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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황야의 권법가
작가 : ATRS03
작품등록일 : 2020.8.14

일제 강점기. 추악한 일본의 만행을 피해 정착한 만주. 하지만 그곳 역시 일본인에 못지 않은 악귀들이 살고 있었으니. 세상의 온갖 고통을 맛본 한 노인이 그 마귀들에 맞서 싸운다.

 
제 10 합- 모두 하나가 되었도다.
작성일 : 20-08-19 19:34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4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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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이 바로 미망인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그녀의 집 앞으로 가자. 미리 도착했다는 듯 쑹 웨이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찾는 사람들은 여기 있다고.”

 

  그리고 쑹 웨이는 일본군에게 잡힌 미망인과 어린아이를 노인 앞에 데려다 놓았다. 미망인과 어린아이는 곧바로 노인에게 달려가서 그를 꽉 끌어안았다.

 

  “미안하게 되었소. 내가 당신을 괜히 고생시켰구려. 역시 나는 이곳에 발을 들여선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말이오.”

 

  노인이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을 감싸자, 미망인은 고개를 저으며 한마디 했다.

 

  “당신이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저는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예요. 이미 당신에게 한 번 구원받았는데 원망할 이유 따윈 없어요.”

 

  노인은 그녀를 조용히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미망인 역시 같이 우는데 그걸 보다 못한 쑹 웨이가 두어 번 헛기침을 하자, 노인과 미망인은 황급히 떨어졌고. 미망인 쪽은 얼굴을 붉히며 아이와 함께 한참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마적 두목 쑹 웨이는 노인에게 한마디 던졌다.

 

  “우리 소굴로 찾아오라고. 술이라도 한잔 하지.”

 

  그리고 쑹 웨이는 휘적휘적 걷는 것 같으면서도, 노인이 눈 한 번 깜박할 사이에 그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노인은 미망인의 등을 쓸어내리면서 부드럽게 한마디 했다.

 

  “아무튼 중요한 일이 있으니 잠시 다녀오겠소.”

 

 

  다시 한번 마적패의 객잔으로 간 노인은, 마적 패거리들이 두목 쑹 웨이를 제외하고는 전부 다 곯아떨어진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예민한 코에 잠 오는 약 냄새가 확 풍겨왔다. 그때 쑹 웨이가 피식 웃으면서 노인에게 술 한 병을 던져줬다.

 

  “몰골을 보아하니, 고생 좀 하다 왔군 그래.”

 

  노인은 뭔가 수상한 게 있을지도 모를 술병의 마개를 열고, 그대로 반병을 싹 비워버렸다. 그럼에도 노인의 얼굴이나 몸짓에는 술을 마신 티가 하나도 나지 않았다.

 

  “모르는 척 하지 마시오.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소?”

 

  쑹 웨이는 한숨을 팍 내쉬면서 노인에게 바로 술 한 병을 더 던져줬다. 그리고 노인은 곰방대에 불을 붙인 뒤, 담배 연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셨다. 그러자 쑹 웨이가 노인에게 한마디 던졌다.

 

  “나랑 같이 갈 곳이 있으니 따라와.”

 

  노인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쑹 웨이는 몇 가지 음식과 술을 집어 들고 일어나 어딘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쑹 웨이가 그를 데리고 간 곳은 봉분을 낮게 세운 무덤이었다. 묘비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초라한 나무판자가 세워져 있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무덤 앞에 음식을 차려놓고 술을 부은 뒤 두 번 절을 했다. 노인 역시 쑹 웨이를 따라 두 번 절했다.

 

  “내 가족들을 전부 합장시킨 무덤이네.”

 

  노인은 쑹 웨이의 얼굴이 평소의 자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거울을 본 것처럼 그에게서 자기 자신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노인은 몇 번 눈을 비비고 깜박거린 뒤, 곰방대를 꺼내 들었다.

 

  담배를 가득 채운 뒤 쑹 웨이에게 권하자, 쑹 웨이는 피식 웃으며 곰방대를 입에 물고 옛날 생각에 잠겼다.

 

 

  쑹 웨이는 가족들 모두의 유골이 담긴 단지를 묻기 위해 구멍을 파고 있었다. 한편 젓가락처럼 비쩍 마른 남자가 쑹 웨이의 옆에서 같이 구멍을 파는 중이었다.

 

  “이 땅이라면 어지간한 놈들은 건드리지도 않을 겁니다. 형님.”

 

  “고맙네. 우리 가족들이 쉴 곳을 이렇게 마련해줘서. 이 은혜를 대체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

 

  쑹 웨이가 유골 항아리를 구덩이 안에 넣자, 젓가락 같은 남자는 그 주변에 온갖 귀금속과 보석. 그리고 원보를 여러 개 흩뿌렸다. 쑹 웨이가 고마워하면서도 부담감 가득한 표정을 짓자, 젓가락 같은 남자가 한마디 했다.

 

  “무슨 소리입니까 형님 우리같이 구석진 곳에 숨어 살아야 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두 사람은 구덩이 밖으로 나와, 아무 말 없이 유골 항아리 위에 흙을 덮기 시작했다. 그 때 젓가락 같은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튼 형님? 우리 같은 구석진 인간들끼리 서로 뭉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뭘 할 생각이지?”

 

  “별 건 없고 이미 다른 조직원들은 전부 다 모아뒀습니다만, 다들 말을 쉽게 듣는 편이 아니라서 말이죠. 형님이 그 아랫 녀석들을 이끌고 가줬으면 좋겠습니다.”

 

  쑹 웨이는 젓가락 같은 남자의 태도에서, 미심쩍은 구석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 같았지만. 일단 그에게 은혜를 입은 것 때문에라도 잠깐이나마 그에게 도움을 주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쑹 웨이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한마디 던졌다.

 

  “좋아. 얼굴마담이 필요한 건가? 그런 정도라면 도와주겠네.”

 

  젓가락 같은 남자는 쑹 웨이의 손을 맞잡으며 팔짝팔짝 뛰어댔다.

 

  “정말 감사합니다. 형님! 역시 형님이라면 의리를 지킬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쑹 웨이는 그때의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쑹 웨이는 젓가락 같은 남자와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쑹 웨이는 불길이 들러붙은 창을 젓가락 같은 남자에게 휘두르며 목청이 터질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내가 너희들이 도적단인 것은 알고서 들어갔다만, 왜 가진 것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물건을 뺏어간 거냐?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 사람들을 왜 죽였냐?!”

 

  젓가락 같은 남자는 실실 웃으면서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식은땀이 가득 배어 있는 얼굴에는 비굴해 보이는 미소가 담겨 있었다.

 

  “그거야 우리가 살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이대로 굶어 죽을 수 없으니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아니고, 게다가 저 사람들은 살려두면 또 우리들 같은 마적패가 될 테니. 밥그릇 갖고 싸움 벌이기 전에 미리 싹을 잘라뒀을 뿐입니다.”

 

  “내가 이런 짓거리를 도와주려고 네놈에게 은혜를 갚는다고 한 줄 아냐? 당장 나가겠다!”

 

  쑹 웨이가 등을 돌려 나가려 하자, 젓가락 같은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한마디 했다.

 

  “정말 그럴 겁니까? 그렇다면 저도 할 수 없죠. 형님 가족들이 있는 무덤 위치를 마을 사람들에게 전부 다 뿌리죠. 무덤 안에 귀금속과 돈을 가득 넣었다는 말도 해둘 겁니다.”

 

  그가 내뱉은 말에 쑹 웨이는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돌렸다.

 

  “네놈 그래서 무덤 안에?!”

 

  “이 마을 사람들이라면 절대 가만히 놔두지는 않을 겁니다. 그건 쑹 웨이 형님이 가장 잘 알겠죠. 이 마을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쑹 웨이는 마적단 패거리들의 얼굴을 죽 둘러봤다. 패거리의 절반 가까운 이들이 마을에 뿌리박고 살던 이들이었다. 쑹 웨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뒤이어 마적단 패거리는 그 날 약탈한 전리품으로 시끌벅적하게 연회를 벌였지만, 쑹 웨이만큼은 그들 사이에 끼지 않고 조용히 술만 마셨다.

 

 

  이윽고 쑹 웨이는 옛날 생각을 마치고 다 태운 곰방대를 노인에게 건네줬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는 투로 노인에게 물어봤다.

 

  “누가 저 여자를 일본군에게 갖다 바쳤는지 아나?”

 

  쑹 웨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노인은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마을 놈들이야. 그것도 원래는 다른 녀석 한 놈이 먼저 원서계 그 돼지 새끼에게 정보를 팔았지. 그 녀석들 우리 마적패로 들어오려고 하는 젊은 마을 놈들이었다고. 이젠 이런 쥐새끼 같은 놈들 떠맡는 것도 지긋지긋해 죽겠다니까.”

 

  노인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자신이 젊었을 때 겪어왔던 일들을 떠올리며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마을은 순진무구하고 불쌍한 희생양들만 있다고 생각하나?”

 

  그는 쑹 웨이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혀 그렇지 않아. 삼분의 일은 원서계 놈한테 붙어 처먹는 앞잡이들이고, 다른 삼분의 일은 우리도 질 수 없다면서 마적패거리가 되는 양아치들. 그리고 나머지 삼분의 일이 좆도 없는 겁쟁이들이야.”

 

  노인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쑹 웨이에게 물어봤다.

 

  “그럼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한다고 생각하오?”

 

  쑹 웨이는 노인의 한마디에 뭔가 깊게 찔리는 게 있는지, 한숨을 내쉬면서 아랫도리를 가리켰다. 그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젓가락 같은 인상의 비쩍 마른 남자를 가리키며 조소 가득한 투로 말을 꺼냈다.

 

  “나도 좆도 없는 겁쟁이지. 좆이나 달려 있다면 저런 놈들이랑 같이 다닐 것 같아?”

 

  “왜 저런 녀석들을 계속 받아들이는 것이오?”

 

  마적 두목 아니 간판으로 내세워진 두목 쑹 웨이는 손가락으로 아래쪽을 가리켰다.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없으니까. 이곳에 우리 가족이 있고, 나도 이곳에 묻힐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꼴까지 보니 차라리 내 가족들을 전부 거둬서, 다른 곳으로 옮겨갈 확신이 들었지.”

 

  그 한마디와 함께 쑹 웨이는 술 반병을 그대로 비웠다. 노인은 조국에 두고 온 가족들의 유해를 떠올리며 갑자기 술맛이 몇 배로 쓰게 느껴지며 인상을 구겼다.

 

  “뭐 신세 한탄은 거기까지요?”

 

  “그렇지.”

 

  “그래서 당신의 목적은 무엇이오?”

 

  “내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이 기생충 놈들을 좀 털어내 줬으면 싶지. 그래야지 홀몸으로 이 동네를 떠나지.”

 

  “뭐 좋소. 정면 결투. 그 조건으로 히로시라는 장교하고도 내통한 것이오?”

 

  “히로시 대위 그 녀석 당신에게도 결투를 걸었나?”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술 한 잔을 들이켰다. 쑹 웨이는 노인에게 물어봤다.

 

  “그래서 결투를 할 텐가? 그렇게 되면 1대 1대 1로 결투를 하게 될 텐데?”

 

  “아무래도 나 역시 권법가니 따라오는 결투는 피하지 않겠소.”

 

  노인은 술을 다 마신 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쑹 웨이가 그를 붙잡아 다시 자리에 앉혔다.

 

  “기다려. 줄 선물이 두 개 더 있다.”

 

  쑹 웨이는 바로 머리 위를 가리켰다.

 

  “2층 다락방 쪽에 있으니 들고 가.”

 

  노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2층으로 올라갔다 왔고, 잠시 후 그의 등에는 무거운 쇳덩어리 두 개가 얹히게 되었다.

 

  “감사 인사는 납탄으로 대신해주면 되는 것이오?”

 

  노인이 그렇게 농담을 던지자, 쑹 웨이는 큰 소리로 웃어댔다. 그리고 그는 노인에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를 했다.

 

  “지금 원서계나 일본놈들이나 서로 있는 대로 들쑤셔져서 감정이 격해질 대로 격해져 있네. 그 덕분에 3일 뒤. 도깨비 거리에서 놈들과 마지막으로 한바탕 하게 되었지. 그 때 모두의 머리 위에 총알을 퍼부으면 될 거야.”

 

  노인은 등을 돌린 채, 대답 대신 손을 흔들면서 그의 당부에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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