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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심장 밀렵꾼 : 비존재
작가 : 날개이름
작품등록일 : 2020.8.20

타인의 심장을 갈취하여 생계를 이어나가는 심장 밀렵꾼 준명. 그리고 그런 그의 심장을 원하는 한 여신. 그 애증 섞인 관계는 이윽고 서울을 한바탕 뒤흔들게 되는데....
아노미의 끝자락, 혹은 타락한 도시의 말로. '심장 밀렵꾼 : 비존재' 많은 감상 부탁드립니다.

 
비존재_ 04
작성일 : 20-08-23 13:34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1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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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란 자고로 그런 것이다.

 자연을 이용하여 원하는 것을 만들어낼 만큼 영리하며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우등함을 일컫는 행위로 착각할 만큼 멍청하다.

 유명한 설화가 있다. 선악과에 얽힌,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 거기서 선악과는 금단의 과실로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에덴동산에서 자라났던 사과는 분명 별반 다를 것 없는 과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스스로 그것을 금단의 과실이라 여기고 마약이라도 하듯 황홀하게 베어 먹길래 그냥 그러려니 놓아두었을 뿐이다. 그렇게 맛있나? -뭐 이런 정도의 생각을 하면서. 상기된 채 동산을 뒹구는 아담과 이브를 보는 것은 나름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 다음부터 그들은 어딘지 변해가기 시작했다.

 후세 사람들은 그것이 인간이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알게 되고, 수치심을 느끼게 된 계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았을 때, 변한 것이 무엇인가 하면-

 치부를 가려줄 구실을 마련하는 데에 도가 트게 되었다.

 욕망을 드러내는 일이 자신의 가식을 흠집 내지 못하게 할 구실 말이다.

 종교라는 것이 탄생한 것도 그때쯤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인간은 번영하며, 그것을 동물과 자신들을 구분 짓는 기준으로 여기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뭐, 딱히 보기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때 당시에는 말이다. 그래서 또 그냥 놓아두었더니 인간은 생태계의 정점에 올라섰다. 이것도 딱히 이상할 것은 아닌 것이, 타 종들은 저마다 자신의 생존을 원한 반면, 인간들은 자신들의 종이 타 종들보다 우등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래봬도 꽤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어서, 세상은 모든 생명의 의지대로 움직이도록 해두었다. 하지만 서로 상충되는 의지를 가지고 있을 때 어찌 해결할 방도가 없어서. 더 간절한 쪽이 이루도록 해 둔 것이 이런 수라장을 부를지는 모르고 한 일이었지만.

 뭐 어찌되었든,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존재의 존속보다, 존재의 증명을 원한 첫 번째 종이었다. 갈망했다.

 처음에는 수렵 대상인 자연으로부터.

 그것이 부족해지자 서로간의 시스템적 우위, 계급으로서.

 평등 사회가 도래하자, ‘타인의 관심’으로부터.

 인간의 역사는 그렇게 총 3번 변했다. 아니, 변했다고 해야 하는 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존재의 증명이라는 목적을 위해 매번 같은 질량의 희생을 치룬다. 그 좀먹듯이 소비하는 대상이 결국 자신들이 될 때까지 그들은 그것을 반복해왔을 뿐인 것이다. 결국 언젠가 자멸할 날이 올 거라는 사실은 이미 너무도 뻔한 이야기가 되었다.

 앞서 내가 일을 저질렀다고 한 것은 너무 일찍 결말이 정해진 것도 한 몫을 하였다. 언젠가 핵을 쏘든 뭘 하든 스스로 멸종할 것을 아는데, 가만 앉아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기왕 원시시대로 돌아갈 거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화끈하게 돌아가버리면 어떠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린 나였다.

 그래서 어떤 방식을 사용할까 곰곰이 머리를 굴리다 보니

 인간들이 사용하는 ‘인스X그램’이라는 앱의

 하트 모양 관심 표시 디자인이 불현듯 눈에 띄었던 것이다.

 응. 그래서, 딱히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관심의 표현을 실사 버전으로 바꾸어 본 결과, 이런 잔망스럽고 깜찍한 세상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짜잔.

 ……아니 잠깐. 벌써부터 책을 덮지는 말아주었으면 한다.

 가볍디가벼운 세계관 설정에 질린 것은 이해하지만, 이게 또 마냥 그렇게 맥락 없는 이야기는 아니거든!

 그 하트의 개수가, 자신의 존재를 드높인다고 다들 믿고 있었으니까.

 조금 더 솔직해지면 어떨까하고 생각해본 것이다.

 애초에 우열이나 승패의 판단 기준을 물리적인 것에서 관심의 질량으로 옮겨놓은 것은 인간들이었으므로. 그것이 조금 더 본질적으로 현상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처사라는 말이다.

 이미지뿐인 하트가 아니라, 진짜 심장으로.

 그 결과가 조금은 예상이랑 달랐지만

 적어도 전보다는, 보는 재미가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나도 같이 놀고 있었습니다만

 뭐, 몇 억년을 따분하게 살았는데, 이 정도 재미쯤은 괜찮잖아?

 거 죽기 딱 좋은 날씨지만

 어째 내 맘대로 죽지도 못하는 몸이니 말이다.

  

  

 X X X

  

  

 오른쪽 난간에 써있는 자살 방지 문구는 이미 오래전에 그 의미가 퇴색되어서 투신을 위한 발 받침대 정도로 이용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교각 위, 축구장의 관중처럼 내려다보는 희뿌연 조명들. 십분 정도의 주기로 지나치는 차량을 출발 신호 삼아 몸을 던지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밤바람을 머금으며 마감하는 삶, 낭만적인 자살 명소. 이런 것들이 현재 넷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한강 다리의 포스팅 내용이다. 자신의 죽음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듯한 가식적인 문장을 짓밟고 뛰어내리는 희열이 있다나. 인생 설계의 끝을 장식하는 현대인의 교양같은 것이다.

 덕분에 오늘날의 한강 다리란 그렇게 썩 아름다운 장소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썩 아름다운 장소가 아니며, 사람 사이의 인연과는 더욱이 관계가 없었다.

 하기야 행위 예술이라도 하듯 몸을 던져대는 사람들 속에서 무슨 아름다운 인연이며 대화가 오가겠는가. 있어봐야 대교 밑에 보트를 대어 놓고 둥둥 떠오르는 심장들을 건져가는 심장 어부들 간의 경쟁이 전부인 곳이다.

 분명, 그런 곳인데.

 “이야~ 이거 참 장관이네요. 무슨 공장도 아니고, 폐기처리 하듯이 퐁당퐁당 빠져버리면 이거야 원, 출산이 무슨 소용일까 싶어요. 그렇지 않나요?”

 그녀는 아까부터 웬 투명한 우산을 쓰고서, 베이지색 바바리코트를 걸친 채 나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재잘대는 건 이제 그러려니 싶지만 대체 우산은 왜 쓰고 있는 건지.

 “우산이야 물이 튀기니까 쓰고 있는 거지요. 어찌나 거세게 몸을 던져 대는지, 수 미터 상공일 터인 이곳까지 물방울들이 튀겨 대네요. 정말 대포알이 따로 없다니까요? 이래 놓고 전쟁이 끝났다느니 평화시대라느니, 배꼽 빠지는 타이틀인 거죠! 하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속으로 생각한 순간, 볼에 물방울이 닿아 터졌다. 이윽고 대교 양 옆에서 솟아오르는 분수. 말세에 치닫아도 아직까지 한강 다리에서는 주기적으로 대규모 분수쇼가 펼쳐진다. 이 시간대에 한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지만 피부를 두드리는 물방울들의 원천은 이것이리라.

 그건 둘째 치고 어째서 나와 관련된 인간들은 남의 속을 뻔히 아는 것일까. 말하지 못할 때도 말하지 않을 때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읽어버린다. 썩 유쾌한 감각은 아니었다.

 “그런 세대니까요. 그런 세대란 말이죠. 모두들 비슷한 것을 보고, 유X브라던가, 비슷한 생각을 가지면서 커가는, 섹스라던가, 그런 세대인 거에요. 그러니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쯤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죠.”

 나는 묵묵히 걸었지만, 그 새된 목소리는 자꾸만 무신경을 깨뜨리고 고막을 쉴 새 없이 두드려대고 있었다. 듣기 싫어 죽어버릴 것만 같다.

 “다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만 확증을 내어주지 않기 위한 수단인 거에요. 보세요, 뻔하디 뻔한 저라는 캐릭터도 무엇이다라고 확실히 정의해 놓지만 않으면, 사람들은 나름대로 호기심을 갖는 법이에요. 그 정도의 순수함은 남아 있다고요 다들. 우리 귀여운 신세대를 과대평가하지 말란 말입니다!”

 그렇게 산뜻하게 외치며 우산을 한 바퀴 돌린 것인지, 뒷목에 물방울이 연속으로 닿아 터졌다. 하….

 더 이상 무시해봤자 지구 끝까지 따라올 기세였으므로, 나는 발을 멈추고 뒤로 돌아 그녀에게 물었다.

 “그래서, 목적이 뭔데?”

 “음? 뭘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냥 수다를 떨고 싶은 거에요.”

 덩달아 걸음을 멈춘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며 생긋 웃었다.

 “어째서 그 대상이 나인건데?”

 “당신에게 관심이 있으니까요.”

 “초면에 심장을 빼앗으려 들었으면서?”

 “그게 관심이란 거 아시잖아요. 사랑한다면 빼앗아서, 식기 전에 증거로 남겨야죠. 그게 요즘 세상의 덕목 아니었나요?”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사랑과 전쟁 뭐 그런 거죠. 그리고 욕심이 앞선 나머지 너무 사랑해버려도 안 되는 법이니까요. 재잘재잘 귀찮게 구는 것부터 시작해볼까 했죠. .....뭐, 보아하니 호감도가 깎인 모양이지만요.”

 “……그게 아니고,” 한숨을 내쉬었지만 습한 공기 탓에 입김이 생기지는 않았다. ”어째서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거냐고 물은 거야. 이쪽은.”

 “그거야 뭐-, 낚시꾼 씨 그거잖아요.”

 망설임 없이 운을 뗀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뭐냐, 순결 주의자 비슷한 거.”

 타겟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 내 방식을 말하는 건가. 딱히 달가운 표현 방식은 아니지만, 이것 가지고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그게 이유야?”

 “그런 셈이죠. 그래서 당신을 공략하면 지금껏 없었던 유형의 심장을 얻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원래 올곧은 사람일수록 무너졌을 때의 좌절도 큰 법이라구요?”

 “.........”

 대뜸 찾아와서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은 그녀였지만, 결국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확고했다.

 “그러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당신의 심장을 갖고 싶다는 말입니다!”

 그녀는 우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나의 왼쪽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로서는 그만둬줬으면 하는데”

 “그건 안 돼요! 당신밖에 없다고요, 그런 유니크한 타입의 심장은.”

 그녀는 내밀었던 손을 우산 손잡이로 되돌리며 칼같이 끊어 답했다. 요컨데 나의 심장을 앗아갈 때까지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이런 유형의 인간들을 세간에서는 심장 콜렉터라고 부른다. 돈이나 지위 같은 것들로 환산할 요량이 아니라, 그저 다량의 심장을 모으는 행위 그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는 이들. 밀렵꾼이라는 직업이 존재하는 것도 주로 이런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콜렉터를 상대하는 것은 밀렵꾼보다도 까다롭다. 밀렵꾼은 사무적이거나 금전적인 이유로 타인의 심장을 빼앗으려 들지만, 콜렉터들은 보다 원초적으로 심장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표적이 된 이상 당장에 떼어낼지라도 근시일 내에 다시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이들을 영구적으로 떼어놓기 위해서는 다소 강경한 수단을 쓰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접근하면 내 쪽에서 너의 심장을 앗아가는 수밖에 없어.”

 그들과 같은 방식을 사용하여, 감정싸움에서 ‘패배’시키면 된다.

 나름 위협적인 말투로 경고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우산을 든 채로 두 손바닥을 겹쳐 볼 옆에 가져다대더니-

 “어맛, 환영이에요! 서로의 심장을 노리는 사이라니, 로맨틱하네요.”

 그렇게 대답하고는 볼을 붉힌 채 몸을 베베 꼬기 시작했다.

 와중에 바람은 또 거세게 불어서, 백금발과 바바리코트는 정신없이 흩날리고 있었다. 폭풍우 속의 기상캐스터가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한동안 기다려도 그 기행은 멈추지 않았다. 아무래도 말뿐인 줄 아는 모양이다.

 무언가 위협을 해둬야겠다 싶어 그녀의 손에 있던 우산을 빼앗았다.

 “우와앗~! 왜 그러십니까?! 그건 제 우산이라구요!”

 그 와중에도 그녀는 여전히 장난기 어린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어울려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이제는 그 명랑한 기색을 지워야 할 때가 되었다.

 바닥에 우산을 내리쳐 부러뜨렸다. 잘려나간 우산의 비닐 부분이 바람에 떠밀려 다리 저편으로 날아간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날카롭게 끊어진 우산대의 단면. 그것을 들고 다가가자 그녀가 뒷걸음질 치며 물러났다. 가로등 바로 밑, ‘ㄷ’자로 튀어나온 난간의 구석에 그녀를 몰아넣고, 부러진 우산대를 단도처럼 고쳐 잡았다.

 “5초만 기다리도록 할게.”

 “이, 이거 신념 위반 아닌가요? 다들 여기 좀 보세요~! 그 청초한 순결 주의자 낚시꾼 씨가 사람을 때린다고요! 여기에요 여기!”

 그녀가 양팔을 휘두르며 외쳤지만, 다리 위의 거뭇한 인간들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강풍에 떠밀린 분수가 비가 되어 화살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5, 4…”

 그녀의 말을 무시한 몇 개의 실루엣들이 난간 위에 올라서고

 그대로 기울어지다 못해 분수 속으로 자취를 감출 무렵.

 “3, 2…”

 “잠시만요!” 그녀는 이제서야 당황했는지 두 손을 내밀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래봤자 소용없다. 죽이지는 않더라도 위기를 느낄 정도의 상처를 입히기로 결심했으니까. 목덜미를 1cm 정도만 파고들면 생명에 지장은 없을 것이다.

 “1…!” 마지막 카운트를 마치고, 내가 우산대를 내리 찍으려던 것과 동시에.

 “-서예린!” 그녀는 나의 어깨를 살짝 밀어내듯 두 손을 얹고서,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당황한 기색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다시 그 특유의 미소가 어려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이름의 언급에 반사적으로 손을 멈추고 말았다. 점점이 켜진 불빛들이 소리 없이 명멸하고, 몇 마리의 새가 바람을 타고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동안. 나는 그렇게 한동안 멈춰서 있었다.

 “너가 어째서, 그 이름을 알지?”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으음~ 글쎄요.”

 그녀는 그렇게 시치미를 떼며, 내 어깨를 붙잡은 그대로 몸을 뒤로 당겼다. 허리에 걸친 난간 뒤로는 한강의 상공일 뿐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구간의 난간은 유난히 낮아서 내가 힘을 주고 버티지 않는다면 그녀는 한겨울의 강물 속으로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것을 모를 리 없음에도, 꿋꿋이 자세를 유지하며 그녀가 말했다.

 “아이돌의 꽁꽁 숨겨놓은 본명 정도는 저 말고도 아는 사람들이 꽤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당신이 놀라야만 하는 것은 이 부분이 아니라, ‘어째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 당신이 멈출 거라는 걸 알았을까’라는 부분 아닌가요?”

 “장난치지 말고 빨리 불어.”

 한쪽 팔로 난간을 밀어 버티며, 다른 팔로 내 등에 둘러져 있는 그녀의 한 팔을 하나씩 떼어냈다. 그러자 그녀는 허둥대면서도 끈질기게 나에게 달라붙으려 애썼다.

 “으익!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시는 겁니까?! 혹시 그녀의 가족이라도 되나요? 친구? 아니면, -연인이었다거나?”

 젠장.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나와 그녀의 관계는 분명 지석 이외에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텐데. 마치 들켜서는 안 될 것이라도 들킨 것 같았다. 그녀의 팔을 떼어내려는 동작에 점점 속도가 떨어져갔다.

 “너, 대체 그녀와 무슨 관계야?”

 “관계요? 글쎄요,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그녀는 좌우로 고개를 기울이며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흐음~ 흐으음~….으음…!”, 이윽고 적절한 표현이 생각났다는 듯이 나와 눈을 똑바로 맞추었다.

 “소유와 부속의 관계! 랄까요?”

 “무슨 소리지?” 주종 관계도 아니고, 소유와 부속이라니.

 어쩐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분수가 점차 작아지다가 완전히 멎기에 이르자, 주변이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주종 관계란 종속적인 개체에도 어느 정도의 자주성이 보장되는 법이죠. 묶여있을 뿐이지 엄연하게 독립된 존재라는 겁니다. 하지만 부속품의 경우에는 그 소유주의 일부를 완성하는 것 자체가 존재의 의의라는 점에서, 응 맞아요, 저희는 소유와 부속의 관계랍니다!”

 정말 적절한 표현이었다는 듯 그녀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만족스런 표정 그대로, 그녀는 몇 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제가 소유주고, 서예린 씨가 부속품인 쪽이죠. 그녀의 심장을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녀는 현재 저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세포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후훗!”

 …..뭐? 이 녀석 방금, 뭐라고 지껄인 거지…?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은 즉…

 “그러니까 저라고요, 저.”

 그녀는 오른손으로 V자를 만들어 턱밑에 가져다 대었다.

  

 “인기 아이돌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녀의 심장을 적출한 것도, 그 심장에 1000억이라는 금액을 내건 것도 모두. 지금 당신의 눈앞에 있는 저라는 말입니다.”

  

 강 너머 도시의 빛들을 등지고, 그녀는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 분개하시죠! 심장을 드러내고 으르릉 으르릉 노하셔야 할 타이밍이란 말입니다!”

 그녀는 발발대며 말했지만 그 목소리는 바람소리보다도 작게 들려오고 있었다.

 예기치 못하게 큰 사고를 당한 직후에는 감각이 마비된다고 하던가. 몇 바퀴를 돌아 전복된 차량에서 빠져나온 직후의 상황처럼, 모든것이 붕 떠있었다. 하지만 생각하자. 지금은 그런 상황이니까. 생각해야 한다.

 확실히 서예린의 심장 소유주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 인물이지만, 정확한 신원확인이 되어있지는 않다. 그녀의 얼굴이 무엇이다라고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눈앞의 이 여자가 맞다고 하더라도 딱히 이상할 것은……아니, 아니다.

 서예린의 심장을 앗아간 것은 개인이 아닌 조직 단위의 범행이었다.

 이렇게나 어린 소녀가 한 조직의 보스일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이 여자는 나의 심장이 목적이라고 했다. 서예린에 얽힌 이야기는 나의 감정을 뒤흔들 수 있는 코어. 나에게 접근하기 전에 사전 조사를 마치고 온 것이겠지.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렇게 결론지을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사랑하는 이의 원수일지도 모르는 여자를 눈앞에 두고도 분노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그러한 결론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녀는 흥미로운 동물이라도 관찰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흐음~, 역시 미숙하시네요. 특히나 그런 자기회피적인 사고방식이 말이에요.”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예상치 못한 사고에는 누구든 당황하기 마련이지만, 예상하지 못했다는 부분이 당신이 미숙하다는 증거죠. 만약 목표 금액을 다 모아서 저를 만나러 왔다면, 어쩔 셈이었나요? 지금처럼 어찌할 줄 몰라서 무표정으로 멀뚱히 서있을 예정이었을까요?”

 나의 어깨에 얹혀 있던 그녀의 손이 목을 타고 뺨으로 올라갔다. 코끝을 에는 밤공기와는 대조적으로, 두 뺨에서 그녀의 체온이 느껴졌다.

 “아니 애초에, 그딴 애매한 방식으로 찔끔찔끔 모아봐야 백 년 이백 년이 걸려도 다 못 모은다는 거.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녀의 엄지가 나의 메마른 눈가를 훔쳤다. 올곧게 바라보는 황금색 눈동자. 우는 아이를 어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그녀가 말했다.

 “어차피 1000억을 전부 모을 생각 같은 거,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

 바람이 불었다.

 백금발이 눈가를 한차례 휩쓸었지만, 그녀의 애교 어린 눈웃음은 지워지지 않았다.

 “죽은 그녀를 사랑해 마지않아서 심장을 간직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요? 에이 그럴 리가요. 제가 볼 땐 그냥 그거예요. 사랑하는 사람도 잃고 세상도 타락해버리고, 그 속에서 당신이 살아갈 명분이 필요했던 거죠.”

 쉬지 않고 계속해서, 참았던 말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그녀는 말하고 또 말했다.

 “죽은 지 2년이 넘어서까지, 한결같이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이란 건 없어요.”

 “단적으로 말해줄까요?”

 “서예린이 세상에 없는 지금, 당신은 그녀보다 초면인 나를 더 사랑해요.”

 “단순히 눈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랑해 마지않던 존재를 압도하는 거죠.”

 “그런 거라고요. 인간이.”

 “너희들 인간이.”

 “그런 동물이라는 거에요.”

 마지막 마디를 내뱉을 때 눈가에 얹힌 손가락에 조금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신성한 나무처럼,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그만해.”

 “싫어요.”

 나의 경고를 대차게 무시한 걸로도 모자라 그녀는 아예 난간에 걸터앉으며 본격적으로 입을 열었다. 한참동안 이어지는 설교 비슷한 것을, 나는 무시로 일관했다. 그녀의 뒤에서는 도시가 빛나고 있었다. 건물이며 뼈대는 어둠에 사무쳐 보이지 않고,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무수한 빛들. 토성의 고리처럼 나와 그녀의 주위를 감싼 채 가끔씩 꺼졌다가 켜지기를 반복했다. 전철이 혜성이 되어 그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나아간다.

 “제 말 듣고 있나요?”

 듣고 있을 리 없다. 그것이 나를 무너뜨릴 것을,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으니까.

 “안 되겠네요. 우리 한심한 낚시꾼께서 정신이 번쩍 들도록, 이쯤에서 그녀의 마지막 말을 전하기로 하죠.”

 “소설은 그쯤 해둬.”

 “애원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그만.”

 “그는 너무나도 착해서, 착하고 또 착해서. 무너지지 않도록 자기가 도와줘야 한다고. 적어도 소멸하기 전에 단 한 번 만이라도 만날 수만 있다면 족하다며 손바닥에 피가 나도록 빌어대지 뭐에요. 뭐, 이미 심장을 빼내어서 피가 날 리 만무한 몸이었겠지만요. 말이 그렇다고요.”

 “그만하라니까!!”

 순간 감정이 부글거리며 역류하는 바람에 나는 기어코 역정을 내고 말았다. 심장이 점점 달아오르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모든 것을 쏟아내기 직전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보내줄 걸 그랬나요? 아이돌의 절절한 사연 따위 알  바가 아니어서 가만 내비뒀지만, 응. 설마 그렇게 착하디착한 남자가,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귀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정말이지 안타까운…..흐윽?!”

 더 이상 못 들어주겠다 싶어서, 그녀를 한강으로 밀어냈다.

 가벼운 그녀는 너무나도 쉽게 떠밀려서

 순식간에 난간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딱히 아차 싶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둔한 마음으로

 나는 눈가를 쓸어 덮었다.

 하지만.

 “거 봐요. 이러고도 아직, 순수한 로맨티스트인 척 할 셈인 거에요?”

 쿵. 이번엔 정말로 모든 것이 내려앉는 감각이었다.

 어째서. 방금까지도 강물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는데.

 어째서 똑같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지?

 누군가가 내 어깨에 턱을 얹어놓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제가, 아니, 내가 장담하는데-”

 말을 끊고자 몸을 뒤로 크게 돌린 바로 그 순간.

 꽈악 하고, 가슴 안쪽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허흑?!” 숨이 털려 나왔다.

 “서예린이라는 명분이 사라지면, 당신 아마 죽어.”

 심장을 붙잡혔다. 난생 처음으로.

 누가 언링크 상태에선 고통이 없다고 했던가

 생명과 직결되는 연관성이 없다 뿐이지 살갗으로 보호받지 못한 내장을 붙잡히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신음을 하며,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버티는 것 외에는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강제로 밀어내봤자 존재의 소멸이 시작될 뿐이니까.

 “그런 걸 보면 네 친구도 참 똑똑하지 못하지? 그 남자는 나름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망이야. 노는 것도 이제 끝낼 때가 왔나 봐.”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본 시야에는 한층 성숙해진 그녀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나의 심장을 붙잡은 채로.

 그리고는 마치 장난이라도 치듯이 심장을 한 번 강하게 움켜쥐었다.

 “끄으윽…!” 온 몸의 혈관이 터질 듯 부풀고, 깨질 듯 다문 이빨 새로 침이 흘러나왔다.

 그 사이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대신 그녀의 얼굴이 심장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말하듯, 심장 표피를 차갑게 식은 입김이 어루만졌다. 온몸에 소름이 돋쳤다. 목 아래를 전부 가린 강렬한 빛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헤. 나름 맛있겠는걸? 하지만 아직 좀 부족해. 이제 예열을 마친 것뿐이지.”

 전자레인지 안을 들여다보느라 숙였던 허리를 피는 듯한 동작. 그녀의 얼굴이 다시 시야 속에 등장했다. 확실히 성숙해진, 20대 후반 여성의 얼굴이었다. 코끝은 추위에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게 또 요리하는 것처럼 많은 절차를 필요로 한다니까? 심장을 모은다는 것도 나름 프로페셔널한 거라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나의 심장에서 손을 떼어냈다. 자유로워진 심장이 이제서야 미친듯이 박동하기 시작했다. 나도 덩달아 숨을 토해냈다. 이어지는 과호흡. 순간 현기증이 나 비틀거리다가, 난간에 등을 댄 채 그대로 미끄러져 앉았다.

 심장이 발하는 빛 때문에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 빛 너머에서, 그녀는 조금 전까지와는 180도 다른 압력을 선사하고 있었다.

 “물론 나는 최고의 콜렉터니까, 그에 걸맞는 조리를 준비했지. 짜잔, 저기를 봐줘.”

 그녀의 실루엣이 대교 저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여전히 명랑하게, 높은 사람을 지칭하듯이 두 손바닥을 모아 어딘가를 가리켰다.

 하지만 아직 볼 수 없다.

 정신도, 육체도, 아직 그곳으로 향하는 시야를 열어주지 못했다.

 “아……음. 실수했네.”

 곤란하게 됐다는 듯 그녀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한동안은 계속 재생되고 있을 테니까. 그거 다 가라앉으면 봐줘. 나름 공을 들인 이벤트라고. 인간한테 이렇게까지 집착해본 게 얼마만인지 몰라.”

 가쁜 호흡을 내쉬느라 대꾸를 할 여력조차 없었다.

 눈이 멀어버릴 듯한 빛 속에서, 그녀는 한참을 더 뭐라고 떠들더니

 “그럼, 조만간 또 보자~”

 손을 흔들고는, 금세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충혈된 눈으로 한참동안 그녀가 있던 자리를 쏘아보았다. 혹시 다시 기습을 할지도 모른다. 기척이 사라졌다고 확신하기까지는 몇 분이나 더 걸렸다.

 안도감이 들자 나의 심장은 서서히 빛을 거두었다. 언링크 상태가 해제되었음에도 나는 한동안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자세 그대로, 풀린 동공이 돌아오기까지 또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구석에 널브러져 있는 나를 신경 쓰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저 멀리 거대한 담배처럼 연기를 뿜어대는 공장의 굴뚝만이, 몇 번 눈을 껌뻑이듯이 조그만 조명을 반짝일 뿐이었다.

 자동차 한 대가 더 눈앞을 지나고 나서야 그녀가 마지막에 남기고 간 말이 떠올랐다.

 그래선 안 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면서도

 나는 피폐해진 눈꺼풀 사이로 눈동자를 굴려 그녀가 가리켰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다리의 건너편.

 서울의 한복판이었으며

 그 위로 커다란 전광판 하나가 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어째서일까, 얼마 생각해볼 것도 없이

 나는 떠올릴 수 있었다.

 몇 년 전, 지금과 같은 자리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았던 적이 있었다는 것을.

 고작 한 명의 여자 아이돌이 찍었을 뿐인 음료수 광고 따위를, 30분이 넘도록 넋을 잃고 바라보았던 것을. 다음날 감기에 걸릴 정도로 흠뻑 빠져 설레었던 기억을.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 그곳에는-

 “빌어먹을….”

 마린의 심장을 건 오프라인 경매가, 4일 후에 열린다는 것을 알리는 광고가 재생되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X끼가아아!!”

 목청을 열고 부르짖은 목소리도 밤하늘 어딘가로 금세 사라졌다.

 분한 기운에 난간을 내리쳐보았지만

 견고하게 틀어박힌 금속은 자그마한 쇳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다만 킁 하고 콧물을 들이마시는 소리나

 몸이 질질 끌리는 소리만 유독 크게 들려왔다.

 수치스러웠다.

 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라앉을 감정이니 상관없다.

 오래 남는 것은 그 후에 밀려오는 법이니까.

 허탈함 비슷한 것이다.

  

 대교 한구석에 점이 되어 남겨진 그대로

 이 방대한 서울이, 소리 없이 나를 삼켜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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