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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녹이 기억할 것입니다
작가 : Naram
작품등록일 : 2020.8.17

어린 아이들이 말하기를,

후대의 선생들이 가르치기를,

세계의 역사가들이 기록하기를,

당신은 비열하고 악독한 손가락질 받아야 마땅한 자라 비웃을지라도

아녹께선 그날의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11
작성일 : 20-08-24 22:24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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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 일행은 목표로 했던 아즈락 부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좋은 일이라면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직전에 도착해 부락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좋지 않은 일이라면 이들이 센 일행을 그다지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름 티리에와 즐거운 대화를 나눈 센은 이정도야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준다는 느낌으로 마차 창틀에 턱을 기대며 느긋하게 있었지만 헤인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대다수 사막부족들이 외지인을 경계하는 편이라 하지만 대놓고 검날을 드러내는 등 위협수준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아가씨들에게까지 저런 눈빛을 받으니 속상하네요. 이정도라면 차라리 밖에서 불침번 새우고 야영하는 것이 속 편하겠습니다.”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함사막과 아일드제국 경계에 세워진 조르덴 성과 활발하게 교류했었다. 우리 민족 중에서 외지인과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는 몇 안되는 부족들중 하나였는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부락에 들렀기에 아스칼의 얼굴을 알고 있음에도 그들을 향한 경계의 눈빛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과 달랐는지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인 아스칼은 절친한 친구이자 아즈락 부족 족장인 이삭의 천막으로 낙타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천막 사이에서 이쪽을 노려보는 소년, 아이들의 시선을 가리는 여인, 언제든지 무기를 뽑아들 수 있도록 병장기에 손을 올려둔 병사들. 우리를 엿먹이려고 이곳에 대려온건가 하고 헤인이 의심마저 할 찰나에 아스칼의 낙타가 속도를 줄였다.

 

  일행은 거대한 천막 앞에 멈추어 섰는데 가죽에 하얀 천을 덧대고 금실로 치장해 주변에 포진한 다른 천막들과 차이를 보였다. 경계를 서고 있는 병사들도 전시인것마냥 완전무장한채로 경계를 서고 있었는데 그중 세명이 아스칼에게 다가와 용무를 물어봤다.

 

 

  “평안했는가. 오랜만이야 아스칼. 족장님의 거처엔 무슨 용무인가.”

 

  “평안헀는가. 직접 전달해야만 하는 물건이 있다. 오랜만에 회포를 풀 것도 있고.”

 

  “나도 자네를 알지만 지금 상황이 영 아니여서 말이야. 내용물이 뭔지 알아야겠는데.”

 

  “뜯지 않은 채로 가져왔다. 안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라. 듣자하니 용병들에게 뭔가 의뢰했다고 하던데.”

 

  “음.”

 

 

  아스칼과 대화하던 병사가 뒤에서 듣고있던 후임자에게 손을 까딱했다. 알겠다는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천막 안으로 사라지자 대화하던 선임병사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아스칼의 화려한 낙타들을 죽 훑어봤다.

 

 

  “뒤에 줄줄이 달린 일행도 정보국이야? 대충 보아하니 교역품같은건 보이지 않는데.”

 

  “정보국 복무기간은 끝났다. 뒤는 내 조카하고 고용주들.”

 

  “그럼 지금은 용병일을 하는건가?”

 

  “그렇다.”

 

 

  선임병사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그의 얼굴을 보고 무엇 때문에 경계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던 아스칼은 쓴웃음을 지으며 선임병사의 어깨를 툭툭 쳤다.

 

 

  “먼저 건드리지 않는 이상 먼저 위해를 가할 사람들은 아닌 것 같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좀 말해줬으면 좋겠군.”

 

  “글쎄, 노력은 해보겠다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아. 마침 족장님의 허락이 떨어진 것 같으니 들어가서 직접 이야기 해봐.”

 

 

  선임병사의 말대로 천막 안으로 들어갔던 병사는 금방 나와서 족장의 허락을 알렸다. 아스칼은 선임병사에게 일행들을 부탁하며 은화 한닢을 그의 손에 쥐어주곤 무기를 풀어 후임병사에게 건내주었다.

 

  이곳에서 지낸 10년, 떠나있던 10년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현 상황을 반드시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천막의 가림막을 걷어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안쪽엔 새하얀 더벅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한명의 남성이 의자에 기대듯이 앉아서 아스칼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매가 색동무늬로 된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속에 가려진 단련된 몸을 모두 가리진 못했다.

 

  굳은 표정으로 들어온 아스칼을 바라본 사내는 조금 애매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벌리며 그를 반겨주었다.

 

 

  “반가워... 라고 하기엔 반겨줄만한 상황이 못 되는걸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평안했는가.”

 

  “밖에서 마르코에게 이야기 했지만 정보국 임기는 저번주로 끝났다는걸 미리 알아뒀으면 좋겠군. 평안했는가.”

 

 

  서로 가볍게 포옹한 두 남자는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가죽을 덧댄 나무의자에 앉아 서로를 마주보았다. 지난 10년간 6개월 간격으로 만났음에도 예전에 있던 하나의 일 때문인지 둘은 반가워하기도, 조금 거리껴 하기도 했다.

 

  서로를 가만히 바라만 보던 상황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아스칼이었다.

 

 

  “일단 용건부터 끝내야겠지. 조르덴성에서 정보부로 근무하던 도중 무언가를 비밀스럽게 운송하던 용병들을 제압했다. 미리 제압한 이들이 있어 내가 담당한 녀석은 그 자리에서 참수하려 했는데 이곳을 팔더군. 부족차원에서 의뢰했다 하던데.”

 

 

  아스칼이 품속에서 먹으로 검게 칠해진 작은 유리병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코르크로 단단하게 봉인된 유리병을 잠시 바라본 사내는 그것을 집어 눈앞에 가까이 했다. 잠시동안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던 사내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품 안에 넣곤 조금 진지하게 아스칼을 바라보았다.

 

 

  “안에 내용물을 봤나?”

 

  “전혀. 이상한 말 몇마디와 함께 그것을 건내받은 다음엔 거의 잊은 듯이 지냈다.”

 

  “이상한 말이라니.”

 

  “자신이 운반한 것은 ‘하얀 밤(白夜)’이라고 전해주면 알 것이라 하더군.”

 

 

  아스칼의 말을 들은 사내는 잠시 눈을 감았다. 미간 사이에 골이 생긴 것이 무언가를 상당히 고민하는 듯 했다. 고요한 시간은 길어졌고 아스칼은 계속해서 가만히 그를 기다려주었다.

 

 

  “건내 받는걸 본 사람은.”

 

  “없다.”

 

  “정보국에서 자네가 이곳으로 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확신할 순 없지만 없다.”

 

  “좋아.”

 

 

  사내는 감았던 눈을 뜨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곳에서 떠나라. 가급적 빨리, 제국의 눈이 닿지 않는 곳으로.”

 

 

  아스칼 얼굴을 찡그리며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듯이 몸을 틀어버린 사내를 바라보았다.

 

 

  “무례하군.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보내겠다는건가.”

 

  “미안하네. 하지만 세상에선 모르는게 약인 경우가 있어.”

 

  “눈 뜬 채로 뒤통수 맞는 것 보단 낫지. 다음 행선지는 정해져 있으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들어야겠어.”

 

  “나가게.”

 

  “이삭 아즈락!”

 

 

  아스칼이 큰 소리로 사내의 이름을 말하며 주먹으로 탁자를 후려쳤다. 탁자가 완전히 부서져 나무조각들이 여러곳에 흩어졌지만 그것을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다.

 

  이삭은 아스칼의 고성에 잠시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다시 표정을 굳혔다. 아스칼이 전투가 아닌 대화하는 도중에 고성을 낸 것은 10년도 더 된 사건 때문에 다투었던 것 이외엔 없었으니 그가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이삭은 단호한 태도를 꺾지 않았다.

 

 

  “우리 부족은 샤트라님께 큰 폐를 끼치고 말았어. 그분의 아들 되는 너까지 말려들게 한다면 익스타니아(IXTANIA - 천국땅에 도달하기 직전 넘어야 하는 마지막 언덕)에서 그분을 뵐 낯이 없다.”

 

  “나와 내 어머니의 고향이 영문도 모르는 일에 휩쓸리는 것을 구경만 하다 익스타니아에서 어머니와 떳떳하게 만날 수 있다 생각하는가?”

 

  “그냥 좀 들어! 외골수적인 부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게 없어!”

 

  “분명히 말하는데, 샤론이 사라졌을 때처럼 멍청하게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당장 말해!”

 

 

  두 사람은 어느센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의 멱살을 잡은 채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갑자기 험악해진 분위기에 경비를 서고 있던 마르코가 급하게 안쪽으로 들어왔으나 이삭이 손을 내젓는 것을 보곤 그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밖으로 조용히 나갔다.

 

  마르코의 등장으로 조금 분위기가 진정됐는지 둘은 다시 의자에 앉아서 서로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결단코 말해주지 않을 것 같았던 이삭은 아스칼의 마지막 말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는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일행도 있다는 놈이.”

 

  “나는 내 일을 할 뿐, 조카는 집으로 보내고 계약은... 이건 좀 위험하군. 아무튼 의뢰를 진행하며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도우면 된다.”

 

  “젠장, 여동생을 보낸 이후 너밖에 남지 않았는데 너 마저 말려들면 그걸 곁에서 지켜보는 내 기분은 어떨지는 생각도 안하지.”

 

 

  짧은 푸념을 한 이삭은 팔짱을 끼며 자포자기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말해줄게.”

 

  “고맙군”

 

  “대신 조건이 있어. 이것들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말해줄 수 없고 너희는 내일 날이 밝는대로 떠나야해.”

 

 

  아스칼은 가만히 이삭을 바라보았다. 이 이상은 양보해 줄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가 보였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한편 센과 헤인, 티리에는 병사들이 마련해준 공터에 간이천막을 치고 안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센과 티리에는 천막의 입구 근처에서 엎드린채 수다중이었고 헤인은 밖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짜, 삼촌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모래를 한움쿰 삼킨것마냥 속이 터져나가요. 애휴.”

 

 

  그리고 수다의 내용은 아스칼의 뒷담이었다.

 

 

  “저런. 옆에서 고생이 많았겠네.”

 

 

  센은 옆에서 추임새를 넣으며 티리에를 동정했지만 그녀의 눈은 웃고 있었다. 티리에는 좌우로 대굴대굴 굴러다니느라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일부러 참한 언니들하고 친해진 뒤에 삼촌이랑 엮어주려 했거든요?”

 

  “오오, 기특하네.”

 

  “아니 근데! 밥을 만들어서 숟가락으로 입에 퍼줘도! 씹지를 못해요 우리 삼촌은!”

 

  “저런.”

 

  “삼촌이 데이트를 한 다음날이면 언니들이 저보고 미안해대요. 몇몇은 그래도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뭐해. 삼촌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자를 여자로 바라보질 않는데.”

 

  “복에 겨웠네. 이 잘생긴 오빠에게 그 숙녀분들좀 소개해 주지 않을래?”

 

  “느끼한 오빠는 끼지 마요.”

 

 

  괜히 한 숟갈 얹었다 티리에의 경계만 사버린 헤인은 아쉽다는 듯 입을 다시며 저녁준비에나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이것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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