모자도, 안경도, 마스크도 안 쓰고 슈퍼를 다녀왔다.

  밥을 퍼 태준의 앞에 놓으며 빙긋 웃는다.

  “좋은 일 있냐?”

  태준이 퉁명스럽게 묻는다.

  ‘누군 지 때문에 잠도 설쳤는데…….’

  자신의 밥까지 다 푸고 태준의 맞은편에 앉는다.

  “아저씨. 나 말만 안하면 남자 같아요?”

  “슈퍼 아줌마가 그래?”

  “네.”

  수연이 해맑게 웃으며 말하자 태준이 퉁퉁거리며 냅다 소리를 지른다.

  “것 봐! 그러니까 내가 단발로 자르랬잖아!”

  수연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줌마는 내가 남자랑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을 거 아니야!”

  “오히려 여자랑 사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장가도 안 간 총각이.”

  태준은 눈을 굴리며 생각한다.

  “그, 그런가?”

  “바보. 아!”

  수연은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바닥을 마주친다.

  “맞다. 아줌마가 아저씨 중매 서주신대요.”

  “그 아줌마가 그 말을 실천에 옮기셨으면 아마 지금쯤 애 셋은 있을 거다.”

  “거짓말 친 거네? 난 괜히 좋아했네.”

  젓가락을 입에 물고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나 결혼하면 너 여기 못 있어.”

  “아!”

  중요한 걸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바보.”

 

 

  “다녀오세요.”

  “어디 나갈 때 핸드폰 챙기는 거 잊어버리지 마. 내가 불시에 전화할 테니까.”

  수연이 뽀로통하게 말한다.

  “알았어요. 몇 번을 말해요.”

  “토 달지 마.”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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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삼일 20-08-29 22:03
 
행볷한 소꼽 신혼 3개월.
아빠란 사람 그냥 두면 안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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