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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골든게이트 키퍼
작가 : 폴라로이드
작품등록일 : 2020.8.12

현계와 이계를 잇는 골든게이트를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전쟁

 
제 9화 그놈이 저 둘 사이에 있다
작성일 : 20-08-25 21:32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5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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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연습실 -

 

 점심 휴식 시간을 끝내고 모두들 B연습실로 향했다. 강도 높은 기초 훈련 다음 더 지옥 같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과 달리 단원 모두 공연 복장을 갖추었다. 서원은 설렁설렁 단원들 뒤를 따라 걸었다.

 

 공연 제목은 [호랑 전설]

 여럿이 모여 군무를 맞추는 연습이었다.

 

 “원 앤드 투.”

 

 마녀의 구호에 맞춰 발레리나들이 우아하게 점프했다.

 

 “인상 쓰지 마! 결의에 찬 얼굴이 똥 마려운 얼굴이니.”

 

 매서운 마녀의 목소리에 발레리나들은 찡그렸던 얼굴을 폈다.

 

 서원은 벽에 기대어 단원들의 동작을 살폈다. 이계종들은 당황, 분노, 피로, 경쟁, 질투,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상황에서 종종 평정심이 깨지곤 한다. 그들은 그 순간 작은 이질감을 드러내고 키퍼들은 그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서원은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모두를 주시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동작에 굵은 땀방울이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발끝으로 서서 파닥이는 모습은 생동감이 넘쳤지만 토슈즈 안 발가락은 짓물렀다.

 

 “원 투 뜨리 원. 원 투! 투. 그만, 그만. 무릎이 굽어지면 어떡해. 무릎을 쫙 펴. 내가 몇 번 말했어. 다시 걸어 봐.”

 

 박지혜가 혜련에게 된 통 걸려 융단 폭격을 당했다.

 

 “다시!”

 

 지혜는 총총걸음으로 다시 걸었다.

 

 “아니, 아니. 다시. 다시. 다시. 더 좁게! 너무 빠르잖아. 느려. 다시!”

 

 지혜는 신입이라 아직 새 안무에 익숙하지 못했다. 발레가 원래 힘들고 고된 일이긴 하지만 여태껏 잘 참아왔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 하는지 몰랐다.

 

 ‘1년 정기 서비스해 드립니다. 언제든 연락하세요.’

 

 불쑥불쑥 떠오르는 오동잎은 지혜의 마음을 더 어지럽혔다.

 

 “그래. 그거. 그거야. 잊지 마. 그 보폭에 그 속도!”

 

 마녀는 칭찬과 독설이 확실한 단장이었다.

 연습은 계속되었다. 연습실 밖으로 혜련의 호통이 넘쳐흘렀다.

 

 “그만! 전부 각자 몸 풀어.”

 

 지칠 대로 지치고 나서야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끝나기 바쁘게 모두들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통증을 완화하려고 물통에 얼음을 넣고 다리 찜질을 하는 단원들도 있었다. 서원은 천천히 지혜에게 다가갔다. 지혜는 몸을 숙여서 가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서원이 가볍게 지혜의 왼다리를 쳤다.

 

 “악!”

 

 지혜의 얼굴이 오만상으로 찡그려졌다.

 

 “엉망이네. 근육이 약간 뒤틀렸어.”

 “ … 언니가 어떻게.”

 

 지혜는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칠까 봐 통증을 일부러 꾹 참고 견디는 중이었다.

 

 “이리 가져와 봐.”

 “뭘요?”

 “뭐긴 뭐야.”

 

 서원은 지혜의 다리를 확 끌어당겼다. 그리고 양손을 쫙 펴서 다리를 비틀었다. 짧은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혜는 땀이 샘솟듯 터져 나왔다.

 

 “어깨랑 등도 엉망이네.”

 

 서원은 지혜의 어깨와 등도 힘을 줘서 꾹꾹 눌렀다. 손바닥으로 양쪽 날개를 치고 등을 밀어 척추를 만졌다. 마사지를 하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 숨이 더 가빴다.

 

 “언니. 되게 시원해요. 통증도 없고. 몸이 진짜 가벼워요.”

 “나중에 빚 갚아.”

 “당연하죠.”

 “그런데 앵그리 마녀는 어디 간 거야?”

 

 서원은 주위를 빙 둘러보며 물었다.

 

 “C연습실에 있을 거예요.”

 “거긴 왜?”

 “주역 무용수들이 거기에서 연습하거든요.”

 “그래?”

 

 - C연습실 -

 

 서원이 슬그머니 C연습실로 들어왔다.

 발레리나 수정이와 발레리노 규현이 파드되(둘이 추는 춤)를 우아하게 추고 있었다. 그 옆으로 효주는 스트레칭 중이었다. 규현은 수정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몸을 너무 앞으로 숙이니까 힘이 안 들어가잖아. 팔 힘으로 리프트를 하는 게 아니야. 팔꿈치를 안으로 부치고 허리를 지지대로 이용하라고. 그게 이해가 안 되니. 자 다시 해 봐.”

 

 앵그리 마녀의 호통은 남녀 주역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서원은 호통치는 단장을 보자 갑자기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지. 아니야. 다리와 허리를 회전하면서 뻗어야지.”

 

 우루족 족장 가투 칸이 바위를 향해 주먹을 쭉 뻗었다. 회오리 주먹이 바위에 닿자마자 마자 바위가 박살 났다.

 

 “봤지. 이렇게 해야 기가 실리는 거야. 자, 다시 해 봐.”

 

 아홉 살 서원은 뭔지도 모르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직선으로 팔을 쭉 뻗는 것만 수십 만 번 연습했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 또 그다음 단계... 갑자기 쓴웃음이 입가에 베어 나왔다.

 서원의 두 눈은 남녀 무용수를 차분히 응시하고 있었다.

 

 발레리나가 잰걸음으로 뛰어와 하늘로 날았다. 발레리노는 발레리나의 허리를 감싸고 머리 위로 세차게 들어 올렸다.

 

 “규현아, 너무 앞으로 나가서 받잖아. 쳐지는 게 그것 때문이라고. 그리고 시선은 어디를 둬야 돼?”

 

 발레리노는 숨을 안으로 삼켰다.

 

 “위를 봐야지. 파드되에서 둘 사이에 신뢰가 없으면 금방 부상당하는 거 몰라. 동작 하나하나를 세밀하고 정확하게. 또 사고 나면 이 공연 시작도 하기 전에 막 내려야 해. 수정이 넌 뛸 때 규현이에게 안긴다는 마음으로 과감히 뛰어.”

 “네.”

 

 그 후로도 수십 번의 리프트를 연습했다.

 

 “효주, 나와서 한 번 뛰어 봐.”

 

 효주라고 폭풍우를 피할 수는 없었다.

 

 “잠깐, 잠깐.”

 

 마녀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연습을 중지시켰다. 한동안 머리를 긁적이더니 서원을 향해 돌아섰다.

 

 “신입. 잠깐 이리 와봐.”

 

 서원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래, 너.”

 “왜요?”

 

 서원은 무거운 걸음으로 털레털레 걸어갔다.

 

 “한 가지만 물어보자.”

 “…”

 “우리가 하고 있는 게 뭐라고 생각해.”

 “… 무용(舞踊). 춤이잖아요.”

 “그래 맞아. 춤이지. 하지만 그 잘난 춤을 추기 위해서 엄청난 피와 땀을 쏟아야 해. 가끔은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기기도 하지. 심지어는 가장 간단한 동작도 매일 수 백 번씩 반복해. 하루라도 건너뛰는 날엔 몸이 뻣뻣해져서 두 배는 더 힘들어져.”

 “그래서요. 요점은?”

 “그러니까 춤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거야.”

 “가볍게 본 적 없습니다.”

 “그럼 됐어.”

 “뭐가요?”

 “효주 잠깐 나와 봐.”

 

 효주가 옆으로 비켜서자 혜련은 서원에게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임서원.”

 “그래. 서원이. 저기 효주 자리에 가서 좀 전에 효주가 한 것처럼 발레리노에게 점프해 봐.”

 “네? 뭘 해라고요.”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서원은 어리둥절했다.

 

 “두 번 말하는 건 딱 질색인데. 똑 같이 한 번 해 보라고.”

 

 배역 경쟁을 하는 수정과 효주, 규현까지 모두들 충격을 먹었다. 발레의 발자도 모르는 신입에게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해 보라니.

 

 “제가 말했을 텐데요. 전 발레를 하지 않는다고.”

 “휴식시간에 보여 준 그 점프는 뭐였지? 그걸 해보라는 거야.”

 “그건 발레가 아니고 훈련 과정이에요.”

 “그래. 나도 너한테 발레를 하라는 건 아니야. 옷도 갖춰 입지 않았잖아. 발레라 생각하지 말고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해 봐.”

 

 마녀의 파격적인 지시에 수정이와 효주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긴장감은 증폭되어 묘한 이질감으로 번졌다. 서원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있다! 둘 중 하나야.’

 

 서원은 수정이와 효주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 상황이 불편한 이계종이 이질감을 불러일으킨 게 틀림없었다. 서원은 더 큰 단서가 필요했다. 상황을 이용해야 한다.

 

 “좋아요. 제가 한 번 해 볼게요.”

 

 서원은 발레리노 앞에 섰다. 규현은 순간적으로 호흡이 가빠졌다. 서원이 진지한 얼굴로 빤히 쳐다보자 머리가 아찔해졌다. 발레를 하면서 마음이 흔들렸던 발레리나가 없던 건 아니지만 이건 뭔가 다른 수준이었다. 몸이 붕 뜬 채 환각에 갇힌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규현아! 눈을 깔면 어떻게 해. 발레리나를 쳐다봐야지.”

 

 규현은 고인 침을 꿀꺽 삼키고 자세를 취했다.

 서원은 사슴처럼 가볍게 뛰고 백조처럼 사뿐히 날았다. 규현은 가볍게 서원을 낚아채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완벽한 호흡이었다.

  혜련의 입술에 묘연한 미소가 번졌다.

 살포시 착지한 서원은 바로 수정과 효주부터 힐끗 쳐다보았다. 좀 전보다 더 강한 파장이 느껴졌다.

 

 ‘아시물라.’

 

 번개처럼 서원의 머리에 내리 꽂쳤다.

 

 “봤지. 차이가 뭘까. 힘이야. 도약하는 힘의 차이. 확실히 과제를 받았다고 생각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단장님.”

 

 - 앞마당 -

 

 서원은 장국도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서원이 잘하고 있어? 아니 겨우 이틀 지났는데 엄청 오래된 기분이야.]

 “본부장님. 알고 있었지.”

 [뭘?]

 

 저쪽에서 긴장하는 분위기가 확실하게 전해졌다.

 

 “아시물라. 이계종이 아시물라잖아요.”

 

 아시물라. 배송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이계종 중의 하나가 바로 아시물라다. 아시물라는 인간의 몸과 마음속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기생종이다. 한 번 인간의 몸에 자리 잡으면 스스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이상 절대 알아차릴 수 없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아시물라가 인간을 숙주 삼으려면 반드시 인간의 동의가 필요하다. 인간이 허락하지 않으면 강제로 들어가서 집을 짓고 살 수 없다.

 따라서 아시물라가 인간을 숙주로 삼았다는 의미는 둘은 이미 몸과 마음이 동화된 사이라는 것이다. 강제로 떼어냈다가는 인간의 마음이 무너져 내려 그 인간은 살 수가 없다. 백 프로 자살하거나 미쳐버리는 것으로 끝난다.

 

 서원이 가장 상대하기 싫은 이계종 중의 하나가 바로 아시물라였다.

 

 [엥? 아시물라였어. 아니 난 전혀 몰랐는데.]

 “처음부터 여기 가라고 하는 것부터가 수상했었어. 우리 솔직 합시다.”

 [당연하지. 나 솔직해. 그런 것까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 너도 잘 알잖아. 우리가 그렇게 똑똑한 회사가 아니야. 아직도 스마트폰으로 오목만 하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라고.]

 “아, 진짜.”

 [그런데 대단하다. 아시물라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 녀석들은 꽁꽁 숨는 게 주특긴데. 벌써 그만큼 팠다니 역시 임서원이야.]

 “아 딴말하지 말고 간단하게 얘기할게. 나 못해. 다른 녀석들 보내요.”

 [왜? 녀석의 정체를 밝혀냈으면 끝까지 처리해야지.]

 “나 이런 거 못해. 서로 또 질질 짜고 난리 부르스 추고. 못해. 못해. 그냥 나 센 놈으로 보내줘. 화끈하게 치고 박게.”

 [그럼 기동 3과 가든가. 요즘 그쪽에서 맡고 있는 놈이 두고족이래. 너 두고족이랑 사연이 있잖아.]

 “아, 진짜. 3과는 안 간다고요.”

 [그럼 그 일 해결해. 남아도는 팀이 별로 없어. 요즘 다른 팀들도 바쁘다고. 이계종이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고.]

 “나 성격대로 한다. 다쳐도 몰라.”

 [아, 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지지고 볶든지 서원이 네 마음대로 하세요.]

 

 장국도는 여유를 부렸지만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야! 마운틴고릴라. 마운틴. 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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