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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녹이 기억할 것입니다
작가 : Naram
작품등록일 : 2020.8.17

어린 아이들이 말하기를,

후대의 선생들이 가르치기를,

세계의 역사가들이 기록하기를,

당신은 비열하고 악독한 손가락질 받아야 마땅한 자라 비웃을지라도

아녹께선 그날의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12
작성일 : 20-08-24 22:24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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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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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챙이에 큼지막하게 꽃인 낙타고기에서 기름진 육즙이 모닥불 아래로 리드미컬하게 떨어졌다. 최상의 맛을 끌어내기 위해 모래와 마른 낙타똥으로 불 세기를 조절하며 소금과 후추를 화려하게 뿌리는 남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헤인 크롤드, 자칭 아가씨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남자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즈락 부족민들은 저 엄청난 돈지랄을 질린 듯이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론 입을 다시며 맛을 궁금해 했다. 그럼에도 선 듯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센 일행을 향한 경계심을 아직도 풀지 않은 듯 했다.

 

  고기가 익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던 헤인은 건포도 빵을 적당히 찢어 4개의 접시 위에 하나씩 올렸다. 곧 이어 나무로 만들어진 컵에 따뜻하게 대운 대추야자주와 낙타젖을 천천히 따랐고 먹기 좋게 익은 낙타고기를 각각의 접시에 먹기 좋게 올렸다. 마지막으로 마른 박하잎으로 가볍게 꾸밈으로서 일행의 저녁식사를 완성했다.

 

  헤인은 만족스러운 작품에 미소를 지으며 나무 쟁반 위에 센과 티리에의 식사를 먼저 올린 후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수다떨던 둘은 본격적인 고기냄새가 난 뒤로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했는지 텐트 안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저녁을 들고 있는 헤인을 보자마자 눈을 빛내며 자리에 앉는 것도 어쩜 그리 똑같은지 누가 본다면 자매라고 할 정도였다.

 

  주인의 저런 모습을 기뻐해야 할지, 한마디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지만 아무렴 어떠냐는 생각으로 기울어지며 들고 있는 쟁반을 천천히 둘 사이에 놓았다.

 

 

  “예쁜 여자만 보면 환장하는 것 밖에 모르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밥은 잘하네요.”

 

  “응. 몇안되는 장점들중 하나지.”

 

 

  자신이 티리에 앞에서 추태를 부린 적이 있던가 하고 기억을 되새겨 봤지만 소녀 앞에서 다른 여자들에게 집적댄 적은 없었다. 결론은 힘들게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센은 티리에에게 신나게 헤인의 뒷담을 깠다는 것으로 나왔다.

 

 

  “대체 무슨 말을 하신겁니까.”

 

  “별말 안했어. 단순한 걸즈 토크야, 걸즈 토크.”

 

  “이제 스물도 넘으신 분이 걸즈는 무슨...”

 

  “그 이상 나의 소녀스러운 감성을 건드린다면 무자비한 권력으로 너를 뭉게버릴거야.”

 

 

  잠시 심술을 부려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고 되려 경고만 받은 헤인은 조용히 밖으로 나가 자신의 식사를 가지러 나갔다.

 

  차가운 사막의 밤바람이 모닥불을 휘감자 불똥들이 먼지와 뒤섞여 허공에 흩날렸다. 양손에 자신과 아스칼의 저녁을 든 헤인은 아직 쓸만한 낙타똥은 따로 빼놓을까 하고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발로 흙을 끌어 모았다. 자신의 일행은 인원수 대비 낙타는 충분했고 낙타똥이 모자랄 것 같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끌어 모은 흙을 발로 대충 모닥불 쪽으로 차 넣던 도중 저 멀리서 오는 여러명의 인파가 보였다. 어두운 밤이었지만 별빛에 비춘 모습을 보아하니 한명은 아스칼인 듯 했고 나머지는 다른 한 사람을 보호하는 병사들로 보였다.

 

  헤인은 편하게 요리하기 위해 등쪽으로 매놓은 롱소드가 잘 있는지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검을 뽑을 수 있도록 경계를 풀지 않으며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사람들이 가까이 오자 꺼져가는 모닥불의 불빛에 모습이 드러났다. 아스칼과 함께 온 남자는 화려한 색동옷을 입고 있었는데 보통 가문이나 족장 후계자들이 입는 옷이란 것을 기억해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려오다니, 아가씨들이었다면 기쁘게 환영했을 텐데 말이죠. 그래도 귀한 분과 함께 오신 것 같은데 제 몫이라도 드시겠습니까?”

 

 

  아스칼과 함께 온 이삭은 헤인이 들고 있는 접시의 내용물을 잠시 바라보곤 고개를 저었다.

 

 

  “나와 함께 한 이들은 이미 식사를 마친 상태이니 마음만 감사히 받겠소. 오히려 이쪽이 저녁식사를 방해한 꼴이 되어 미안하게 됐구려.

 

  “아신다니 다행입니다. 이곳에 들어온 후부터 유쾌한 기억은 없어서 말이죠.”

 

  “...”

 

  “주인님의 저녁식사가 끝난 후에 다시 오시지요. 그리고 아스칼씨.”

 

 

  주변에서 함께한 병사들이 노성을 냈지만 헤인은 아랑곳 하지 않고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스칼을 노려보았다.

 

 

  “주인님과 당신은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입니다. 반대라면 모를까, 기별도 없이 일방적으로 당신의 손님과 함께 해야 하는 위치는 아니란 말입니다,”

 

  “이건 내가 억지를 부려 그런 것이니 이 친구를 너무 책망하지 않았으면 하네. 이 일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할 터이니 용서해줬으면 좋겠군.”

 

  “족장님!”

 

  “아직은 족장이 아니라 족장대리일 뿐이다. 아버지께서 아직 후계를 넘기신 것은 아니니 공적인 자리에선 말조심하도록.”

 

 

  헤인은 자신이 들고 있는 아스칼 몫의 저녁을 ‘실수로’ 떨어뜨릴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행색을 보아하니 막으려다 실패한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주도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잠시 옥신각신 하고 있을 때 천막 안쪽에서 느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족장대리인과 아스칼만 들여보내. 무장 병력은 천막으로부터 10미터 이상 뒤로 물리고.”

 

  “알겠습니다.”

 

 

  헤인은 천막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보인 후 이삭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답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그렇게 하도록 하겠소.”

 

 

  잠시 고민한 이삭은 아스칼을 위해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다만 그는 한 부족을 짊어질 몸이었고 그의 위신은 부족의 위신이기도 했다.

 

 

  “대신 과묵한 친구 한명도 같이 들어갈까 하는데 당연히 허락해 줄 것이라 믿소.”

 

  “여자 둘 있는 천막에 그렇게 경계하고 싶다면야 상관없는데.”

 

  “사막에서 여자와 아이에게 빈손바닥을 보여주는 것만큼 어리석은게 없지. 그리고 나도 한 무리를 이끌고 있는 몸, 더 이상의 무례는 용납하지 않겠소.”

 

  “미안. 자그마한 화풀이었어. 말도 고쳐야겠네.”

 

 

  천막 안쪽에서 잠시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방금 전처럼 반쯤 장난이 섞인 것이 아닌 기품있는 여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족의 장(將)에게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사정이 있어 밖으로 나가지 못하니 안쪽에서 정식으로 사과를 받아주시겠습니까.”

 

  “물론. 나 역시 떳떳하지만은 않으니 이 일은 묻어두는 것으로 했으면 하오.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서 나누도록 합시다.”

 

  “당신의 관대함에 그라스트의 축복이 있기를. 헤인, 모셔오거라.”

 

  “알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이삭은 조금 당황한듯한 아스칼을 빤히 바라보았다. 분명 남자둘에 조카 한명이라 했는데 남자중 한명은 목소리도 그렇고 스스로를 여자라 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스칼도 여기에 대해 할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조용히 헤인의 뒤를 따라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안쪽에는 고기와 빵이 담긴 저녁식사를 잠시 멈춘 센과 티리에가 서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삭은 둘을 보고 멈칫했는데 한명은 남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고 다른 한명은 오래전 떠나보내야만 했던 여동생과 똑같은 외형의 소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인지는 몰라도 저 소녀의 얼굴엔 경악이란 두 글자가 쓰여 있는 듯 했는데 자신이 아닌 저 남장여자 때문인 듯 했다.

 

  간단하게 통성명을 나눈 이삭은 조금 혼란스러워진 정신을 다잡으며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오. 이유가 있겠지만 보아하니 남자의 행색이 잘 어울려 우리를 속여도 됐을 터인데.”

 

  “저는 풍만한 가슴을 가지고 있지도, 잘 발달된 골반을 가지고 있지도 않지요. 그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아, 아니.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고...”

 

  “장난입니다. 제가 좀 짓궂은 면이 있어서 실례를.”

 

  “음.”

 

 

  센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삭을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부족의 장이 까마귀가 우는데 여우와 고기를 나누러 올리는 없으니 필히 용무가 있어서겠지요. 가령 신원미상자의 신분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서라던가.”

 

  “...재밌는 발상이구려.”

 

  “재밌는 발상이지요. 이곳에 들어온 후부터 집중을 못하시는듯한데 내일로 미뤄도 괜찮습니다.”

 

  “실례했군. 조언은 고맙지만 오늘밤으로 끝내겠소.”

 

  “그렇다면야.”

 

 

  센은 헤인이 건내준 따뜻하게 덥힌 낙타유잔을 받아 조심스럽게 마셨다. 그리고 자신의 것과 같은 잔을 받은 이삭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멀뚱멀뚱 구경하고 있던 티리에의 잔이 미지근해졌을 무렵 닫혀있던 이삭의 입이 열렸다.

 

 

  “시간이 늦은 만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그대가 말한 재미있는 발상에 대한 답을 듣고 싶소.”

 

  “그러죠.”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고있지 ...진심이오?”

 

  “다른 이들에게 저와 헤인의 신분을 함구한다면 안될 것도 없지요.”

 

 

  센은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음을 지었다. 슬슬 숨겨왔던 신분을 알릴 때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리가 알아서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손해득실을 계산해본 결과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였다.

 

 

  “단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아야겠습니다.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어라 했으니 이해해 주실 것이라 생각해요. 이것마저 안된다면 피곤하더라도 오늘 밤 부족을 나가겠습니다.”

 

 

  센의 말을 들은 이삭은 짧은 시간동안 고민했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이런 경우도 상정하긴 했고 그에 따른 대답도 생각해두었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니 왠지 모르게 말하기가 꺼려졌다. 때문에 일단 잠시 미루는 방향으로 선택했다.

 

 

  “그대의 신분을 듣고 판단하겠소. 대신 그대가 숨겨왔던 신분을 다른 이들에게 함구할 것을 그라스트 이름 앞에 맹세하겠소.”

 

  “그건 당연한 것 아닐까요?”

 

  “우리 시엘라 민족에게 있어 단순한 약조와 그라스트 앞에 맹세하는 것의 차이는 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오. 그대도 알다시피 약조란 것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깨질 수 있는 것이지.”

 

  “부정할 순 없네요.”

 

 

  센이 의도한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이 시간은 과하지 않는 한 무게와 가치를 올려줄 것이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한 시간이 지나 입을 열려 할 때 불청객이 나타났다.

 

 

  “족장님, 급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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