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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지오르고스의 일기
작가 : 현서랑
작품등록일 : 2020.7.31

J. 그녀는 그것을 지오르고스의 일기라 적었지. 모르탈 아이움, 그 옛 시대에 지오르고스가 일궈내어 셀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그 신비의 역사를. 이젠 J라는 그 작은 여자아이의 이름이 우리들의 진실 위에 허구성과 함께 덮여질 테지. 인간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믿으려하지 않아. 앞선 존재들. J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인퀴스토 디토스란 신들과 엄연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말이야.

 
네냐 VI
작성일 : 20-08-21 14:02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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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냐 11_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새금한 입안이 거슬렸다. 잠들기 전까지도 열매를 씹어야했던 내 이는 먹성 좋던 어제의 날 탓했다.

 우린 어제의 걸음을 잇지 않았다. 목적지였던 휴모르 강 하류까진 굳이 갈 필요가 없었다. 전쟁은 어제보다 하루만큼 우리에게 다가왔지만 셰펄드는 느긋하기만 했다. 오늘 아침, 난 그에게 며칠 후의 전투 계획에 대해 물었고 그는 여느 때처럼 귀찮은 내색이었다.

 

 - 연합군이 도착하면 싸운다.

 

 단순히 그 대답이 다였다. 난 전투에 있어서 전략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으나 그는 역시나 듣지를 않았다.

 하릴없이 오전을 보내던 중이었다. 오전 내내 내게 등을 돌려 누워있던 셰펄드는 갑자기 일어났다. 느닷없이 긴장을 한 그는 자신의 검부터 집어 들었다.

 

 - 기척이다.

 

 셰펄드가 알아챈 기척의 출처는 곧 밝혀졌다. 개울 너머의 나무들 뒤에선 검은 형체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분명 떨어진 이파리들 위에 서있었으나 그들에게 밟힌 이파리는 부서지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들은 총 셋이었는데 셋의 외형은 모두 야위고 어두웠고, 얼마 전 본 시카처럼 모두 길고 검은 복면을 하관 위에 덮고 있었다. 그들 중 둘은 긴 머리칼과 봉긋한 가슴이 있어 여성으로 보였으나 나머지 하나는 겉으로 보아선 성의 구분이 어려웠다. 또한 그들은 모두 짤막하고 구불거리는 곡검을 양손에 쥐고 있었는데, 그 곡검의 모양은 제각각 달랐다.

 셰펄드는 마른 침을 삼키며 칼날을 세웠다. 그러나 그 긴장감은 아무런 충돌도 만들어내지 않고 짤막하게 끝이 났다. 시카를 닮은 그들이 멀찍이서 셰펄드를 쳐다보기만 하다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한껏 숨을 죽이고 있던 셰펄드는 그들이 사라지자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며 검을 내려놓았다.

 

 - 저것들이랑 싸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지친다.

 

 난 그 수상한 이들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 우밀리타의 수색대다. 시카의 직속부하들이야. 되도록 안 마주치는 게 좋다.

 

 난 그들이 왜 우리를 공격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 글쎄……. 나도 모르겠다.

 

 셰펄드가 대답하자, 누군가 우리의 바로 옆에서 목청을 가다듬는 헛기침을 냈다. 우린 그제야 우리 옆에 누군가가 있음을 눈치 채고 깜짝 놀랐다. 우리 옆에 조용히 나타나 셰펄드의 감각마저 무색케 했던 이는 다름 아닌 헤밀롯이었다.

 나와 셰펄드는 헤밀롯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랐는데, 헤밀롯은 그런 우릴 개의치 않으며 다 꺼진 모닥불 가상에 찬찬히 앉았다.

 

 - 뤼귀가 안 보이는군.

 

 헤밀롯이 얘길 꺼냈고, 셰펄드는 놀란 감정을 추스렸다.

 

 - 레인웜에 다녀오겠다며 떠났어. 이제 하루쯤 지났다.

 

 헤밀롯은 생각에 잠겼다. 셰펄드는 그 적막 속에서 어색한 눈을 나와 맞췄고, 우린 헤밀롯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그간 이곳에서 성과는 있었나?

 

 - 아니. 없었어. 뤼귀는 섭정을 만나지도 못했다더라.

 

 - 시카 때문이군.

 

 - 그래. 그녀는 헤스판을 지켜낼 생각인 것 같다.

 

 헤밀롯은 또 말이 없었다. 이에 셰펄드는 먼저 물었다.

 

 - 시카도 네가 여기 있는 걸 알지?

 

 - 그럴 거다.

 

 - 너희 둘은 이렇게 서로 코앞에 있는 걸 알면서도 왜 싸우지 않는 거냐?

 

 - 전투엔 때가 있다. 서쪽 인간들의 군대는 내일 낮이면 이곳에 도착한다.

 

 셰펄드는 헤밀롯의 대답에 만족하지 못하더니 자기 논리를 더해가며 더 자세히 물었다.

 

 - 어차피 다가올 이곳 전투는 너희 둘한테서 결정 나는 것 아니냐. 굳이 내일까지 기다려서 인간들을 너희 싸움에 휘말려 죽게 만들지 말고 지금 당장 둘이 승부를 보면 되지 않냐.

 

 - 서쪽 인간들의 대군과 나의 존재가 시카와 이 망국의 섭정의 마음을 돌릴지도 모르니 기다리는 것이다.

 

 헤밀롯이 막힘없이 대답했음에도 셰펄드는 자신이 따로 바라는 답변이 있는 듯 물음을 고집했다.

 

 - 시카가 쉽게 뜻을 굽힐 리가 없다는 건 네가 더 잘 알 텐데. 내가 보기에 너희 둘은 서로 싸움을 피하는 것 같다. 네가 싸움을 미루는 이유야 그렇다고 쳐도, 지금 네 존재를 알고도 그냥 널 내버려두는 시카의 행위는 뭐냐?

 

 그때 헤밀롯에게선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셰펄드는 심장한 말로 대화를 끝냈다.

 

 - 그게 너희 우두머리끼리의 의리나 단순한 동족애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나도 눈치가 있는 놈이다.

 

 말없이 꺼진 모닥불만을 바라보고 있던 헤밀롯은 이내 우리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헤밀롯이 떠나자 셰펄드는 낙담이라도 한 듯 자리에 누워버렸다. 나 역시 공연히 개울에 돌멩이나 던지며 이 밤까지의 시간을 보냈다.

 

 

 네냐 12_

 지루했던 어제에 이따금씩 떠오른 이니스의 얼굴은 오늘 꿈속에서 날 찾아왔다. 이니스는 내가 돌을 던지는 개울 너머에서 편안한 의자 위에 앉아있었다. 그 외에 기억나는 건 없다. 그래도 꿈에서 느낀 반가움만은 꽤 오래 남아있었는데 날이 저물수록 그 반가움은 그리움에 더해졌다.

 아침에 단꿈을 깨운 건 헤밀롯이었다. 어제 오후 내내 모습을 볼 수 없던 그는 오늘 아침 다시 우리 곁에 나타나 날 깨웠다. 셰펄드는 이미 일어나 개울가 바위 위에 앉아있었다.

 헤밀롯은 우리에게 연합군의 출현 소식을 전해주곤 곧바로 사라졌다. 셰펄드는 연합군의 눈에 들기를 꺼려했다. 그는 우리가 며칠 전 머물던 바위산으로 걸음을 옮겼고 나도 그를 따랐다. 그는 오늘 당장에 전투가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자신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헤스판에 당도한 군사들이 지쳐있을 것이란 게 그 이유였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바위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난 어제 셰펄드가 헤밀롯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고, 셰펄드에게 헤밀롯과 시카의 관계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나 셰펄드 그 역시 두 야경 왕의 관계에 대해선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 둘에 대해서 추측되는 게 몇 가지 있긴 한데 말하고 싶진 않다. 너희 인간들은 추측도 사실처럼 받아들여. 게다가 넌 내 말을 기록으로 남길 게 뻔해서 더 안 된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헤밀롯과 시카에 대한 흉은 아끼질 않았다.

 

 - 둘이 기어코 안 싸우네. 시카도 우리 쪽에서 먼저 항복하길 기다리고 있는 건가? 답답한 것들. 아르도르의 배반 행위는 둘 째 치고 이젠 그 둘 때문에 많은 인간들이 죽게 생겼다.

 

 바위산까지 절반쯤 걸었을 땐 서쪽에서 행군의 나팔소리가 낮은 산지의 메아리를 타고 우리 귀에 들려왔다. 그러나 셰펄드는 그 소리를 들은 둥 마는 둥 계속 걷기만 했다.

 저녁에 우린 바위산에 도착했다. 셰펄드는 며칠 전 우리가 머물렀던 곳보다 더 낮은 지대를 은신처로 정했다. 서쪽에선 어둠을 품은 나무들 사이로 횃불들이 하나 둘 일어나고 있었다. 나와 함께 그 불빛들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앉아있던 셰펄드는 갑자기 묘안이라도 떠올린 듯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저기에 혹시 네 말을 들을 만한 대장이 있냐?

 

 우리 눈에 보이는 경로로 진격해오는 연합부대엔 루멘의 웰렌 왕자와 룩스비오스의 나르기스 장군, 그리고 로부르의 실비아루스 공주, 테스미르미드의 로워드 군사와 옷시아 장군이 지휘관들로 속해있을 것이었고, 난 그들 중에서 셰펄드의 물음에 부합하는 이를 가려냈다. 실비아루스 공주뿐이었다.

 

 - 그럼 내려가서 그녀를 만나봐라. 만약 시카와 헤밀롯의 싸움이 이 근처에서 벌어지면 병력을 물리라고 전해. 둘 싸움에 휘말리는 건 좋지 않을 거다.

 

 난 언더옥포드에서 헤밀롯과 퀴노르 스피나의 전투로 인해 맥없이 죽어가던 군인들을 목격했었기에 셰펄드의 말에 동감했다. 셰펄드는 자신이 헤밀롯과 시카의 싸움터를 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비관적으로 체념했다. 그리곤 잠시 뒤 그는 거듭된 생각으로 인해 더 깊어진 자신의 비관을 드러냈다.

 

 - 어차피 둘의 싸움이 다른 곳에서 벌어져도 그땐 시카의 부하들이 우리의 전장에서 날 뛸 테니 우리 쪽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건 매한가지이긴 하겠다. 그저 뤼귀가 늦지 않길 바라는 게 그나마 제일 낫겠다. 그가 제대로 나서서 싸워줄 지야 아직 모르지만…….

 

 연합군의 진군속도는 뤼귀가 레인웜으로 떠나기 전 예상했던 것보다 하루 이틀 이른 것이었고, 셰펄드의 말대로 전황은 암담해보였다.

 밤이 돼 일대에 온통 어둠이 깔리자 서쪽의 횃불들은 이동을 멈췄다. 그들은 헤스판 광야에 진입하지 않고 광야로 이어지는 좁은 입구 밖에서 진영을 펼쳤다. 그들이 우리 근처로 더 다가올 줄로 알고 기다리던 난 은신처를 나서야했다. 셰펄드의 충고대로 실비아루스 공주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셰펄드는 떠나는 내게 적으로 오인 받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하곤 은신처 깊숙이 몸을 숨겼다. 그는 여전히 연합군에게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려했다.

 나무들 사이를 얼마 걷지 않아 말 머리 위에서 떠다니는 횃불 하나가 내 쪽으로 향해왔다. 난 횃불을 든 그가 룩스비오스의 정찰병임을 알았고, 날 발견한 그는 창을 치켜들었으나 내가 루완 사람인 것을 알고는 경계를 풀었다. 난 그가 모는 말 후미를 따라 걸어 실비아루스가 있는 로부르 진영에 도착했다. 그 정찰병은 날 로부르의 한 부관에게 안내했고 내 목적을 들은 부관은 내 몸을 수색하더니 날 데리고 실비아루스의 막사로 들어갔다.

 공주는 날 반겼는데, 인사를 나누자마자 뤼귀부터 찾았다. 난 혼자서 왔다고 대답했다. 그리곤 셰펄드의 충고를 뤼귀의 전언이라 속여서 그녀에게 전했다. 시카가 머무르는 헤스판의 위협적인 전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뤼귀의 정보라 겉꾸며 전했다.

 

 - 알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제가 설득해보지요. 다만 웰렌 왕자님과 로워드 군사께서 특사님의 조언에 따를지는 모르겠네요.

 

 공주는 헤스판에 출몰한 야경들의 소식에 대해 불안해하면서도 뤼귀를 내세운 내 말들을 곧이 수용해주었다. 이후 난 그녀의 막사에서 나와 그녀의 부하가 안내해준 잠자리로 향했다. 어느 국가의 관할인지도 모를 언저리다. 이곳엔 요를 깔고 누워있는 사람과 모닥불 가에서 무언가를 기록하는 문인이 있다. 나도 그들도 서로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이젠 내일을 위해 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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