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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후계자는 네가 해
작가 : 박시인
작품등록일 : 2020.8.4

묻혔던 비밀과 얽히고설켰던 사연들이 드러난다. 그 엉킨 매듭을 풀어내라고 등 떠밀렸는데, 맞서는 대적자가 전혀 뜻밖의 인물이라.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으니……. 이 검왕의 아들과 그를 제자로 삼았던 천마의 후예는 결국 대립할 수밖에 없다. 음모에 빠졌을 때에도 갖가지 기연을 만나게 되는 제법 운이 좋은 사내. 또 고난을 겪을지라도 끝까지 의리와 헌신의 관계성을 발전시켜 나가려 애쓰는 올곧은 의식의 소유자, 그런 주인공의 이야기.

 
#6. 그의 생사 확인도 중요하다, 그러나
작성일 : 20-08-25 07:48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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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그의 생사 확인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래, 그랬겠지.”

  “확신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잘 생각해봐라.”

  “어떤 부분을 생각하라는 말씀입니까?”

  “우선 너는 나를 이길 수 있었다. 아니냐?”

  “글쎄요?”

  “그런데 이기지 못했어. 또 나는 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 것도 아니다.”

  “그런 것입니까?”

  주유곤은 세세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현의용녀도 거기서 말을 끊었다.

  “됐다. 여기까지만 하자. 네가 깨우칠 수 있다면 천하에 으뜸의 인물이 될 것이다.”

  주유곤은 아무 말을 하지 않는데 현의용녀는 이문세와 냉추하에게도 조용히 말했다.

  “나는 저 작은 아이를 데리고 떠나야겠다. 너희도 어서 떠나라. 여긴 좋지 않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냉추하가 공손하게 되물었다.

  “사실 나는 상관보와 아무 상관이 없다.”

  현의용녀가 상관보와 관련이 없다는 건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다만 왜 자신들과 손속을 겨뤘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주유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시면서 왜 저희를 닦아세우셨습니까?”

  “네가 강호에 출도하여 상관보로 향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문이 벌써 강호에 퍼졌습니까?”

  갑자기 현의용녀의 음성이 강경해졌다.

  “이런 딱한 것 같으니! 검왕 주상민이 누구인가?”

  “소생의 존부(尊父: 우러러보는 아버지)이십니다.”

  존부라는 발성의 음색과 표정이 우울했다.

  현의용녀는 그런 표정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단호히 말했을 뿐이었다.

  “너는 제대로 대답해보아라. 검왕의 아들은 또 무엇인가?”

  “그게 사람들과 무슨 상관입니까?”

  “이십이 년 전 무림은 독룡신군에게 턱없는 침탈을 받았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그때 최선봉에서 그를 무찌른 사람이 주상민이다. 그는 만력제의 아들이니 황자(皇子)가 아닌가. 그러나 오히려 검왕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으로 일컬어졌다. 네 신분이 그러한 게야. 일거수일투족이 강호에 소문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지. 그걸 잊지 말아라.”

  이어진 음성은 부드러웠다.

  “마침 내가 멀지 않은 곳을 지나가던 길이었다. 그래서 너보다 먼저 상관보에 들러본 것이야.”

  “일이 그렇게 된 거였군요.”

  “또 사실은 너희들의 기량도 알고 싶었다.”

  “저희의 기량은 왜 확인하시려고요?”

  “무림에는 곧 풍운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곧 영웅대회가 열릴 것이다. 그런데 전대(前代)와 현세(現世) 무림이 격돌할 조짐이 보이는구나. 얽히고설킨 매듭이 뭉쳐버렸어.”

  무슨 짐작이 가는 듯 이문세가 세심히 물었다.

  “전대와 전전대에서 얽힌 매듭이 현세까지 이어진 건지요? 그 매듭을 움켜쥔 사람을 알 수 있는지요? 또 누가 어떻게 그 매듭을 풀어야 하는지요?”

  현의용녀가 이문세를 세심히 훑어봤다. 흉금 속에 어떤 기략을 감추고 있는지 하나하나 헤아려보는 품새였다.

  이어진 음성에 믿음직하다는 기색이 들어있었다.

  “제법이다. 너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묻는구나.”

  “과찬이십니다.”

  “이 사연의 발단은 훨씬 앞 세대부터였어. 그게 얽히기 시작한 거고. 그걸 너희들의 전대에서 누군가 이 매듭을 움켜쥐어 멈춰 세웠어. 한둘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그들은 곧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를 말씀이군요.”

  “곧 알게 된다. 그 매듭을 풀어야 할 인물이 너희 중에 있으니.”

  젊은이들이 무의식중에 주유곤을 바라봤다.

  그는 무심한 표정이었다. 얼핏 고뇌의 빛이 내비쳐졌으나 곧 사라졌다.

  현의용녀가 다시 말했다.

  “누가 알겠느냐? 그때 피바람이 불지, 화해와 용서의 얼싸안음이 일어날지. 그 중심에 너희가 있으니, 너희들의 기량과 마음가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묵묵히 듣고 있던 주유곤은 다른 일을 물었다. 더 길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모두 그 아가씨라는 낭자의 수하들이다.”

  “그런데 왜 노선배님을 노부인이라 칭하며 덩달아 거론했을까요?”

  “너는 정말 모르겠느냐?”

  “네?”

  반문하더니 곧 깨달았다는 듯 대꾸했다.

  “아, 그랬군요.”

  “그렇다. 나를 들먹인 건 너희를 혼란스럽게 할 목적이었을 것이다.”

  “말씀을 듣고 보니 소생의 강호 경험이 정말 하찮다고 느껴집니다.”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다. 경험은 시간이 지나야 쌓이는 것.”

  “마음이 조급해서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현의용녀는 그런 하소연에는 대꾸하지 않았다. 자기 할 말만 했다.

  “이제부터 무림에는 험악한 기세가 발동할 것이다. 여기가 근원지가 될 테고!”

  그러면서 갑자기 냉추하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 소녀가 비록 뛰어난 경공술을 지녔다지만 피할 수 없었다. 그만큼 빠른 손속이었다.

  꼼짝달싹 못 하게 되자 놀라서 소리쳤다.

  “노선배! 이게 무슨?”

  현의용녀는 순식간에 냉추하의 내공 경지를 파악했다. 곧 손을 놓아주었다. 매우 안심된다는 음색으로 말했다.

  “비도문의 대제자 엄수수가 자신의 비전절기를 전할 것은 예측했었다. 그런데 그 화산사검(華山四劍) 팽두영(彭斗英)도 네게 손을 썼느냐?”

  얼떨떨해진 냉추하가 엉겁결에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구나. 놀랍다. 화산이검 조태민은 그 때문에 망설일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면 등옥려도 네게 손을 더했겠지?”

  “네.”

  “됐다. 다행이다. 너는 얼른 비도문으로 돌아가서 이청하의 발작을 단속해라. 일 년 후에는 너희 모두 강호에 나와야 한다.”

  “아! 어찌! 어떻게 제 사부님의 상태를 알고 계십니까?”

  현의용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앞으로 후배들이 행해야 할 일의 지침을 내릴 뿐이었다.

  언행 태도에서는 과연 무림의 대선배다운 관록이 물씬 풍겼다.

  “앞으로 무림에 밀어닥칠 풍운을 막아낼 자로 누구, 누가 있으랴? 하여 태산세가를 이어갈 네게 묻겠다.”

  이문세는 역시 보통의 인물이 아니었다.

  얼른 자세를 바로 하고 귀를 열었다.

  “노선배께서는 하문하십시오!”

  “네 무예의 경지는 어디까지 닿았느냐?”

  “존조부의 검법과 존부의 장법을 겨우 흉내 낼 정도입니다.”

  대꾸는 겸손했다.

  그러나 쭈뼛거리거나 망설이지 않았다. 자신감 있는 태도였다.

  “둘 다 섭렵(涉獵: 사냥하여 획득함, 목표물을 쏘아 맞힘)했다는 뜻이겠지?”

  “아슬아슬합니다.”

  현의용녀는 그 경지를 알아보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나이에 그 정도라면, 너는 정말 보통이 아니구나.”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할까 봐 두려울 뿐입니다.”

  “쓸데없는 소리! 대장부는 두려움을 입 밖에 내놓지 않는 법이다! 오직 몸과 마음을 다해 극복하려 애쓸 뿐!”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너는 즉시 태산으로 돌아가서 네 조부의 일검(一劍)과 가부의 신수(神手)를 집대성(集大成)해라.”

  “집대성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 내공은 어떻게 갑자기 상승시키기 어렵다. 그러나 초식의 손속은 반드시 일 년 안에 숙련해라. 네가 선봉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문세는 더 반문하지 않았다.

  지그시 어금니를 앙다무는 모습으로 각오의 다짐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젊은이들을 한번 둘러본 현의용녀가 믿음직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그다음 먼 곳에 앉아있는 흰 앵무새를 불렀다.

  “명아야, 너는 이리 와서 앉아라.”

  흰 앵무새는 감히 저항도 못 했다. 아주 느릿느릿 날아와서 그 팔에 내려앉았다. 여전히 몸을 떨었다.

  “네가 이장광의 어깨로 옮겨 앉고 나서 다시 내 팔에 올라앉은 게 몇 년 만이냐?”

  “그, 그게, 가, 가주가 어릴 때였으니, 해, 햇수가 마, 마흔 번은 더 바뀐 것 같고, 쉬, 쉰 번은 아, 안 된 거 같고.”

  흰 앵무새는 말까지 더듬거리며 덜덜 떨고 있었다.

  현의용녀가 그 머리를 한번 쓰다듬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됐다. 이미 지난 일이니 명아야, 너는 나를 더는 무서워하지 마라.”

  “네? 네, 네, 네.”

  “그때 태산일검 이장광은 서른 살 젊은이였다. 그의 아들 이순명이 여섯 살 어린아이였으니 벌써 사십 구 년 전이다.”

  “사십 구 년, 사십 구 년, 앗! 그러면 곧 영웅대회?”

  흰 앵무새가 혼자 구구 짖는데 현의용녀는 쌀쌀하게 말했다.

  “너는 이제 이장광에게 가서 내 말을 전해라!”

  “네? 다시 가, 가요?”

  “반드시 일 년 안에 차질없이 준비하라면 알 것이다.”

  “그다음에는요?”

  “그가 전하는 소식을 가지고 내게 와라.”

  “아, 아, 아!”

  그건 분명 달갑지 않다는 새소리였지만, 들은 체 만 체 팔을 들어서 날려 보냈다.

  이어서 주유곤에게 말했다.

  “이제 너는 혼자 상관보에 들어가라.”

  “혼자서 말입니까?”

  “가서 상관보주 상관욱을 문상(問喪)해라.”

  “네?”

  그 말을 듣고 일행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주유곤은 가슴이 철렁했다.

  ―상관백부가 세상을 떠났단 말인가?

  순식간에 애절한 심정이 됐다.

  그때 차분한 음성이 다시 들렸다.

  “그의 생사 확인도 중요하다, 그러나 너는 절대로 관뚜껑을 열어서 유해를 확인하려 들지 마라. 나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셨습니까?”

  “음모가 숨어 있을지 몰라.”

  “음모라니요?”

  “상관욱의 딸이라고 자칭한 여인이 위패를 모시고 있었다. 차마 억지로 확인할 수는 없었어.”

  “인지상정의 도리를 지우지는 못하셨군요.”

  “그러나 나는 그에게 또 다른 딸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네? 또 다른 딸이요?”

  현의용녀는 더 언급하지 않았다. 보 안에서 해야 할 일만 말했다.

  “저 안에 네 무예를 무찌를만한 자는 없을 테고, 또 네 성정이 올곧게 강직하나……. 이번에는 교활해져라.”

  “무슨 말씀입니까?”

  “너 혼자 들어가도 무슨 위험은 없을 것 같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윽박질러서는 실체를 들여다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습니까?”

  “어떤 모략이 숨어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고.”

  주유곤이 터놓고 말했다.

  “소생은 강호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데 잘 대응할 수 있겠습니까?”

  현의용녀가 기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솔직하구나. 저들이 아무리 가려놓으려 한들 네 마음이 깨끗하니 상황을 선명하게 볼 수 있겠다.”

  “미숙할 뿐입니다.”

  “괜찮다. 상관욱의 생사는 기회를 봐서 확인해라. 여의치 않으면 굳이 밝히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다.”

  “노선배께서는 무엇을 미심쩍어하시는 겁니까?”

  “이 상사(喪事)가 터무니없어서 그렇다.”

  “말씀의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아라. 이십여 년이 지났어도 상관욱의 협명은 여전하지 않더냐?”

  주유곤은 얼굴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답하는 음성이 당당했다.

  “감히 누가 제 의백부님의 영명(英名: 명예로운 이름)을 지울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강호에 어찌 그런 인물의 부고(訃告)조차 없었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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