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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이' 곳에 행복 한가득
작가 : 레마
작품등록일 : 2020.8.16

의문도 모른채 이세계로 온 주인공.
원치도 않던 이세계로 온 주제에 옷 한 벌 없이 갑자기 서바이벌이 시작되는데....

안녕하세요. 레마입니다.
이번에 첫작품으로 '이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딱히 투고가 처음은 아니지만, 제대로 플롯과 설정을 짜고서 쓰는 작품으로서는 첫작품이에요^^;
제 소설이 대체적으로 설정과 임팩트보다는 등장인물간의 갈등, 해결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이번에 배경을 이세계로 잡았을 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이세계물과는 상당히 다를 거에요. 조금 스포하자면 주인공은 무능하니까요. ㅎㅎ
게다가 이 작품은 제가 동경하는 '동심'과 '평화'를 중점으로 분위기를 표현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치유물'이 그 의미 그대로 적용된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낚시아님)
그냥 항상 웃으면서 볼 수있는 치유되는 작품이라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2 - 치유의 마녀 -2
작성일 : 20-08-27 21:47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8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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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들이 지저귀는 푸른 숲속에서 통나무 위에 앉아 허공을 바라본다.

  그 모습은 가히 보석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고도 말할 수 있으리라.

  무표정의 무감정적으로 보이는 냉혈한 여기사.

  하지만 노력가이며 마음씨 따뜻한 17세의 소녀.

  서로 상반되는 호칭이지만 그 모두를 통틀어 여기사를 지칭한다.

  푸른 하늘에서 새가 날아온다.

  참새와도 같은 작은 크기의 새는 곧바로 날아와 여기사의 손가락 위에 앉는다.

  새와 같은 외견을 가지고 있지만, 나무 목재와도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는, 어떻게 보더라도 조각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새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 조각품에 여기사는 코를 가져다 대며 작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현재 남성은 ‘세상의 끝자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움직이죠.”

  여기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새를 다시 하늘로 날려 보냈다.

  그녀는 무표정이지만 비교적 감성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소녀다.

  사람을 돕고, 그것에 아무런 보답이 없을지라도 전력을 다한다.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게 만드는 단 하나의 감정, 행복이다.

  그 누구에게나 행복을 전달하고 싶었기에 여기사는 기사를 하는 것이고, 그 힘을 이용해 행복이 부족한 사람에게 미소를 전달한다.

  누구나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그렇기에 여기사를 보좌하는 병사들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었고, 그 권리를 이용하여 밤새 필라 마을에서 먹고 마시며 여기사를 숲속에 방치한 것도 어떻게 보면 자신의 권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렇기에 여기사는 그들을 책망하지 않는다.

  “저...대장님. 그럼 슬슬 일어나도 될까요?”

  여기사는 무릎 꿇고 앉아있는 중년 병사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일과 마음은 언제나 하나라는 보장은 없다.

  여기사도 빨리 출발하여 한시라도 남성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자신은 밤새 장작을 피우고 최소한의 식사만 하며 쓸쓸하게 혼자서 밤을 보냈는데, 자신을 제외한 동료들이 모두 편하게 먹고 마셨다는 소리에 괘씸하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출발해야 한다.

  여기사는 자신의 잘못으로 남성을 숲속에 방생했다.

  그 잘못도 있어, 더 이상의 실수로 남성을 위험에 빠트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병사 넷을 차례로 쳐다본다.

  중년 병사 ‘드라고’는 병사들 사이에서도 으뜸가는 경력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가장 믿음이 가는 부하다. 그렇기에 가장 책임감을 느끼고 여기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마르고 안경을 쓴 병사 ‘우루’는 똑똑해서 그 지식으로 여러 임무를 쉽게 수행한 적이 있는 병사다. 그래서 지식욕과 같은 자존심이 있었기에 여기사의 앞에서도 언제나 당당한 모습이다.

  즉,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뜻이다.

  외모가 단정치 못하고 불량해 보이는 병사 ‘하니스’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정찰에 특화된 병사다. 하지만 의외로 동료애가 가장 많은 축에 속하기도 했기에 여기사를 위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가져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막내 병사 ‘푸케’는 병사가 된 직후의 신참 병사다. 그렇기에 실력도, 그렇다 할 장점도 없는 병사지만, 열정과 체력만큼은 아주 좋았기에 당당히 기사단의 일원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그들 하나하나가 각자의 역할을 맡으며 여기사에게 도움을 주는 소중한 부하들이다.

  이번 남성 찾는 임무도 어떻게 보면 오해에 비롯한 여기사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임무가 아닌가.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도심으로 복귀해서 모두가 휴가를 만끽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다 같이 따라와 남성 수색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여기사는 모두를 용서하기 위해 다시 한번 모두의 얼굴을 훑어봤다.

  “...”

  우루를 제외한 모두는 크게 반성하는 얼굴을 가지고 여기사와 시선을 맞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을 제외하고 놀러 갔다는 사실만큼은 쉽게 용서가 되지 않았다.

  “일어나지 않아도 이동할 수는 있지 않나요?”

  그것이 여기사가 내린 결론이었다.

  당연히 모두의 얼굴에는 물음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사는 점점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어디서 보더라도 깔끔하고 바른 자세의 걸음걸이, 꼿꼿이 선 목선 등 그녀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태도 그대로인 상태로 눈만 내려 병사들을 쳐다본다면, 그 순간 병사들 입장에서는 강한 질책이며 무거운 압력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무릎으로 걸으면 되잖아요.”

  자신들을 향해 내리꽂는 시선과 청천벽력과도 같은 명령에 병사들의 얼굴에서 점점 핏기가 사라지고 만다.

  보통이라면 농담이라며 웃어넘길 수 있을 만한 상황이다.

  문제는 그 상대가 여기사다.

  평소에 농담 한번 하지 않아, 병사들이 머리를 모아 장난을 걸어야만 조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는, 화술이 극적으로 최하위권인 사람이다.

  병사들은 여기사의 표정을 보고 농담이라고는 절대로 생각지 못했다.

  “...가자 얘들아.”

  중년 병사 드라고가 다른 병사들을 향해 작게 말한다.

  여기사를 놀려 벌거숭이 남성을 찾게끔 한 전적도 있으며, 마을에서 제일 신나게 술을 퍼 마셔가지고 아직도 몸에서 술 냄새가 빠지지도 않았다.

  죄가 가장 많은 드라고는 여기사의 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없었다.

  그렇게 우루를 제외한 남은 셋은 천천히 무릎으로 전진했다.

  하지만 일반 길바닥이면 모를까, 바닥에 나뭇가지나 돌 등, 돌출된 게 많았기 때문에 병사들의 얼굴에는 고통보다 놀람이 앞섰다.

  그 표정이 될 때까지 열 발자국.

  이대로 탐색을 해야 된다는 미래가 놀랍고 신기한 지경에 이르렀다.

  다르고는 생각한다.

  임무 중에 모두가 죽을 위험에 놓였을 때, 전멸을 막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희생을 하여만 한다.

  대장인 여기사의 마음을 돌리기에 희생하면 가장 효율이 좋은 병사를 찾는다.

  다르고 자신은 아내와 딸이 있어 희생할 수는 없다, 라고 자신을 제외한다.

  하니스는 정찰을 위해 몸에 문제가 있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또 제외한다.

  푸케는 아직 날개를 못다 펼친 아기새와 같은 존재다.

  그럼 남은 하나가 희생양이 된다.

  “우루. 대장님에게 몇 대 맞고 와라.”

  “네? 저 괴물에게 맞으라고요? 차라리 드래곤 입속에 들어갔나 나오는 게 생존율 높겠는데요?”

  “대장님에게 괴물이 뭐야. 그리고, 넌 마을에서 도박해서 벌기까지 했잖아. 그걸 치료비라고 생각해서 몇 대만 맞아.”

  “그렇게 말한다면 부대장님은 술집에서 난리 부려서 쫓겨났잖아요. 우리 기사단 평판 깎아 먹어서 가장 속죄해야 하는 건 부대장님 아니에요?”

  “좋아. 대장님에게 맞기 전에 내가 단련 좀 시켜줄게.”

  다르고가 혼자만 뒤에 있던 우루에게 달려들기 전, 옆에 있던 하니스가 급하게 그의 팔을 잡았다.

  삐져서 혼자 앞장서 간 줄 알았던 여기사가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병사들의 모습을 본 여기사는 고개를 살짝 기웃거리며 의문을 떠올렸다.

  “왜 우루만 뒤에...아니 모두 왜 앞으로 나와 있는 거예요?”

  병사들은 멍하니 여기사를 쳐다봤다.

  그 표정은 같은 기사단으로써 여러 임무를 수행한 병사들이 유일하다시피 알고 있는 표정.

  정말 순수하게 그 의미를 모를 때의 표정이었다.

  “저...대장님이 무릎으로 걸으라 하셔서...”

  “당연히 농담이죠. 여러분들이 자주 저를 놀리시니까 저도 한번 농담해 본 거예요.”

  말하는 동안 여기사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아직도 의문인 것이다.

  누구든 알아들을 법한 농담을 한 건데 왜 따르고 있는 건지, 설마 따른 것도 여기사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병사들의 머리가 일제히 바닥에 박힐 정도의 충격이었다.

  그 장난이라고는 하나도 할 줄 모르던 여기사가 드디어 병사들에게 농담을 한 것이다.

  모두들 슬슬 피어오르는 미소를 숨기기 위해 손으로 입을 막기까지 했다.

  “아직 여러분을 용서한 건 아니지만, 슬슬 작전설명에 들어가겠습니다.”

  여기사에게는 병사들의 의미 모를 행동은 벌써 익숙해져 있었다.

  그 행동이 자신을 귀여워 해주는 것이라고는 꿈에도 모른 채로 말이다.

  막내인 푸케조차 20살이 넘는다.

  이 중 가장 나이가 적은 여기사는 임무에서는 대장으로서 활약하지만, 일상에서는 기사단의 딸이자 여동생으로서 귀여움받고 있다.

  병사들은 모두 일어서 여기사가 가져온 지도를 살폈다.

  상당히 먼 임무 지역까지 간략하게 표시한 지도기 때문에 자세한 지형은 나와 있지 않지만, 지금 그들이 있는 숲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어제부터 제 사역마를 이용해서 파악한 바로는 남성이 관측된 장소는 총 세 군데입니다.”

  여기사는 설명하며 지도에 작은 돌 3개를 올려두었다.

  “하나는 이곳, 또 하나는 밤에 장작을 피운 곳. 또 하나는 이곳에서 발견한 신발을 만든 흔적과 비슷한 흔적이 있는 곳입니다.”

  “현재 남성이 있는 곳은 발견되지 않은 겁니까?”

  “네, 발견하지 못했어요. 애초에 현재 이동경로가 계속 틀어져 있어 예측하기도 쉽지 않아요.”

  여기사가 지도 위에 올려놓은 돌 3개는 서로 선을 잇는다면 정삼각형이 될 정도로 남성의 진행경로는 상당히 급격했다.

  게다가 울창한 나무로 인해 하늘을 보기 힘든 숲에서, 아무리 공중에서 찾는다 하더라도 인물을 찾기에는 많은 장애가 있다.

  “하지만 북쪽을 향해 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죠. 세상의 끝자락으로 말이에요.”

  “그곳에 마을은커녕 사람 하나 살지 않을 텐데요.”

  “그러니까 빨리 찾아야 한다는 거잖아. 지금 이동경로 봐라, 자기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막 걷기만 하는 멍청인데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아?”

  “게다가 운도 없지, 걷는 곳이 남쪽이라면 도심으로 가는 길이 나올 텐데 하필 계속 북쪽으로만 가고 있네.”

  병사들은 모두 고개를 저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찾고도 꿀밤 정도 먹여준 후였다.

  하지만 병사들은 남성의 첫인상부터 알몸이었다는 것에 평범함을 느끼지 못했고, 마치 그들과 술래잡기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튄다.

  병사들도 나름 기사단에 속해 자신만의 ‘정의’란 것이 존재했고, 그 정의로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지금 여기사가 붙들고 임무라고 명령하지 않았으면 진작에 내팽개쳤을 임무.

  그 정도로 병사들은 남성을 포기한 상태다.

  “그렇다면 저희가 먼저 북쪽으로 향하죠.”

  고민한 후에 나온 대장의 명령, 그 명령에 반대하는 인원은 없었다.

  “그리고 주변에 모닥불을 피워 유인하겠습니다. 그럼 남성도 저희를 일부러 피하는 게 아니라면 인기척 때문에 다가오겠죠.”

  “예!”

  병사들은 모두 기합처럼 대답하며 마음을 다시 잡았다.

  오합지졸처럼 보이는 기사단.

  그들을 보면 누구나 그 실력을 의심할 정도로 단정치 못한 외견이지만, 명성을 점점 쌓아 올려 결과로 증명하는 기사단.

  여기사, 페리아 솔란트가 이끄는 솔란트 기사단이다.

 

  이 세계에 온 후로부터 점점 시간 감각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다.

  현실이었다면 분 단위로 무언가를 하며 정해진 시간에 밥 먹고, 쉬고 할 텐데, 이곳에서는 그런 건 없고 무조건 걷는 것뿐이다.

  즉, 이 세계에 도착해서 한 것이라고는 걷는 것밖에 하지 않았다.

  “다리 아파.”

  체력이 문제가 아니다.

  라임이와 작은 늑대와 함께 식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체력은 어느 정도 충전이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나는 근육량이 부족한 몸이다.

  평소에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아, 밖에 나돌아 당기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다리 근육이 부족했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비명을 지르며 쉬는 것을 권장한다.

  그래도 이 이기적인 녀석들의 말을 들으면 내 목숨이 위험하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라임이와 작은 늑대의 안내로 도착하는 곳까지는 힘내기로 했다.

  “뀨!”

  “왕!”

  내 앞에서 천천히, 나의 걸음걸이에 맞춰 속도를 내던 둘이 갑자기 앞으로 뛰어간다.

  그렇게 뛰면 난 못 따라가는데 말이지.

  그래도 가끔씩 뒤돌아서 나를 바라보는 것을 보면, 재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아픈 다리를 이끌고 조금은 뛰어보았다.

  다행히 둘의 달리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숲속에서 10분을 달렸다면 상당히 달린 것 같지만, 뭐,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시간 감각이 없어지고 있으니 그리 신경 쓰진 않았다.

  라임이와 작은 늑대는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본다.

  처음에는 왜 나를 보고 있는 거냐고, 가던 길 가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 둘이 서 있는 곳이 평소의 숲에서 보던 광경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빛이 별로 들어오지 않는 숲에 눈부신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다리가 아픈 것도 있고 전력으로 달려 빛으로 향했다.

  ...근데 이세계에서 이세계로 간다면 현실인가?

  “드디어 밖...”

  너무 신나서 전력으로 달리다가 마지막에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대로 바닥에 쭉 미끄러져, 망토처럼 몸에 두르고 있던 모포도 놓치고 만다.

  하지만 별로 아프지는 않았다.

  바닥에 손을 짚으며 일어나면서 푹신함이 느껴질 정도로 그곳은 꽃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푹신하면 라임이와 작은 늑대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고 있을까.

  꽃들만 해도 온갖 힘든 일, 마음이 모두 치유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나무 열매가 잔뜩 걸려있는 나무, 아담한 사이즈의 작은 강.

  게다가 작지만 훌륭하게 세워져 있는 오두막까지 있었다.

  이곳은 환상 그 자체였다.

  노후에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는 것으로, 인생의 마지막을 치유하며 보내고 싶은 사람은 많을 것이다.

  내가 그중 하나였기에 어느 정도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상상에 현실을 배제해 본 적은 없다. 전기, 시장, 교통 이런 것들도 어느 정도 생각은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만일 그것들을 모두 없애고 세상에 혼자 살아가고 싶다면, 이곳은 그런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상향일 것이다.

  “물이다!”

  나는 일단 곧바로 강으로 달렸다.

  아무리 과일로 수분을 보급했다고는 하지만, 태양 아래에서 오로지 걷기만 했기에 목은 항상 말라왔다.

  이제 주변의 눈 같은 건 의미가 없다.

  모포 한 장만 걸치고 나뭇잎으로 신발을 신어보면 내 마음이 이해가 갈 것이다. 이미 수치란 건 안드로메다에 떠나보낸 후다.

  강까지 달려가 수면에 얼굴을 박는다.

  강바닥이 보일 정도로 깨끗한 물이라고 감탄할 겨를도 없었다.

  애초에 그 강이 흙탕물이었더라도... 그 정도라면 조금 고민했겠지만 그대로 마셨겠지.

  덤으로 땀을 흘렸기에 내친김에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가만히 서 있다면 내 허벅지 정도까지밖에 안 될 정도로 얕은 강이다.

  그래도 어딘가와 연결이 되어 있는지 물고기도 제대로 서식하고 있다.

  지금의 나에게는 이곳은 이상향이었다.

  마을 따위는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 눈앞에 그토록 원했던 물, 고기, 과일 게다가 집까지 훌륭하게 다 갖춰져 있는데, 이곳을 버리고 마을을 찾으러, 그것도 어딨는지 모를 인기척을 찾으러 다닌다고?

  일단 이곳에 한 2년 정도 살다가 불편함이 생기면 그때 찾아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내 진짜 집을 찾기 위한 여행 따윈 머릿속에 없었다.

  너무나도 행복했다.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숲속에서 걷기만 하는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나에게 다가온 라임이를 들어다가 강에다 던졌다.

  “하하하! 아무것도 못 하지!”

  너무 행복해서 정신을 놨다.

  “뀨...우”

  내 예상처럼 라임이는 물 위에 떴다.

  내가 다리로 일으킨 작은 파도에 라임이는 둥둥 떠다닌다.

  촉수로 수영하며 내 쪽으로 다가오고는 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느렸기 때문에 내 쪽에서 라임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예상대로 얻어맞았다.

  그럼에도 행복했다.

  라임이를 데리고 다시 꽃밭으로 올라가 그 위에 눕는다.

  “라임아 고맙다.”

  라임이를 내 배 위에 올려두며 감사의 인사를 한다.

  “너도 고마워.”

  그리고 옆에 다가온 작은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내 힘으로는 그 숲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결국에는 이 둘이 나를 구해준 것이다.

  “뀨!”

  라임이도 내 배 위에서 살짝 통통 튀며 긍정한다. 나에게 감사 인사를 한 것일까.

  지금까지 감사의 인사라고는 게임상의 협력플레이 후에 간단한 인사로 나누는 인사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더욱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은데 그 말과 방법을 알지 못한 게 한일 정도로, 라임이에게는 너무나도 감사했다.

  그렇다면 그만큼 채워질 정도로 감사라는 말을 계속하는 수밖에.

  하늘을 보았다.

  지금까지 울창한 나뭇잎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던 하늘이 이렇게나 넓게 보인다.

  손만 뻗으면 금방 하늘에 닿을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까와는 다르게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범죄자부터 시작하는, 바닥에서부터 올라가 성장하는 그런 게임인 줄만 알았다.

  설마 그 바닥이 정말 인생의 바닥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조금은 기어올랐다.

  게임으로 치면 아직 튜토리얼도 끝내지 않은 느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힘으로 직접 이룬 아주 큰 한 발짝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여운을 잠시 만끽하고자 눈을 감고 누웠다.

  “...저기...누구세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설마하니 내 환청일 가능성도 없진 않으니, 일단 고개만 돌려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여성이 있었다.

  “오! 사람!”

  오두막이 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한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풍부한 자원에 그것을 잊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것들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을 잊고야 말았다.

  ...자리에서 당당하게 일어서면 안 됐다.

  “꺄악!!!”

  이 세계에 관한 것들을 밤낮 구분하지 않고 물어보려 여성에게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웬일. 여성이 갑자기 소리지르며 고개를 돌리는 게 아닌가.

  비명을 지르니 난 일단 멈춰 서서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뒤를 쳐다보았다.

  나를 향해 따라오던 라임이와 작은 늑대가 있을 뿐이었다.

  설마 이들을 무서워하는 것일까.

  ...나도 가끔 아쉬운 내 지능에 화가 날 때가 많다.

  “저기 무슨...”

  “왜,왜..왜! 옷을 입지 않으신 거예요? 먼저 옷을 입어주세요!”

  그때 느꼈다.

  두 번이나, 그것도 같은 남자도 아닌 여성에게 알몸을 보여주고 말았다.

  어떻게든 살아가며 행복을 찾는 게 내 신조인데, 그것도 무시할 정도로 강한 자죄감이 날 압박한다.

  ...죄송합니다. 이대로 조용히 어딘가에서 죽고 올게요. 아, 죽으면 다시 못 오는 구나. 하하하.

  난 마치 세상 종말을 깨달은 것처럼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을 하며 허공을 바라본다.

  내 인생 끝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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