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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골든게이트 키퍼
작가 : 폴라로이드
작품등록일 : 2020.8.12

현계와 이계를 잇는 골든게이트를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전쟁

 
제 11화 남자 그리고 여자
작성일 : 20-08-27 16:59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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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버스 안 -

 

 박지혜가 버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혜는 지나가는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한다. 꽃다발을 들고 있는 남자. 스마트 폰을 보며 걷는 남학생. 떨어지는 은행잎. 번쩍이는 네온사인. 뛰어가며 택시를 잡는 아가씨. 강아지 목줄을 잡고 걷는 아줌마. 욕을 날리는 여학생. 팔짱을 낀 채 함박웃음을 터트리는 연인.

 

 ‘외로워.’

 

 따뜻해 보이는 연인을 보자 지혜의 마음은 시렸다.

 

 ‘이제껏 사랑한 번 못해 봤네.’

 

 학창시절부터 학교 집 발레, 학교 집 발레만 시계추처럼 왕복해 왔다. 남자를 사귈 여건이 되지 않았다. 발레리노들은 동료일 뿐, 서로의 몸이 닿아도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스물다섯이 되는 동안 연애다운 연애를 한번 못해봤다는 게 속상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동잎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 날 너무 정신없이 헤어지는 바람에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찬바람이 불고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이 늦은 가을에 그 사람이 자꾸 생각났다. 지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혜의 입김이 창문에 번졌다가 사라졌다.

 

 ‘어떤 향기일까?’

 

 남자가 든 꽃다발의 향기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지혜는 향기를 상상하며 눈을 감았다.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지혜는 눈을 떴다. 술 취한 남자가 지혜 옆에 위태롭게 서있었다. 버스의 진동에 남자는 쓰나미에 휩쓸린 사람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댔다. 남자의 배가 지혜의 어깨에 살짝 살짝 부딪혔다.

 

 “에이, 씨X. X같네. 개 같은 세상이다. 개 같은 세상이야.”

 

 남자의 거친 말에 깃털 같은 지혜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이 상황을 빨리 피하고만 싶었다.

 

 남자는 노골적으로 배를 지혜에게로 죽 내밀고 입김을 훅훅 불었다. 지혜는 눈을 꽉 감았다. 그때 단단한 손이 남자의 목덜미를 잡아 뒤로 당겼다.

 

 “아아아.”

 “아저씨. 술 너무 많이 드셨어요. 많이 피곤하시고 힘드실 텐데 여기 앉으셔서 조용히 집에 들어가세요.”

 

 오동잎이었다. 오동잎은 남자를 반대편 의자에 밀어 넣었다, 오동잎의 손힘을 느낀 남자는 못이기는 척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지혜는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제가 말씀드렸죠. 서비스가 확실하다고.”

 

 지혜는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 지혜집으로 가는 길 -

 

 오동잎과 지혜는 나란히 걸었다. 낙엽이 한 잎 두 잎 처량하게 떨어졌지만 지혜는 외롭지 않았다.

 

 “놀랬어요. 동잎씨가 버스에 탔을 줄은.”

 “대리 뛰고 가는 길이었어요.”

 “대리 운전도 하세요?”

 “그럼요. 우리 동네 머슴이잖아요. 티코 타봤어요?”

 “티코요?”

 “아, 모르시는구나. 옛날에 나온 국민차 있어요. 진짜 장난감 크기 비슷한.”

 

 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술 먹으면 저에게 대리를 맡기는 티코 차주분이 계시거든요. 그런데 이 분이 덩치가 코끼리 만해요. 그거 알죠. 서커스 보면 조그만 상자에 몸을 막 구겨 넣는 거요.”

 

 지혜는 더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분 매일 그 서커스를 해요. 차 탈 때마다 온 몸을 구겨서 넣는데 그게 들어가는 신기해요. 묘기라기보다 마술 같아요. 그 분 전화 오면 열일 제쳐두고 갑니다. 그 신나는 일을 남한테 양보할 수 없죠. 배가 핸들에 꽉 끼이는데 어떻게 운전하는지 모르겠어요.”

 “차가 가는 게 더 신기한데요.”

 

 지혜의 한 수 거든 말에 오동잎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맞아요. 그래서 오르막길은 못 올라가요. 아 맞다. 한 번은 과속 방지턱에 걸려서 멈춘 일도 있어요.”

 “에이? 설마요.”

 “어어. 안 믿네. 진짜예요. 그래서 다시 내려서 탔다니까요. CCTV에도 찍혔어요. 조만간 유튜브에 올라오지 싶어요.”

 

 가벼운 대화에 긴장이 풀린 지혜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일을 다양하게 많이 하시네요.”

 “우리동네 머슴이잖아요. 언제든 전화만 하세요. 제 번호 가지고 계시죠?”

 

 지혜는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2번을 꾹 눌렀다. 오동잎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와우. 기억하시고 계시네요.”

 “그때 고맙다는 인사를 못했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오늘도 고마워요.”

 “서비스를 잊지 않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

 

 오동잎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가까스로 입을 뗐다.

 

 “보람이죠.”

 “오른팔 주식회사를 만나길 잘했네요. 오동잎씨를 소개시켜주고.”

 “그 회사 참 감사하네요.”

 

 둘은 어느새 지혜가 사는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제가 식사 대접 한번 해드리고 싶어요. 감사해서요.”

 “언제든 전화만 주십시오.”

 

 

 ⁎ ⁎ ⁎

 

 - 안전 가옥 -

 

 지하 훈련장. 각종 훈련기구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검이나 도끼와 같은 평범한 무기에서부터 부메랑, 표창, 또는 갈고리 달린 채찍 같은 특이한 무기들까지 없는 게 없었다.

 서원은 땀으로 흠뻑 젖은 민소매 티 한 장 걸친 채 정권 지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가 주먹을 한 번 내지를 때마다 공기가 터져 나왔다.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흘러 넘쳤다. 얼마간의 정권 지르기가 끝난 후 서원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수천의 아귀들이 자기를 뜯어 먹으려 달려들었다.

 

 “헛!”

 

 짧은 기합과 함께 그 무리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녀는 가상의 적들을 파괴해 나갔다. 그녀를 감싸고 있던 대기가 일순간에 비틀렸다.

 

 ‘가투칸의 제자.’

 

 서원의 다섯 손가락은 쇠갈고리가 되고 그녀의 발은 쇠망치가 되어 적을 찢고 바스러뜨렸다. 삽시간에 적은 괴멸하였고 서원은 시체 더미 위에 홀로 서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뜨끈한 입김이 세어 나왔다.

 

 서원은 가옥의 옥상에 걸터앉아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로등 사이로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오른손에는 꽃다발 왼손엔 검은 봉지가 들려있었다. 남자가 이수현임을 서원은 한 눈에 알아봤다. 서원은 멀뚱히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대문 앞에서 수현은 멈칫했다. 벨을 누르려는 손이 몇 번이고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들어 올려면 들어 오구 그냥 갈려면 가시구려.”

 

  서원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한마디 내 뱉었다.

 

 ‘띵동’

 

 용기를 내어 수현은 벨을 눌렀다. 서원은 옥상에서 마당으로 가볍게 뛰어 내렸다.

 

 “가시구려는 또 무슨 유행어야.”

 

 수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입에서 튀어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그러면 가시옵소서 이렇게 해요?”

 

 서원의 농담에 수현은 싱겁게 ‘픽’ 웃었다.

 

 “어쩐 일이에요?”

 

 서원의 직진에 수현은 침을 꼴깍 삼켰다.

 

 “자.”

 

 수현은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내밀었다.

 

 “오는 길에 꽃집이 있길래...”

 “여기도 꽃 많아요.”

 

 서원은 괜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받아. 여기 계속 세워 둘 거야?”

 

 수현은 억지로 서원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아직도 1일1식 하나?”

 “그게 편해요.”

 

 서원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이거 막걸린데. 같이 마실래?”

 

 수현은 검은 봉지를 들었다.

 

 “마시려고 가져 온 거 아니에요.”

 “마시려고 가져왔지.”

 

 

 - 안전가옥 옥상 -

 

 수현은 풀썩 주저앉아 주섬주섬 막걸리와 족발을 꺼냈다. 서원이 수현 옆으로 바짝 댕겨 앉았다. 수현은 막걸리를 두 잔 따랐다. 서원은 단숨에 한 잔을 끝장냈다.

 

 “족발도 좀 먹어. 속 버려.”

 

 수현의 걱정이 끝나기도 전에 서원은 한 잔 더 끝냈다.

 

 “여기가 이렇게 경치가 좋았네.”

 

 별 같이 반짝이는 도시 불빛을 바라보며 수현은 말했다.

 

 차가운 가을바람이 서원의 머리카락을 한 번 훑고 지나갔다. 서원의 의식은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불빛. 밤. 불빛. 숲. 빛..

 

 

 - 기억 속 풍요숲 -

 

 “찾았다.”

 

 루암산 능성에 거친 밤을 뚫고 우루족 전사들의 그림자가 하나 둘 나타났다. 그들의 팔은 단단했고(천둥) 그들의 다리는 거세었다(폭풍). 백 명 남짓한 얼굴들은 분노로 들끓었다. 불타는 눈빛은 계곡에 맞닿은 풍요숲의 반짝이는 불빛들로 향했다.

 분노에 굶주린 늑대들 사이로 유난히 짙은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무리를 헤집고 앞으로 나왔다. 우루족 족장 가투칸이었다. 그의 옆에는 날 선 칼날처럼 서원이 서있었다.

 

 “어디 숨었나 했더니 쥐새끼들 여기 숨어 있었구나. 우릴 이렇게 헤매게 한 만큼 대가는 확실하게 치러줘야지.”

 

 가투칸은 주위를 살피다 서원이에게 눈길이 멈췄다.

 

 “서원아! 니 아기는 어딨니?”

 “쥐새끼를 잡는데 아기까지 필요해요?”

 “그래. 쥐새끼들을 잡는데 손맛이 최고지.”

 

 겐타족

 겐타족은 이마에 달린 뿔에서 불빛을 발산시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어 잡아먹는다. 그래서 겐타족을 상대할 땐 눈을 꼭 가려야 한다.

 

 한 달 전, 멀리 사냥 나온 겐타족 장정 몇몇이 우루족 아이 다섯을 유혹해 뼈만 남기고 살을 발라 사라졌었다. 분노한 우루족들은 필사적으로 추적해 겐타족의 본거지를 찾아냈다. 숲 속 반짝이는 불빛이 바로 그곳이었다.

 

 “모두 눈을 가려.”

 

 우루족 전사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헝겊 조각으로 눈을 가렸다.

 

 “시작해라.”

 

 우루족 전사 하나가 거대한 뿔나팔을 불었다. 웅장한 소리가 대기에 파문을 일으키며 끝없이 퍼져 나갔다. 우루족 전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고도로 훈련된 청각과 촉각으로 가린 눈은 전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뿔나팔 소리가 풍요숲에 다다르자 불빛들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이미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불빛이 흐려지고 흐물 거렸다. 분노의 칼날이 번쩍 일 때마다 비명이 어둠을 찢었다.

 

 서원의 존재는 공포였다. 서원이 지나간 곳은 발자국이 새겨지지 않았다. 눈을 가린 상태에서도 바람처럼 숲을 뚫었다. 그녀가 스치는 곳엔 겐타족들의 사지가 잔가지처럼 떨어졌다.

 불빛은 하나 둘 꺼지고 숲은 적막에 휩싸였다. 소리 없는 그림자들은 스르륵스르륵 숲을 빠져나갔다.

 

 

 - 안전가옥 옥상 -

 

 서원은 막걸리를 통째로 들고 마셨다.

 

 “아기는 잘 있어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원은 불쑥 아기 얘기를 꺼냈다.

 

 “갑자기? 보고 싶어?”

 “보고 싶은데 보면 안 될 것 같아. 많이 좋아졌는데 괜히 봤다가 못 참으면 어떡해.”

 “솔직히 말해줘?”

 

 서원은 수현을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밤마다 운데. 돌봐주는 사람들이 아주 몸서리치나봐.”

 “그렇구나. 미움 받겠네. 걔가 정말 날 잡아 먹으려고 한 걸까?”

 “널 지키려는 거겠지. 항상 혼자 있는 걸 봐왔으니까. 걔만큼 널 아끼는 녀석도 없어. 널 좋아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걸 알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시간도 많이 흘렀는데 언제 한 번 보러가.”

 “좋아하는 사람 누구?”

 “어? 어.”

 

 수현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나, 너무 좋아하지 마요.”

 

 서원의 돌직구에 수현은 갑자기 목이 컥 막혔다.

 

 “왜?”

 “그런 건 뭐 저랑 안 맞아요.”

 

 서원은 수현을 쳐다보지 못했다. 별같이 예쁜 도시의 불빛만 쳐다봤다. 불빛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했다.

 

 “많이 늦었다. 그만 나 갈게.”

 

 수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원은 앉은 자리에서 손만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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