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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보라색
작가 : Riley
작품등록일 : 2020.8.1

이 소설은 저에게 많은 '처음'을 선물해 주었어요.
여러 '처음'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건 역시 '첫 소설'인 것 같네요.

이 글을 쓰면서 제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운명'인데요, 아마 이 후로도 계속 글을 쓰게 된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운명'에 대해 쓰지 않을까 싶어요.
[이,보라색]은 '운명'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를 궁금해하며
써 내려갔던 저의 첫 중편소설입니다.

너무너무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연히, 또는 운명처럼, 읽어주실 분들께도 미리 인사 전할게요.
감.사.합.니.다.

 
#12.2
작성일 : 20-08-20 22:53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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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시가 넘어 도착한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음은 있어도 행동하지 않던 나까지 나선 집회이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광장으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녹록치 않았다. 통근할 때 시간이 더 걸리지만, 지하철대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적은 버스를 선택했다. 하지만 오늘은 집회로 인해 버스 노선이 일시 단축되면서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광화문역에서 밖으로 나올 때부터 줄을 섰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였는데, 어느 구석에선 초를 팔고 있었다.

 “괜찮아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상우가 물었다. 몸이 경직된 것이 표정으로 드러났나 보다.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괜찮아요. 사람 많은 곳에 오면 좀 긴장돼서 그래요.”

 “오늘 행진도 한다는데 그건 참여하지 말고 중간에 나와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했나 봐요. 소리 들리죠?”

 한참을 걸려 밖으로 나온 광장의 모습에 얼어붙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정장차림의 주최자들, 다소 과격해 보이는 플랜카드를 들고 있는 대학생들, 등산 갔다 우연히 들린 것 같아 보이는 차림의 중년 남녀들, 역사의 한 순간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들, 국민의 한 사람임을 주장하는 교복차림의 학생들, 분노를 표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집회의 반대자들, 다른 이슈를 가지고 광장에 서 있는 사람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전경들까지, 이들이 모여 거대한 광장을 채우고 있었다. 그 가운데 있던 나는 그들이 펼쳐놓은 형형색색의 색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집회를 이끄는 사람들은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본 것 같았다. 목소리가 조금 더 잘 들리는 곳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까지 최대한 움직였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과 부대낄 수밖에 없었다. 이상우의 팔을 꽉 붙잡고 몸을 바짝 붙였다. 엄마를 놓칠까 매달린 아이 같았다. 그는 나를 한 번 돌아보더니 걱정 말라는 듯 웃어 보이며 내 손등을 두 번 토닥거렸다. 우리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늦게 도착했으니 진행자들이 서 있는 단상과 멀 수밖에 없었다. 화면을 통해 보이는 얼굴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였지만 목소리는 들렸고 집중할 수 있어 어지러운 색의 향연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이상우는 담요 두 장을 준비해 왔다. 한 장은 바닥에 깔아 함께 앉고, 다른 한 장은 내 어깨에 둘러주었다. 그리고 진짜 초 대신 휴대전화의 가짜 초를 켰다. 조금 길게 느껴지는 연설을 듣다, 알지는 못하지만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부르기를 반복했다.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행진을 시작한다고 알렸다. 담요를 접어 이상우가 가져온 배낭에 넣고 들고 있던 휴대전화도 잘 챙겼다. 행진은 참여하지 않고 돌아가려 했지만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대로 따르다 옆으로 나올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그 때 돌아가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과 반대방향으로 향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종로 사거리를 지나 종로로 행진하는 것 같았다. 광화문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건 힘들 것 같아 행진을 따라 가다 종각역이나 을지로입구역으로 가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다 보니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했다. 조금씩 이동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과의 간격은 좀처럼 넓혀지지 않았다. 이상우의 팔에 조금 더 매달리고 싶었지만 둘이 나란히 서서 걷기 어려워 손끝을 잡고 있다 결국엔 놓쳤다. 불안했지만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에 있어 침착하게 행렬을 따라가고 있었다. 순조롭게 앞으로 향하는 것 같던 행진이 갑자기 멈췄다.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곳이 시끄러워졌다. 무슨 일인지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앞을 보니 이상우와의 거리가 한참이나 멀어져있었다. 그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서둘러 앞으로 움직였지만 좀처럼 닿을 수가 없었다. 세종대왕 동상에 더 가까워졌는데도, 결국엔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주변이 더 시끄러워졌다. 내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의 색이 점점 변하고 있었다. 동시에 행동도 과격해졌다. 몇 사람이 ‘청와대로!’를 외치며 몸을 부딪치기 시작했다. 그들의 색이 불씨가 되어 번졌다. 또 몇 사람이 더 힘을 보탰다. 자신의 색을 불태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고, 세종대왕 동상을 기준으로 전경들의 두터운 저지선이 생겨났다. 불타오르는 색들을 보고 또 한 번 얼어붙었다. 얼른 정신을 차렸다. 벗어나야했다. 사람들 틈을 파고들어 빠져나가려고 시도했다. 헛수고였다. 다시 한 번 빠져나가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한 남자가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옆으로 피하려다가 무언가 길쭉한 것을 밟고 미끄러져 넘어졌다. 바닥에 넘어져 보니 양초였다. 일어서고 싶었지만 몸의 여기저기를 사람들과 부딪쳐 좀처럼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일단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빌었다.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3주 뒤에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하는데, 이웃이던 남녀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었다. 그들이 왜 여행을 떠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몸을 더 웅크리고 생각해내려 했다. 누군가 내 팔을 잡아 올렸다. 품에 꼭 안아줬다. 그렇게 잠시 있었다. 영화 속 남녀가 여행을 떠난 이유는 끝내 생각나지 않았지만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하는 순간, 침대에 누워 서로 꼭 안은 채 작별인사를 했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제야 눈을 떴다.

 “이보라, 괜찮아? 보라야.”

 희미한 붉은 색을 머리에 얹은 태영이었다. 짙은 안개 속에서 멀리 보이는 불빛 같았다.

 “일단 저쪽으로 가자.”

 태영은 나를 반쯤 안은 채로 사람들 틈을 헤엄쳤다. 나는 눈을 감은 채 태영에게 온전히 의지했다. 한참이 지나 주변이 조용해지는 게 느껴졌다. 눈을 떠보니 익숙한 곳이었다. 태영은 우산공원 벤치에 나를 앉혔다. 그러곤 내 앞에 서더니 몸을 구부려 어깨에 손을 얹었다.

 “보라야, 괜찮아?”

 “응, 괜찮아.”

 “너 무릎이랑 손바닥에서 피나. 내가 호텔에 가서 약이랑 밴드 가져올게. 잠깐 있어.”

 떨리는 손으로 태영의 팔을 붙잡았다.

 “가지마. 같이 있어줘.”

 태영은 살며시 내 손을 잡고는 옆에 앉아 내가 다음 말을 할 때까지 말없이 있었다. 내 심장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고개를 돌려 태영의 눈을 봤다.

 “나 어떻게 찾았어?”

 “찾지 않아도 보여. 나한테는 이보라가 나의 이상해씨니까.”

 습관적으로 머리 위를 봤다. 태영의 희미한 붉은 색이 따스했다. 가방에서 휴대전화 진동알림이 느껴졌다.

 “전화 받아. 호텔에 다녀올게. 괜찮지?”

 고개를 끄덕였다.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받았다. 이상우와 통화하는 동안 태영은 호텔에 들러 연고와 밴드를 가져왔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처에는 모두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였다. 태영은 밴드들이 잘 붙었는지 확인하듯 내 손을 잡고 앞뒤로 뒤집어 보았다.

 “이제 진정 좀 됐어?”

 나는 괜찮다고 말하려고 태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말하려고 입술을 떼자 태영의 입술이 내 입술 위로 포개졌다. 놀라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내 어깨를 살며시 잡으며 태영이 말했다.

 “이제 겨우 진정됐는데 다시 놀라게 해서 미안. 그래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보라 넌 내 마음을 모른 척 할 것 같아서. 확실히 전했으니까 난 호텔로 돌아갈게.”

 태영이 호텔로 돌아가고 얼마 되지 않아 이상우가 나를 데리러 왔다. 우리는 덕수궁 쪽으로 걸어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괜찮아요?’와 ‘미안해요.’만 반복하던 이상우는 궁금할만한 것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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