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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1부 사문과 로봇] 7장 각성
작성일 : 20-08-21 21:06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2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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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상수배된 인공지능인 RT-101이 우리 행성에 나타난 것은 사실로 파악되었으며, 우리 정부는 지구에 전적으로 협조하여 이 흉악한 범죄자를··· (생략)

 

 - 습지행성 치안국장의 담화문 中 -

 

 

 ***

 우기가 시작되었다.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다. 이렇게까지 비가 많이 온 것은 으레 없던 일이었다.

 

 바람은 세찼고 강물은 무섭게 불어났다. 오두막의 천장이 흔들리고 비가 셌다. 발룬다는 말없이 정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고 있었다. 불길한 기운이 발룬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제자도 마찬가지였다. 존은 초조했다. 존은 직감으로도 계산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가 부족한 재료로 얼기설기 엮은 댐은 결코 강력한 태풍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댐은 파괴되었을 것이며, 땅으로 쏟아지는 무서운 물은 이미 우타베나골을 휩쓸고 있을 것이다. 우타베나골뿐만이 아니다. 근처의 대부분 마을이 태풍에 의해 엉망진창이 되었을 것이다. 도시는 멀고, 습지행성의 기술력으로는 그 많은 사람들을 다 구해 낼 수는 없다.

 

 발룬다는 초조해하는 존을 보고 막연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밖으로 나서려 했다. 스승이 조용히 그를 만류했다.

 

 “존, 가지 말거라. 그것은 너의 역할이 아니다.”

 

 존이 뒤돌아보았다. 스승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수행에 정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누구의 역할입니까?”

 

 “도시에서 온 관리들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그 역할이 오직 너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만이다.”

 

 “그들의 힘은 모두를 구하기에 부족할 것입니다. 하물며 그들의 힘이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제 힘은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스승은 두 눈을 떴다. 그리고 지긋이 제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것이 진정으로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관리들은 너를 알아볼 것이다. 그들은 지구인들과의 관계를 원하고 있고, 그렇게 때문에 틀림없이 너를 팔아넘기려 할 것이다. 지구인들이 이 땅에 찾아와 또 다른 재앙이 퍼지고···. 너는, 너는. 너의 과업을 완성시킬 수 없을 것이다.”

 

 스승과 제자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존은 발룬다의 깊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는 것을 또렷이 보고 말았다. 그의 두 눈은 번민으로 가득했다.

 

 존은 결론을 내렸다.

 

 “나의 위대한 스승, 발룬다시여. 나는 떠나겠습니다. 나는 그들을 구해야겠습니다. 어리석은 존을 부디 용서하소서···.”

 

 존은 문을 열었다. 그리고 태풍이 부는 바깥으로 발을 내디뎠다. 엔진을 점화하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는 순식간에 태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발룬다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래, 이것이 운명이로구나. 이것이 하늘이 점지하신 저 아이의 운명이구나. 이렇게 되기로 예정되어 있었구나.’

 

 발룬다는 마음을 비우고자 했다. 원래의 발룬다처럼. 공허 속에서 꽃을 피우던 발룬다처럼 행동하려고 집중했다. 완전한 정지상태로 들어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 그를 놓아 주라고. 그가 가리라는 것을 진작 알고 있지 않았냐고.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그러나 마음은 이미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오두막 바깥의 무시무시한 태풍이 발룬다의 마음까지 집어삼켰다.

 

 발룬다는 자신도 모르게 존을 생각했다. 아니, 그는 상상에 빠졌다. 존을, 전쟁로봇을 팔아넘기는 약싹 빠른 행성의 정치인들과 고위 관리들. 지구의 군대가 존을 포위하고, 마침내 그 아이를 속박하는 모습. 발버둥치는 존의 모습. 그를 핍박하고 모욕하는 지구인들. 선한 존은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 선함, 그 고결함을 짓밟는 완전한 악인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리고 반듯한 자세로 앉아 불길 속에서 소멸하는 존···. 오직 상상일 뿐인데도 그 모습이 발룬다를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했다. 그것은 그 아이가 짊어지어야 할 짐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 아이를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그의 심장을 후벼 팠다.

 

 발룬다는 번쩍 눈을 떴다. 그리고 허둥지둥 밖으로 뛰쳐나갔다. 평소의 점잖고 위대한 거동 대신 아이를 잃은 어미의 거동이었다. 문 밖의 비바람이 노(老) 발룬다를 엄습했다.

 

 노인은 서둘러 우타베나골로 향했다. 꺾이고 넘어진 나뭇가지들로 숲 속의 길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맨발의 발룬다가 정신없이 달렸다. 나뭇가지에 살갗이 까지고 가시가 발바닥을 파고들었다. 그래도 발룬다는 멈추지 않았다. 강력한 역풍도 노인의 발걸음을 막아서지 못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그 아이를 붙잡지 못하리라. 희끗한 쑥대머리, 산발을 한 채. 노인은 반드시 발을 내디뎠다. 질긴 넝쿨이 그의 얇은 발목을 붙잡고, 바람에 날아온 큰 가지가 그의 안면을 때려 넘어트려도. 노인은 다시 일어났다.

 

 그러나 자연은 끝내 노인을 막아섰다. 불어난 강물이 완강한 노인을 만류했다. 황소 떼처럼 불어난 누런 파도가 길을 완전히 차단했다. 어제까지는 발목을 겨우 적시는 물줄기에 불과했었다.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이리저리 길을 찾아봤다. 그러나 물 위로 노인이 디딜 수 있는 큰 바위는 어디에도 없었으며, 잠깐이라도 교량이 되어 줄 튼튼한 나무는 없었다. 신은 발룬다가 우타베나골로 가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으셨다. 발룬다는 좌절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무력함에 고개를 땅바닥에 처박았다.

 

 ‘아아, 하늘이시여! 왜 저 아이에게 그런 운명을 주십니까! 당신은 왜 저 아이를 인간으로 빚어 내지 않으셨습니까. 신이시여! 왜 저 아이를 제게 보내시고는, 저 아이를 보호할 힘을 제게 조금도 주지 않으셨나이까! 아, 신이시여!’

 

 태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노인이 고개를 땅에 박고 움직이지 않았다. 노인은 조그마한 주먹을 꽉 쥐었다. 사문은 왜 그렇게 긴 시간 바위처럼 비를 맞으며 고행을 했던가. 차가운 빗방울이 노인의 몸뚱이를 타고 가슴을 적시는 것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시리었다. 발바닥을 파고드는 가시가 너무나도 아렸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칼이 안면을 때리는 것이 끔찍하게 따가웠다. 노인은 아픔에 오만상을 찌푸렸다. 황소처럼 불어난 강물 앞에서, 강풍에 흩날리는 나뭇가지와 작은 돌멩이를 처맞으며, 노인은 엎드려 조금도 미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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