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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왈왈로맨스
작가 : 슈가팟
작품등록일 : 2020.8.20

성질 더러운 상사와 약간 맹한 부하직원의 로코

 
내가 질투를?
작성일 : 20-08-20 01:14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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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아니다.

 이런 걸 확인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개꿈이었을 뿐인데.

 도윤이 잠시 침묵하자, 나빈이 말했다.

 

  “새벽에 전화하셨었어요? 몰랐어요, 우리 집 살구가 아파서 동물병원 데려가느라요. 아, 근데 부재중 통화 안 찍혀있던데요?”

 

 두통이 해일처럼 도윤을 덮쳤다.

 

  “동물병원, 정말 갔었습니까?”

  “네. 살구가 갑자기 벽에 머리를 박고 막 정신없어하고 그래서요.”

 

 꿈이, 아니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도윤은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업무 끝나면, 나 병문안 올 것 없이 집에 가서 쉬어요.”

 

 아. 잘 됐다. 괜히 가서 잔뜩 찡그린 진상스런 얼굴 보고, 잔소리 듬뿍 듣고 오는 것보단 그게 확실히 나을 것 같았다. 주말에나 잠깐 들러봐야지.

 

  “네에.”

 

 뚝. 전화를 끊은 나빈은 폰 바탕화면에 깔아 놓은 살구 사진을 보며 콧노래를 불렀다.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살구랑 놀아야지.’

 

 #

 

 도윤의 기분은 나빈처럼 깔끔하지가 못했다. 이마에 주름을 잔뜩 만든 채, 도윤은 간호사 호출벨을 눌렀다. 잠시 후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왔다.

 

  “네, 무슨 일이시죠?”

  “저 CT랑 MRI는 찍었습니까?”

  “네, 모두 찍었고요. 그 결과에 따라 수술이랑 처치를 진행.......”

  “혹시 더 할 건 없습니까?”

  “네?”

  “제가 머리에 약간 이상이 있는 것 같아서요. 막, 이상한 꿈을 꾸고 그렇습니다.”

  “어떤 꿈을 꾸시는데요?”

 

 도윤은 개가 되는 꿈이요, 라고 말하려다 말을 멈췄다. 그런 이유로 추가 검사를 해줄 거 같지가 않았다.

 

  “아무튼, 머리를 좀 더 자세히 볼 수는 없습니까? 엑스레이라든가...아무튼 다른 거요.”

  “엑스레이보다 CT가 더 정확해요. 왜 그러시죠? 혹시 두통이 심하신가요?”

  “두통...네! 두통 심합니다. 두통이 너-무 심해요. 다른 검사 좀 추가로 받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문제를 정확히 밝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담당의께 말씀 전달 드릴게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간호사가 나가고 미진이 도윤을 빤히 쳐다보았다.

 

  “실장님, 두통이 그렇게 심하세요?”

  “두통도 두통인데, 아무래도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아서 그래.”

  “그냥 가볍게 충격을 받은 거라고 그러는 거 같던데요.”

  “아니야. 그 정도가 아니야. 내가 알아.”

 

 미진은 슬그머니 왼쪽 팔 깁스 아래에 나온 손가락을 긁었다. 원체 까탈스런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본인이 본인보고 머리가 이상하다고 하는 걸 보니 영 이상했다.

 

  “뭐, 전 가볼게요. 저 3층 아래에 입원해 있으니까 심심하면 부르세요.”

  “조 과장은 돌아다니는 거 보니 별로 심각해 보이지 않는데. 왜 입원해 있는 거야? 그냥 출근하지 그래.”

 

 도윤은 반 농담이었지만 미진은 진저리를 쳤다.

 

  “어휴, 제발요. 아플 때만이라도 좀 쉴게요.”

  “앞으로 2주가 중요한데.......”

  “지난 1주도 중요했는데, 저 실려오고 실장님 실려오고 그래도 어찌어찌 지나가잖아요.”

  “어찌어찌 지나가? 내가 보기엔 나빈 씨가 다 망치고 있는 것 같아.”

  “그래도 계약도 성사시키고 기특하잖아요?”

 

 기특하다고?

 그 녀석이 어떤 방법으로 계약을 따냈는지를 들으면, 조 과장도 나처럼 뒤로 넘어갈 거야. 도윤은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뭐, 없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맘에 안 드시면 송 실장님이 빨리 나으셔서 일하러 가시면 되잖아요.”

  “안 그래도 최대한 빨리 퇴원할 예정이야. 머리에 이상 없는거 확인하는 대로 바로.”

 

 미진이 한숨을 쉬었다.

 

  “전 충분히 안정 취하고 퇴원할게요.”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고, 미진은 얼른 병실을 떠났다.

 

 #

 

 햇살이 유난히 따가운 토요일 오후, 두 명의 남자가 병실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한쪽은 환자복을 입은 채 침대에 앉은 송도윤, 반대쪽은 니트가디건 차림의 리웨이였다.

 치열한 눈싸움 끝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송도윤이었다.

 

  “이 곳까지 와주실 줄은 몰랐군요.”

  “저 역시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뭐, 온 김에 말씀드리죠. 쾌차를 빈다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나도 감사한 표정이 아닌데? 리웨이는 빙긋 웃으며 도윤을 바라보았다. 명색이 영업직이란 사람이, 저렇게 속마음을 못 숨겨서 어디에 쓸까. 하긴, 저런 게 저 사람의 매력이긴 하지만 말이야.

 애초에 리웨이는 도윤의 정직함과 직선적인 성격을 믿고 거래를 튼 터였다. 도윤은 자신이 을의 입장이면서도 굽신대거나 사실을 포장하는 일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말이 간결했고, 상대를 속이거나 조종하려 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비즈니스와 사적인 일은 달랐다. 주말에 데이트를 하던 여자가 데이트 중간에 다른 남자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말한다면, 그리고 그 남자가 하필 도윤이라면 그건 전혀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리웨이는 도윤의 조각처럼 잘생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공사 구별이 확실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약간 실망입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토요일은 엄연히 휴일인데 부하직원을 불러내셨잖습니까.”

  “불러낸 적 없습니다. 나빈 씨는 본인이 자청해서 병문안을 온 겁니다.”

  “지금 나빈 씨에게 심부름을 시키시지 않았습니까? 사무실에 가서 송 실장의 노트북을 가져다 달라고요. 그건 엄연히 업무 아닙니까?”

  “온김에 시킨 겁니다.”

  “어쨌든, 시킨 건 시킨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리웨이 이사님께서도 휴일에 거래처 직원을 불러낸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건 다릅니다.”

  “뭐가 다르죠?”

 

 리웨이가 빙긋 웃고는 느릿한 말투로 대답했다.

 

  “우리는 공적으로 만난 게 아니거든요. 어디까지나 데이트 중이니까.”

 

 데이트라고? 도윤의 눈이 커졌다.

 

  “데이트 중에 제 병문안을 오신 거라고요?”

  “......뭐, 굳이 따지자면 그렇게 됐지만요. 그건 중요한 게 아니죠. 어쨌든 데이트를 했다는 게 중요하니까요.”

  “혹시 이사님께서 일방적으로 데이트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닐까요?”

 

 리웨이가 발끈한 얼굴을 했고 도윤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상대의 미소를 보며, 리웨이가 마음을 다스렸다. 굳이 도발에 당할 필요가 없지. 어쨌든 그녀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건 나 리웨이니까.

 

 리웨이는 오늘 아침 나빈과 만난 순간을 떠올리고 있었다. 호텔 카페에 처음 나타난 나빈은 연한 민트빛 셔츠에 살풋 퍼지는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등 뒤를 따라 오전의 햇빛이 길게 늘어졌다. 테이블에 앉아 턱을 받친 채 나빈을 바라보는 리웨이의 눈동자가 만족감으로 반짝였다.

 리웨이가 보통화로 말했다.

 

  [잘 잤나요?]

  [네, 리웨이 이사님.]

  [제가 아직도 이사님인가요?]

 

 나빈이 약간 당황해서 말했다.

 

  [그럼 뭐라고.......]

  [나빈 씨는 데이트 상대를 뭐라고 부르나요?]

 

 데이트. 나빈의 마음에 그 단어가 와 박혔다. 우리, 그런 거였어?

 

  [뭐, 오빠라고도 부르고요. 그냥 누구누구 씨, 하기도 하고요.]

  [그럼 오빠라고 해요.]

  [네? 제가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웨이 오빠!”

 풉, 갑자기 들려온 나빈의 목소리에 도윤은 마침 마시기 시작하던 커피를 반쯤 뿜어냈다.

  “헉! 실장님, 괜찮으세요?”

  “......언제부터 리웨이 이사님이 나빈 씨의 오빠가 된 겁니까?”

  “편하게 부르라고 하셔서요.”

  “비즈니스 관계에선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호칭 제대로 하십시오.”

  “네......죄송합니다, 실장님.”

 리웨이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꼭 질투하는 사람 같군요, 송 실장님.”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나빈 씨가 저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걸 질투하시는 것 같다는 뜻입니다.”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그럼 그냥 오빠로 부르게 두십시오. 전 그게 좋으니까요.”

 리웨이가 표정을 싹 바꾸어 미소짓는 얼굴로 나빈을 보았다.

  “나 불렀어요?”

  “네, 웨이 오빠. X카오 택시 배차가 영 안되서 그러는데, 혹시 저 사무실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리웨이가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빈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가시죠, 나빈 씨.”

 

 두 사람이 병실 밖으로 나간 뒤, 도윤은 생각했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거지.’

 

 이불 위에 나란히 놓인 도윤의 손이 주먹을 꽉 쥐었다. 마음 속을 태우는 분노가 마치 불꽃처럼 뜨겁게 느껴졌다.

 

  “나빈 씨가 일 안하고 빈둥대는 것 같아서 화가 난 건가.”

 

 스스로 생각해낸 이유를 중얼거려 봤지만 왠지 화는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스스로의 감정을 성찰한 뒤에야, 도윤은 자신이 나빈과 리웨이를 보며 강한 질투심을 느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왜?’

 

 도윤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멍하니 빈 병실 벽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이상했다. 아무래도 그 괴상한 개꿈이 도윤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나빈이 내 것처럼 느껴지는 이 낯선 감정의 출처를 알 수가 없지 않은가.

 마음이 출렁거려서 그런지, 몸통과 팔 다리의 상처가 유난히 쑤셔 왔다. 두통까지 심해지자, 도윤은 간호사를 불렀다.

 

  “네, 부르셨어요?”

  “통증이 심해서 그런데, 진통제 추가로 맞을 수 있습니까?”

  “네. 오늘 추가 가능한 분량만큼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간호사가 나가고 나서 도윤은 방금전 나빈의 둥글고 가냘픈 어깨를 감싸 잡은 리웨이의 손을 떠올렸다. 그 자세에서 슬며시,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리웨이의 얄미운 얼굴도 생각났다.

 

  ‘대체 언제부터 그런 사이가 된 거지? 나빈 씨는 아무튼지간에. 일도 좀 그렇게 재빠르면 오죽 좋아?’

 

 간호사가 약제를 미리 채운 주사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잠시 어지럽거나 졸리실 수 있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혹시 숨이 가빠지시거나 많이 불편하시면 다시 호출 주시고요.”

 

 간호사는 링겔 줄을 통해 주사제를 넣어주었다. 액체가 꿀렁이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10여 분 뒤, 도윤은 거짓말처럼 깊은 낮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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