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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얼굴이 이럴 리 없어
작가 : 크리더
작품등록일 : 2020.8.3

“갑자기 왜 저렇게 예뻐졌지?” 아름다워지고 싶은 거부할 수 없는 욕망 앞에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것은 매우 위험한 거래이다. “포에버뷰티”라는 화장품을 둘러싼 의문의 사망 사건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는 수아와 창윤. 아픔속에도 반듯하게 살아온 수아 인기가 많지만 위험한 창윤을 밀어내지만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고, 깊은 상처와 비밀을 간직한 채 문란한 삶을 살아가는 창윤은 자신을 구원해줄 유일한 존재가 수아임을 알면서도 쉽사리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데... 과연 수아는 창윤을 구원할 수 있을까?

 
9화 너 나 믿냐?
작성일 : 20-08-21 23:18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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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학원을 마친 수아와 수찬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을 때였다. 마침 거길 지나가던 미나가 둘을 보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 미나야 안녕.”

 

 “니네 사귀냐?”

 

 인사도 무시한 채 자기 할 말만 하는 미나의 태도에 수아가 약간은 짜증이 나기도 하고 사실이 아니었으므로 정색하며 말했다.

 

 “아니?”

 

 “근데 왜 둘이서 햄버거 먹어?”

 

 “안 사귀면 햄버거 못 먹냐?”

 

 미나의 무례함에 짜증이 난 수찬이 인상을 쓰며 내뱉었다.

 

 “아니 시간도 늦었는데 둘만 먹고 있으니까 그렇지. 넌 왜 이렇게 짜증이야?”

 

 “니가 다짜고짜 들어와서 짜증 나게 하니까.”

 

 수아도 미나의 자기중심적인 태도에 조금씩 짜증이 쌓여가는 중이었지만, 복잡한 문제를 만들기 싫었기에 마음을 가라앉히며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해 말했다.

 

 “미나야. 저녁 안 먹었으면 진정하고 감튀라도 먹어.”

 

 염치없이 자리에 앉아 당연한 듯 수아의 감자튀김을 집어 먹으려 하자 수찬이 자기 것을 미나 앞으로 던지며 말했다.

 

 “이거나 먹어.”

 

 “야 내가 거지야? 왜 던져? 그리고 니꺼를 왜 줘? 조수아 꺼 먹을까봐 그러냐?”

 

 “꼬우면 사 먹던가. 드럽게 말 많네 진짜.”

 

 “수찬아.”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수아가 한숨을 쉬며 수찬을 말렸다. 그러나 미나는 지지 않고 수찬에게 집요하게 따졌다.

 

 “근데 넌 왜 얘만 좋아하고 난 싫어해?”

 

 그 말에 수찬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수아는 당황스러워서 눈만 깜빡거렸고 수찬은 벗어놨던 모자를 다시 쓰면서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어이없네. 초딩이냐? 조수아 일어나.”

 

 수아가 일어나자 수찬은 미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거 먹고 가던지. 초딩아.”

 

 수찬이 비아냥거리며 휙 소리가 날 정도로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먼저 갈게.”

 

 “야 조수아. 니가 강수찬 좋아하는 거 아니냐?”

 

 기가 막혀서 어디까지 대꾸를 해줘야 하나 가만히 미나를 쳐다보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너야말로 좋아하는 거 아니야? 왜 이렇게 강수찬한테 집착해?”

 

 평상시에 큰 소리를 잘 내지 않던 수아가 언성을 높이자 더 발끈한 미나가 말했다.

 

 “미쳤나. 왜 소리를 질러? 그리고 내가 강수찬을 왜 좋아해?”

 

 말이 통하지 않았다. 수아가 미나에게 따지려고 입을 여는 순간 밖으로 나갔던 수찬이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와 수아에게 말했다.

 

 “조수아. 빨리 나와. 집에 가게.”

 

 수아도 화가 나서 말없이 밖으로 나가버리자 혼자 분노에 쌓인 미나가 수아의 뒤에 대고 말했다.

 

 “하? 집에까지 데려다줘? 저래놓고 안 사귄다고? 웃기네.”

 

 “야. 내놔. 내가 들면 돼.”

 

 밖으로 나온 수아를 보고 수찬이 수아의 에코백을 낚아채서 자기 어깨에 걸며 말했다.

 

 “조수아. 멍청아.”

 

 “뭐야 밑도 끝도 없이. 시비거냐?”

 

 “너 임미나 조심해라. 바보처럼 잘해주다가 뒤통수 맞지 말고.”

 

 잠시 생각에 잠긴 수아를 보며 더 답답해진 수찬이 조금 더 톤을 높여서 말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했다. 조심해라.”

 

 “알아 나도. 지켜보는 중이고.”

 

 “오늘 저 정도면 더 지켜볼 것도 없지 않냐?”

 

 “그렇다고 관계를 당장 끊을 수는 없잖아. 앞으로 되도록 거리를 두면 돼.”

 

 “알면 단호하게 행동을 해. 답답하게 굴지 말고.”

 

 “오늘 어지간히 잔소리하네. 알았다니까.”

 

 수아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척 헝클이는 수찬의 손길이 싫지 않았다. 애정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게 다 어? 이 오빠가 모자란 동생 걱정하는 마음에서 하는 소리니까. 새겨들어라.”

 

 장난기 섞인 수찬의 말에 수아도 피식하고 웃었다. 알고 있었다. 수찬은 눈치와 상황 판단이 항상 빨랐다. 수아도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에 대해서 단호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항상 그놈의 동정심이 문제였다.

 

 어느새 꽤 깊은 밤이 되어서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수아가 사는 아파트는 길이 좀 으슥해서 밤에는 위험했다. 둘이 말없이 아파트 사이의 좁은 길에 들어서자 수찬이 장난스럽게 그러나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조수아.”

 

 “뭐.”

 

 “너 나 믿냐?”

 

 “뭔 소리야.”

 

 “나 믿냐고.”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걷기나 해. 늦었어.”

 

 수아가 수찬의 어깨를 주먹으로 때리자 수찬이 웃으며 어깨를 움켜쥐면서 말했다.

 

 “조수아 겁나 핵 주먹이라고. 나 어깨 탈골된 듯.”

 

 “척추까지 탈골되기 싫으면 빨리 걸어라.”

 

 “와. 진심이네. 조수아.”

 

 둘은 그렇게 웃으면서 어느덧 수아가 사는 동 앞에 도착했다.

 

 “너도 빨리 가라.”

 

 수아가 수찬의 어깨에서 자신의 에코백을 빼내려 하자 수찬이 가방끈을 잡은 수아를 자신 쪽으로 당기며 말했다.

 

 “왜 이래?”

 

 “조수아.”

 

 갑자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수찬의 행동에 살짝 긴장했지만, 수아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뭐 또.”

 

 수찬이 가방끈을 잡은 채로 수아의 코앞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잠시 수아의 눈을 응시하다가 당황한 수아의 표정을 보며 이내 씩 웃었다.

 

 “내일 보자고.”

 

 “어우. 얼른 가기나 해.”

 

 수아가 잠시 민망했던 만큼 힘을 모아 등을 때리자 수찬은 아파하며 말했다.

 

 “앗. 따거. 일단 너나 들어가.”

 

 수찬은 웃으며 손 인사를 했다. 수아는 심술궂은 표정을 지으며 대충 인사를 하고 돌아섰지만, 돌아선 수아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가 있었다.

 

 방금 때린 수찬의 등판이 작년보다 훨씬 더 넓고 탄탄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빠른 속도로 남자가 되어 가는 수찬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가끔은 설레기도 했다. 최근 들어 키도 더 컸고 귀여운 모습에서 남자다워진 수찬의 모습과 방금 같은 행동은 수아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수아가 집까지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수찬은 기분 좋게 발걸음을 옮겼다.

 

 

 

 *

 

 

 대개의 고등학교에서 점심시간의 풍경이 그러하듯 남학생들은 밖에 나가서 축구를 하거나 책상에 엎드려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고, 여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어제의 이슈들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수아. 그래서 어제 그 남주가 여주한테 뭐라고 함? 얘기 좀 해봐.”

 

 “그니까 그 남주가 여주한테.”

 

 “야. 이것 봐. 존잘이지 않음?”

 

 갑자기 나타난 미나가 수아가 하려는 얘기에 껴들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사진을 보여주는 몰상식한 행동에 수아는 잠시 말을 잃었다.

 

 “무뜬금이네. 갑자기 이걸 왜 보여줘. 조수아가 어제 드라마 내용 얘기해 줄라 하는데.”

 

 짜증이 난 유리가 미나에게 면박을 주었다.

 

 “그걸 꼭 조수아한테 들어야 해? 기사에 다 뜨잖아. 이거나 봐. 홈마가 찍은 건데 화질 예술이야.”

 

 “그럼 너나 봐. 우린 니 최애 관심 없는데 꼭 봐야 해? 지금 어제 내용 궁금하고 기사보다 조수아가 얘기해 주는 게 훨씬 재밌거든?”

 

 “짜증 나네.”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수아는 둘을 말렸다. 그러자 미나가 싹수없게 말했다.

 

 “조수아. 착한 척하면서 호박씨 까지마.”

 

 “뭐?”

 

 “웃기고 있네.”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수아에게 알 수 없는 말을 던지고 미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가버렸다. 수아를 비롯해 모여 있던 아이들은 미나의 행동에 말을 잃었다. 씩씩대며 걸어가던 미나는 얼마 전 화장실에 가기 위해 복도를 지나가다가 수찬과 남학생들이 모여서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임미나 쩔지. 얼굴하고 몸매 봐라.”

 

 “생긴 것도 인형같이 생겼어.”

 

 “인형은 인형이지.”

 

 “오 강수찬. 그렇게 싫어하더니 드디어 인정하는 거냐?”

 

 “인형이라 뇌가 없잖아.”

 

 “어쩐지. 근데 넌 임미나 왜 이렇게 싫어하냐.”

 

 “좋아하게 생겼냐?”

 

 “저 놈은 오직 조수아지. XX친구네 뭐네 하면서 끔찍하게 챙김.”

 

 “근데 조수아가 착하고 성격이 좋아. 이쁜 건 아닌데 볼수록 뭔가.”

 

 “하긴 여자애들도 다 조수아 좋아하던데? 재밌고 착하다고.”

 

 갑자기 시작된 수아의 칭찬에 수찬은 상반된 미묘한 기분을 느끼며 친구들에게 말했다.

 

 “됐고. 공이나 차러 가자.”

 

 “갑자기?”

 

 “햄버거 내기 콜?”

 

 “빨리 튀어와.”

 

 수찬과 친구들이 우르르 운동장으로 뛰어나가고 난 뒤에 대화를 엿듣고 있던 미나는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나는 친구들이 왜 수아를 좋아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얼굴도 자신이 훨씬 더 예쁘고 몸매는 비교 불가였다. 물론 미나의 주변에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수아가 더 인정받는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더러웠다. 그리고 미나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조수아 따위.’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교실로 돌아온 미나가 창문 밖에서 보니 수아와 수찬은 또 서로 장난치며 재밌게 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둘 주변에는 많은 친구가 둘러싸고 즐겁게 웃고 있었다. 미나는 그런 분위기가 부러웠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어느 그룹에 있든지 최고로 주목받고 사랑받아야 했다. 예외는 있을 수 없었다. 특히나 미나는 수찬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돌리고 싶었다. 자신 있었다. 미나는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비쳐 보았다.

 

 *

 

 

 그날도 여느 날처럼 운동장에서 운동하고 세수를 한 뒤 옷으로 물을 닦으면서 걸어오는 수찬의 앞으로 미나가 걸어왔다.

 

 “오. 임미나 이쪽으로 오는데?”

 

 “진짜 완벽하다. 몸매 죽이네.”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고개를 쳐들고 가슴을 있는 힘껏 내민 미나가 말했다.

 

 “강수찬 잠깐 나 좀 보자.”

 

 “싫은데.”

 

 “따라와.”

 

 미간을 찌푸리며 미나를 스쳐가는 수찬의 팔을 부정적인 대꾸에도 굴하지 않고 미나가 잡으며 말했다. 그러자 남학생들이 소리를 질렀다.

 

 “오오. 고백각인데?”

 

 “오늘부터 일일 되는 거냐?”

 

 “역시 싸우다 정든다더니.”

 

 그러나 수찬이 질색을 하며 미나가 잡은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여기서 얘기해.”

 

 미나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미나는 당당하게 거기 있던 남학생들에게 눈짓으로 자리를 비키라고 했다. 남학생들은 아쉬워하며 슬슬 자리를 비켜줬다.

 

 “뭐야? 짜증 나게. 어딜 잡어?”

 

 수찬이 험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나가 여자이기 때문에 말로만 화를 내야 한다는 것이 진심으로 개탄스러웠다. 그런데 미나에 입에서 나온 얘기는 더욱 수찬을 분노하게 했다.

 

 “조수아한테 왜 그렇게 잘해줘? 걔랑 내가 무슨 차이라고?”

 

 수찬이 짜증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물에 젖은 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린 뒤 낮게 가라앉은 소리로 위협하듯 말했다.

 

 “대답해야 할 이유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니까. 얼굴도 못생기고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니고 부자도 아닌데 왜?”

 

 경멸하는 표정으로 수찬이 미나에게 말했다.

 

 “딱 한 번만 말한다. 잘 들어. ”

 

 수찬이 자신에게 얼굴을 들이밀자 미나는 부끄러워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조수아는 진짜 착하거든. 그러니까 너 같은 애랑 비교하지 마.”

 

 “겨우 그거야?”

 

 “너는 죽었다 깨어나도 조수아처럼은 못되니까 한 번만 더 귀찮게 해라.”

 

 더 말을 섞고 싶지도 않다는 듯 외면하며 가버리는 수찬의 뒷모습을 보며 미나가 악을 썼다.

 

 “잘난 척하는데 두고 봐.”

 

 수찬은 그런 미나를 향해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며 ‘핏’ 한 번 비웃어주고는 교실로 들어가 버렸다. 미나가 부들대다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들림과 동시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굵은 남자 목소리였다.

 

 

 “장동철 니가 할 일이 좀 있어.”

 
작가의 말
 

 집착은 니가 하고 있잖아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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