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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왈왈로맨스
작가 : 슈가팟
작품등록일 : 2020.8.20

성질 더러운 상사와 약간 맹한 부하직원의 로코

 
이게 아닌데
작성일 : 20-08-20 01:11     조회 : 195     추천 : 1     분량 : 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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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요. 저 때문에 기분 상하신 것 꼭 사과드리고 싶었는데요.”

  “음. 다른 이유였으면 더 기뻤을 것 같지만, 일단 알겠습니다. 그런데, 송 실장이 제가 나빈 씨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고 하던가요?”

  “정확히는 제가 ‘잘못해서’ 계약을 못하게 됐다고 하셨어요. 뭐 근데 그게 그 얘기니까요.”

 

 리웨이의 얼굴에 미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는 홀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홀에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아. 아니에요. 잠겨 있던걸요.”

  “열어달라고 하면 됩니다. 스타인웨이를 치고 싶어서 오신 것 아닙니까?”

 

 리웨이가 지나가던 직원에게 자신의 이름을 대며 홀을 잠시 열어줄 수 있느냐 물었다. 직원은 무전기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홀을 열어 주었다.

 

  “11시까지 이용 부탁드립니다. 이후로는 행사 준비 때문에 번잡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리웨이는 나빈에게 미소를 지었다.

 

  “들어갑시다.”

 

 홀에 들어가자, 리웨이는 피아노 옆에 섰다.

 

  “뭘 치실 겁니까?”

  “음, 생각 중이에요.”

  “평소 좋아하는 곡이 있나요?”

  “베토벤 비창 2악장을 쳐볼까 해요.”

 

 리웨이는 대답 대신 가벼운 미소를 보이며 피아노를 향해 손을 뻗어 보였다. 허락의 뜻을 짐작한 나빈은 주요 테마를 가볍게 연습해 보았다. 밸런스가 잘 잡힌 건반들의 소리가 침착하고 영롱했다. 그녀는 연주를 시작했고, 리웨이는 곡이 끝날 때까지 옆에 서 있었다.

 

  “아름답군요.”

  “감사합니다.”

  “다음 곡은요?”

  “듣고 싶으신 게 있으신가요?”

  “나빈 씨가 치고 싶은 걸 치세요. 그게 제가 듣고 싶은 곡입니다.”

 

 나빈이 미소지었다. 기분이 좋았다. 방음이 안되는 집이라 헤드셋 꽂은 디지털 피아노만 두들기다 갑자기 그랜드피아노라니. 손가락이 호강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빈은 쇼팽, 드뷔시, 바흐를 순서대로 쳤다. 리웨이는 그녀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한마디 했다.

 

  “계약 건이 다시 진행된다면, 나빈 씨는 기뻐할까요?”

  “아! 그럴 수 있으면 정말 좋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건데요.”

  “어차피 모두 송 실장의 공이 될 텐데, 상관없습니까? 그 사람, 솔직히 제가 보기엔 좀 밉상이어서.”

 

 나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이것 봐요, 실장님. 실장님이 바이어에게 밉보여놓고 뭔 내 탓을 하고 있어요? 그나저나 이분 정말 통찰력이 좋으시네. 실장님이 재수 없는 성격이란 걸 간파하다니. 바이어에겐 간도 쓸개도 내줄 것처럼 잘 해주는 거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

 

  “으으음, 그래도 잘 되는데 두루두루 좋은 거고.......”

  “그런가요? 그럼 다신 진행해 보겠습니다.”

  “와! 정말요?”

  “대신 약속 하나 해요.”

  “네, 뭔데요?”

  “오늘 나랑 무슨 일 있었는지, 송 실장에게 말 안 하는 걸로.”

  “피아노 친걸요?”

  “그래요.”

 

 긴장했는데, 전혀 어려운 부탁이 아니었다. 나빈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고, 리웨이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이따 만납시다.”

 

 통화를 끊은 도윤이 몹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빈을 보았다.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바이어가 다시 계약 건을 진행하자고 하는데.”

  “아침에 잠깐 T호텔에 들렀어요.”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나빈 씨가 갔었다고. 저에게 보고도 안 하고 왜 독단적으로 행동한 겁니까?”

  “저 때문에 기분 나빠서 계약 안한다고 하신 거라면서요? 그래서 다시 기분 좋게 해드리고 왔죠.”

  “기분......좋게 말입니까?”

  “그럼요. 별로 어렵지도 않던데요.”

  “.......”

 

 도윤은 혼란스러웠다. 그가 아는 한, 나빈은 굼뜨고 맹하기는 했어도 꽤나 정직한 사람이었다. 결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일을 성사시키는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빈은 그가 알던 사람과 동일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

 

  “대체......아니.......”

  “네? 왜 그러시죠, 실장님.”

 

 도저히 안 되겠다. 도윤은 그냥 대놓고 물어보기로 했다.

 

  “그 사람 방에 올라갔었습니까?”

  “아뇨.”

  “안 갔다고요?”

  “홀에 갔었어요. 어제 사교 모임 있던 홀이요.”

 

 홀? 홀에서? 도윤은 어지러웠다.

 

  “거기서......했단 말입니까?”

  “네. 방에서 하긴 좀 그렇잖아요. 방음이 잘 안 되니까요. 아침부터 그러면 다른 방에 민폐 끼치는 거죠.”

  “.......”

  “실장님? 왜 그러시죠?”

  “일단, 알겠습니다. 계약건은 오늘 밤 9시, T호텔 레스토랑으로 잡아주세요.”

  “넵.”

 

 도윤은 나빈이 나간 뒤로 한동안 데스크에 앉아 숨을 골랐다. 일단 바이어 리웨이가 마음을 돌린 건 잘된 일이다. 하지만 나빈이 그런 수단을 사용했다는 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메신져에 나빈의 글자가 반짝거렸다.

 

  - 실장님, 외근 안 나가시나요? 시간이 됐어요.

  - 지금 나갑니다.

  - 수행 필요하신가요?

  - 오후에는 저 혼자 움직이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실장님!

 

 도윤이 밖으로 나가자 사무실 앞자리, 조 과장이 앉던 자리에 앉아서 생글생글 웃는 나빈이 보였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니, 평소에는 무심하게 보아 넘기던 나빈이 다르게 보였다. 아직 어린애 같다고 생각했지만, 유난히 반들반들해 보이는 흰 피부나, 커다란 눈동자나, 가느다란 목과 그 아래로 이어지는 쇄골.......

 

  ‘내가 무슨 생각을.’

 

 도윤은 진저리를 치며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탔다. 나빈을 볼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도윤이 생각했다.

 

  ‘대체 저 속을 알 수가 없어. 난 죽었다가 깨나도 이해 못 하겠지. 평소엔 굼떠 죽더니만 이상한 데선 왜 이렇게 재빨라?’

 

 덜컹,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천정에 달린 조명도 껌뻑이다 꺼졌다.

 

  ‘고장인가?’

 

 도윤은 엘리베이터 벽에 붙은 긴급통화버튼을 연타했다. 잡음이 들렸고 연결이 되진 않았지만,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불이 들어왔다. 쉬웅, 공기가 빠지는 듯한 기계음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1층에 내려온 도윤은 건물 로비를 지키고 있는 경비 담당자에게 말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인 것 같으니 점검 좀 부탁드립니다.”

 

 경비 담당자가 엘리베이터로 다가가는 모습을 확인한 후, 도윤은 지상주차장에 세워 놓은 자신의 차에 올랐다. 도윤은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빌딩 사이의 시내 도로를 지나 도시 외곽 순환로로 올라타려는 순간.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도윤의 차가 360도를 돌며 가드레일에 처박혔다. 도윤은 시야가 흐려지는 상태에서 억지로 눈을 치켜떴다.

 

  ‘트럭이.......’

 하지만 그뿐이었다. 머리에 충격을 받았는지, 도윤은 더는 의식을 유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

 

 리웨이가 T호텔의 레스토랑으로 나갔을 때, 그 곳에는 창백한 얼굴의 나빈이 혼자 있었다. 리웨이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말했다.

 

  “좋은 저녁입니다. 송 실장님은 어디 계시죠?”

  “그게, 실장님이 나오실 수가 없게 되어서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지금 실장님은 의식이 없으세요.”

 

 리웨이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불행한 사고가 있었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네......그래서 제가 대신 계약서에 사인을 받으려고 왔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네?”

  “저는 송도윤 실장을 믿고 계약을 하려 한 것이지, 나빈 씨와 하려던 게 아닙니다. 당사자가 나오지 않는 계약을 할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나빈 씨는 송 실장에게 정식으로 권한을 위임받은 상태도 아니지 않습니까?”

  “.......”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잠시만요, 리웨이 이사님.”

  “?”

 

 나빈은 리웨이 앞을 막아섰다.

 

  “오늘은 계약서에 사인만 하시면 돼요. 계약서의 내용은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난 몇 개월간 두 분께서 열심히 조율하신 내용 그대로입니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계약을 안 하신다는 건 서로에게 너무 큰 손해에요. 절 믿고 진행해주시면 안 될까요?”

  “싫습니다. 내키지 않아서요.”

 

 내키지 않는다라. 나빈은 입술을 깨물었다. 리웨이의 마음이 내키는지, 내키지 않는지에 따라서 수백억의 돈이 오고 가는 문제다.

 

  “리웨이 이사님, 저는 이 계약을 꼭 성사시켜야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마음이 내키시겠습니까?”

 

 리웨이의 날카롭고 깊은 눈이 나빈을 보았다.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하는 겁니까?”

  “네?”

  “피아노 연주 정도로는 되지 않는 일이라는 거, 알고 있느냐고 묻는 겁니다.”

 

 나빈은 그제야 리웨이가 하는 말의 숨겨진 의미를 깨달았다. 나빈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리웨이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났다. 이제야, 제대로 알아듣는군. 그렇다면 한번 알아볼까. 이 모든 언행이 순진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고도의 계략인 건지.

 리웨이는 테이블 위에 카드키를 놓았다.

 

  “올라가시겠습니까?”

 

 #

 

 리웨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나빈의 머릿속에는 커다란 종이 울리고 있었다.

 

  ‘이거, 이거, 그......그거지?’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줄이야.

 

  ‘어떡하지?’

 

 나빈은 곁눈질로 리웨이를 보았다. 좀 날카롭게 보이기는 했으나, 키도 훤칠하고 이목구비도 단정한 것이 꽤 미남이다. 가느다란 은빛 안경테가 지독하도록 잘 어울렸다. 지금까지 그런 안경테는 나이든 남자나 끼는 줄 알았는데, 젊은 사람도 어울릴 수가 있는 걸 처음 알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잘 모르는 남자다.

 이대로 호텔방에 들어가선 안 될 것 같았다.

 

  ‘그냥 못 들어가겠다고 할까.’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나빈을 포함한 세 명의 직원들이 송 실장에게 죽도록 시달리면서 몇 개월을 준비한 계약 건이 끝장나 버릴 것이다. 회사에서 약속받았던 인센티브가 없어지는 것도 물론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래. 이건 아닌 것 같아. 이건 아닌 거 같.......’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빈에게 그 문은 지옥으로 통하는 문처럼 보였다.

 

  “내리시죠.”

 

 나빈은 뻣뻣한 다리를 놀려 겨우 복도로 나왔다. 복도 끝에 자리한 스위트룸 앞에 서자, 리웨이가 말했다.

 

  “카드키. 나빈 씨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아, 아. 네. 그렇죠.”

  “문을 여셔야죠.”

  “네.......”

 

 나빈은 울상을 하고 카드키로 문을 열었다. 리웨이가 말했다.

 

  “먼저 들어가시죠.”

  “음, 저기요, 리웨이 이사님.”

  “뭡니까?”

  “제가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는 중에 생각해 봤는데요.......”

  “.......”

  “이, 이, 이건 아닌 거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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