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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골든게이트 키퍼
작가 : 폴라로이드
작품등록일 : 2020.8.12

현계와 이계를 잇는 골든게이트를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전쟁

 
제 10화 지옥도
작성일 : 20-08-26 21:53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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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 *

 

 - 건물 옥상 -

 

 성냥갑을 부어놓은 듯 복잡하게 얽혀있는 달동네. 골목골목마다 혈관처럼 어지러이 얽혀 있는 전깃줄. 언덕 위 우뚝 솟아 부릅뜬 눈으로 마을을 감시하는 거대한 송전탑. 여기저기 간간이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

 

 “오늘 바람이 유난하네. 거의 태풍인데.”

 “얼마 남지도 않은 단풍잎이 다 떨어지겠는데요.”

 “단풍잎만 떨어진다면야 뭐··· 이 방아쇠를 당기는 게 제일 끔찍해. 갈수록 힘들어지네”

 “선배님이 그런 말을 하시다니 의외네요.”

 

 GGK 전략 5팀 저격수들은 임무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오늘은 잘 풀리겠죠.”

 “최악만 아니면··· 그걸로 만족해.”

 

 선임 저격수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갓 소년의 티를 벗은 신입 저격수는 조준경을 통해 달동네를 살폈다.

 

 

 - 달동네 쉼터 -

 

 전략 5팀장은 꼬불꼬불한 골목을 돌아 돌아 한참을 걸었다. 마을 중턱에 자리 잡은 쉼터까지 올라갔다. 거기에서 한 노인이 처음부터 팀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노인의 피부는 종이를 마구 구겨놓은 것처럼 쭈글쭈글했고 눈은 짙은 회색이 감돌았다. 그의 몸은 오랜 세월 마모돼 한 줌 밖에 남지 않았다. 금방 숨을 거둔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어 보였다. 하지만 깊게 파인 눈에서 번뜩이는 안광이 매서웠다.

 

 5팀장은 허리를 한 번 쭉 폈다.

 

 “앉아도 될까요?”

 “올라오느라 고생한 사람들을 위한 쉼터니 그러시게.”

 “감사합니다.”

 

 팀장은 머리를 살짝 숙였다.

 

 “곧 겨울이 오겠습니다. 나뭇잎이 거의 다 떨어졌네요.”

 “이 나이가 되면 겨울이 오는지 봄이 오는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네. 그냥 오늘 하루 눈에 들어 올뿐이지.”

 “그럼 오늘 하루는 어떻습니까?”

 “마음이 꽤 가벼운 날이지.”

 “그렇습니까. 전 걸음 하나하나가 꽤 무겁게 느껴지는데요.”

 “걸음이 무겁다는 건 머리에 잡념이 많다는 얘기네. 쌓아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면 되도록 빨리 치워 버리는 게 낫지 않겠나.”

 “그럼 좀 치워 주시겠습니까? 혼자 힘으로는 좀 힘듭니다.”

 “자기 일은 자기가 치워야지 남이 치워 줘서야 되겠나.”

 

 

 - 밴(van) 안 -

 

  전략 5팀 대원 둘이 이계종 탐지기를 확인하고 있었다. 탐지기에 빨간 점 하나가 일정한 속도로 깜빡였다.

 

 “GGK 팀장들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한 대원이 알사탕을 입안에 요리조리 굴리며 물었다.

 

 “그런 것도 있어?”

 “그런 게 있지.”

 “잘 생긴 거.”

 

 안경을 고쳐 끼며 다른 대원이 대답했다.

 

 “그럼 4팀장은?”

 “미안. 그건 아니네. 그럼 뭐야?”

 “말이 많다는 거야.”

 “그랬나?”

 “지금도 그렇잖아. 그냥 ‘배송, 이송, 삭제. 이 세 개중에 하나를 선택해’ 이렇게 간단하게 끝낼 말을 어디 말 못 한 귀신이 붙었는지 주저리주저리.”

 “뭐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

 “생각은?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그러는 거야.”

 

 

 - 달동네 쉼터 -

 

 “배송이 싫으신가요?”

 “배송은 물건을 나를 때 쓰는 말이잖나.”

 “죄송합니다. 골든게이트로 모시겠습니다. 며칠 뒤에 문이 열립니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어. 이제 여기가 고향이지.”

 “어르신 자리를 만들기 위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여기 꽤 많은 사람들이 암과 사고로 죽었더군요. 앞으로도 계속 죄 없는 사람들이 불행을 겪을 겁니다. 그들이 무슨 잘못입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나무가 썩어 죽으면 새로운 나무를 위한 거름이 되겠지. 안 그런가?”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노인의 눈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헉!!”

 

 팀장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무방비상태로 놓였다. 숨이 컥 막혔다. 투명한 줄이 팀장의 목을 감아쥐었다. 노인의 눈처럼 번쩍번쩍 빛이 났다.

 

 

 - 밴(van) 안 -

 

 헤드폰을 끼고 모니터를 주시하던 대원이 소리쳤다.

 

 “이런 씨. 함정이야!”

 

 갑자기 모니터에 빨간 점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났다. 경보음이 고막을 때렸다.

 

 “팀장님! 팀장님!”

 

 팀장에게서 무전 반응이 없었다.

 

 “전략 5팀 전 대원. 작전 A 개시. 작전 A 개시. 본부에 빨리 연락 해. 함정이야.”

 

 “여기는 ST-4, ST-4. 본부 지원 바람, 본부 지원 바람.”

 

 대원은 다급하게 sos을 보냈다. 하지만 모니터엔 error 메시지만 깜빡일 뿐이었다.

 

 

 - 건물 옥상 -

 

 신입 저격수의 조준경 속에 달동네를 훑어 올라가는 5팀 대원들이 보였다.

 

 “선배님. 일 났는데요. 목표물 확인하겠습니다.”

 

 신입 저격수는 갑자기 나타난 이계종들을 정신없이 확인하고 있었다. 그때 선임 저격수의 예리한 총구가 신입 저격수 머리에 닿았다. 선임 저격수는 매끈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퍽!”

 

 꼭두각시 줄이 싹둑 잘려나간 것처럼 신입 저격수는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짧은 비명도 없었다. 선임 저격수는 망연한 표정으로 달동네를 치고 올라가는 대원들을 한 명씩 속아냈다.

 

 “라혼신게 혼리그 영의자누 게리바”

 

 선임 저격수 뒤로 낯선 그림자 하나가 드리웠다. 해골 지팡이를 쥔 검은 로브의 흑마법사는 정신 지배 마법을 걸고 있었다. 주문을 거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쥐고 있는 지팡이는 더욱 떨렸다.

 

 “라혼신게 혼리그 영의자누 게리바”

 

 

 - 달동네 -

 

 “슉.. 슉..”

 “크윽.”

 

 굽어진 골목을 타고 올라가던 대원들 뒤통수에 바람구멍이 숭숭 뚫렸다. 낙엽처럼 바닥으로 나뒹굴고 벽에 처박혔다.

 

 “뒤다. 조심해.”

 “엄폐물을 찾아서 흩어져.”

 

 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숨어들었다.

 

 “어디서 날라 오는 겁니까.”

 

 한 대원이 총알의 궤적을 탐지했다.

 

 “오늘 완전 나가리 구만.”

 

 

 - 달동네 쉼터 -

 

 팀장은 반사적으로 팔을 올려 날카로운 투명 줄로부터 목을 보호했다. 손목뼈가 드러났다. 피가 콸콸 쏟아져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노인은 몸을 낮춘 채 얇은 투명실을 잡아당겼다.

 

 “역시 문지기라 실력이 만만찮구먼.”

 

 “노인이라 만만하게 봤구먼. 왁!”

 

 갑작스런 괴성에 노인은 잠깐 주춤했다.

 

 줄이 느슨해진 틈을 타 팀장은 몸을 비틀어 주먹을 날렸다. 팀장은 재빨리 옷을 벗어 상처 난 손목을 압박했다. 구석에 처박힌 노인은 벌떡 일어나며 턱을 어루만졌다. 응급처치를 하면서도 팀장은 노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낙엽을 쓸어 모은 회오리바람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노인은 담벼락이 만들어 낸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팀장은 뒤로 물러나며 주머니에서 가루를 꺼내 집어던졌다. 한 번 몸에 달라붙으면 떨어지지 않고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게 특수 제작된 가루였다. 가루를 뒤집어쓴 노인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5팀장은 간결한 동작으로 칼집에서 단검을 꺼내 돌진했다.

 

 “잡았다.”

 

 하지만 팀장이 찌른 것은 노인의 그림자였다. 이번엔 초승달이 팀장의 목을 향해 달려왔다. 단검은 초승달을 방어했다.

 

 암살족 아둠브라

 아둠브라의 시카리는 이계에서도 꽤 이름이 알려진 놈이었다. 쉽게 목숨을 내놓을 녀석이 아니었다.

 

 “챙!”

 “휙.”

 “챙, 챙.”

 

 두 개의 이빨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불꽃이 튀었다. 시카리는 스프링처럼 동서남북으로 튀어 올라 문지기를 물어뜯었다. 팀장은 뿌리 깊은 고목처럼 굳건히 서서 쏟아지는 폭우를 쳐냈다.

 

 

 - 달동네 -

 

 남은 대원들은 옥상의 시야 들지 않으려 담벼락에 바짝 붙어 대기 중이었다.

 

 “팀장님 위치 확인해.”

 “아직 살아 계십니다.”

 “그럼 1조는 팀장님을 엄호하고 주변에 다른 녀석···”

 “퍽!”

 

 갑자기 담벼락이 무너져 내리며 말곰 한 마리가 뛰쳐나왔다. 강력한 앞발로 대원 한 명을 내리찍었다. 몸 안의 장기들이 으깨진 두부처럼 튕겼다.

 

 이계 바위산 부족들은 말곰을 신으로 섬긴다. 말곰은 발톱을 바위에 대고 가는데 아무리 단단한 바위라도 산산조각 낼 수 있다.

 

 “크와아악!”

 

 말곰은 미친 듯이 날뛰며 앞발에 닿는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었다.

 

 “제가 갑니다요.”

 

 까무잡잡한 얼굴의 한 대원이 벽을 짚고 곰의 앞발을 타고 넘었다. 그는 허리에 붙어있는 티타늄 손도끼를 재빨리 꺼내 말곰 머리를 내리찍었다. 머리가 푹 꺼지면서 도끼가 쭉 빨려 들어갔다. 말곰은 몸부림치며 집 두 채를 부수고 잠잠해졌다.

 

 “괜찮습니까?”

 

 대원들은 부서진 집안으로 들어섰다. 매캐한 가스 냄새가 역겹게 올라왔다.

 

 “윽!”

 “헉!!”

 “조심해. 함정이야!!!”

 “짜르”

 

 짜르

 어린아이 몸집만 한 작은 도깨비. 특별한 전투 기술은 없지만 입에서 신경 독가스를 내뿜어 상대를 마비시킨다. 성격이 포악하고 떼로 덤빈다.

 

 “방독면. 방독면!!!”

 

 짜르들은 피라니아 떼처럼 대원들에게 달려들었다. 미처 방독면을 끼지 못한 대원들은 짜르가 내뿜는 가스에 몸이 시멘트처럼 굳어 버렸다. 짜르들은 마비된 대원들을 닥치는 대로 마구 찔렀다. 대원들은 자신의 몸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고통도 없이 육체는 무너져 내렸다.

 

 방독면을 쓴 대원들은 필사적으로 대항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베이스 원, 베이스 원. 응답하라.”

 

 

 - 밴(van) 안 -

 

 알사탕을 아직 다 먹지도 못한 대원의 가슴에 선명한 낫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생명이 빠져나간 그의 육체는 축 쳐져 있었다. 팔과 다리를 잃은 또 다른 대원은 힘없이 주저앉아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두건을 쓴 사신이 눈을 껌뻑이며 커다란 낫을 휘둘렀다. 대원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머리가 데구루루 바닥을 굴렀다.

 

 [베이스 원, 응답하라. 베이스 원. 응답해!]

 

 

 - 달동네 쉼터 -

 

 “어이, 영감. 이제 승부를 냅시다.”

 

 팀장의 손목에 압박해둔 헝겊이 피로 물들어갔다. 여기저기 대원들의 비명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왔다.

 

 “원한다면 언제든.”

 

 팀장은 마지막 결전을 위해 세찬 기세로 거침없이 돌진했다. 시카리는 몸을 낮추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팀장은 들고 있던 단검을 날렸다. 시카리는 초승달로 단검을 튕겨내며 신속하게 팀장의 몸을 파고들었다.

 

 “끄윽!”

 

 시카리의 이마에 정확하게 단검이 꽂혔다. 노인은 손을 부르르 떨며 초승달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때 무표정한 총탄 하나가 먼 곳에서 날아와 팀장의 이마에 작별 인사를 날렸다. 한 숨 돌릴 틈도 없었다.

 

 

 - 건물 옥상 -

 

 조준경에 갖다 댄 저격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흑마법사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마지막 지시였다. 저격수는 벌떡 일어나 옥상 난관 위에 올라섰다. 손가락을 튕기자 저격수는 자신의 몸을 던졌다.

 

 

 - 달동네 -

 

 불이 활활 타오르는 남자가 다가가자 대원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뜨거운 열기에 대원들의 얼굴이 금방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길이 없어!’

 

 대원들은 막다른 골목에 섰다. 마지막 공격 자세를 취했다.

 

 불타오르는 남자는 고막을 찢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자 몸에 붙은 불들이 성난 기세로 대원들에게로 옮겨가 그들을 휘감았다. 불기둥은 비명과 함께 하늘로 치솟았다. 순식간에 대원들은 한줌 재가 되었다.

 남자는 몸을 구부정하게 숙인 채 열기 속으로 사라졌다.

 

 바람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거세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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