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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1부 사문과 로봇] 6장 동상이몽
작성일 : 20-08-20 16:29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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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우주에서 온 나의 친구. 그리운 이여, 나는 그대와의 인연을 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네.

 

  - 습지행성의 한 오두막에 써 있는 글귀 -

 

 

 ***

 그러나 10년은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존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발룬다와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랐다. 그는 진보했고 스스로 인간을 돕는 법을 착안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그는 이따금 발룬다의 방식에 의구심이 들었다. 심지어 발룬다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그와 논쟁을 벌이는 일도 생기기 시작했다.

 

 존은 생각했다.

 

 ‘성스러운 연못에 몸을 담그는 것이 내 죄를 떨칠 수 있을까? 내가 나를 용서하면 그 죄는 사라지는가? 자아의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내 죄를 인정하면 나는 죄로부터 자유로워지는가? 내가 진정 자아로부터 도피하여 무아의 지경에 오른다고 한들, 세계가 그 죄를 잊을 것인가? 그 끔찍한 죄악이 깨끗하게 세탁되는가?

 

 아니다. 그 죄는 영원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무한한 우주에, 그 시간에, 그 공간에 그 죄가 영속적으로 새겨져 영원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수배자이며, 학살자이다. 이 우주의 모든 생명이 사라져서 모두가 그 죄를 잊어버린다고 한들, 나의 죄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죄는 나도, 스승도, 수많은 현자도, 신에게 올리는 경건한 기도와 찬송가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도대체 내가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존은 분명히 발룬다를 존경하고 있었다. 스승은 고결한 학자이며, 감탄할 만한 현자였다. 그의 거동은 품위 있었고, 그의 행동과 사상은 개활지에 가득한 개망초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또 그가 평생을 적어 온 경전은 몇천 년간 인간이 쌓아 온 지식만큼이나 위대한 것이기에 가벼이 볼 물건이 아니었고, 그의 말씀은 매일같이 존에게 방울져 내려와 존의 머리를 적셨다.

 

 하지만 이 뛰어난 현자는 왜 아직도 미완성자인가? 왜 이 위대한 스승은, 한 치의 죄도 저지르지 않는, 작은 개미 한 마리를 밟을까 봐 걸음도 조심하는 이 청렴한 사문은 왜 매일 연못에서 죄를 씻어내야 하는가? 그는 깨친 존재이지만 여전히 배움을 갈구해야 하며, 먹이를 모으는 벌꿀처럼 바쁘게 지식을 모아 언어로 적어 두어야 한다. 그는 단식과 고행으로, 그 존경스러운 인내로, 살갗이 찢어져 피가 나고 허벅지에 앙상한 뼈가 드러나는 노력으로, 잠시나마 무아(無我)에 올라도 끝끝내 자아로 돌아와 마을로 시주를 하러 가야 했다.

 

 ‘발룬다가 세존이, 완성자가, 지존이 되어 그 지식과 정신을 설파하여 중생을 구원하는 것은 도대체 언제쯤이란 말인가! 그가 자신의 본성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는 불멸을 존재를 발견하여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것은 언제쯤이란 말인가! 습지행성 너머에, 쾌락에 대한 과욕으로, 자아에 대한 과신으로, 만용과 우둔함으로 고통받는 소인들을 언제, 어떻게 구원하겠다는 것인가.’

 

 스승과 같이 위대한 자가 오두막 아래에 앉아 있는 것은 비효율이고 낭비요, 베품의 인색이며 궁핍이었다. 그는 이제 세속에 나타나 사랑과 자비를, 사성제와 팔정도에 대해 설파하고, 어리석은 자들을 빛의 세계로 인도하여 아름다운 세상에 기여해야 한다. 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은 비단 스승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었다. 존 스스로 또한 마찬가지였다.

 

 복숭아나무 아래에 앉아 명상을 하는 것보다, 연못에서 성욕(聖浴)을 하여 죄를 씻어 내는 것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고행을 하는 것보다. 마을의 추수를 돕는다면, 우기마다 넘쳐서 마을을 휩쓰는 강에 댐을 건설한다면, 풍차를 지어 노인과 아이들이 먹을 맛있는 떡을 빚는다면, 빛나는 검은 눈동자로 자신을 경외하는 소년소녀들에게 수학과 공학을, 글자를, 지구의 시와 철학을 가르쳐 준다면!

 

 존의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이런 생각들을 출력해 냈다. 번민에 잠긴 그에게 오두막에서의 생활은 더 이상 구도가 아닌 방황이며, 고향이 아닌 타지였으며, 존의 길이 아닌 발룬다의 길이었다.

 

 어느 날부터, 존은 스승이 고행에 빠져 있는 틈을 타 몰래 우타베나골에 들어갔다. 존은 마을 사람들에게 농업기술을 가르쳐 주고 빵을 구워 가난한 부부와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언젠가는 돌과 나무를 이용하여 댐을 지었다. 마을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의 행동은 온전히 제1명령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는 그저 제1명령에 복종했을 뿐이었다. 그의 행동은 합리적이고 계산적이었으며, 존 스스로도 거절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발룬다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행동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구도의 길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존의 비행과 일탈이 계속되자 발룬다는 존을 불러들였다.

 

 “나의 친구, 존. 그들의 구원은 다만 배부름과 등 따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너는 배부른 사람들을 많이 보지 않았느냐? 부유하고 배가 나온 사람들이 진정으로 구원받았더냐?

 존, 그들의 삶은 어찌 되었든 희로애락(喜怒愛樂)과 생로병사(生老病死)에 갇혀 있는 것이다. 그들은 생애 동안 반드시 고뇌하고 고통받으며, 그 고통 속에서 늙고 풍화된다. 행복이라는 것은 무릇 물체와 형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네가 건설한 댐은, 그들 중 몇 명만을 부유하게 하고 재산이 없는 이들을 비참하게 할 것이며, 네가 나누어 준 빵덩이는 다른 가난한 이로 하여금 그들을 시샘하게 할 것이다. 너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그들은 결국 서로를 미워하게 되고, 영원히 아둔한 굴레 속에서 고통받을지도 모른다.”

 

 스승이 엄격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제자가 반론했다.

 

 “오, 나의 스승님, 위대한 사문이시여. 노여워하지 말고 나의 말을 들어 주시옵소서. 호우에 불어난 매서운 강물을 마을을 휘젓고, 병충해가 농작물을 집어삼켜 그들이 건기 동안 나무껍질을 뜯어먹다가 끝내 배를 곯아 아사한다면, 그것이 진정으로 상서롭겠습니까? 그들을 가난하게 두는 것이 정말 바른 일입니까? 배고픈 가족들과 어미 잃은 아이들이 정말 순환이며, 그것이 정말 우주의 뜻이란 말입니까?

 스승이시여, 그들에게 서로에 대한 미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들에게 그저 서로를 착취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불성(佛性)이 있고 사랑이 가득한 하나님 아버지께서 살아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도울 수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빵덩이를 나누어 줄 수 있는 품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이 서로를 돕는다면 하찮은 미움은 배부름과 함께 사라질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스승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반론했다.

 

 “어리석은 나의 존이여. 너는 왜 모르는 것이냐? 그들이 진정으로 구원받는 유일한 방법은 빵덩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구원은 오직 정신과 영혼에 있는 것이다. 배부름은 머지않아 다시 배고픔이 되고, 고마움은 머지않아 탐욕이 된다. 탐욕은 그들의 마음을 잠식하고 그들의 정신과 영혼을 질식시킨다.

 네가 잠깐의 연민으로 행한 일이 그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파도칠 것이다. 그들은 파도에 휩쓸려 방향을 잃고 표류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무한한 바다에서 길을 잃은 그들은 결국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배부른 그들은 언젠가 죽을 것이다. 그리고 영원히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고통받을 것이다.”

 

 제자는 여전히 지지 않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승이시여. 만약 그들이 스승처럼 고매한 정신과 영혼의 경지에 올라서 입멸하고 승천한다고 한들, 그들이 영원한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완성자 부처가 된다고 한들, 그들이 죽은 다음에도 우주는 계속되지 않습니까?

 우타베나골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지존이 되어 입멸하여도, 그들의 아들과 딸들은 또 배고픔에 고통받을 것입니다. 또, 그들의 아들과 딸들이 또 다른 지존이 되어 입멸하여도, 그들의 아들과 딸들의 또 다른 아들과 딸들은 또 다시 배고파 할 것입니다.”

 

 존이 열을 토하며 스승께 고했다. 스승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화가 난 듯 화가 나지 않은 듯 묘한 표정으로 존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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