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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녹이 기억할 것입니다
작가 : Naram
작품등록일 : 2020.8.17

어린 아이들이 말하기를,

후대의 선생들이 가르치기를,

세계의 역사가들이 기록하기를,

당신은 비열하고 악독한 손가락질 받아야 마땅한 자라 비웃을지라도

아녹께선 그날의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6
작성일 : 20-08-21 23:16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4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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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땅거미 지기 시작한 시간, 밝은 빛보다 캄캄한 어둠을 선호하는 늑대와 시궁쥐의 활동이 시작된다. 어느 곳보다 그림자가 빠르게 드리워지는 도시의 뒷골목에선 어느 때처럼 누군가는 도망가고 누군가는 그 뒤를 쫓았다. 다만 지금의 상황을 제3자가 본다면 이질적인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광경이기는 했다.

 

  세명의 남자가 똑같은 가죽가방을 들고 거칠게 뒷골목을 해집고 다녔는데 나름 번듯하게 차려입은 듯 했으나 거친 도주극 때문인지 여기 저기 찣어지고 진흙과 오물이 피와 함께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들을 쫓는 것은 단 두 사람이었는데 한명은 지붕 위를 넘나들며 달려오는 청년이었고 한명은 놀랍게도 허공에뜬 채로 날아오는 소녀였다.

 

 

  “후후후... 그걸 알고 있나? 난 빛이 거두어진 침묵의 시간을 무서워하지 않아. 내 안의 어둠이 뿜어내는 두려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고통을 느끼지”

 

 

  허공에서 들려오는 소녀의 느긋한 목소리에 가장 앞서서 달리던 남자가 말라버린 입술을 깨물었다.

 

 

  “저게 무슨... 개소리야?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데...”

 

  “알바냐! 빌어먹을, 입 놀릴 시간에... 달려 자식아!”

 

 

  숨을 헐떡이는 소리와 함께 터져나온 고함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지붕을 넘나들며 묘기를 보이는 남자도, 팔짱을 낀 채 허공에서 떠다니는 소녀도 아닌 소녀가 조종하는 땅 속의 무언가였다.

 

  가장 뒤에서 달리던 남자가 흘끗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땅을 해집으며 다가오는 사슬형태의 무언가가 그들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바닥의 타일이며 벽이며 할 것 없이 전부 갈아 엎어버린 그것이 자신들에게 다가온 순간 일어날 끔찍한 일들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였다.

 

 

  “사이한 존재들이 저주에 비웃음을 담아 엮어 만든 심연의 사슬이야. 이것에 휘감겨 어둠에 삼켜지는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거야.”

 

 

  소녀는 느긋하게 그들을 쫓아가며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뜬구름 잡는 이상한 소리를 해대던(이상하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들은 상황이 점점 급박해지자 의미없는 헛소리에서 그들의 신경을 긁어대는 주문이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땅을 해집으며 좇아오는 사슬들과 도망치는 이들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져 갔고 이제는 사슬의 잘그락 거리는 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릴 정도가 되었다. 도망치는 이들에게는 절망적이게도 사슬의 사정거리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는지 느긋하게 도망치는 이들을 바라보던 소녀는 하늘을 향해 양 손을 폈다

 

 

  “이제 이 비극적인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할 시간인가. 자, 그럼 이제 어둠 속에 잠겨 비명을 질러라! 아하하하하하!”

 

  “으아아아악!”

 

 

  소녀의 손짓에 따라 허공으로 치솟은 사슬이 가장 뒤쳐진 남자에게 내려 꽂히기 직전이었다.

 

  쾅 하며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에 소녀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두 개의 투척 도끼가 흉흉한 소리를 내며 소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기겁하며 몸을 비틀어 투척 도끼를 피하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사슬 조종이 흐트러져 포박하려 했던 남자를 놓치고 말았다.

 

  벌렁거리는 가슴을 잠시 진정시킨 소녀는 헐레벌떡 도망가는 남자들을 내버려두고 눈에 맺힌 눈물을 슥슥 닦았다.

 

 

  “씨이... 죽을뻔 했잖아.”

 

  “흑마술로 보이는 사슬로 살아있는 사람을 갈아버리려 했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점점 가라앉는 먼지구름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중년 여성의 것이었다. 한쪽 벽이 완전히 부서져버린 허름한 창관에서 천천히 걸어나온 중년의 여인은 검은색 레더아머를 입은 채로 손도끼를 빙글빙글 돌리며 소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낡은 가죽신발, 색 바랜 검은색 원피스, 벼머리로 땋은 검은 머리카락에 귀여운 인상을 가진 소녀는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검은 안대를 낀 채로 불안하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허, 참. 꼬마아가씨가 소풍놀이를 하러 잘못 왔나? 아니지. 흑마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미 인간으로서는 실격이겠네.”

 

  “흐, 흑마술 아니거든!”

 

  “응? 뭐라고?”

 

  “흑마술 아니라고...”

 

 

  여인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우물거리는 소녀를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날뛰더니 지금은 겁먹은 새끼고양이마냥 벌벌 떨고 있는 것이 가소롭기만 했다.

 

 

  “저주받은 뭐시기 심연의 사슬?”

 

  “그냥 쇠사슬...”

 

  “어둠속에 삼킨다며.”

 

  “그냥 포박...”

 

 

  여인은 철없는 소녀를 보며 혀를 찼다. 황당하긴 했지만 저 소녀는 그녀의 일행을 쫓던 무리중 한사람이었고 무엇보다 소녀의 가슴에는 그녀가 그토록 경계하던 뱃지가 달려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붕위에서 날뛰던 메뚜기 한 마리가 안보이는군. 미끼에 낚인건가.”

 

 

  자신의 일행은 분명 저들에게 잡혔을 것이다. 연막작전으로 여러 곳에서 소란을 일으키기로 했지만 아무런 소요도 없는 것으로 보아 이미 그들에게 정보가 넘어갔다는 말이었고 여기에 더 있는 것은 위험하기만 할 뿐 아무런 이득이 없었다.

 

  평소같았으면 그대로 내뺐겠으나 이번에 취급한 물건은 단순한 잠적으로는 피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여인은 자신의 유일한 목격자를 향해 가볍게 웃어보였다.

 

 

  “내가 누군지 언젠가는 들키겠지만 지금이 되고 싶지는 않네. 화풀이 대상도 필요하고.”

 

 

  여인이 어딘가 일그러진 미소를 입에 머금으며 손도끼를 소녀에게 던지려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소녀의 발 아래까지 파고든 쇠사슬이 여인의 사각을 노리며 솟구쳤고 그와 동시에 방어막을 형성한 소녀가 여인에게서 눈을 때지 않으며 소리쳤다.

 

 

  “삼촌!”

 

  “뭐?”

 

 

  소녀의 외침과 함께 지붕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자 황급히 고개를 돌린 여인은 지붕에서 뛰어 오른 거구의 남성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IXTANIA!"

 

 

  흉흉한 소리와 함께 강맹한 기세로 내려찍는 시미터를 몸을 날려 가까스로 피한 여인은 순간적으로 땅이 흔들리는듯한 착각을 받았다.

 

  새로 난입한 사내의 무장을 빠르게 훑었는데 오른손에는 시미터를, 왼손에는 버클러와 스틸레토를 들고 있었고 전쟁에 나가는 것 마냥 체인메일과 가죽 건틀렛을 착용하고 있었다.

 

  여인이 자세를 바로 잡기도 전에 그녀의 목을 향해 시미터가 휘둘려졌다. 급하게 꺼낸 숏소드로 시미터를 머리 위로 흘렸지만 틈을 주지 않고 휘둘러진 버클러에 허리를 가격당했다. 레더아머를 입고 있었음에도 갈빗대가 몇 대 부러진 듯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지만 사내의 시미터가 사막의 사자처럼 치명적인 곳을 노리며 휘둘러져 잠시도 쉴 수 없었다.

 

  이 남자만 하더라도 상대하기 벅찬 정도가 아니라 싸움을 포기하고 도망가야 할 정도로 승산이 없었는데 이젠 소녀가 조종하는 쇠사슬이 반박자씩 빠르게 날아와 그녀의 움직임을 크게 제한했다. 이대론 말려죽겠다고 판단한 여인은 허리에서 오는 통증을 애써 참으며 발악하듯 소리쳤다.

 

 

  “항복할테니 거래하자!”

 

  “거절한다. 그리고 항복한 사람이 구하는 것은 거래가 아니라 자비다.”

 

  “이런 빌어먹을 답답한 자식이!”

 

 

  다시 공방이 이어지자 여인의 머리가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갑옷 때문에 어지간한 공격은 타격을 주지 못하고 그녀의 무기로 찌르기 등의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공격들은 동작이 커 쇠사슬의 방해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얼굴에 바늘 하나 박히지 않을 것 같은 사내는 정석대로 움직일 것 같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노련한 사막전사처럼 시미터와 버클러를 번갈아 가며 공격을 이어왔다.

 

 

  ‘잠깐만, 사막전사?’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사내의 얼굴을 자세히 본 여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얼굴에 있는 가시덩굴 형태의 검은 문신은 분명 자신이 아는 부족에서 전사들이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사내의 검은 머리에 섞여있는 순백색의 머리카락은 분명 몇몇 사막부족의 지도층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녀의 의뢰인이기도 했다.

 

  다만 저 소녀가 그를 삼촌이라 부르는 것으로 보아 그 역시 ‘그들’과 한패이거나 관련이 있다는 말인데 ‘그들’은 그녀의 의뢰인들에게 명백한 위협거리였으니 마냥 머릿속에 꽃밭을 그릴 수만은 없었다.

 

  그래도 한가닥 희망이 생겼다는 사실은 분명했고 그녀는 거기에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했다.

 

 

  “너, 아즈락 부족 출신 전사지? 난 그곳의 의뢰를 받고 왔다. 잠시 이야기를 하자!”

 

 

  여인의 정수리를 노리던 검이 그녀의 머리카락 몇가닥을 자르며 멈추었다. 사내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그녀를 노려보기만 했는데 마치 할 말이 있으면 지금 당장 하라는 것처럼 매서웠다. 마른 침을 삼킨 여인은 차분하게 할 말을 정리하곤 이야기를 하기 앞서 공중에서 얼타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민감한 이야기인데 저 꼬마는 들어도 되는 위치야?”

 

 

  소녀가 부족과 관계가 있거나 그에 준하는 관계자냐는 물음이었고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말했다 시피 우리는 아즈락 포함 12부족의 의뢰를 받고 물건을 전달하는 중이야. 내용물이 확인되면 제국에서 곧바로 군을 일으켜 사막부족들을 쓸어버릴만큼 위험하고 민감한 물건이지. 너와 저 꼬맹이는 ‘그들’... 그러니까 아일드 제국 정보국 소속이야?”

 

 

  사내는 잠시 고민하는 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정이 있어 잠시 몸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소속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다. 이번이 마지막 임무이기도 하고.”

 

  “둘 다?”

 

  “그렇다.”

 

 

  사내의 답변을 들은 여인의 얼굴이 밝아졌다.

 

 

  “다행히 마지막에 기회가 오는구나. 지금 당장 나를 쓰러뜨리고 목에 칼을 겨누어 심문하는 것처럼 위장을...”

 

 

  사내는 여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얼굴을 후려쳐 눕혀버리곤 목에 칼을 들이 밀었다. 정신을 놓을뻔 한 여인은 입에 고인 피를 삼키며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이 개자식이, 아무리 그래도 숙녀를 너무 거칠게 다루는 것 아냐?”

 

  “조금 전부터 여기를 주시하기 시작한 놈들 때문에 그런 주문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 말할 것 있으면 빨리 하도록. 저들이 겨누고 있는 쇠뇌의 방아쇠를 언제 당길지 모른다.”

 

 

  여인은 어쩌면 생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시간을 이런 남자와 보내게 됐다는 사실에 잠시 짜증을 내곤 말라버린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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