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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21. 저주받은 인형
작성일 : 20-08-26 07:32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4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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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저주받은 인형

 

 “그럼 뭐로 걸어야 해요?”

 “걷다니? 살아있으면 다행이게.”

 

 으으으. 우현은 몸을 부르르 떨더가 당장에 곡괭이를 들었다. 불에 타 서까래가 주저앉은 곳을 막무가내로 파대기 시작했다.

 

 “뭐라도 건지면 좋겠는데.”

 

 멸마단이 평소 우현과 장익삼이 처리하던 것처럼 꼼꼼히 불을 놓고 간 것은 아니라서 쓰러진 벽에 가려 불똥이 튀지 않은 궤, 옷장 등이 제법 나왔다.

 

 우현은 비싼 것을 추리는 능력이 없는지라 장익삼에게 보이기 위해 있는 대로 챙겼다.

 

 장익삼은 의외로 돈이 될 만한 것보다 불에 탄 의복이나 찢긴 서신 등, 우현이 보기에는 불쏘시개로나 쓰일 것 같은 물건들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엥? 이건 뭐람. 무공 서적 같은데.”

 

 우현은 잿더미 속에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잿더미를 털어내니 글보다 인체의 모형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의 상태가 썩 괜찮아 보였다.

 

 “무공 입문, 야나두……?”

 

 대충 훑어보니 초보를 위한 무공서라고 적혀 있었다. 집필자의 이름은 야나두, 처음 듣는 이름이었으나 우현은 눈이 반짝 뜨였다.

 

 ‘어, 엄청 세 보인다!’

 

 우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밀림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었으나 화마가 휩쓸고 간 덕분에 숲이 까맣게 죽어버렸다. 나무 한 그루 멀쩡한 것이 없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따가운 태양 볕을 피할 그늘 조차 찾기가 힘들었다.

 

 우현은 손 그늘을 만들고는 주변을 열심히 두리번거렸다. 장익삼을 찾아 서적에 대해 물어볼 생각이었다. 무림인인 그라면 이 책이 제게 맞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 장 아저-……?”

 

 저만치 멀찍이 그가 있었다. 우현은 장익삼을 발견하고는 크게 소리쳐 그를 부르려다가 제자리에 우뚝 멈추어 섰다.

 

 ‘설마…….’

 

 축 가라앉은 어깨와 앞으로 고꾸라진 머리. 우현은 그의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울고……. 계신 건가?’

 

 장익삼은 잿더미의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은 묵념하는 것 같기도, 울분을 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저벅저벅.

 

 장익삼이 기척을 숨기는 법도 모르는 우현이 다가온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가까이에서 본 그는 역시나 우현의 예상대로 울고 있었다.

 

 “……아저씨.”

 

 그는 우현의 부름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기름을 바르지 않고 태운 건지, 전소하지 못하여 타다 남은 노인의 시체 앞에 장익삼이 있었다.

 

 시체를 관통한 여섯 자루의 도검은 노인의 최후가 어찌했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우현은 장익삼과 한 보폭을 남겨두고서 더는 다가갈 수가 없었다.

 

 촤락.

 

 장익삼이 품에서 화약을 꺼냈다. 시체의 몸 위에 뿌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처연하여 우현은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응?”

 

 그때 우현의 뒤꿈치에 무언가 채였다. 검은 갈색으로 말라비틀어진 어른 팔뚝만 한 인형이었다. 조악한 실력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얼굴이 웃고 있는 고양이 모양을 하고 있었다.

 

 화르륵.

 

 장익삼은 화약에 불을 붙여 노인의 시체를 태웠다. 우현은 비장하고도 처연한 장익삼의 기에 눌려 차마 이 노인을 아냐고 물어볼 수조차 없었다. 궁금한 것을 그 누구보다 참지 못하는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입을 다물었다.

 

 “…….”

 

 장익삼의 눈에서부터 굳게 다문 입가 옆으로 이어진 눈물줄기를 마주하자니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쑥 들어갔다.

 

 ***

 

 “……네놈이 왜 주둥이를 꽉 다물고 있을까.”

 

 촤악.

 낫으로 무성히 자란 풀을 베며 장익삼이 거침없이 나아갔다.

 

 우현은 그의 뒤를 따라 사람의 발길 한번 닿은 적 없는 밀림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갈 때도 힘들었지만, 소득 없이 돌아오는 길은 더더욱 힘들었다. 두 달여 간의 대장정치곤 한심한 결과였다

 

 “제 주둥이도 좀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쉬잘 때 쉬던 주둥이면 내 말도 안 한다.”

 

 우현은 낫을 휘두르는 장익삼의 뒤를 따르며 묵묵히 걷고 있었다. 맹수나 독초가 잔뜩 있어 힘들어 마땅했지만, 장익삼은 능숙하고 빠르게 길을 텄다.

 

 “에휴. 일한 보람이 없지 않습니까? 개방주 어르신이 제 팔다리를 바꿔 달아 놓으면, 무엇으로 걸어야 하는지 아직 결정도 못 했는데 말입니다. 정말 잿더미라도 갖고 올 걸 그랬나…….”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할 테니 너는 걱정하지 말아라.”

 

 우현의 근심스러운 혼잣말에 장익삼이 피식 웃으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그 양반은 몰라도, 나는 근래 들어 가장 큰 수확이었으니.”

 

 시야를 가리던 커다란 나무 덩굴을 쳐내자 손바닥만 한 나방이 훅 날아오르더니 우현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달라붙는 벌레를 쫓느라 손을 휘저으며 그가 말했다.

 

 “아니, 무슨 나방이-! 예? 아저씨, 뭐라고 하셨어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개방주님한테 뒈져도 내가 뒈지고, 팔이 잘려도 내 팔이 될 테니까.”

 “팔이 잘린다니요! 큰일 날 소리 하십니다! 저, 그런데 아저씨.”

 “뭐냐.”

 “저, 제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그래. 말해 보아라.”

 

 장익삼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우현의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이고 말았다. 그도 오는 내내 우현이 묻는다면 어느 정도까지 제 이야기를 털어놔야 할까 고민을 하던 차였다.

 

 “팔이 한 짝만 있는 사람은 외팔이잖아요? 양쪽 다 없는 사람은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죠?”

 

 장익삼은 순간 머리에 ‘병신’이 떠올랐으나 입 모양만 만들었을 뿐, 다행히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하아. 걱정입니다. 앞으로 뒤에서 아저씨를 제가 뭐라고 부르며 욕을 해야 할지.”

 

 장익삼이 입술을 씰룩였다. 가만 생각해보니, 곧 제가 개방주에게 하나 남은 팔마저 잘려 병신이 될 거라고 놀리는 모양새가 아닌가?

 

 “……이러면 어떠냐?”

 

 마침 우현이 킥! 하고 웃는 소리가 났다. 장익삼은 풀을 베던 낫을 들고 등을 돌려 우현을 마주했다.

 

 “내가 지금 네놈 팔을 두 짝 잘라버리고 밀림을 나가면. 처음 마주친 사람이 널 보며 답을 일러 주겠지.”

 “응, 됐어요. 일행에 외팔이 하나 있으면 됐지 뭘 또 그래요.”

 “이놈의 새끼가!”

 

 우현은 씩 웃으면서 장익삼의 손을 피해 이쪽저쪽으로 뜀박질을 했다.

 

 팔이 왼쪽밖에 없으니 오른쪽으로 도망가면 장익삼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장익삼은 성을 내며 우현에게 입에 담기조차 힘든 욕을 해댔다.

 

 ‘그래도 아저씨가 많이 기운 차리셨구나.’

 

 우현은 오늘 장익삼의 굉장히 새로운 면모를 많이 보았다.

 

 그는 불에 탄 마을을 돌면서 타다 만 시체를 하나하나 찾아가 묵념을 하고는 짧은 제를 올렸다. 반쯤 타버려 허물어진 저택은 장익삼이 태운 향 내음으로 가득할 정도였다.

 

 그가 제사에나 쓰는 향을 들고 다니는 것도 몰랐던 우현은 그저 멍하니 멀찍이 서서 장익삼이 제를 올리는 것을 기다려야만 했다.

 

 “참, 아저씨. 저 이 무공 서적 좀 봐주세요.”

 “무공 서적?”

 “예. 제가 아까 제가 뒤적거리다가 무공 입문 서적을 찾았는데요. 무인 야나두! 들어 보셨나요! 얼마나 쎈 분인가요? 혹시 제가 읽어도 될까 해서요.”

 “야나두? 뭔 이름이 그딴 새끼가 다 있어?”

 

 장익삼은 우현이 건네주는 서적을 대충 훑어보았다. 내용은 아무 데서나 구할 수 있는, 무공이라기보다 생활체조 수준인 그저 그런 건강 서적이었다.

 

 “챙긴 게 고작 인형하고 무공 서적이라. 너무 극과 극 아니냐? 인형 놀이도 하고 싶고, 무공도 배우고 싶더냐?”

 “예? 그게 무슨 소리세요? 인형이라뇨?”

 

 까아악-.

 

 마침 갑자기 까마귀가 길게 울더니만 스산한 바람이 장익삼과 우현의 옷자락을 세차게 때리고 지나갔다. 장익삼은 어이없어하며 우현에게 되물었다.

 

 “이놈아! 네놈 어깨에 아까부터 있는 거 말이다!”

 

 장익삼이 팔을 들어 우현의 왼쪽 어깨를 가리켰다. 우현은 그의 손가락을 따라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아저씨. 제아무리 외팔이라고 놀렸기로서니 인형이라니요. 장난치지 마세…….”

 

 그러자 장익삼이 가리킨 우현의 어깨에는 정말로 인형이 앉아 있었다.

 

 “이……. 인…….”

 

 나무 조각으로 사람의 인체 모형을 하고 헝겊을 기워 만든 고양이 인형이.

 

 얼굴에는 어설프게 목탄으로 그려 넣은 눈코입이 더욱 기괴했다. 인형이 입고 있는 옷에는 오래된 피가 굳어 짙은 갈색으로 갈변해 있었으나 군데군데 난 핏방울은 근래의 것처럼 선명했다.

 

 그리고, 인형에게 관절이 있었던가? 공교롭게도 인형은 우현의 왼쪽 어깨에 달라붙은 채로 그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

 

 “끼으아아악-!”

 

 ***

 

 밀림 속에서 야영했더니만 새벽이슬에 옷이 젖었다. 선잠을 자던 장익삼은 부르르 몸을 떨며 일어났다. 밤새 피워놓은 모닥불은 흔적만이 남아서 하늘로 연기를 길게 피워올렸다.

 

 “후우-!”

 

 품에서 지푸라기를 꺼내 불씨를 다시 살려놓으며 장익삼은 뻐근한 목 근육을 풀었다.

 

 혼자 다녔으면 진작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텐데. 장익삼은 우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야영을 선택해야만 했다. 혹시 모를 들짐승을 대비하여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피로가 더 쌓인 기분이었다.

 

 “녀석. 그렇게 무섭다고 지랄을 하더니만.”

 

 눈곱만 뗀 장익삼은 편편한 바위를 찾아서 철퍼덕 주저앉았다.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하려다 아직도 곯아떨어져 자는 우현을 보며 혀를 찼다.

 

 피식. 어젯밤 우현이 인형을 보자마자 귀신을 본 것처럼 기겁하던 것만 보면 웃음이 나왔다.

 

 ‘으아아아아! 아저씨, 너무, 너무 무서워요!’

 ‘녀석아! 너는 남들 오줌 지리는 귀신 나온다는 곳에서 십수 년을 살아놓고, 저따위 인형이 뭐가 무섭다는 거야!’

 ‘귀신이 아니잖아요!’

 ‘이런 미친놈이? 개소리 말고 떨어져라!’

 

 인형을 발견한 뒤로 우현은 길을 가는 내내 죽을상을 했다. 자꾸만 빈 왼쪽 어깨를 신경질적으로 퍽퍽 쳤다. 앞을 보며 잘 걷지도 못하다가, 하루살이라도 날아들면 소리를 꽥 지르고는 경기를 일으켰다.

 

 ‘놔라, 이놈아!’

 ‘아저씨! 크흐헝! 차라리 귀신이면 좋겠다고요!’

 ‘하! 요걸 버리고 갈 수도 없고!’

 

 우현은 비어 있는 장익삼의 오른팔 소매를 붙들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무성히 자란 풀숲을 한쪽 팔로 헤치고 나와야 하는데 가뜩이나 그의 옆에 똑 붙어서는,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참나. 저 철딱서니 없는 놈.”

 

 그렇게 기진맥진하게 혹 덩이를 달고 나아가느니, 장익삼은 해가 지기도 전에 야영을 택했다.

 

 이 성가신 녀석을 버리고 가지 않을 만큼의 정은 들었으나, 계속 이렇게 귀찮게 군다면 정이고 뭐고 놓고 갈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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