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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내 여자친구는 아이돌?
작가 : 연초록달팽이
작품등록일 : 2020.8.9

'아이돌'이 등장하는 청춘 성장 멜로 로맨스 판타지? '스토리'입니다.

 
재밌는 건 한 번 더
작성일 : 20-08-24 01:55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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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한 긴장감마저 감돌던 기자회견장은 연이가 등장하자 순식간에 카메라 셔터 소리로 가득 물들었다.

 득달 같이 달려드는 그것들의 사이로 연이는 여유롭게 걸어가 단상의 중앙에 자리했다.

 모든 것이 그녀를 위한 무대였다.

 고작 한 사람의 연애와 관련된 이야기가 지금과 같은 현장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 안에서 그녀는 우후죽순 모가지를 뻗은 마이크들을 여유롭게 자신을 향하도록 맞추었다.

 "아, 아."

 마이크가 그녀의 목소리를 적당히 담아내자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방긋 미소 지었다.

 "안녕하세요. 유마이보이의 리더 현입니다."

 그녀가 입을 떼자 또 수십 대의 카메라가 찰칵 소리를 내며 그녀를 대량생산 해댔다.

 "음.. 우선 제가 지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조금 신기하네요. 저는 이런 건 연예인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거든요."

 하하하하. 그녀의 말에 기자들이 하나 둘 웃었다.

 "그만큼 대중분들께서 저를 많이 사랑해주신다는 거겠죠? 항상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녀는 카메라를 보며 꾸벅 인사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제 열애설과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전에, 혹시 이 자리에 신우철 기자님 있으신가요?"

 "네."

 어디선가 대답이 들려왔다.

 "아, 있으시구나."

 연이는 그의 대답이 들려오자 반가운 말투로 말했다.

 "근데 무슨 낯짝으로 여기 계신지 모르겠네요. 도촬범 주제에."

 그러자 그녀의 말에 당황한 기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매니저는 당황한 눈빛을 서슴치 않고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닌가? 하긴 도촬이라고 할 수는 없겠네요. 저는 공인이니까 초상권이고 사생활이고 있어서는 안되는 건데, 그쵸? 죄송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몰래 사진을 찍혔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좀 소름이 돋아서요.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연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던 방향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날 신우철 기자님도 보셔서 아실테지만, 저는 현재 연애 중이 맞습니다. 사실 사귀기로 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은 아는 것보다 서로 모르는 게 더 많은 사이에요. 그런데 많은 분들께서 제 연애 상대가 티엔오 비즈 씨 아니냐고 궁금해하시더라구요. 그게 오늘 기자회견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것과 관련해서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그녀는 마이크에서 살짜기 한 발 멀어지더니 주머니를 뒤척여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단상 위에 그대로 휴대폰을 눕혀 놓더니 자신의 앞에 여러 개 놓인 마이크 중에 하나를 끌어당겨와 휴대폰의 입에 가까이 대었다.

 이후 그녀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간결하게 휴대폰을 고문하자 휴대폰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하나씩 실토하기 시작했다.

 '그거, 내가 해결해줄게. 대신 니가 앞으로 내 말을 잘 듣는다는 전제로. 내일 기자회견 할 거야. 거기서 공식적으로 비즈랑 열애 인정해. 그쪽이랑은 이미 말 다 해놨으니까 그쪽은 걱정하지 말고. 이건 우리 협상 선물.'

 휴대폰은 마지막 실토를 끝으로 침묵했다.

 그러자 잠시보다 조금 긴 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정적이 흘러내렸다.

 이미 매니저의 멘탈은 녹아내려서 아마 껍데기만 남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정도면 대답이 됐을까요?"

 "대박."

 침묵을 깨는 그녀의 질문과 함께 수많은 셔터소리와 타자 소리가 방 안을 또다시 가득 채웠다.

 그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질문 세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핬다.

 "녹음 속 목소리의 주인이 씨아이 대표 차인후씨 목소리인가요?"

 "현재 티엔오 비즈씨와 연애하는 게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녹음 속 협상의 의미가 정확히 어떤 건가요?

 "한 분씩."

 그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연이는 툭 한 마디를 던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끄럽던 분위기는 그녀가 그 뒤로 한 마디도 하지 않자 서서히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다 하셨나요?"

 잠잠해진 분위기 속에서 그녀가 말했다.

 "질문은 한 분씩 받겠습니다. 그러라고 있는 회견장이니까요."

 

 ******

 "시간이 거의 다 된 거 같네요. 제가 스케줄이 있어서, 이제 마지막 질문 받겠습니다."

 한 기자가 번쩍 손을 들었다.

 "네. 저기 기자 분."

 "안녕하세요. 와이케이 이선욱 기자입니다. 말씀하신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소속사가 협상의 명목으로 가짜 열애설 인정을 강요했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맞는 겁니까?"

 "네.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그렇다면 지금 소속사와의 마찰을 폭로하시는 상황인데, 이와 관련하여 파생될 수 있는 일들은 어떻게 처리하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된 대표님의 입장과 대중분들의 판단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지금 제 소속사 대표를 고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여전히 내부고발에 있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신 분들은 저를 탐탁지 못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그것은 최선이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이 기자회견이 저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든 저는 제 자신에게 당당하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겁니다. 소속사의 욕심 때문에 언제까지고 끌려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이 정도까지 일 것 같네요."

 기자들이 하나같이 그녀의 말을 받아적느라 기계처럼 손가락을 움직였다.

 "아, 저 한 마디만 더 하고 싶은데, 중앙 카메라 아직 켜져 있을까요?"

 "네, 말씀하세요."

 중앙에서 카메라를 잡고 있던 기자가 반갑게 맞이했다.

 "크흠. 하영 언니 보고 있을까요? 미안해요. 난 꼴통이라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그래도 만나면 혼내지 말고, 잘했다고 칭찬해줘요. 난 최선을 다했으니까."

 

 ******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다.

 실시간 검색어는 온통 그녀의 기자회견과 관련된 내용으로 가득 들어찼다.

 유마이보이 현, 현 가짜 열애설, 그리고 티엔오 비즈, 씨아이 엔터테인먼트, 차인후 대표, 심지어는 비타즈 하영까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그녀는 자신을 향한 대중들의 관심을 입증해 보였다.

 "최연이!!"

 우당탕탕 발을 구르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충격이 연이를 덮쳤다.

 "커헙."

 순식간에 균형을 잃은 그녀는 순간적으로 몸을 휘청였다.

 "이 배신자!"

 "유..윤아. 언니 죽어."

 그러거나 말거나 그것은 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어떻게 우리한테 한 마디도 안 해주고 그럴 수가 있어요?"

 잔뜩 분해보이는 윤에게 연이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좋은 일은 아니니까. 차라리 말 안 하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 말해주면 너희들은 말릴 것 같아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응?"

 "지금 말 돌리는 거죠? 괜히 딴 말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요."

 윤은 그녀의 품에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언제부터였어요."

 "뭐..뭐가?"

 "언제부터 우리 몰래 연애 중이었냐고!"

 때마침 띠링하고 문자 소리가 들려왔다.

 "오호라! 이거 남친 문자지?"

 "아, 아니야. 남친 문자."

 "아니긴 뭐가 아니야, 확인도 안 해봐놓고!"

 그녀는 살짝 연이를 풀어주었다.

 "자, 잠깐만 윤아."

 그 틈으로 연이는 문자를 확인했다.

 '누나, 오늘 나랑 데이트하기로 한 거 기억하죠?'

 연이는 순간 어제의 생각이 나서 피식 웃었다.

 "어쭈? 지금 웃는 거에요?"

 "아, 아니. 나 안 웃었어. 내가 언제."

 "안 웃었다고? 거짓말. 지금도 웃고 있잖아요!"

 "아니야. 안 웃었다니까? 봐봐, 내가 지금 웃고 있는 걸로 보여?"

 연이는 윤과 살짝 거리를 벌린 뒤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얼굴을 내밀어 보였다.

 그리고는 그녀의 앞에서 약올리듯 씨익 웃어보였다.

 "이! 이! 이 망할 커플 놈들!"

 분개하는 윤을 뒤로, 연이는 홀라당 줄행랑쳤다.

 

 ******

 'ㅡㅅㅡ. 변태.'

 태혁은 충격에 휩싸인 채 곧장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ㅅ.."

 "나 변태 아니거든요?!"

 풉. 다짜고짜 소리 치는 태혁에 연이는 웃음을 뱉어냈다.

 "그, 그거 비타민이였다니까요?"

 "아이구. 그랬어요. 그랬구나, 비타민이었구나."

 "야아!"

 태혁의 반응이 연이는 죽어라고 키득키득 웃었다.

 "진짜 누나 자꾸 그러다가 나한테 혼나요!"

 "헐. 나 혼내려고? 어떻게? 설마 어제 그 비타민으로?"

 "아, 아니, 좀!"

 "큽킄킄킄."

 보이지는 않았지만 휴대폰 너머로 빨개진 그의 얼굴이 뻔히 그려졌다.

 "아, 빨리 혼나러 가야겠다. 금방 갈게."

 "...빨리 와요."

 

 ******

 "뭐냐. 니들은 여기 왜 있냐. 주인도 없는 집에."

 "에이. 그게 뭐가 중요해. 중요한 건 의리 있는 우리가 너 쓸쓸할까봐 같이 밥을 먹어주러 왔다는 사실이지. 씻을 거면 빨리 씻어. 밥 먹으러 가게."

 "미안. 나 오늘 약속 있어."

 그러자 방 안에서 뒹굴거리며 건성으로 말하던 재현이 벌떡 자리에 앉았다.

 "뭐?"

 "야, 쟤 썸녀 생겼잖아. 그럴 수도 있지."

 "아니, 지금 벌써 며칠 지나지 않았나? 아직도 안 까였다고?"

 "이씨."

 태혁이 다리를 포개어 앉은 재현의 다리를 발로 꾸욱 밟았다.

 "아악. 아픈 거 보니까 꿈은 아닌데."

 "왜. 영원히 꿈꾸게 해줄까?

 "히익."

 재현이 후다닥 성훈 뒤로 물러났다.

 "이제 여기도 마음대로 못 오겠다. 좋은 아지트였는데."

 성훈이 태혁을 보며 빙긋 웃었다.

 "야, 괜찮아. 난 상관없어. 지금처럼 가끔 왔다갔다 해도 돼."

 "그래. 당연하지. 난 여느 때처럼 가끔씩, 아니 꽤 자주 찾아올 거야. 그때 내 눈에 여자 머리카락이라도 하나 보여봐. 그땐 내가 아주 그냥 네 놈의 다리 몽댕이를 분질러서.."

 "쉿. 닥치고 일어나. 밥이나 먹으러 가게."

 "넵."

 성훈은 재현을 데리고 그대로 현관을 향했다.

 "아, 태혁아."

 꾸역꾸역 신발을 신던 성훈은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 지 태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태혁은 그의 부름에 가방을 내려놓다가 휙 뒤를 돌아 보았다.

 "피임은 필수인 거 알지?"

 "야."

 그러자 성훈의 짖궂은 장난에 재현이 정색했다.

 "장난하냐? 태혁이가 애야?"

 그는 화가 난 듯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쑤욱 집어넣더니 이내 뭔가를 꺼내어 서랍 위에 툭 올려놨다.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는 애한테."

 "야이씨!"

 "야, 야. 튀어!"

 쿠당탕탕 소리와 함께 성훈과 재현이 잔뜩 웃으며 도망쳤다.

 "야! 야, 이거, 선물, 선물 받은 거야. 선물 받은 거라고 이 새끼들아! 야!!"

 
작가의 말
 

 이! 이익! 망할 커플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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