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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1부 사문과 로봇] 6장 동상이몽(2)
작성일 : 20-08-20 16:29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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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우리 쓸모없는 말은 그만하도록 하자. 시간이 되었으니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자꾸나.”

 

 “알겠습니다, 발룬다.”

 

 존은 스승을 거역하지 않았다. 물론, 그가 스승의 권위를 묵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리라. 마을에 들어가는 것을 스승은 말릴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그가 습지행성을 떠나 우주로 날아간다고 한들 스승은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인간이었을 때에 가능한 일이었다.

 

 존에게 그것은 무척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자신이 떠나고 쓸쓸하게 혼자 남은 늙은 스승을, 구슬땀을 흘려 가며 아궁이에 불을 지펴 간신히 아랫목을 덥히는 스승의 모습을, 연못에서 검게 그을린 좁은 어깻죽지로 간신히 성욕을 하는 스승의 모습을 떠올렸다. 무엇보다 존은 스승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존이 떠나고 근심과 걱정에, 배신감과 모멸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딱한 노인을 생각했다.

 

 그가 현자일지언정 그는 인간일 뿐이었다. 그가 죽음에 대하여 윤회의 중단이니 입멸이니 영원의 세계로 가는 길이니 하는 아름다운 말로 포장해도, 그것은 작은 오두막에서의 비참한 고독사에 불과했다. 노인은 오두막에서 아무도 모르는 신음을 내뱉을 것이며, 차디찬 아랫목에서 허연 입김을 뿜어내며 고통스러이 죽어 갈 것이다. 그것은 결코 그의 사명이 아닐 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두려운 일이기도 했다. 존은 감히 그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인간과 인류를 돕는 것이 나의 사명이렸다. 하지만 더 많은 인간을 도와야 한다는 조항이 없고, 더 많이 도와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나는 나의 스승을 돕고 있으니 나의 목적은 달성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제1명령은 인간과 인류를 돕는 것만을 명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그 도움이라는 것은 양으로 표시할 수조차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가 발룬다를 떠나서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이 반드시 옳은 일도 아니었다. 그것의 그의 계산 결과였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우주에서 가장 강한 강철의 몸으로, 흔들림 없는 뜨거운 정신으로 이 세계의 불행한 인간들을 돕지 못하는 낭비에 아쉬워했다.

 

 

 ***

 사실 변하고 있는 것은 제자만이 아니었다. 스승은 더욱 요동치고 있었다. 존을 지도하면서 발룬다도 변했다. 발룬다는 여태 겪지 못했던 혼란과 집착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마음속 잔잔했던 물은, 명상을 하는 내내 일렁이고 혼탁해지면서 목적이 흐려지고 있었다. 발룬다의 사명은 진정한 진리를 깨닫는 것이 아니었던가. 존이 제멋대로 나선다고 한들 그 목적이 왜 변해야 하는가. 그것은 변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의 행동 하나에 흔들리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러나 발룬다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어느덧 그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물론 발룬다도 그에게 집착하면 안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는 우주가 요구하는 대로, 신이 계획한 대로 움직일 뿐이다. 그가 어찌 떠나려는 존을 막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머리와 마음은 결코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 존이 마을로 떠난 것을 알게 되면 발룬다는 마음이 답답하고 정신이 혼탁해졌다. 조금도 명상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발룬다는 비행하는 청소년을 둔 어머니처럼 걱정스러웠다.

 

 ‘존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그는 어린아이처럼 굴고 있어.’

 

 그는 오래 살았다. 존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그 시간과 경험의 차이는 메울 수가 없는 것이다. 발룬다가 수도승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수도승이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가 지금 탐욕을 비웠다고 해도 처음부터 욕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발룬다는 생애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왔고 수많은 것들을 경험했다. 그 경험의 차이는 메울 수가 없다.

 

 ‘존은 모른다. 그는 그저 어리석음과 반항심에 가득 차 있을 뿐이야.’

 

 사람 안에 부처가 있다고, 그 부처가 모두 발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속에서 부처를 찾아낼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부처는 발현되지 않는다. 그들 중 대부분은 정신세계에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현실은 늘 가혹했기에 그들의 마음은 약해져 있고, 약한 마음에는 번민과 과민이 스며들어 판단을 흐리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며 시기한다. 그들 중 누군가는 미워하는 감정으로 반드시 악행을 저지르고, 악행을 당한 사람은 반드시 상처받는다. 상처받은 자는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해지며 마침내 마음의 문을 닫고 영원한 영혼의 공성전(攻城戰)을 벌인다. 한번 마음의 문이 닫힌 사람은 눈앞에 성인(聖人)이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법이다. 닫힌 귀에는 수천 가지 아름다운 말도 들리지가 않으며, 감은 눈에는 예수와 부처도 사기꾼으로 보인다. 발룬다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발룬다는 그런 사람들을 숱하게 만났다. 발룬다도 그들을 인도하고 돕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었다.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치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로부터 상처받고 이용당했다. 영혼이 오염당하고 질식당하는 것은 발룬다 자신이었다. 사악함의 성질은 본디 그런 것이었다.

 

 탐욕은 그들에게 최고의 양식이다. 탐욕은 인간을 무한히 이기적으로 만든다. 영웅와 성인은 물론, 소중한 가족과 친구도 가차 없이 팔아먹게 한다. 몸과 마음이 궁핍한 그들에게 도덕은 쓸모가 없으며, 양심은 가치가 없다. 욕망에 가득 찬 사람들에게 존은 최고의 수단이 될 것이다. 그들이 존의 가치를 알게 되면···. 그들의 마음에는 욕망이 싹틀 것이며, 그 욕망은 지체 없이 자라나 그들의 정신을 지배하게 된다. 그들은 반드시 존을 팔아넘길 것이다. 우타베나골의 사람들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그들이 순박해 보여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들은 아직 존에 대해 잘 모를 뿐이지. 존에게 거액의 현상금이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들의 본성은 뒤틀릴 것이다.

 

 ‘바보 같은 존. 너는 광물행성에서 진작 그것을 겪지 않았느냐···.’

 

 발룬다는 가슴 한쪽이 꽉 막힌듯 답답했다.

 

 발룬다는 자신이 존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아니, 의식 속에서 그는 분명히 그 사실을 인지했다. 그는 존이 자신을 떠나는 것이 두려웠다. 그것은 좀처럼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구도의 길에서 멀어졌다는 분명한 증거였으며, 마음의 연못이 불투명해졌다는 표상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에게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구도에서 멀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치더라도, 그것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가 존에게 집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집착이라고 그는 믿었다.

 

 ‘존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가 로봇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는 똑똑하고 올바르며, 빈틈없이 선하다. 그에게도 해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라면, 그는 부처가 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자다.’

 

 그의 순수성은 맑은 물처럼 빛이 난다고 발룬다는 생각했다. 그는 그 깨끗한 물을 거울로 삼아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아름답고 완전무결한 순수성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악마의 사상은 그를 오염시키기 쉽고, 그는 자신을 속이려는 악마들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 그는 준비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조금 더 지도해야 한다. 아직 가르쳐야 할 것이 태산과도 같다. 그러니 제발. 때가 되기 전에는 제발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거라.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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