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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2부 태양의 권세] 8장 로봇사냥
작성일 : 20-08-24 10:59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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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을 나누면 절반이 된다. 권력은 나누면 즉시 없어진다.

 

 - 졻프랸 교수(오리온계 제3대학 사회학과) -

 

 

 ***

 사냥꾼은 사냥감의 포획의 임박을 느꼈다. 마혜인은 여러 차례 그를 놓쳤지만, 이번만큼은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 그를 추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몇 차례 추적에 성공했던 기적 같은 일도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그의 흔적을 따라, 그에게 근접했다고 생각할 때쯤이면, 그는 이미 홀연히 사라진 뒤였다. 게다가, 그의 흔적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주로 원시행성에 숨어 버렸다. 그는 감시망이 없는 곳을 떠돌아다녔고,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GPS를 키는 등의 실수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사냥꾼은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그를 쫓아야만 했다. 바로 발로 뛰는 것이었다. 그녀는 로봇의 작은 워프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여러 행성의 원주민들과 온종일 면담을 했다. 그래도 알 수 없다면, 행성의 인근의 3차원 공간을 모조리 조사해야 했다. 물론 그런다고 반드시 흔적이 찾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최초로 로봇의 흔적을 찾은 것은 5년 전이었다. 습지로 가득한 원시행성 YVB00073914에서 전쟁로봇을 목격했다는 전문이 지구 정부로 전송되었다. 무려 그 행성의 왕이 친히 인장이 찍어 보낸 전문이었다. 지구의 군과 경, 그리고 정보국의 마혜인이 그 습지행성의 중력궤도에 모였다. 그들은 습지행성에 주정 을 정박하고 그곳의 관리들을 만나고 왕을 알현했다. 왕은 몹시 기뻐하며 공항까지 나와 지구인들을 환대했다.

 

 왕의 환대는 상황과는 맞지 않게 조금 지나친 것이 있었다. 왕은 오랜 여행에 지쳐 있을 지구인들을 위해 화려한 연회를 열어 주었다. 연회에는 도무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음식들이 대접되었다. 심지어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습지행성의 전통무용과 음악이 공연되었다. 군무가 어찌나 완벽한지 보는 내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조금 얼떨떨한 상황이었지만 지구인들은 훌륭한 음식과 볼거리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식사가 끝나자 관광부장관이 직접 지구인들을 인솔했다. 지구인들은 관광부장관과 습지행성의 유명 관광지와 핫플레이스를 돌며, 습지행성에 대해 설명받았다. 종종 투자설명회를 온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설명이 자세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구인들이 이 투어를 몹시 만족스러워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왕의 전략은 잘 먹혀들었다. 그리고 꼬박 반나절이 지난 이후에야, 습지행성의 치안국장과 방위국장이 나타나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은 지구인에게 사진을 보여 줬다. 사진에는 합성의 흔적이 없이 온전한 전쟁로봇이 있었다. 신장이나 형태, 비행방법 등 모두 전쟁로봇과 일치했다. 수사관들은 사진을 보고 날듯이 기뻐했다. 마혜인도 마찬가지였다. 증거가 사실이라는 전문을 받은 지구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서 전쟁로봇의 행방을 찾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수사관들은 충성스럽게 수색을 시작했다. 습지행성의 관리들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력하겠다며 요란을 떨었다. 그러나 무슨 수로 사진 한 장만을 가지고 로봇의 다음 행선지를 찾아낼 것이냐? 크기가 작은 전쟁로봇의 워프 흔적은 레이더에 잡히지도 않았다. 군과 경은 습지행성의 관리자들을 데리고 다니며 헛다리를 짚을 뿐이었다.

 

 그러나 마혜인은 달랐다.

 

 ‘이곳의 관리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아. 하지만 그들은 사실 별다른 정보가 없다. 그들의 과학력과 수사력은 원시행성의 수준일뿐이야. 그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와의 관계일 뿐이지. 그들이 우리에게 대접한 산해진미들과 연회, 멋진 숙박시설만 보더라도 알 수 있어. 그들은 사실 전쟁로봇을 찾고 싶은 생각도 없지. 군경은 멍청한 짓을 하고 있어.’

 

 마혜인은 생각했다. 내가 로봇이라면 어디를 갔을까. 내가 로봇이라면 어디에서 머물었을까. 왜 로봇은 그 시간에 있었을까. 비바람이 몰아치는 그때에 왜. 홍수가 터지고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던 날, 왜 로봇은 그 상공을 날아야 했을까…. 그때, 마혜인의 머릿속을 번쩍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10년 전 광물행성에서 로봇을 제보했던 건달의 이야기였다.

 

 ‘뭐- 행복이 무엇이니 뭐 그런 걸 묻던 걸요?’

 

 마혜인은 생각했다.

 

 ‘그래, 그 사내가 그렇게 말했었지. 로봇은 분명히 행복에 대해 찾고 있었다. 그때는 그저 우습게 넘겼지만, 그게 완전히 오류는 아니었던 게야. 로봇은 행복이 무엇인지 학습해야 한다는 뚜렷한 목적성이 있었어. 로봇이 분명히 행복을 찾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사람들의 행복이었겠지. 그래, 로봇은 분명히 사람들과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이 무엇인지 찾고 있었어. 어떤 이유에서 이 행성을 왔고, 또 어떤 이유에서 이 행성을 떠났든. 그는 분명 여기서 ‘행복’을 찾고 있었을 거야.’

 

 그녀는 근방의 모든 마을을 모조리 수사했다. 그리고 마침내 습지행성의 우타베나골이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비범한 지구인이 숲속의 사문과 생활하다가 큰 홍수가 났을 때 마을 사람들을 구하고 떠났다는 이야기였다. 그와 생활했다는 그 발룬다라는 노숙인도 만나 보았다. 우스운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나마 신빙성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마혜인은 10년 전을 떠올렸다. 그녀는 광물행성 부근에서 로봇을 놓친 이후로 로봇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했었다. 그녀는 제19섹터 근방과 야마모토 박사의 연구실 주변에 감시장비와 크레모아 를 설치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만 로봇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완전히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국장이 세 번 바뀔 동안 그녀는 이렇다 할 성과조차 내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전쟁로봇에 대한 몇 가지 흉흉한 소문을 들었을 뿐이었다. 지구 정부에 복수할 기회를 노리며 무기를 모으고 있다거나, 어느 은하계의 변두리에서 신처럼 행세하며 군대를 소집하고 있다거나…. 그러나 신뢰가 가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신뢰가 간다.

 

 ‘로봇은 이 마을에 있었어. 그리고 이 마을에서 떠났다. 틀림없어. 그 시간, 이 마을 위에 있던 그 우주 공간. 그 우주 공간에 로봇의 흔적이 있다.’

 

 그녀는 오랫동안 공허한 우주의 한 구석을 조사했다. 텅 비어 있는 그 공간. 그녀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그 주변의 3차원 공간을 뒤졌다. 그리고 마침내 2년 후, 그녀는 아주 작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공간균열을 발견했다. 그녀의 심장이 지진이 날 것처럼 박동했다. 그것은 진정한 기적이었다. 마혜인은 그 균열 속에서 희망을 보았고, 희망 속에서 미래를 꿈꾸었다.

 

 마혜인의 계급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도 지쳤다. 여우 같은 국장 덕분에 휴가도 반납하고 고군분투 일했으나, 결국 인사평정은 엉망이었으며 진급에서 누락되었다. 1차 진급에서 탈락했으니, 2차와 3차 진급은 더 바늘구멍이었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진급의 가능성은 줄어들어 갔다. 그렇게 수년이 지났다. 후배들이 자신보다 먼저 진급하는 굴욕은 이제 무던해졌다. 동기에게 명령받았고 결국엔 후배에게도 명령받았다. 그녀는 포기했었다. 정년이 끝나고 이 짓거리를 그만두면 그때는 무엇을 할까. 그녀는 근심으로 가득했다. 모아 둔 돈은 마땅치 않았고 입에 풀칠을 하기에도 벅찬 상황에 자식까지 번듯하게 키워 내야 한다. 요즘 대학등록금은 또 어찌나 비싸던가. 심지어 죽은 어미의 병원비 충당을 위해 받았던 대출이자도 갚아야 했다. 퇴임 후 재취업? 인력이 넘쳐 나는 우주시대에서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기회다.’

 

 로봇을 잡아 가면 그녀는 특진할 것이다. 진급만 하면, 정년이 늘어난다. 진급만 하면, 연금수급 요건도 맞출 수 있다. 그러니까, 적당히 연금을 받아먹으며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 그녀는 정말 사력을 다해야 했다.

 

 그 공간균열을 찾아낸 이후로, 그녀는 계속 전쟁로봇의 추적에 성공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 로봇을 잡진 못했지만, 몇 차례는 전쟁로봇의 흔적을 직접 목격한 적도 있었다.

 

 ‘쥐새끼 같은 놈. 한끗 차이로 잘도 피해 갔지.’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그녀는 로봇의 목적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

 

 ‘그 놈은 지금 이 항성계로 오고 있어.’

 

 그가 왜 이 이름 없는 항성계로 목적지를 설정했는지 몰라도, 모든 정황이 그의 워프 목적지가 이곳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려 주었다. 전쟁로봇은 반드시 이 길을 지나갈 것이다.

 

 그녀는 길목에 매복을 하고 스페이스 크레모아를 설치했다. 그가 워프하여 도망칠 수 있는 모든 방향에 중력장을 설치했고, 암시장에서 구매한 불법 EMP탄의 격발 장치는 수십 번 확인했다. 두 번이나 리허설을 거쳤다. 그녀의 머리속에서 이루어진 워게임만 하더라도 수백 번이다. 불법시장에서 산 무기의 후속처리는 골 때리겠지만 일단 로봇을 포획한다면 상부에서도 그쯤은 쉽게 넘어갈 것이다. 마혜인은 승리를 확신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불안함 마음을 떨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사활을 걸었다. 물러날 곳도 없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포획해야 한다. 격발 장치를 잡은 그녀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그녀의 붉은 전투갑옷 내부는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갔다.

 

 그리고 저 멀리서 전쟁로봇의 작은 워프홀이 번쩍거리며 생겨 나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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