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
가슴에 열꽃이 피다
작가 : Rongcoco
작품등록일 : 2020.8.9

『유리코, 넌 나를 벗어날 수 없어.』. 일본 야쿠자인 마츠야마 켄이치의 집착이 날로 심해지자 한국행을 결심한 세아. 켄이치의 약혼식 날, 한국으로 도망치기 위해 향했던 공항에서 제하를 맞딱들이게 된다. 제하의 도움으로 무사히 한국에 도착한 세아는 그가 동아줄인 마냥 붙잡는다. "저를 주워주세요." 거침없는 세아의 말에 제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당연히 거절... "좋아." 이 아닌 승낙?야쿠자의 양 손녀이자 야쿠자의 여자인 이세아와 문화그룹의 차남 박제하의 가슴에 열꽃이 피어오른다.

 
3화. 벗어
작성일 : 20-08-23 19:30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646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3화.

 

 『홍콩. 파리. 뉴욕. 싱가포르. 그리고…』

 『그리고?』

 『한국이었습니다.』

 

 소스케의 말에 켄이치의 눈썹이 한껏 올라갔다.

 그의 입가에 살벌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모습을 본 소스케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홍콩, 파리, 뉴욕,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 사람을 보내서 유리코의 흔적을 찾아라.』

 『아… 네.』

 『할아버지와 관련된 자금 쪽도 다 알아봐. 유리코는 그 돈이 없으면 땡전 한 푼도 없을 거야.』

 『네!』

 『한국은… 세아. 세아라는 이름으로 찾아라.』

 

 켄이치는 소스케에게 명령을 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에 있던 비행기 하나가 어딘지 모를 곳으로 향해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래, 분명 유리코였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들의 경호를 받으며 출국장으로 들어가던 여자.

 모자를 꾹 눌러썼지만, 조금 전 입고 있던 분홍색 드레스의 모습이 아니었지만 분명 유리코였다.

 

 빌어먹을.

 아직도 자신의 곁을 떠날 궁리만 하는 세아의 어리석음에 이젠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자신의 곁을 처음 떠나려고 했던 그 날, 일주일 만에 세아를 찾아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녀의 옷을 찢어 새하얀 가슴을 바라보았던 그 날.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를… 벚꽃 모양의 상처를 남겼던, 그날을 떠올렸다.

 

 켄이치는 눈을 감고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실수였다. 그때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새하얀 가슴에 벚꽃의 상처를 새기는 게 아니었다.

 

 『돌아간다. 야마구치구미에 먼저 들렸다가 할아버지께 간다.』

 『네, 형님.』

 

 소스케는 켄이치의 눈치를 살피며 켄이치의 뒤를 따랐다.

 부산스러웠던, 공항에서의 소란을 떠나 차에 오르자 적막감만이 그들을 휩싸고 있었다.

 

 『그때, 두 다리를 부러트렸어야 했는데.』

 『네?』

 

 켄이치의 말에 보조석에 앉은 소스케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때 유리코의 가슴에 낙인을 새기는 게 아니라, 두 다리를 부러트렸어야 했어. 다시는 날아가지 못하게끔 날개를 꺾었어야 했는데. 실수였어.』

 

 켄이치가 나지막이 내뱉는 말에 소스케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소스케는 죽을힘을 다해 세아를 찾아야 했지만, 한편으로는 세아가 그대로 영영 날아가길 바랐다.

 

 켄이치라면… 자신이 평생을 모실 그 켄이치라면 분명히 세아의 두 다리를 꺾을 게 뻔했으니까.

 

 * * *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 아니지, 강 비서?”

 

 비행기에 내리자마자 자신의 옆에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세아를 보며 제하가 신경질적으로 비서에게 질문했다.

 

 『분명 한국에만 무사히 오면 끝이라고 안 했나?』

 

 제하가 세아의 눈을 보며 물었다.

 

 “주워주세요.”

 

 세아가 당돌한 눈으로 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양이를 키워야겠다고… 아까 그러셨잖아요.”

 “한국…인이었나?”

 

 세아의 말에 제하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분명히 일본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아의 말에 제하는 확신을 했다.

 분명 한국인이었다.

 

 “저를 주워주세요.”

 

 한국인이 어째서 그 마츠야마 그룹의 야쿠자와 얽힌 거지.

 

 세아가 제하의 눈을 피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제하의 미간에 잡혔던 주름이 풀렸다.

 

 “좋아.”

 “네?”

 “좋다고.”

 “무슨…”

 “금방 네가 말했잖아. 널 주워달라며.”

 “그러니까 이 말도 안 되는 말을 승낙하신다고요?”

 

 분명 자기가 한 말이었지만 그래도 너무 어이없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쉽게 승낙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럼 취소할까?”

 

 제하가 당황한 세아의 얼굴을 보더니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제하의 옆에 바짝 따라붙으며 다시 걷기 시작한 세아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문화그룹의 막내인 이 남자에게 이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한 건 단 하나의 이유였다.

 숨을 곳이 필요했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뒤를 바짝 쫓아올 켄이치의 손길에서 벗어날 곳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그는 그 조건에 제격인 사람이었다.

 켄이치는 내가 한국 재벌가의 곁에 숨어 있을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할 거다.

 분명 이치로씨가 준비해준 자금을 찾아 바짝 추적해올 게 뻔했다.

 

 이치로씨의 자금을 최소한으로 쓰고 그의 추적을 피해 숨어 있을 곳.

 켄이치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보안이 있는 곳.

 

 “아!”

 

 제하의 뒤를 쫓던 세아는 갑자기 그가 발걸음을 멈추자 그의 등에 얼굴을 박았다.

 제하가 뒤를 돌아 세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코를 만지며 제하를 쳐다보는 세아.

 그녀의 얼굴을 보던 제하는 낮은 웃음을 내보였다.

 

 “고양이… 키워봐도 좋을 거 같군. 유리라고 했던가.”

 “아…”

 

 세아는 일본 공항에서 말했던 이름을 생각했다.

 유리코라는 이름을 쓸 수도 없었고 쉽게 한국 이름을 내뱉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유리코의 코를 떼어 낸 유리라는 이름이었다.

 

 “널 주워줄게.”

 “……”

 “아까까지는 그렇게 당돌하더니. 왜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야. 두려워?”

 

 제하의 말에 세아는 저도 모르게 낮은 실소를 내뱉었다.

 세아의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오자 제하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 죄송해요. 두렵다는 단어와 썩 어울리는 상황은 아니라서요.”

 “……”

 “절 데려가 주세요.”

 

 다시금 세아의 똘망똘망한 눈을 보던 제하는 갑자기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왼쪽 가슴이 쿵 하는 느낌이 들더니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휩싸였다.

 

 알 수 없는 기시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느낌.

 두려움? 아니, 불안감. 썩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감정.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자 제하는 입가에 웃음이 드리워졌다.

 

 “하! 이런 느낌… 오랜만이군.”

 

 제하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호탕하게 웃었다.

 제하는 자신의 시야에 가득 담기는 세아를 계속 바라보았다.

 

 “후회할 거 같단 말이지.”

 “……”

 “널 주우면 후회할 거 같단 말이야. 이 알 수 없는 기시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이봐요.”

 “근데 짜릿하잖아. 이런 감정 오랜만이거든. 시험해보는 거야. 널 주우면 이 지루한 내 인생에 어떤 변화가 올지. 난 또 어떻게 행동할지. 형님들을 처음 만났을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제하의 말에 세아는 더 이상 어떤 것도 물어볼 수 없었다.

 그저 켄이치의 곁에서 영영 도망치기 위해, 머리카락 한 올까지 숨기기 위해 낯선 남자의 뒤를 따라 걸을 수밖에 없었고 낯선 남자의 차에 올라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넓은 그의 집에 들어섰을 때.

 

 “벗어.”

 

 그의 어이없는 말에

 

 “뭐라고요?”

 

 다시 묻는 나의 어이없는 행동에

 

 “난 이 적막한 집안에 아양을 떨어줄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던 거야. 네가 그걸 하겠다며.”

 “하!”

 

 그리고 이 어이없는 상황에 나는 그제서야 내가 처음 생각했던 계획과 다름을 느껴야 했다.

 

 “좋아.”

 

 이대로 이 집에서 쫓겨나 다시 켄이치의 손에 들어갈 바에 차라리 낯선 남자의 앞에서 맨살을 드러내는 게 낫다고 판단한 세아는 현관 앞에서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 바닥으로 트레이닝복이 툭, 툭 떨어졌다.

 

 “뭐 하는 거야.”

 

 세아의 행동에 제하의 눈이 찌푸려졌다.

 

 “섹스하자며.”

 

 세아의 당돌한 말에 제하가 이마를 짚으며 실소를 터트렸다.

 보통이 아닐 거라 생각했고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나는 그렇게 다정하지않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세아의 발밑으로 속옷이 떨어지고 헐벗은 모습으로 제하의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 이 모습을 켄이치가 본다면…

 웃음이 나올 뻔 한 걸 찾았다.

 

 이런 여유까지 생기다니. 이제 진짜 켄이치의 곁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하는구나.

 

 당황한 제하가 세아의 알몸을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여자는 수없이 상대했을 거란 느낌은 이미 받았다.

 그러니까 그가 벗은 여자의 몸을 처음 봐서 당황하는 게 아닌 거다.

 

 그럼에도 그가 당황하는 건 지금 나란 존재에서 느끼는 감정이겠지.

 

 제하의 시선 끝에 세아의 가슴이 닿았다. 새하얀 몸매에 봉긋한 가슴 그리고 잘록한 허리.

 세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선을 옮기던 그가 다시 멈춘 곳은 세아의 가슴이었다.

 

 그래, 정확히 얘기하자면 세아의 가슴에 새겨진 벚꽃.

 분명 벚꽃의 모양이었지만 화상자국으로 얼룩진, 그저 상처였다.

 

 순식간에 제하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

 

 세아는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벚꽃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 제하의 얼굴을 보았다.

 세아의 가슴이 울렁거렸다.

 

 ‘내 거라는 표식이다. 마츠야마의 것이라는 표식.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 이외의 남자가 이 표식을 보게 된다면… 그 녀석의 두 눈을 뽑아버릴 거다.’

 

 켄이치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평생 지우지 못할 이 낙인을, 켄이치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보이고 있다.

 

 “흥미가 없어졌어. 저 방을 써.”

 

 세아의 벚꽃을 보던 제하는 이내 정신을 차리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가 가리킨 곳엔 굳게 닫힌 방문이 있었다.

 

 “너한테 보인 이 호기심이… 얼마나 갈지 궁금하군.”

 

 그리고 제하가 세아를 지나쳐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쾅하는 소리가 집 안에 울리고 세아의 손끝이 떨려왔다.

 

 넓은 거실 한 가운데에 알몸인 상태로 평생 지울 수 없는 낙인을 낯선 남자에게 보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치심에, 세아의 가슴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울지 않아.

 그래. 이깟 일로 울 수 없다.

 

 * * *

 

 “조사는 어떻게 됐어.”

 

 강 비서가 내민 서류에 사인하며 제하가 물었다.

 

 “아…그게.”

 

 감히 내 말에 뜸을 들인다?

 제하가 얼굴을 잔뜩 구기며 강 비서를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강 비서, 지금 나를 시험하는 건가? 내 인내심이 어디까지인지?”

 “그, 그게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

 “흔적이 없습니다. 유리라는… 마츠야마가의 유리라는 여자에 대한 흔적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우리의 정보력이 한심하다는 걸 그렇게 돌려 말하는 건가?”

 

 강 비서의 손끝이 뗠려왔다.

 환장하겠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공항에서 만난 낯선 여자를, 그것도 그 유명한 마츠야마구미의 야쿠자와 얽혀있을지 모를 여자를 집에 들인다고 했을 때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여자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차에 올라타면서

 

 ‘여자에 대해 조사해봐.’

 

 라고 말하고 사라진 자신의 상사 때문에 밤새 한숨도 못자고 유리라는 여자에 대해 조사했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여자의 머리카락 하나까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언뜻 봐도 20대 후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였는데.

 

 혹시나 싶어 마츠야마가에 관련 된 여자에 대해 조사를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강 비서는 가슴속에 사표를 늘 지니고 다니나보군.”

 

 서류파일을 신경질적으로 닫은 제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하가 일어나자 강 비서가 몸을 움찔거렸다.

 

 제하는 넓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한강을 바라보았다.

 출근길, 거실 쇼파 앞에 쭈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잠든 세아를 생각했다.

 

 자신을 주워달라고 할 땐 언제고 방이 아닌 바닥에서 불편하게 자고 있던 모습이라니.

 어젯밤 보았던, 그녀의 가슴에 새겨진 벚꽃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없을 리가… 없을 텐데.”

 “네?”

 “조금 더 알아봐.”

 

 제하의 고집에 강 비서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올 뻔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는데 조금 더 알아보라니.

 

 하지만

 

 “알겠습니다, 전무님.”

 

 월급쟁이인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밖에 없었다.

 무를 유로 만드는 것.

 그의 비서라는 직업을 유지하고 싶다면 말이다.

 

 * * *

 

 “아…”

 

 온몸에 한기가 도는 듯한 느낌에 눈을 떴을 땐 낯선 방안이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갑자기 온몸이 오싹해지고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오는 듯했으나 지금 있는 곳이 일본이 아닌 한국이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몰아쳤다.

 

 그래, 이곳엔 켄이치가 없다.

 켄이치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렇게… 순식간에 마음이 편안해지다니.

 

 세아는 저도 모르게 입에서 탄식이 새어나왔다.

 

 방에서 나온 세아는 그제서야 넓은 집을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문화그룹 막내이자 문화그룹의 상무인 박제하의 집.

 

 사생활이 복잡하다는 소문은 일본에서도 들었는데, 그 소문에 비하면…

 집은 꽤 깔끔했다. 집안 어디에도 여자의 흔적은 볼 수 없었다.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긴 세아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맥주와 생수병만 가득한 냉장고엔 먹을 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집안 구석구석을 살핀 세아는 다시 거실로 돌아가 쇼파에 앉았다.

 

 켄이치가 분명 한국으로도 사람을 보낼 게 분명했다.

 제아무리 문화그룹 안에 숨어 있더라도 그는 바짝 추적할 게 뻔했다.

 

 그 날처럼…

 세아는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두 눈을 감았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던… 끔찍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너 한국인이지?’

 

 쾌활하던… 처음으로 숨이 트인다는 느낌을 받았던… 목소리.

 

 

 ‘왜 맨날 혼자 밥 먹어?’

 

 익숙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그 낯선 곳에서 만난.

 처음 본 낯선 사람이지만 익숙한 느낌의 그의 모습이 되살아났다.

 

 ‘유리코 너를 본 저놈의 두 눈을 뽑아버릴 거다.’

 

 그리고

 

 ‘너를 만진 두 손을 자를 거고 너의 이름을 부른 혀를 뽑아버릴 거다. 네 목소리를 듣던 저놈의 두 귀를 잘라버릴 거야.’

 

 켄이치의 목소리가 울렸다.

 

 ‘벗어 유리코.’

 ‘그를 놓아줘, 켄이치.’

 ‘내가 널 강제로 벗기면 더 치욕스럽지 않겠어? 어이, 멍청아. 제대로 봐라. 네가 어떤 여자를 건드린 건지.’

 

 “원래 고양이는 아무 곳에서 자나?”

 “아…”

 

 눈을 감고 끔찍했던 기억 저편을 향해 걸어가던 세아는 익숙한 목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제하가 눈살을 찌푸린 상태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일찍 오셨네요.”

 

 세아의 말에 제하의 미간에 주름이 더 깊어졌다.

 그는 ‘하!’하고는 기가 막히다는 듯 한숨을 내뱉더니 집안을 둘러보았다.

 

 아침에 나갔을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집안.

 물컵 하나 올라오지 않은… 흐트러지지 않은 집안의 모습에 제하는 헛웃음이 나왔다.

 

 “웬만하면 방 안에 들어가 있는 게 어때?”

 “왜요?”

 

 제하의 말에 세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거슬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 3화. 벗어 2020 / 8 / 23 187 0 6466   
2 2화. 지금 이순간에 날 구해줄 동아줄 2020 / 8 / 16 187 0 6640   
1 1화. 집착이야 2020 / 8 / 9 328 0 671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