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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지오르고스의 일기
작가 : 현서랑
작품등록일 : 2020.7.31

J. 그녀는 그것을 지오르고스의 일기라 적었지. 모르탈 아이움, 그 옛 시대에 지오르고스가 일궈내어 셀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그 신비의 역사를. 이젠 J라는 그 작은 여자아이의 이름이 우리들의 진실 위에 허구성과 함께 덮여질 테지. 인간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믿으려하지 않아. 앞선 존재들. J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인퀴스토 디토스란 신들과 엄연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말이야.

 
네냐 VII
작성일 : 20-08-22 17:25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1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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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냐 14_

 지난 서사로부터 하루가 더 지난 황혼이다. 참상이란 것을 그대로 담기에 이만한 정경이 과연 존재할까? 과거 셰펄드가 벌였던 에다움의 참극도 가벼운 비극이 되어버린 지가 오래다. 아르도르 군이 감행했던 루치노르 협곡에서의 기습도 이만한 주검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살아남은 모두가 이 거대한 무덤 앞에서 말을 잃었다. 셰펄드만은 이것이 전쟁이라며 둘러댔다.

 조심스레 들춘 비망록이 이전처럼 온전치가 못하다. 이 긴 여정 내내 함께했던 비망록의 앞장들이 그을려져 힘없이 부서진다. 이미 서사에 옮겨진 앞부분들이긴 하나 조심히 다룬다. 그나마 서사 뭉치가 타버리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가빴던 이틀간의 기록이 띄엄띄엄하지만 내 눈은 모든 걸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오히려 글자보다도 더 선명하다.

 모든 일은 어젯날 연합군의 발맞춤으로부터 시작됐다. 실비아루스가 내게 마련해줬던 연합군 진영 언저리에서 난 이른 기상을 맞았다. 동이 트기도 전의 아침녘이었다. 어두운 구름은 일찌감치 하늘 위에 자리 잡아 흐린 날씨를 예고하고 있었다. 말없이 밤을 같이 보냈던 문인들은 이미 주변에 없었다.

 난 요를 둘러 찬바람을 막으며 바위산 은신처로 향했다. 그 아침에 난 실비아루스 공주를 만나려하지도 않았다. 그녀와의 만남의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인지 셰펄드에게로 빨리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었던지. 아니면 전쟁터로 나서는 군인들의 아우성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언뜻 그런 이유들이었다.

 셰펄드는 헤스판 광야로의 전망이 트인 고갯마루에 나와 있었다. 그의 옆에 나란히 서 내려다 본 광야는 이미 그곳에 들어선 연합군의 행렬로 인해 한적함을 잃은 상태였다.

 

 - 공주랑 나눈 대화는 어땠냐.

 

 셰펄드는 물었다. 난 헛걸음은 하지 않은 것 같다고만 대답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오전 내내 그 고갯마루를 지켰다. 연합군 병사들의 행진은 그 어마어마한 규모 탓에 긴 시간 이어졌다. 반면 연합군이 광야로 들어서는 그 긴 시간동안 헤스판의 관문은 꿈쩍도 하지를 않았고, 성루에서마저 분주한 기색이 일말조차 일지 않았다. 우리가 머물던 바위산이 헤스판 성과 멀리 떨어져 있긴 했지만 광야 가운데에 정렬한 연합군들이 일으키는 소리에 비해 헤스판 성은 고요하기만 했던 것이다.

 연합군 모두의 발이 멈추자 루멘의 진영에선 묵직한 나팔이 울렸다. 대장의 연설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때 오디아르 웰렌은 루멘의 전열에서 천천히 말을 몰며 점차 목청을 높여갔다. 난 먼 거리 탓에 그 연설 내용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고, 대신 귀 좋은 셰펄드에게 연설 내용에 대해 물었다.

 

 - 배반자들의 최후의 성채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떠드는 중이다.

 

 셰펄드는 웰렌의 연설을 비웃으며 하늘과 주변 일대를 두리번거렸다.

 

 - 이제 곧 전투가 시작될 것 같은데…… 헤밀롯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군. 그가 늑장 부릴 성격은 아니지만 싸우기 전에 그 낯짝이라도 봐야 그나마 안심이 될 것 같은데…….

 

 헤밀롯이 보이지 않자 셰펄드는 불안해했다. 난 그에게 뤼귀의 행방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그 역시 뤼귀가 언제 돌아올지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

 

 - 헤밀롯이든 뤼귀든 시카가 날 죽여 버리기 전에 나타나주면 좋겠다.

 

 셰펄드는 그 말을 끝으로 바위산을 떠났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작스레 사라져버린 그의 이동방향을 난 알 수가 없었다.

 난 전장을 더 가까이서 보고 기록하기 위해 바위산의 동쪽 산등성이로 걸음을 옮겼다. 우측에 해안절벽을 낀 그곳의 산세는 내가 걸음을 내딛을수록 험해졌으나 난 그 위험성을 깨닫지 못하고 비탈로의 이동을 계속했다.

 이윽고 연합군의 전열에선 각국의 깃발을 든 전령들이 차출되었다. 그들은 소규모 방패병들과 함께 말을 몰아 헤스판 성문 앞으로 나아갔다. 헤스판 성루에선 아르도르 병사들의 움직임이 보였고, 연합군의 전령들은 그 성루를 올려다보며 목소릴 냈다. 그 양측의 대화는 내가 있는 곳까지 닿질 못했는데, 전령들은 이내 말고삐를 돌려 자신들의 진영 속으로 돌아갔다.

 어느 쪽도 먼저 공격을 시작하진 않았다. 연합군은 루완의 수군이 헤스판 동쪽 해안에 다다르길 기다렸던 것이고, 아르도르군의 기다림에도 그 이유가 있었다. 양쪽의 기다림이 길어지려는 찰나에 서쪽에선 소식이 도착했다. 루완군의 기장을 든 소수의 기병대가 광야로 달려와 연합군 진영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때 난 내가 딛고선 비탈을 올라 해안절벽 너머의 헤스판 북동쪽 바다를 보았다. 그곳 해면의 푸른 빛깔은 이미 수많은 루완 함대의 연황빛에 가리어지고 있었다.

 잠잠하던 헤스판 전역은 힘차게 일어나는 각국의 진군나팔소리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난 그 나팔수들을 분간해낼 수 있을 만큼 전장과 가까워져 있었다. 그리고 북쪽 바닷가에 상륙하고 있는 루완군의 움직임도 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연합군의 좌우 동태가 한 눈에 보이는 그 자리엔 나 혼자만이 머무르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얼마 전 마주했던, 셰펄드가 시카의 수색대라 일컫던 야경 둘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내가 광야의 나팔소리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그들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괴상한 모양의 곡검을 움켜쥔 채 날 보던 그들의 섬뜩한 눈이 여전히 내겐 생생하다. 그때 그들은 내 생사를 두고 짧게나마 갈등했던 듯싶다. 무작정 겁부터 먹은 난 뒷걸음질을 치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고, 광야로 이어지는 가파른 비탈을 굴렀다. 작은 상처들이 생긴 내 몸은 산 중턱에서나 간신히 가눌 수 있었는데, 시카의 두 야경은 날 넘어뜨린 돌부리 위에 서서 날 내려다보기만 하다가 이내 사라졌다.

 한층 가까워진 왼편 광야에선 거대한 사다리들이 운반되고 있었다. 도저히 부술 엄두가 나지 않는 헤스판의 성문 탓에, 연합군은 무수히 많은 사다리를 동반했다. 자신의 몸집만한 대방패를 든 룩스비오스의 병사들은 전열에서 한 보씩을 전진하며 궁사들과 사다리를 든 보병들을 호위했다. 그때까지도 헤스판 성루는 잠잠할 뿐이었다.

 연합군의 사다리는 적의 아무런 방해공작도 없이 헤스판 성벽에 닿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적국의 수도에서의 공성전이 그리 수월할 리는 과연 없었다. 사다리가 하늘로 향하며 막 세워지던 때였다. 헤스판 성 안쪽의 높은 첨탑 꼭대기에선 검고 강렬한 빛이 크게 반짝였다. 그 빛은 신호였다. 첨탑 꼭대기에 올라 신호를 보낸 이의 윤곽은 분명 시카의 것이었고, 그녀의 신호에 맞춰 성벽에선 괴물들의 소리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거친 울음들과 함께 성벽 위에선 거대한 몸집의 사막 짐승들과 신체를 천으로 가린 반인반수들이 나타나 연합군의 사다리들 사이로 뛰어내렸다. 그들은 모두 시카를 따르는 우밀리타의 야경들이었다. 갑작스런 적의 등장에 연합군의 보병들은 혼비백산했고, 세워지던 사다리들은 성하질 못했다. 보병들의 후미에 머물던 궁사들은 성의 외벽에서 날뛰고 있는 야경들을 향해 활을 당겼으나, 수가 스물도 넘던 그 야경들은 각자 자신이 죽인 룩스비오스 병사의 방패를 빼앗아 그 화살들을 받아냈다.

 우밀리타의 야경들은 헤스판 외벽과 닿아있던 연합군의 선봉대를 거침없이 학살해나갔다. 그 중 살아남은 군인들은 자신들의 본대로 도망치려 헤스판 성벽에서 등을 돌렸으나, 그때 성벽 위에선 아르도르 궁사들이 일제히 대궁을 드러냈고, 그들은 광야 가운데로 달아나는 이들에게 화살을 퍼부었다.

 그 맹렬한 화살 비가 내릴 때, 난 다른 데로 시선을 돌려야했다. 하늘을 채우는 검은 화살들 뒤의 헤스판 성내에서 대지를 울리는 파열음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 소리는 시카가 올라있던 첨탑이 한 순간에 부서져 내리는 소리였다. 첨탑이 온전히 솟아있던 곳엔 조각난 석재와 쇳조각들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붕괴가 일으키는 자욱한 먼지 속에서 빛나던 것은 헤밀롯의 잔상이었다. 그렇게 두 야경 왕의 싸움은 헤스판 성내에서 시작됐다.

 일방적인 적의 공세와 성 안쪽의 포화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의해 연합군의 본대는 주춤하여 진열을 물렸다. 그들은 순식간에 수백을 잃었으나 그 수가 여전히 적들에 비해 압도적이었고, 우밀리타의 야경들 역시 광야 내로 쉽게 돌격해오지는 못했다.

 그때 난 셰펄드가 나타나주길 바라며 그를 찾았으나, 연합군 진영에선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불현듯 난 그가 북동쪽 해안에서 루완군을 돕고 있을 것이란 걸 깨달았고, 다시 산 정상을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시카의 수색대 둘이 여전히 정상에 머무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려해 길이 없는 북쪽으로 이동하여 산비탈을 올랐다.

 헤스판 성내의 전투는 흐린 날씨와 먼지에 가려 바위산 정상에서도 잘 보이지가 않았다. 단지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흑광과 잔상, 그리고 일대에 울리는 굉음만이 전부였다. 하지만 동쪽의 해안가는 그 전장을 자세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곳의 전투 또한 루완에겐 순탄치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검과 창으로 무장한 아르도르의 강병들은 해변의 모래사장 위에 집결해있었다. 그들 개개인의 군력은 월등했고, 루완군은 그곳에 쉽게 상륙하질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모래사장을 둘러싸고 솟아올라있는 갯바위들 위엔 시카의 수색대 셋이 올라있어, 바다에 떠있는 배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곧 루완군은 무리해 보이는 상륙을 시도했다. 그들의 함선과 나룻배에서 쏘아대는 화살은 아르도르 강병들의 갑옷을 쉽사리 뚫지 못했다. 셰펄드가 모습을 비춘 것은 그때였다. 그는 먼 북쪽 해변, 옅은 해무 사이에서 외로이 아르도르 병사들과 싸우고 있었다.

 셰펄드의 발과 칼에서는 핏빛 바닷물이 끊임없이 튀었다. 그의 주변엔 아르도르 병사들의 사체가 낮은 수면 위로 떠올랐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시카의 수색대 셋은 곧 갯바위에서 움직였다. 그들 중 둘은 셰펄드 앞에 섰고, 나머지 한 명은 상륙을 눈앞에 둔 루완의 최전방 함선에 올라탔다. 그리고 함선에선 즉시 전투가 벌어져 루완의 병사들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셰펄드는 자신 앞의 두 야경과 자신 뒤에서 학살을 이어가고 있는 한 야경을 번갈아 보며 서서히 물속으로 옆걸음을 쳤는데, 곧 그의 정면에 있던 두 야경이 달려들자 셰펄드는 깊은 물로 뛰어 들어가 루완의 함선 쪽으로 헤엄을 쳤다. 깊어진 해수의 압력은 시카의 두 야경의 발을 붙잡아 그들의 이동을 방해했고, 곧 뛰기를 포기한 그들은 헤엄을 쳤으나 그 속도가 셰펄드의 헤엄에 비해 현저히 느렸다.

 야경들이 헤엄을 치고 있을 때, 헤스판의 관문에선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다. 그 두껍고 거대한 철 장벽이 붕괴돼 무너져 내린 것이다. 장벽의 붕괴와 함께 일어난 먼지는 광야 가운데로 길게 이어져 연합군의 전면에까지 닿아있었다. 그 먼지의 꼬리가 끊어진 곳엔 숨을 헐떡이는 헤밀롯이 있었다. 그의 하의는 군데군데 찢겨져 있었고, 흐트러진 은빛 장발이 희끗희끗 가리는 그의 얼굴엔 검고 진한 액체가 묻어있었다. 그것은 시카의 피였다.

 무너져 내린 성벽 뒤에선 시카가 걸어 나왔다. 그녀 뒤엔 성벽 잔해에 깔리거나 성루에서 떨어진 아르도르 병사들의 신음이 처참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성 외벽에 붙어 있던 우밀리타의 야경들은 시카가 그곳에 등장하자 재빨리 열을 흩쳤다. 그 야경들은 마치 자신들의 왕에게서 도망을 치듯 앞 다퉈 성안으로 향했는데, 그들은 성벽의 붕괴로 인해 부상당한 동맹군을 돕기는커녕 성벽의 잔해들 사이에서 버둥질치는 아르도르의 갑옷들을 거리낌 없이 밟으며 지나갔다.

 시카의 차림은 헤밀롯에 비해 멀쩡했고, 그녀의 숨 역시 가빠보이지가 않았다. 그러나 곧 그녀의 한쪽 팔목에선 헤밀롯의 얼굴에 묻어있던 그녀의 피가 얇은 물줄기처럼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두 야경 왕이 서로의 휴식기를 잠시 묵인하고 있던 그 순간에도 북동쪽 바다의 혈전은 계속되고 있었다. 점차 해변에서 멀어지는 루완의 최전방 함선에선 셰펄드의 철검과 시카의 수색대 한 명의 곡검이 쉴 틈 없이 부딪혔다. 그 둘의 싸움이 이는 갑판에서 셰펄드를 돕기 위해 나섰던 루완군들은 칼날의 길이와는 관계없이 시카의 야경에게 단 일합도 버텨내질 못한 채 심장과 목에 곡검이 박혀 죽어나갔으나 셰펄드에겐 그들의 죽음을 막아낼 여유가 없었다. 셰펄드를 따라 헤엄을 쳤던 두 야경은 함선과 나룻배에 타있는 루완군의 활과 창에 의해 헤엄을 저지당하고 있었는데, 그 둘은 자신들의 머리만 내놓은 수면에서도 자신들에게 향하는 화살들을 피하며 창병들의 창을 잡아당겼고, 둘에 의해 바닷물로 떨어진 루완의 병사들은 하나같이 시체가 되어 물 위로 떠올랐다.

 한편 광야에선 또 새로운 소리가 일어나 일대를 울렸다. 그것은 로부르군의 퇴각을 알리는 나팔소리였다. 로부르의 지휘관 실비아루스는 헤스판으로 향해있던 로부르군의 방향을 돌려 연합군 대열에서 이탈해 서쪽으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헤밀롯과 시카의 싸움터에서 물러나라했던 나와 셰펄드의 조언을 실비아루스가 떠올린 것이었다. 자신의 부대를 물린 공주는 다른 연합군의 전열로 바쁘게 말을 몰아 움직였다. 그녀는 각 국가의 지휘관들에게 긴박하게 소리를 쳤고, 그녀의 말은 내가 있던 곳까지는 정확히 들려오지 않았으나 그것은 분명 두 야경 왕의 전장에서 떠나야 된다는 권고였을 것이다. 놀랍게도 그녀가 훑고 지나간 연합군의 대열은 서서히 움직였다. 룩스비오스와 루멘의 군대는 로부르 군을 따라 차례로 후퇴를 했다. 그러나 테스미르미드의 군대만은 후퇴를 하지 않았다. 그들의 가장 전면에서 굳건히 마상을 지키며 서있던 이는 로워드였다. 로워드 바로 뒤엔 옷시아가 있었는데, 그녀의 시선은 굳건한 로워드의 시선에 반해 광야에서 떠나는 동맹군들을 따라 서쪽으로 움직였다.

 고집스런 로워드는 도리어 자신의 부대에 수신호를 내리곤 적진을 향해 뛰쳐나갔다. 가련한 테스미르미드의 병사들은 광야를 가로질러 헤스판으로 향하는 그 지휘관을 뒤따라야했다. 헤밀롯과 시카는 테스미르미드의 군대가 자신들의 시선 사이에서 내달릴 때에도 발과 눈을 움직이지 않았다.

 검을 빼든 로워드가 기어코 향한 곳은 무너진 성벽의 틈이었다. 어찌 보면 그가 시카와 헤밀롯의 전장에서 벗어나라는 권고를 완전히 무시해버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두 야경 왕의 전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가 선택한 행로는 뒤가 아닌 정면이었다. 그는 광야를 내달리는 내내 시카에게 시선을 두었지만 그녀를 그저 지나쳐 붕괴 현장에 뛰어들었다. 대장을 따르는 테스미르미드의 병사들 역시 헤밀롯과 시카 곁을 피해 성으로 돌진했다. 그들은 모두 시카가 적임을 알았다. 하지만 테스미르미드의 일개 군인들은 우밀리타의 왕에게 감히 다가서질 못했다. 간혹 용기와 투기가 넘치는 군인만이 시카에게 일말의 눈초리를 줄 뿐이었다.

 성벽의 잔해 위에서 아르도르 군과 테스미르미드 군은 맞붙었다. 그것은 이번 전쟁에서 단 한 차례도 일어난 적이 없었던, 순전히 인간들만의 격돌이었다. 아르도르는 자신들의 주력인 강병들을 북동쪽 해안에 모두 주둔시켜놓았던 터였다. 게다가 로워드의 투기가 빚어낸 테스미르미드의 군대는 세간의 평가에 비해 한결 강했고, 야경이 개입되지 않은 인간들만의 전투는 이제껏 이 전쟁에서 봐온 일방적인 학살들에 비해 치열했다.

 시카는 자신의 뒤에서 터지는 함성과 쇳소리에 아무런 관심도 두지를 않았다. 그녀는 검은 피가 흐르는 자신의 오른 팔목을 들어 그곳의 찢어진 환부를 오랫동안 바라봤다. 그동안 헤밀롯은 움츠렸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둘만이 남은 그 광활한 지대에서, 둘은 한 번의 눈 맞춤 이후로 다시 맞붙었다. 헤밀롯의 잔상은 땅과 허공에 수도 없이 생겨났고, 시카의 손에 흐르는 검은 광채는 그녀의 움직임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헤밀롯의 잔상에 마다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 둘의 공격이 크게 부딪힐 때마다 일대의 흙은 바위산 중턱에까지 튀었고, 곧 하늘로 높이 솟아오른 둘이 연속해서 충돌하자 거기에서 튕겨져 나온 시카의 검은 빛은 헤스판 성루에 불비처럼 떨어져 무시무시한 화마를 일으켰다. 몸에 검은 불이 붙은 성루의 아르도르 병사들은 고통에 비명을 치며 성벽 위에서 몸을 던졌고 그 검은 불은 땅으로 번져 인간들만의 전투 속에 또 하나의 강한 세력이 되어 끼어들었다. 테스미르미드와 아르도르의 군대는 그 어두운 불길 속에서도 물러섬이 없었고, 불길은 광야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파장으로 인해 점차 헤스판 시내로 번져갔다.

 시카와 헤밀롯의 결투는 내가 올라있던 산 정상에까지 여파를 미쳤다. 두 야경 왕의 부딪힘이 바위산과 가깝게 일어나면 내 주변의 자갈들은 오른쪽의 해안 절벽으로 튀어 떨어졌고 난 바위를 힘껏 붙잡아야했다. 그때 난 전투를 가까이서 보려던 나의 욕심을 원망하며 자리를 피하려 시도했다. 두 야경 왕이 일으키는 파장은 내가 있는 바위산의 남쪽에 날카롭게 닿고 있었고, 난 내 정면인 북쪽을 향해 다급한 걸음을 뗐다.

 때문에 난 헤스판 중심부와 가까워졌다. 옅은 해무에 가려져있던 헤스판 후미의 해안도 모두 눈에 들어왔다. 헤스판 외벽에서 물러났던 야경들은 어느덧 헤스판 시내를 지나와 북동쪽 해안의 아르도르 강병들과 합류하고 있었다. 셰펄드는 이미 시카의 수색대 한명에게 밀려 함선 갑판 위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수색대의 남은 두 야경은 각자 루완군의 나룻배에 올라타 일방적인 전투를 이끌고 있었다. 루완의 수군은 그 바다 위에서 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육지에 닿는다한들 육지엔 평원에서 물러나 새롭게 그곳에 합류된 우밀리타의 야경들과 아직 수가 많이 남은 아르도르의 강병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내가 북동쪽 해안에 신경을 쏟았던 것은 실수였다. 광야의 맹렬한 전투가 내가 서있는 곳으로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야경 왕이 맞부딪히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을 땐, 헤밀롯의 잔상이 내가 갓 지나온 비탈 위에 떠있었다. 그리고 그 잔상을 따라 날아온 시카의 검은 빛은 바위에 부딪혀 산지를 뒤흔들었다. 내 몸은 그 충격을 이겨낼 수 없었다. 정상에 솟아있던 바위를 더 세게 붙잡아봤지만 소용없었다. 난 그곳에서 튕겨졌다. 몸이 허공으로 날린 그 순간 보인 것은 오직 포화뿐이었다. 오른쪽엔 바다 위의 시체들이, 왼쪽엔 화마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인간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 몸은 왼쪽으로 떨어졌고, 산비탈을 구르며 곤두박질쳤다. 이에 정신을 잃었던 내가 눈을 떴을 땐 이미 해가 진지 한참이 지났을 때였다.

 아마도 그 밤은 자정을 지난 오늘의 새벽이었을 것이다. 하늘엔 별들이 간간히 떠있었고 달 주변은 어두웠다. 반면 지상엔 빛이 많았다. 그때까지도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화마의 어두운 빛과 헤스판 시내 첨탑들에서 나오는 불빛들이었다. 내 몸은 헤스판 시내 바위산기슭에 위치한 민가들 사이에 놓여있었다. 허리춤에 묶어뒀던 서사 집은 멀쩡했다. 그러나 이내 내게 느꼈던 것은 빈손의 허전함이었다. 비망록과 깃펜을 놓쳤던 것인데, 펜은 내 바로 옆에 있었으나 비망록은 먼 불길 위에 놓여있었다. 난 너절해진 몸을 기어 그 어두운 불속으로 팔을 뻗어내 비망록을 구해냈다.

 흩날리는 재들 속, 난 기침을 뱉으며 일어나 시체들이 이어진 대로로 나갔다. 민가 사이사이 세워진 첨탑들의 층층엔 횃불이 수두룩이 꽂혀져있었고, 덕분에 대로가 이어지는 헤스판 시내 경관은 비교적 환하게 드러났다. 대로의 먼 동쪽에선 테스미르미드와 아르도르의 전투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다. 이상했던 점은 테스미르미드의 군대가 승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미 그들은 헤스판 깊숙이까지 전진해 있었다. 난 내가 쓰러지기 직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루완의 수군은 시카의 수색대 셋에게 만으로도 처참히 밀려나고 있었고, 해안가에 주둔해있던 아르도르의 강병들과 우밀리타의 야경들은 이 도시를 지켜낼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성내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로워드가 이끄는 테스미르미드의 군대가 아무리 잘 싸운다 한들 그들을 모두 이겨냈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기에, 난 전황에 어떤 변화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그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선 다시 북동쪽의 해안을 봐야만 했다.

 의지가 붙들리자 고통을 느끼는 감각들은 살아났다. 정신을 잃을 정도의 추락을 겪은 몸뚱이는 내 생각만큼 가누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의지로 극복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근근이 걸을 수는 있어도, 피나는 무릎을 들어 가파른 비탈에 오를 수는 없었다. 결국 난 바위산 둘레에 기대 완만한 경사를 찾아 조금씩 오르며 도시 안쪽으로 향했다.

 걸음을 내딛을수록 도심 속 전투의 열기는 더해져왔다. 그 열기는 아르도르와 테스미르미드 양측 병사들의 포효와 녹에 스민 피비린내로 얼룩져있었다. 거리엔 그나마 여성과 아이의 주검이 없었고, 다행히 민가는 모두 비어있었다. 난 바위산 둘레에 닿아있는 민가들의 뒤꼍에 몸을 숨겨가며 비스듬한 산행을 계속했다.

 느린 이동에 지쳐갈 때쯤 난 고통을 무릅쓰고 바위에 몸을 비비며 억지로 고지대로 향했다. 높이가 낮은 민가들의 지붕 너머로 보인 건 재집결을 위해 빠르게 한 곳으로 모여드는 테스미르미드의 병사들이었다. 전투는 이미 낮부터 길게 이어진 상태였고, 흐린 날씨의 바람은 그들의 횃불을 하나씩 꺼트려갔으나 그들의 기세는 정제했다. 그들 앞엔 돌벽에 둘러싸인 호화스러운 외관의 넓은 거각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헤스판의 왕궁이었다. 일대에 있던 아르도르의 병사들은 그 왕궁을 지키고 있던 것이었고, 왕궁의 지붕 위에선 활시위를 당기고 기다리는 아르도르 궁사들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비쳤다.

 테스미르미드의 군대가 재집결을 하며 소강을 택한 이유는 왕궁의 출현 때문이 아니었다. 왕궁 주변엔 미처 대피하지 못한, 혹은 이제 막 대피를 하려 허겁지겁 자식들을 챙기는 헤스판의 난민들이 남아있었다. 정렬한 테스미르미드의 병사들은 자신들의 진영을 지나 북쪽으로 대피하는 난민들에게 길을 터주었는데, 그 모습은 그들의 지휘관인 로워드에게 아직 이성이 남아있음을 반증했다.

 내가 오르는 바위산 밑에도 한 어린 남아가 성내의 화재와 군인들을 구경하며 웅크려있었다. 그 아이의 어미는 곧 그곳에 찾아와 자식을 데려갔는데, 그때 아이가 손에 쥐고 있던 그림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림 속엔 허리춤에 포육을 차고 양손에 검과 봇짐을 든 청년이 서툰 솜씨로 묘사되어 있었다. 코옵스꾼을 상징하는 그림이었다. 가난이 적고 방랑자들을 배척하는 이 헤스판의 사회에서도 구순한 사람됨이란 서쪽 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회자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내겐 코옵스꾼 노릇을 하다가 이 전쟁터까지 흘러온 친구가 바다 위에 시체로 떠있는 상상이 찾아들었다. 불안을 지우지 못하고 산 너머 해안을 볼 수 있는 둔덕에 도달했을 땐 내가 가졌던 부정적인 예상이 현실이 된 것만 같았다. 루완의 함대는 후퇴를 하지 못한 채 바다 위에 그대로 있었다. 그 수는 낮에 비해 현저히 적었고, 온전한 함선들 위에서 밝혀지는 횃불엔 이미 부서지거나 침몰 중인 배들의 잔해가 비치고 있었다. 셰펄드가 타있던 함선은 수면에 떠있는 시체들에 둘러싸여 뱃머리만을 내놓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해변의 모래 위에선 비명과 포효가 들리고 있었다. 어둠속을 꿰뚫는 눈을 가지지 못한 난 달을 가린 구름이 어서 지나가길 바라며 그 소리들을 바라보았다. 곧 구름이 걷히자 헤스판 성채의 후미와 해변의 모래알들은 달빛을 받아내 요란한 해변을 어슴푸레 드러냈다. 그곳은 괴물들의 전장이었다. 아르도르의 강병들은 이미 대부분 송장이 되어 모래바닥을 덮고 있었다. 게다가 그 시체들이 이룬 바닥 사이사이엔 시카가 데려온 우밀리타의 야경들 또한 몇몇이 누워있었다. 짐승의 사체로 보이는 꿈틀거리는 전갈의 꼬리와 황색 피에 젖은 살덩이들이 그 야경들의 주검이었다. 그 주검들을 이끈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또 다른 생김새의 야경들이었다. 맹렬한 전투 속에서 하나 둘 비춰지는 그들의 모습은 역시나 기괴했는데, 어떤 이는 수사슴의 뿔이 뒤통수에 달려있었고, 또 어떤 이는 거대한 독수리의 두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엔 찬란한 검술로 하여금 내 눈을 강탈한 소녀가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난 그녀가 세르부스 지도부에 있는 야경이라는 것을 몰랐다. 내가 뒤늦게 알게 된 그녀의 출신대로, 새롭게 나타나 루완군을 도와 싸우던 그 야경들은 모두 헤밀롯을 따르는 세르부스의 야경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수는 열이 채 되지 않아 각자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야경들은 인간들과는 달리 스스로에게 맞는 적을 선택해 싸웠다. 그들은 마치 초원 속 작고 큰 짐승들이 제들 영역을 두고 싸우듯, 그곳 모래사장 위에 흩어져 각자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깨달아 피했다. 현란하게 검을 다루는 소녀는 시카의 수색대 셋과 혼자서 맞서고 있었는데, 그녀의 길고 얇은 검은 그녀의 긴 소의와 허리까지 오는 흑발을 가까스로 지켜내고 있었다. 반면 그녀에게 칼질을 퍼붓던 셋은 그녀에 비해 여유로워보였고, 길게 이어지는 그 네 야경의 생동은 새벽의 어둠이 감히 삼켜내질 못할 만큼 다채로운 윤곽을 드러냈다.

 정신을 차린다한들 내겐 경황뿐이었다. 셰펄드가 걱정됐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헤스판 시내에선 또 한 번의 공성전인 왕궁 공락이 시작되고 있었다. 뒤를 돌아서 본 헤스판 성 밖 광야는 아무런 소리도 빛도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시카와 헤밀롯의 승부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전쟁은 이미 그 둘의 수하들과 인간들에게 넘어가버린 것만 같았다.

 달빛은 정신없이 여명으로 바뀌어갔다. 하늘에 별빛이 사라지듯 땅에서도 생기가 사라져갔다. 어둠이 걷히자 좌우 전장의 승패는 내 눈에도 예견될 정도로 한쪽 방향으로 치우쳐져 있었다. 헤스판 왕궁은 견고한 외벽에 흠조차 나질 않았고, 몸이 성한 테스미르미드 병사들은 이백여 명이 채 되지 않은 데에 반해 왕궁 주변에서 끊임없이 모여드는 아르도르군의 수는 수백 가량이었다. 여명 덕에 드러난 시체더미는 테스미르미드 병사들의 사기를 깎아내리고 있었고, 로워드와 옷시아를 비롯한 부관들은 지친 아군의 사기를 고조시키기 위하여 절박하게 고성을 내지르며 말을 달렸다.

 바다에선 루완군이 수면에 뜬 아군의 시체와 병기들을 수습하며 동남쪽으로 퇴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해변 모래사장의 전투에 끼어들지 않았다. 수군을 이끄는 오톤과 오비디우스가 세르부스의 야경들을 쉽사리 아군이라 여기지 못하고 경계했던 탓이었다. 때문에 아군인 루완군의 도움을 받지 못한 세르부스의 야경들에겐 점차 패색이 드리웠고, 개중엔 상처를 입고 쓰러지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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