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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천신애기씨의 아이돌 퇴마기
작가 : 하우힐
작품등록일 : 2020.7.31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무당 서은화와 귀신을 사랑한 민시우의 우당탕탕 아이돌 퇴마기

 
11화: 내 소원은
작성일 : 20-08-22 15:59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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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꿨다.

 

 나는 지금 도망치고 있다. 누군가를 피해 갈대숲을 이리저리 헤매고, 산을 기어 오른 것 같지만 확실하진 않다. 꿈에서의 나는 왜 도망가지도 모르는 채로 도망가고, 왜 슬픈지도 모르는 채로 울고, 왜 분노하는지 모르는 채로 화냈다. 하지만, 이유는 모르더라도 그 감정만은 내 것이었다. 꿈속에서의 나는 너무 외롭고, 슬프고, 춥고, 괴로웠다.

 

 그 때 꿈에 옆 집 여자가 나왔다. 그녀는 내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아닌가? 아니다. 내 이름 부른 거 맞는 거 같다. 여기 있다고 대답해주고 싶었는데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못 찾겠구나 했는데 그녀는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용케 나를 찾았다. 근데 화가 난다. 불길이 내 정신과 온 몸을 휘감는 것 같았다. 그녀를 보고 화가 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괴롭다. 살갗이 타들어가는 듯이 괴롭다. 춥다. 뼛속까지 시려서 아무리 몸을 데워도 영원히 따뜻해질 일은 없을 것만 같다. 정말 이대로 영원히 계속되면 어떡하지. 너무 힘든데.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몰라. 이제는 포기해도 되지 않을까? 점점 의식 속 저 깊은 곳으로 내가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민시우가 왜 혼자야! 걔 가수야. 친구도 팬도 엄청 많아!’

 

 그 때, 옆 집 여자의 목소리가 나를 깨운다. 맞다. 저 여자는 계속해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했었지. 저 여자 집에서도… 차 안에서도… 그러고 보니 나는 차를 타고 있었는데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거지? 여긴 어디지?

 

 눈을 떴다. 꿈에서 깨고 나니 뿌연 안개 속을 헤맨 것처럼 혼란스럽다. 모든 기억이 희미한 와중에 잊혀지지 않는 것은 옆 집 여자가 내게 한 말 뿐이다.

 

 “형!”

 

 도윤이다. 얘가 어떻게 여기에 있지? 그러고 보니 여긴 어디지? 노랑 장판에 벽지가 꽃무늬로 된 집이다. 처음 오는 곳이다.

 

 “형, 괜찮아요? 아직도 이상해요?”

 

 아무 말도 않고 멍하니 앉아있자, 도윤이가 조심스럽게 내 몸을 흔들었다. 일단 어디 아픈 데는 없으니 대답해야겠지.

 

 “아니.”

 

 “다행이에요. 형이 밤새 눈도 안 뜨고 걱정했어요. 만신님이 괜찮을 거라고는 하셨지만 저는 도저히 불안해서…”

 

 만신님이 누구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한복을 입은 나이 지긋해 보이는 중년 여성이 들어왔다.

 

 “눈 떴으면 밥이나 먹어라.”

 

 “아… 저…”

 

 “일단 밥부터 먹고 설명해줄 테니까 얼른 먹으래도.”

 

 그녀를 따라가니 주방에 따뜻한 죽이 두 그릇 있었다.

 

 “안 먹혀도 다 먹어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만신님. 우와. 정말 맛있는데요?”

 

 이 분이 아까 말한 만신님이구나. 무당인가? 죽은 정말 맛있었다. 도윤이와 나는 입을 다물고 죽 한 그릇을 전부 먹었다. 오랜만에 든든하게 배를 채운 것 같다. 다 먹고 나니 만신님이 따라오라고 하셔서 티비에서 보던 무당집 같이 생긴 화려한 곳에 들어갔다.

 

 “귀신은 말끔히 퇴마됐다.”

 

 “정말요? 잘됐네요.”

 

 “근데 귀문이 열렸다.”

 

 “네? 귀문이요? 그게 뭔가요!”

 

 도윤아… 내 일인데 왜 네가 계속 대답을 해. 근데 귀신이야기에도 놀라지 않은 걸 보니 나한테 귀신이 씌었던 걸 다 아나보다. 옆집 여자가 말한 걸까? 도윤이한테 어떻게 연락한 거지? 도윤이 번호를 아나?

 

 “귀문을 닫기 위해서는 굿을 해야 하는데, 하루 만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쉬운 굿이 아니다. 나도 몇 달 정도는 준비를 해야 하고, 본인도 귀문을 닫을 준비를 해야 해. 굿도 하루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

 

 또 다시 옆집 여자 생각을 하는 데 만신이 말했다.

 

 “3일에서 일주일이요? 저 그렇게 시간 못 빼는데요.”

 

 “맞아요. 형 스케줄이 꽉 차서 그렇게 오래는… 만신님 어떻게 하루, 아니 이틀 만에 안 될까요?”

 

 “내가 하는 말이 장난으로 들리는 게냐! 귀문을 닫지 않으면 평생을 온갖 잡귀나 영가들이 네 몸을 갖고 놀게 될 것이다. 어제 같은 일이 또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나와 도윤이는 할 말을 잃고 침묵했다.

 

 “그리고 나도 몇 달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니. 지금 당장 시간을 빼라는 것이 아니다.”

 

 “몇 달 뒤에도…”

 

 “쓰읍”

 

 도윤이의 헛되고 미약한 반항도 만신의 들숨 한 번에 조용해졌다.

 

 “네… 스케줄 조정 해볼게요……. 그럼 형은 무슨 준비를 해야 하나요?“

 

 “귀신에 또 씌면 안 되겠지. 그럼 또 퇴마를 해야 되고, 귀문 닫는 것은 미뤄질 수밖에 없으니까.”

 

 “그게 제 마음대로 되나요?”

 

 만신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네 마음대로는 안 되겠지만 은화가 있지.”

 

 “서은화씨요?”

 

 서은화가 느낌상 옆 집 여자 이름 같은데, 도윤이 이 자식이 옆 집 여자 이름을 어떻게 알지? 지금 이중에 나만 모르는 거?

 

 “그래. 걔가 그래 봬도 천신님의 제자다. 수행이 부족해서 퇴마 같은 건 잘 못해도, 웬만한 잡귀는 근처에 얼씬도 못한다.”

 

 “그럼 우리 집 옆 집 사니까 괜찮겠네요. 근처니까.”

 

 “옆집이지 옆방이 아니잖니. 그 정도로는 안 된다. 은화 집에 들어가서 살아.”

 

 “네에에???”

 

 내가 아닌 도윤이가 소리 질렀다. 아니 얘는 아까부터 내 일인데 자기가 더 난리야, 라고 생각했지만 나도 말도 못하게 놀라 입을 벌린 채 만신을 쳐다봤다.

 

 “은화 집에 들어가서 살면 천신님의 집에 사는 거나 마찬가지다. 어떤 귀신이 감히 천신님 식구를 해하겠니.”

 

 “그래도 그건 좀… 저희 형이 아이돌이라서요. 소문이 날 수도 있고, 곤란한데…”

 

 “...들어갈게요.”

 

 “형!”

 

 도윤이가 나를 말리려는 듯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럼 귀신에 또 걸리라고? 이번에는 어떻게 사고 없이 활동했을지 모르지만 다음에는? 또 활동 중에 귀신에 빙의되면 어떻게 될지 몰라.”

 

 “형…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서은화 집에 들어가서 산다는 건 아주 합리적인 결정이다. 도윤이의 애타는 목소리는 무시하고 만신에게 말했다.

 

 “근데 옆 집 여자, 서은화씨는 좋대요? 저 들어가서 살아도?”

 

 “아직 말 안했다. 그래도 걔가 정이 많아서 이런 상황에 거절할 성미는 아니다.”

 

 “잘 거절할 것 같던데……. 뭐, 알겠습니다. 귀문 닫는 굿은 최대한 빨리 잡아주세요.”

 

 "… 그래. 굿은 길일에 해야 한다. 내가 나중에 시간을 알려주마."

 

 그 말을 끝으로 서둘러 도윤이와 서울로 떠났다. 안 그래도 이틀이나 펑크 냈는데 오늘까지 스케줄을 취소할 순 없다. 서은화도 못보고 올라가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어차피 앞으로 같이 살 거니까. 숙소생활을 끝내고 각자 살기 시작한 후로 누군가와 같이 사는 건 몇 년 만이다. 왠지... 기대가 된다.

 

 ***

 

 “말도 안 돼! 싫어요! 부적 써주시면 되잖아요.”

 

 [부적이 효과가 얼마나 간다고. 방법이 없다 하지 않니.]

 

 "부적을 매주 써주시면 되잖아요! 왜 제가 민시우랑 같이 살아야 되는데요?"

 

 [그러면 청년보고 귀신의 놀이터가 되어 죽으라고 할까. 네가 돕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도와주어야지.]

 

 신엄마와 도저히 말이 통하질 않는다. 아니 아무리 우리 친엄마가 아니라고 해도 어떻게 다 큰 남자를 처녀 집에서, 그것도 단 둘이 살게 한단 말이야?

 

 "야. 그냥 룸메이트라고 생각해. 너 팔 다쳤으니까 내가 도와주고 하면 서로 돕고 좋네 뭐."

 

 민시우가 불난데 기름을 퍼붓는다.

 

 "넌 조용히 해라…"

 

 슬그머니 눈을 피하더니 소파에 가서 앉는다.

 

 "아, 신엄마. 진짜 싫어요! 귀문 닫는 굿 빨리 해주시면 되잖아요."

 

 [몇 달 정도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지. 시끄럽다. 죽든 말든 상관없어서 내쫓고 싶으면 네가 내쫓거라. 끊는다.]

 

 "신엄마! 신엄마!"

 

 진짜 끊었다. 나한테 민시우라는 폭탄을 안기고서는.

 

 "귀엽다, 너. 이름이 윈디랬지?"

 

 민시우는 태평하게 윈디랑 놀아주고 있다. 쟤는 진짜 여기서 살 생각인가?

 

 "너 진짜 여기서 살 거야?"

 

 "응. 안 그러면 나 죽는대."

 

 "안 죽어. 신엄마가 과장한 거야. 내가 매주 부적 써줄게. 그거 들고 다니면 괜찮을 거야. 너도 불편하잖아, 여기서 살면."

 

 "네가 채운 팔찌 소용없던데."

 

 ...쟤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처음 차에 탔을 때 채워준 팔찌 귀신 때문에 그런 거지? 근데 소용없었잖아."

 

 내가 굉장히 찔리는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하네?

 

 "...아니야. 그 팔찌가 문제가 아니라 귀신이 너무 셌던 거야."

 

 "어쨌든 네가 부적 써줘도 너무 센 귀신이 나한테 또 들러붙으면 소용없단 말이잖아. 그러니까 몇 달만 신세 지자. 물론 돈은 낼게."

 

 "돈 필요 없어. 나 돈 많아."

 

 "그럼 돈 말고 다른 거, 소원 한개 들어줄게."

 

 소원? 소원 같은 소리 하네 신령님도 모시지 않는 인간이 소원을 들어줘 봤자…….

 

 ...잠깐만.

 

 민시우가 들어줄 수 있는 소원.

 

 민시우는 웨이브엑스.

 

 웨이브엑스에는... 우리 유진이가 있다.

 

 유진이 사인받기? 유진이 포토카드 8종 다 모으기? 헉, 연말 콘서트 티켓? 잠깐만 이 모든 걸 소원 하나로 칠 수 없나? 방법이 없나?

 

 내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와중에 민시우는 내가 승낙할 것을 예감했는지 웃으면서 말했다.

 

 "꼭 지금 말 안 해도 돼. 나중에 해."

 

 나중에? 지금 유진이 단독 팬 미팅 1열 구해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래. 나중이 낫겠어. 유진이가 앞으로 무슨 활동을 할지 몰라. 기다려야 해.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콤하댔어.

 

 "나 그럼 여기서 살아도 되는 거지? 어디 방 쓰면 돼?"

 

 살짝 지는 기분이 들지만 이건 나한테 남아도 한참 남는 장사다. 어차피 저 놈은 연예인이고 거의 집에 없을 거다. 집에 와서 잠만 자겠지. 근데 나는 유진이 팬 미팅 프리패스권을 얻는 거나 마찬가지다. 너한테도 이런 행운이 오는구나 서은화.

 

 속으로는 싱글벙글 이지만 겉으로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손님방을 가리켰다. 신엄마가 오시면 자고 가실까봐 만들어 뒀었는데 쟤가 먼저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방 저기 써. 이불은 장안에 있을 거야."

 

 "알겠어. 나 잠귀 예민하니까 늦게까지 티비보거나 하지 말고, 아침에는 내가 알아서 일어날 거니까, 깨우지 마."

 

 "야. 여기 우리 집이거든?"

 

 "유치하게 왜 그래? 숙소생활 하면서 서로 배려하는 건 기본이잖아."

 

 유...유치… 나보다 나이도 한참 어린 게. 후... 그래, 누나가 특별히 봐준다.

 

 "너도 조심해."

 

 "뭘?"

 

 "... 내 밥 뺏어먹지 마."

 

 말할게 이거밖에 없다니. 하지만 난 잠귀도 어둡고, 딱히 예민하지 않아서 주의시킬게 없다.

 

 "풉. 알았어, 안 먹어. 그럼 난 내일 일찍 스케줄 있어서 먼저 잔다."

 

 손님방으로 들어가는 민시우의 손에 엄청 큰 가방이 들려있다. 뭐야. 저런 건 언제 들고 왔대? 처음부터 단단히 준비하고 왔잖아?

 

 괜히 화가 나려고 했지만 유진이를 생각하며 참았다. 그래… 난 오늘 약간의 불편을 얻는 대신에 유진이를 실물 영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 내 인생 최고의 거래를 한 거야! 민시우가 방에 완전히 들어가고 나는 신이 나서 춤을 추며 윈디와 내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어차피 피곤하니까 일찍 자야지. 딱히 민시우 말 때문에 일찍 자는 건 아니다. 내가 피곤해서 그렇지.

 

 "언제 어떤 소원을 빌까나~"

 

 그때는 민시우를 우리 집에서 살게 한 건 잘한 거라고, 찰떡같이 믿고 있었다. 그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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