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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 혼자 목이 없다
작가 : 알레그로
작품등록일 : 2020.8.1

목 없는 기사로 되살아난 수도사 파울의 이야기.

 
9화
작성일 : 20-08-22 18:08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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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노크록의 부리가 나를 향했다. 하마터면 검은 랜스에 심장을 꿰뚫릴 뻔했다. 칼등으로 간신히 맞받아쳤지만, 공격은 끊이지 않고 쉴새 없이 몰아쳤다.

 

  팀벅은 나를 노크록에게 쪼여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부리 끝에 살의가 담겨 있진 않았다. 오히려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이었다.

 

  날개로 주변을 감싸는 것을 보니, 내가 자신의 새끼로 보이는지도 모른다. 사람의 살갗이 아직 떼 내지 못한 알껍데기로 보이는 것이다.

 

  노크록의 흉부에 가까이 다가가 몸을 붙였다. 드디어 양 날개의 매듭이 풀어졌다. 날개가 퍼덕일 때마다 깃털이 흩날렸다.

 

  노크록의 힘과 무게는 어마어마했다. 요동치는 칼날의 진동이 팔뚝까지 전해졌다. 점점 힘에 부쳤다. 온 힘을 다해 칼을 휘둘러 부리를 밀어냈다.

 

  ‘아뿔싸.’

 

  붙잡혔다. 노크록이 내 칼을 물고 놓아 주지 않았다. 양손으로 끌어당겨도 역부족이었다. 이 칼을 놓칠 수는 없었다. 무기가 없으면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없다.

 

  노크록이 머리를 흔들어대자, 칼과 함께 내 몸이 덩달아 끌려갔다. 둥지의 울타리에 어깨를 부딪치자 나뭇가지의 잔해들이 사방에 튀었다.

 

  ‘그래. 해볼 때까지 해보자.’

 

  손바닥이 쓰라렸다. 악력이 바닥나고 근육이 저렸다. 노크록도 지쳤는지 흔들던 머리를 멈추었다. 그러고는 거대한 활개를 천천히 펴기 시작했다.

 

  두 갈래로 갈라진 검은 파도가 머리 위로 솟구쳤다. 한 번의 날갯짓으로 노크록이 공중에 떴다. 그만 손을 놓을까 고민했지만 이미 늦었다.

 

  두 발이 둥지에서 멀어졌다. 칼이 아닌 무언가를 붙잡아야 했다. 나는 노크록의 발톱으로 손을 뻗었다. 칼을 포기하고 몸을 던져 노크록의 발목에 매달렸다.

 

  이미 나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발밑으로 함성이 들렸다. 전투가 한창이었다. 팀벅과 거머리들이 아래에 있겠으나, 그들은 나를 현 사태를 일으킨 주범으로 몰 것이다.

 

  노크록은 여전히 칼을 문 채 활공했다. 잘하면 이 거대한 까마귀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전설의 생물이라 해도, 까마귀는 까마귀였다. 전령 까마귀를 다루는 일보다는 까다롭겠지만.

 

  발톱 위로 올라서서 허리에 손을 얹었다. 수평을 유지하던 노크록의 비행이 사십오 도로 기울었다. 순식간에 지상이 가까워졌다. 저공비행으로 내려다본 풍경에 군대의 모습이 보였다.

 

  허름한 가죽 갑옷. 통일성 없는 무기와 차림새. 제국이나 왕국 소속은 아니었다. 돈을 받고 소집된 용병단으로 보였다.

 

  그들에게 병법이나 대열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대규모로 볼 때는 오합지졸이지만, 한 명 한 명마다 오랜 전투 경험이 배어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상대였다.

 

  게다가 거머리보다 수적으로도 우세했다. 나무에 가려 정확한 수효를 헤아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세 배는 웃도는 병력. 공성전이 아니면 불리한 싸움이었다. 이 거대한 나무가 공성이 될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간신히 노크록의 등 위로 올라갔다. 최대한 허리를 숙여 바람과 맞닿는 면적을 줄였다. 조금만 상체를 들어도 나가떨어질 것처럼 빠른 속도였다.

 

  한시라도 빨리 노인을 찾아야 한다. 신전의 오브제가 벌써 복구되었을 리는 없었다. 그의 복구 작업을 벌 시간이 필요했다. 우선 팀벅을 찾아 노인의 행방을 물어야 했다.

 

  개미만 한 사람들 틈에서도 팀벅의 모습은 눈에 띄었다. 한 손에 양날도끼, 다른 한 손에는 내게서 압수한 도리깨를 휘두르며 적을 쓸어내고 있었다.

 

  내가 본 인간 중에 가장 무식하게 싸우는 전사였다. 물론 지금 같은 다인전은 무식한 방식이 먹힌다.

 

  노크록이 팀벅을 지나치기 전에 몸을 돌려 떨어졌다. 착지가 실패해 전장 한가운데에 구르고 말았다. 수많은 발이 땅을 밟고 있었다.

 

  고개를 들자마자 도끼날이 목을 겨눴다.

 

  “어째, 계획대로 되고 있나?”

 

  양손을 들어 보였다. 팀벅의 뺨에 피가 잔뜩 튀었다. 저 얼굴에 내 피가 튈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혈마법사의 짓이 분명해. 우릴 죽이지 못해 곧바로 병력을 보낸 거라고.”

 

  “우리가 아니라 너를 노리는 것 같은데. 너 같은 돌연변이는 마법사와 엮일 일이 많겠지.”

 

  “그들이 노리는 것은 내가 아니야. 내가 발견한 물건 때문이야.”

 

  “노크록의 두개골 말이냐.”

 

  한 용병이 팀벅의 등 뒤에서 달려들었다. 참격을 보지도 않고 피하더니, 용병의 목을 도끼로 깔끔하게 베어냈다.

 

  “그 물건이 뭐길래 마법사가 혈안이 되어 찾는 거지?”

 

  “보자마자 파괴한 걸 보면 손에 넣고 싶은 건 아니야. 숨기고 싶은 물건이었겠지. 하필 내가 그걸 찾아낸 거고.”

 

  “그딴 물건,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야. 결국엔 의도했건 안 했건 네 놈이 일으킨 사태인 것은 확실하지.”

 

  용병 두 명이 내게 달려들었다. 둘 다 창을 들고 있었다.

 

  “신전에서 살려 준 걸 생각해서 직접 죽이진 않을게.”

 

  팀벅이 등을 돌렸다. 저 멀리서 나무를 선회하고 날아오는 노크록이 보였다. 날개를 접은 채 활공하며 내려왔다. 그 속도는 유성과 맞먹었다.

 

  노크록이 팀벅의 머리 위를 지나쳐 사라지자, 땅바닥에 칼이 떨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땅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었다.

 

  푹!

 

  한 놈의 복부를 찔렀다. 다행히 뒤에서 달려드는 용병의 창날이 내 몸을 관통하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았다. 도리깨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아 쓰러진 시체가 보였다.

 

  “노크록에게 뜯어먹힐 줄 알았는데, 길들이기라도 한 건가?”

 

  “길들인 적 없어. 저 새와 단둘이 둥지에 있을 바엔, 여기서 용병들과 싸우는 게 훨씬 나아.”

 

  “그래서 이제 어떡할 생각이지? 이대로 가다간 우리도 전멸이야. 뿌리에 남은 인원은 나무를 지키는 최종 보루라, 지상으로 부를 순 없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용해야 해.”

 

  화살이 날아왔다. 이번엔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었다. 단발은 간신히 피했지만, 만약 지금의 정확도에 속사까지 익힌 궁수라면 치명상을 입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제가 눈이 나빠서 표적을 잘 못 봅니다. 아래에서 봤을 땐 분명 머리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한쪽 어깨에 견갑을 걸친 궁수였다. 그가 들고 있는 것은 활이 아니라 석궁이었다. 재장전 시간이 오래 걸리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화살을 시위에 메기지도 않았는데, 석궁이 장전되었다.

 

  “마법이 부여된 무기인가?”

 

  “저는 성격이 급해서 장전하는 시간조차 아깝거든요.”

 

  “업무 중에 말이 많은 걸 보니 용병은 아니군. 제국 사람인가?”

 

  “왜 절 제국 사람이라고 단정 짓죠?”

 

  “제국 사람은 하나같이, 겸손한 척 건방 떠는 게 특기거든.”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이 옆을 지나갔다. 뒤에 있던 거머리 한 명이 목에 박힌 화살을 어쩌지 못해 발버둥이치다 죽었다.

 

  “귀네스가 말씀하신 자가 당신이군요. 마법이 통하지 않는 자.”

 

  귀네스? 내가 만났던 혈마법사의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성이었다.

 

  “그 무기는 혈마법사의 손이 닿은 거군. 제국과 혈마법사가 손을 잡았던 시기는 종종 있었지. 그때마다 대륙은 혼란스러웠어. 이번엔 어떤 이익이 맞아떨어진 거지?”

 

  내 호기심이 너무 깊게 파고든 모양이다. 여유롭게 웃고 있던 궁수의 얼굴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게슴츠레 뜬 그의 두 눈에서 드디어 동공이 보였다.

 

  “저는 제국 사람이지만, 제국은 이 일과 무관합니다. 그러니 제가 당신을 죽여도 제국을 탓하진 마세요.”

 

  연발이었다. 몸을 던져 피했지만 내가 지나간 자리마다 아기살이 촘촘히 심어졌다.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늦었어도 고슴도치 신세였다.

 

  “뒷얘기가 뭐가 중요해. 지금 날 죽이려 드는 놈이면 다 적이야.”

 

  팀벅이 도끼를 휘둘렀지만 궁수는 물 흐르듯 피하며 석궁을 겨눴다. 발목을 노렸지만, 어느새 다음 공격이 들어갔다. 팀벅은 자세를 고치는 시간이 짧았다.

 

  민첩성이 아니었다. 힘으로 속도를 커버했다.

 

  아기살이 발사되기도 전에 도리깨의 갈고리가 날아왔다. 궁수는 쉽게 피했지만, 다음 동작을 가져가기 어려웠다. 팀벅은 느리고 묵직하지만, 공격과 공격의 틈이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무기를 휘두를수록 가속이 붙었고, 교차하던 도끼와 도리깨의 공격이 중첩하기도 했다. 팀벅의 균형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다음 공격이 들어오기 전에 석궁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빗나가긴 했지만,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이 팀벅의 주변을 날아갔다.

 

  점점 조준 시간이 늘어나고, 발사된 화살이 도끼에 맞았다. 이윽고 화살촉이 허벅지를 스쳤다.

 

  “느리다고 방심했군요. 하지만 찰나의 순간만 더 주어지면 모든 게 끝납니다.”

 

  궁수가 공중제비를 돌았다. 팀벅의 머리 위에서 거꾸로 떠 있는 궁수의 손끝에서 석궁의 시위가 당겨졌다.

 

  퍽!

 

  순식간에 나타난 검은 물체. 발사 직전의 석궁이 산산조각이 나며 팀벅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궁수는 어느새 조그마한 점이 되어 노크룩의 부리에 매달려 있었다.

 

  “말 많은 놈이었는데 잘 끊었어.”

 

  “장전 속도가 오래 걸려서 도끼로 시간 좀 끌었어. 우리 화살이 좀 커야 말이지.”

 

  팀벅의 말을 들으니 그럴듯했다. 거대한 나무줄기가 활대라면 그 주위를 선회하며 나무를 수호하는 노크룩은 새까만 화살 같았다.

 

  “저 녀석이 유일하게 생존한 녀석이야. 원래 쌍둥이였는데, 한 놈은 어릴 때 죽었거든. 네 놈이 가져온 두개골이 그 녀석 거라면 나도 생각이 달라지겠군.”

 

  팀벅은 나를 뿌리로 이끌었다.

 

  ◆

 

  지상의 줄기보다 크고 넓은 지하의 뿌리. 마치 나무로 지은 카타콤 같았다. 처음 들어온 사람이면 수많은 갈래에서 헤매다 길을 잃을 것이다.

 

  좁은 통로가 얽히고설킨 구조인지라, 수적으로 불리한 싸움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뿌리에 들어찬 거머리들이 날 쳐다보았다.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

 

  “여길 들어온 외지인은 시체뿐이었는데, 어차피 넌 시체니까 신경 쓰지 마.”

 

  “내가 들어온 곳이 유일한 출입구인가?”

 

  “뿌리의 범위는 너의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어. 분명한 것은 방금 들어온 곳으로 나가진 않는단 거야.”

 

  과거에는 이만한 나무가 몇 그루나 존재했을까. 한 그루만으로도 주변의 생태계가 달라질 것이다. 발이 푹푹 빠지고 축축한 지금의 녹스본 땅도 옛날엔 달랐을까.

 

  “그나저나 다른 사제는 어디 갔지? 분명 너랑 같이 둥지에 가뒀을 텐데.”

 

  “혼란을 틈타 둥지에서 빠져나갔어. 줄기 안에 있을 거야.”

 

  팀벅이 말을 아꼈다. 복도에 매달린 녹색 조명이 팀벅의 어두운 얼굴을 간헐적으로 비췄다.

 

  “오늘 같은 일은 처음이야. 그 누구도 늪에 얼씬도 하지 않거든. 모든 사람이 이십 년 전의 악몽을 이곳에 가두었지.”

 

  녹스본 사람들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십 년 전의 기억을 도려냈다. 도려낸 기억을 늪지대라는 공간에 봉인했다. 봉인 마법보다 무서운 것은 바로 기억의 봉인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해제하려 든다고? 그렇게 외면해 놓고 이제는 감춘 기억에 불을 지르려 하는군.”

 

  고개를 숙였다. 할 말이 없었다. 역병의 세대로 태어났지만 아늑한 수도원에서 이십여 년을 살았다. 레몽의 뜬구름 잡는 예언이 떠올랐다.

 

  문지방을 넘는 자.

  안개를 흩뜨리는 자.

  과연 나는 봉인을 풀 자격이 될까.

 

  “네 친구가 자기 입으로 말하더군. 자길 죽이면 쉘터 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쉘터 가에서 버려진 자식이야. 살려고 괜히 해본 소리라고.”

 

  “사실 여부는 곧 있으면 만날 사람에게 확인해보자고.”

 

  좁은 통로가 넓어지더니 천장이 높은 공동이 나타났다. 거머리들이 둘러싼 자리에 노인과 아나콘다가 보였다. 그리고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무릎을 꿇린 자.

 

  포로로 잡힌 병사였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격일로 꾸준히 업로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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