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1  2  3  >>
은기라
시후
개울
마일드
 1  2  3  >>
 
자유연재 > 로맨스
마트료시카의 연인들
작가 : 뮨뮴
작품등록일 : 2016.10.20

범죄와 마약의 도시, 그리고 속내를 보여줄 수 없는, 마트료시카같은 여인들의 사랑이야기.

 
마트료시카, 둘.
작성일 : 16-10-20 21:11     조회 : 543     추천 : 1     분량 : 318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서비스라고?

 

 어처구니를 잃은 댄서를 밀어낸 여자가, 거구의 남자의 몸을 발끝으로 뒤집는다. 예리한 시선으로 남자의 입에 묻은 거품과, 충혈된 눈과 팔뚝을 확인한다. 퍼렇게 물든 팔뚝의 멍을 확인한 여자의 얼굴이 짜증에 물든다. 댄서도 익히 알고 있는 시퍼런 멍자국은, 마약을 몸 안에 쏟아부은 흔적이다. 러시아어 욕설이 잠시 들리더니, 긴 손가락이 남자의 성의를 들추곤 거기서 약봉지처럼 보이는 것을 꺼낸다. 봉지를 확인한 영애의 눈은 날카롭게 가늘어진다. 품 안에 챙겨 넣는다.

  이윽고 여자는 다시 허리를 숙여 남자의 바지춤에서 긴 나이프를 꺼내어 들여다본다. 뒷골목의 사내들이 자주 들고 다니는 호신용의 주머니칼이 아니라, 투박한 군용 나이프.

 

 “좋은 거 들고 다니잖아, 양아치 주제에.”

 

 짧은 비아냥거린 여자가 칼날을 빼 아래로 향했다. 거품을 물고 바들거리는 남자의 몸 위로, 새파랗게 자줏빛으로 빛나는 칼날. 음악소리가 높아진다. 꼭, 그걸 지켜보는 관객들의 심장박동처럼.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사냥감을 때려눕힌 맹수에게 참견해서 득 볼 것이 없었다. 이 도시의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 그런데, 가로막는 이가 있다. 반라의 댄서가 생각할 것도 없이 뛰어가 덩치의 몸을 가리며 막아섰다.

 

 “그러지 마세요!”

 

 “왜?”

 

 잠깐의 지체도 없이 바로 대꾸가 날아와, 댄서는 잠시 당황하고 만다. 사람을 찔러 죽일 작정이면서 저렇게 당당하게 물어보는 건 대체 뭐람. 말문이 막힌 댄서는, 얼떨결에 입에서 나오는 대로 중얼거리고 말았다.

 

 “오…. 옷이 더 더러워지시잖아요, 그렇죠? 그거 비싸죠? 아깝지 않아요?”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여자의 얼굴이 조금 풀어진다. 피식 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제야 사람들을 밀어내며 도착한 오너와 바운서들이 당황한 얼굴로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보았다. 여자는 턱짓을 했다.

 

 “끌어내서 병원에 던져놔. 죽이진 말고, 다신 여기 못 들어오게 만들어. 병신으로 만들어도 좋으니까. 그리고 너, 이리로.”

 

 “아, 알겠습니다, 아가씨. 다들 뭐…!”

 

 뻑! 호통을 치는 오너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 상체가 크게 흔들리더니 뒤로 나자빠진다. 영애가 날린 주먹을 회수하는 모습이 보인 건 조금 뒤의 일이었다. 입을 가리며 놀란 댄서를 제외하면 아무도 그 쪽을 보지 않는다. 바운서들조차도, 그저 얼굴을 내리깔고 쓰러진 덩치를 나르는 데 열중할 뿐이다. 관객들도 하나 둘 씩 욕설을 뱉더니, 이내 출입구로 몰려 나간다.

 

 “뭐하는 여자야, 저거…!”

 

 바닥에 쓰러진 오너를 향해, 여자가 천천히 걸어왔다.

 

 ***

 

 썰물처럼 빠져나가가는 관객들 사이를 걸어온 영애가, 신음소리를 내며 코를 부여잡는 오너의 턱을 움켜잡고 낮게 속삭였다. 발소리에 묻힐 정도로 낮게, 하지만 오너의 귀에는 확실히 파고들 수 있을 정도로.

 

 “당신, 눈알을 왜 달고 있는 거야. 도대체 고객 관리를 어떻게 해야 약에 쩐 새끼가 여기까지 기어들어와 행패를 부려?”

 

 “억…. 죄송….”

 

 “입 닫아. ‘내’가 판 약이라면 어느 정도 넘어가 주겠지만, 저건 ‘내’ 약에 중독된 놈이 아니잖아. ‘내’ 조직도 아니고, 다른 놈이 팔아대는 싸구려 약에 쩐 놈이 ‘내’ 가게 안까지 기어들어와 난리를 치는데, 보스가 알면 퍽 좋아하겠지?”

 

 남자의 눈이 공포에 물든다. 턱을 움켜쥐고 있는 여자는, 몇 명이나 되는지도 모를 보스의 수많은 자식 중의 하나였지만, 동시에 그 자식들을 해치고 나와 실력으로 자기의 위치를 거머쥔 여자기도 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레드 마피아의 실력이란 건, 고문과 살해, 시체유기의 전문성을 말한다.

 

 “그건…! 저는 몰랐….”

 

 “입, 닫으라고 했어.”

 

 손아귀 안에서,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턱 관절이 빠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오너가 그저 눈알을 마구 굴린다. 턱에 가해지는 악력이 점점 더 강해진다.

 

 “그만하세요, 손님…!”

 

 어느새 시끄러운 음악도 끊겨, 그저 앞 다투어 달아나는 관객들의 발소리만 멀어져가는 클럽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울렸다. 옷을 추슬러 입은 댄서가 떨면서도, 굳건한 표정으로 마피아의 영애를 노려보고 있었다. 영애는 눈만 조금 돌려 그 스트리퍼와 눈을 맞추었다. 굳게 다문 입술로, 작은 주먹을 모아 가슴께 앞에 쥐고, 댄서는 여자를 흔들림 없이 마주한다. 영애는 귀찮다는 어투로 대꾸한다.

 

 “당신이 참견할 일이 아닌데.”

 

 “도와주신 건 고맙지만, 아까부터 너무 심하시잖아요!”

 

 너무 나서는걸. 영애는 혀를 좀 차고는 목소리를 내렸다. 손아귀 아래에서 오너의 몸부림이 점차 잦아드는 것이 느껴졌다. 마피아는 낮게 내뱉었다.

 

 “당신 상대로는 이렇게 협박도 할 필요 없어. 얽히지 마.”

 

 그런 귀찮은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이 바로 죽여 버리겠다는 뜻이다. 저 스트리퍼도 대충 알아들은 건지, 어깨가 살짝 굳는 것이 보인다. 겁에 질린 게 분명하다. 이제 어떻게 하나 궁금해, 영애는 눈썹을 기울인다. 뜻밖에도, 그 댄서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려다, 이내 입술을 깨물고는 오히려 앞으로 나서온다. 팔을 펼쳐 출입구를 가리키며 떨면서도 소리를 높인다.

 

 “그만 두고 나가주세요!”

 

 의외의 반응에, 여자는 살며시 감탄한다. 독특한 아이네. 보통 아이라면 진즉에 도망갔을 텐데. 눈치가 없는 걸까, 강단이 샌 걸까.

 

 오너를 내던지듯 놓아주었다. 숨 막히는 소리를 내며 바닥을 기던 오너는 눈치를 보다 다가온 바운서가 부축해 준 뒤에야 간신히 몸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 비틀거리며 물러나는 오너를 쳐다보지도 않고, 영애는 주먹을 몇 번 쥐었다 도로 편다.

 

 “맘에 안 드는 가게야, 정말이지.”

 

 한숨 같은 중얼거림. 댄서는 긴장이 풀린 것인지 그제야 뒤로 물러나며 숨을 토한다. 아마,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이다. 눈앞에 있는 여자가,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오너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권력자란걸 알게 되어 겁이 덜컥 든 것이겠지.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여자를 바라볼 뿐이다. 마피아는 그렇게 물러나는 여자를 표정 없이 바라보다, 살짝 입술을 비틀어 웃는다. 결국엔 저렇게 겁에 질릴 거면서, 왜 그리 나선담.

 

 “그래도 넌 마음에 드네.”

 

 “네…?”

 

 여자가 걸어온다. 어느새 이브닝드레스 위에 풍성한 모피 코트를 걸쳐, 어두운 조명 아래서 여자는 불길한 맹수처럼 보인다. 댄서의 눈망울이 조금 커진다. 가까이에서 본 여자의 차가운 얼굴은, 사람 하나를 박살내고, 댄서의 고용주의 코를 부러뜨려놓고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손이 올라가, 댄서의 이마를 집게손가락으로 살짝 민다. 황망하게 떨리는 눈을 들여다보면서, 여자가 속삭인다.

 

 “마음에 든다고, 너.”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 마트료시카, 셋. 2016 / 10 / 20 452 1 5451   
2 마트료시카, 둘. 2016 / 10 / 20 544 1 3185   
1 마트료시카, 하나. 2016 / 10 / 20 785 3 609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