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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끝없는 굴레
작가 : 차은별
작품등록일 : 2020.8.22

'살려주세요'라는 단어에는 무수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무수한 의미들 중에 공통점은 오직 하나다.

 
선택- 3
작성일 : 20-08-29 21:26     조회 : 257     추천 : 1     분량 : 4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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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선생님. 요즘 연애하세요?”

  간호사의 말에 태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근데 여자 취향도 물어보시고, 자주 웃으시고, 너무 행복해 보이셔서 저희 간호사들은 연애하시는 줄 알았는데…….”

  “제가 그렇게 우울해 보였나요?”

  “조금?”

  간호사와 짧은 농담을 한다.

  그러다 문득 집에 혼자 있을 수연이 떠오른다. 수연이 나를 변하게 해준 것 같다. 매일 빈 집에 들어가면 깜깜하고 얘기할 사람도 없어 웃을 일도 없었는데 이젠 집에 들어가면 수연이 웃으면서 맞이해주고 얘기도 하고 심지어 밥도 해준다. 그래서 집에 가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오늘도 여느 때와 똑같이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수연은 어쩔 줄 몰라 한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 없으니까 편히 있어.’

 

 

  수연은 인터폰에 비친 사람을 본다. 모르는 사람이다. 다행히 금방 인터폰 화면이 꺼져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또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심장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 수연은 쥐죽은 듯 숨까지 꾹 참는다.

  이젠 초인종도 울리지 않는다. ‘다행이다’ 생각하며 의자에 앉아 한숨을 돌리는데 이번엔 전화기가 울린다. 또 다시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수연은 조심스레 전화를 받는다. 여차하면 끊어버리면 되니까…….

  “네.”

  -꼬맹이!

  “아저씨?”

  -너 왜 집에 있으면서 택배 안 받아.

  “택배요?”

  -그래.

  “몰랐어요. 택배를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아휴! 분명히 또 고개를 숙이고 있겠지?’

  -아냐. 괜찮아. 그리고 나 오늘 저녁모임이 있어서 밥 먹고 들어갈 거야. 기다리지 말고 밥 먹어.

  “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방으로 들어와 맨 바닥에 누워 새우처럼 몸을 웅크린다.

  “멍청이.”

 

 

  깜깜한 집안이 낯설다. 태준은 수연일 찾는다.

  “꼬맹이.”

  태준은 수연이 지내는 방문을 살짝 열어본다. 무릎을 안고 자는 수연을 보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아침까지 같이 있었던 수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많이 불안했다. 마치 한순간 꿈을 꾼 것 같았다. 수연과 지낸 그 짧은 시간들이…….

  태준은 한쪽에 얌전히 게워져있는 이불 위에 베개를 들어 조심스럽게 수연에게 베어주고 이불까지 덮어주려고 했는데 수연이 꿈틀거리며 눈을 뜬다.

  “아저씨? 아!”

  태준을 보곤 벌떡 일어난다.

  “뭘 그렇게 벌떡 일어나?”

  수연은 어색하게 웃는다. 태준은 수연의 앞에 뭔가를 내민다. 꽤 큰 상자다.

  “택배가 경비실에 맡겨 논 것.”

  수연은 고개를 끄덕인다.

  “안 봐?”

  “아저씨 것 아니에요?”

  “꼬맹이. 너 언제까지 내 옷 입을 거야? 내가 입을 옷이 없어.”

  태준이 장난스럽게 말한다. 수연은 택배 상자를 열어본다. 분홍색 트레이닝복.

  “아저씨. 고마워요.”

  “트레이닝복인데 뭐가 고마워?”

  “너무 예뻐요.”

  눈을 빛내며 고맙다고 말하는 수연을 보며 태준은 머쓱하면서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나 나갈게. 입어 봐.”

  수연은 고개를 끄덕인다.

  씻고 나온 태준은 분홍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앉아있는 수연을 본다.

  “아저씨. 나 어때요?”

  “분홍색이 잘 어울리네.”

  수연은 어린 아이처럼 좋아한다. 태준은 수연의 옆에 앉아 천천히 말한다.

  “내가 우리 집에 올 사람 없다고 한 말 기억나?”

  “네.”

  “이 세상에 내 피붙이는 단 한 명도 없어. 진짜 고아야.”

  아무 말 없이 태준을 본다.

  “내가 널 납치한 주제에 내 집에 편히 있으라고 한 게 내 욕심이었어?”

  “아뇨! 다만, 놀랐어요. 택배일거란 생각 정말 못했어요. 한번도 택배일 하는 사람을 못 봤거든요. 실제로든, TV로든…….”

  “TV로도? 그럼…….”

  “저는 택배도, 컴퓨터도, 핸드폰도 몰라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지금 지내고 있는 방처럼…….”

  수연은 생각하기도 싫은지 고개를 세차게 가로젓고는 빙긋 웃는다.

  “아저씨. 내일 쉬죠.”

  “응.”

  “그럼 저 미용실 좀 데려다 주세요.”

  “머리 자르게?”

  “네. 너무 귀찮아요. 샴푸도 많이 쓰고.”

  “샴푸 많이 써도 되니까 계속 길러.”

  “긴 머리도 질리고 이미지 좀 바꾸고 싶어요. 사람들이 날 못 알아보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가고 싶어요. 아저씨한테 장 봐오라고 하는 것도 미안하고, 빼먹은 것도 많고. 당장 필요한 것들도 있고 그래서요.”

  수연의 말에 태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가자.”

  수연도 웃는다. 점점 눈이 웃는다.

  -꼬르륵-

  태준은 수연의 배를 본다. 수연은 어색하게 웃는다.

  “너 밥 안 먹었어?”

  “아! 택배 때문에 놀라서…….”

  “그럼 너 내 전화 받고 바로 잔거야?”

  “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내가 차려줄게.”

  “아뇨. 괜찮아요.”

  “괜찮긴. 배고프면 잠도 안 와.”

  ‘실컷 자서 어차피 잠도 안 올 텐데…….’

  수연은 괜히 미안했다. 태준은 라면을 보이며 묻는다.

  “우리 라면 먹을까?”

  “이 시간예요?”

  “내일 얼굴 부어서 안 되나?”

  “아! 밥 먹고 들어오신다고 했잖아요.”

  “부실하게 먹었나 봐. 먹을 거지?”

  “제가 끓일게요.”

  “까불기는. 기다려.”

  수연은 자기를 무시하는 태준을 본다.

  “뭘 봐.”

  “아니에요.”

  수연은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꺼내는 태준의 뒷모습을 본다. 누군가 날 위해 이렇게 신경써준 사람은 없었다. 항상 혼자였다. 하지만 이젠 혼자가 아니다. 괜히 웃음이 나온다.

 

 

  “숏 커트로 해주세요.”

  “샴푸 많이 써도 되니까 단발로 하자. 그냥 단발로 해주세요.”

  “샴푸가 문제가 아니에요. 지금 머리도 귀찮아서 아예 짧게 자르는 게 나아요.”

  “그러는 게 어디 있어? 같이 사는 내가 남자 머리를 한 사람하고 살아야 해?”

  태준이 어린아이처럼 떼를 쓴다. 수연은 어린아이 타이르듯이 말한다.

  “내가 남자처럼 자른다는 게 아니잖아요. 여자 커트도 예쁜 거 많아요. 그죠.”

  수연은 뒤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점원에게 묻는다. 점원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벌써 20분 째 구시렁거리는 태준에게 이젠 부탁을 한다.

  “그만 자리에 앉아 기다려주세요. 네?”

  태준은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 앉는다.

  “남편 분이 굉장히 자상하시네요.”

  “네?”

  점원의 말에 수연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다행히 태준은 못 들은 듯하다.

  “아니에요. 친척 오빤데.”

  “어머. 죄송해요.”

  수연은 말없이 어색하게 웃는다.

  “짧은 커트로 잘라주세요.”

  “네.”

  -싹둑-소리에 긴 머리가 잘려 떨어진다.

  ‘다시 태어나는 거야, 한수연.’

  수연은 눈을 감는다. 태준은 그런 수연을 본다. 매일 보는 얼굴인데 오늘은 왠지 어색하다.

 

 

  “모자 벗으면 안 돼?”

  미용실에서 나온 수연은 서둘러 모자를 푹 눌러쓴다. 그 모습이 못마땅한 태준이 볼멘소리를 한다.

  “누가 나보고 우리 집에다 얘기하면 어떡해요.”

  “너 왕따였다며.”

  수연은 태준을 째려본다.

  “아는 사람이 없다 라고 했지 왕따라고는 안 했어요.”

  태준은 먼 곳을 쳐다보며 ‘그게 그거지’라며 구시렁거린다.

  “나 우리 집에 가는 거 싫어서 그래요.”

  “나중에 얘기해줘.”

  여전히 먼 곳을 쳐다보며 무심히 말한다. 수연은 작게 ‘응’이라고 대답한다. 태준은 미소를 지으며 수연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간다.

 

 

  “여기는 또 왜 왔어요?”

  손에 옷, 화장품 봉투가 들린 수연을 대신해 태준이 수연에게 이것저것 안경을 씌운다.

  “얼굴이 하야니까, 검은색.”

  그러면서 검은색 뿔테안경을 씌운다.

  “음. 너무 튄다. 갈색이…….”

  검은색 안경을 벗기고 갈색뿔테 안경을 씌우고 모자를 벗긴다.

  “어. 튀지도 않고 보기 딱 좋다.”

  “아저씨.”

  “옷, 화장품, 머리만으로는 이미지 변신 못해. 그래. 이걸로 하자. 야, 모자 안 써도 너인 거 모르겠다. 나도 아직은 어색하니까.”

  태준의 알 수 없는 말에 안경사는 수연을 본다. 안경을 사고 밖으로 나온 수연은 태준의 손에 들린 모자를 뺏으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리고 이번엔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수연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다. 자리에 앉자마자 얼굴을 가리기 바쁘다.

  태준은 많이 와 본 듯 이것저것 주문을 마친다.

  “꼬맹이. 고개 들어.”

  “모자 좀…….”

  “내가 분명히 말했지. 죄인처럼 고개 숙이지 말라고.”

  “아저씨.”

  “고개 들어.”

  수연은 주변 눈치 보기 바쁘다.

  “여기 너 아는 사람 없어. 걱정 마. 너인 거 정말 몰라보겠어, 진짜. 거짓말 아니야.”

  태준의 진심어린 말에 수연은 조금씩 고개를 든다. 사람 엄청 많다.

  “근데 여긴 어딘데 이렇게 사람이 많아요?”

  태준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한다.

  “패밀리 레스토랑.”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처음 보는 음식에 수연은 눈을 동그랗게 뜬다. 태준은 살짝 미소를 짓는다.

  “먹자.”

 

 

  “이거 예쁘지.”

  “핸드폰 바꿀 때 됐어요?”

  “네 거 보러 온 거야.”

  “핸드폰 쓸 줄도 모르고, 집에만 있는 사람이 무슨 핸드폰이에요.”

  “집에 없으면?”

  “…… 시간 정해놓고 나가면 되죠.”

  “사람 일이 뜻처럼 돼? 돌아오는 시간은 못 정하잖아. 신호등이 늦게 켜질 수도 있고…….”

  “되도록이면…….”

  “검정색 예쁘다. 어때?”

  수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하얀색.”

  태준은 수연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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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삼일 20-08-29 22:00
 
꼬맹이와 아저씨!
사랑을 하며는 예뻐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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