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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이' 곳에 행복 한가득
작가 : 레마
작품등록일 : 2020.8.16

의문도 모른채 이세계로 온 주인공.
원치도 않던 이세계로 온 주제에 옷 한 벌 없이 갑자기 서바이벌이 시작되는데....

안녕하세요. 레마입니다.
이번에 첫작품으로 '이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딱히 투고가 처음은 아니지만, 제대로 플롯과 설정을 짜고서 쓰는 작품으로서는 첫작품이에요^^;
제 소설이 대체적으로 설정과 임팩트보다는 등장인물간의 갈등, 해결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이번에 배경을 이세계로 잡았을 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이세계물과는 상당히 다를 거에요. 조금 스포하자면 주인공은 무능하니까요. ㅎㅎ
게다가 이 작품은 제가 동경하는 '동심'과 '평화'를 중점으로 분위기를 표현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치유물'이 그 의미 그대로 적용된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낚시아님)
그냥 항상 웃으면서 볼 수있는 치유되는 작품이라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1 - 언젠가 나도 모르는 죄를 짓고 있었는지 모른다. -3
작성일 : 20-08-19 17:44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8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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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르른 숲을 헤쳐나간다.

  어느 방향을 바라보더라도 울창하게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빛이 내리쬔다.

  이런 곳에 있으면 그 어떠한 병을 가지고 있더라도 치유가 되지 않을까.

  조만간 숲의 요정이 나타나 나와 놀기 위해 춤을 추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이유는 그 이외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평화롭구만.”

  이곳에 있으면 자동차 소리도, 기계에 의한 잡음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완전히 세속을 벗어나 자연과 한 몸이 된 것 같은 기분.

  그렇기에 나는 그 기계로 인해 만들어진 옷조차도 입지 않은 건가.

  조금은 자연인들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난 아직 세속에 찌들고 싶고, 이런 자연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나는 쓰러져 썩어가던 통나무 위에 앉아있다.

  여기사 일행들이 나를 잡으러 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다리에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했다.

  옷가지가 없는데 당연히 신발도 신고 있지 않았다.

  덕분에 숲속으로 들어가는 동안, 계속 발바닥에 나뭇가지라던가 나무 열매라던가 밟혀서 발이 너무 아프다.

  쉬는 동안 주변의 풀들을 모아 신발을 만들었다.

  발바닥에는 커 보이는 풀들을 3겹 정도 겹친 후, 풀줄기를 있는 대로 모아 신발 끈처럼 내 발을 감쌌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풀들을 줄기로 엮으려고 하면 쉽게 찢어져서 버린 것만 20장에 육박하고, 3장을 겹치다 보니 그 3장이 서로 미끄러져 분해되어버리기도 했다.

  신발을 발명하고 현재에도 신발을 만들고 계신 분들에게 아주 커다란 감사의 마음을 품는 순간이었다.

  물론 옷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겠지만, 지금은 아직 옷을 만들지 않았기에 그 감사의 마음은 추후에 하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무릎 위에 팔꿈치를 올려 고개를 숙이며 세상을 한탄한다

  아까는 그나마 여기사와 대화 아닌 대화를 하며, 혼란 정도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다.

  쓸쓸함, 지루함, 무능력함 등에 더해, 없던 조울증이랑 공황장애 등 부정적인 정신병마저 걸릴 것 같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캠핑 같은 걸 해본 적도 없고, 이렇게 진심으로 누군가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볼 만한 환경에 놓여본 적도 없다.

  쉽게 말해 펑펑 울고 싶어졌다.

  “...으, 엄...마.”

  그래서 울었다.

  이 상황이 나를 향한 대규모 몰래카메라라고 해도 흔쾌히 용서할 수 있다.

  아니면 이곳이 아직 우리나라의 어딘가라는 정보만 있다면, 어떻게든 자동차를 구해서 집에 돌아갈 방법이 있을 테지.

  하지만 마차에서 내릴 때 본 산맥과 들판의 모습은 전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세계적 경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히말라야산맥이나 알프스산맥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여기사의 인종은 나와 같은 동양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단 대화는 가능했다.

  도저히 내가 살고 있던 세계라고 생각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요즘에 누가 갑옷을 입고 검을 들고 다니는가?

  차라리 검 대신 죽창이 더 강하겠....아니, 총과 미사일이 주무기인 요즘 세대지 않은가.

  일단 확실한 건 이건 게임이 아니다.

  한동안 걸었기에 다리도 힘들었고, 발은 이미 설명했다.

  그렇게 걸어서 지쳤기에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고, 어쩐지 배도 조금씩 고파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내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마차에 있을 때 여기사의 검을 손가락으로 쳐낼 때 난 상처, 그 위로 얇은 천이 말려있었다.

  하지만 보통 이럴 땐 리본 묶기로 하지 않는가?

  그곳에는 서투르게 둘둘 말고, 끝자락을 이미 만 곳에 빙빙 두른 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다가 작게 웃고 말았다.

  지금은 왠지 리본 묶기보다 이렇게 서투르게 묶어준 것이 더 귀여웠고, 더 상냥하게 느껴졌다.

  “차라리...그 여기사에게 연행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숲속을 계속 방황하다가 객사하는 것 보다, 차라리 몇 년일지는 몰라도 감옥에서 맛없는 식사를 하며 연명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살아있음으로 아무리 불행에 휩싸여도 언젠가는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마차에 있을 당시는 패닉에 빠져 잘못된 행동을 했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현실을 자각하고 다시 생각하니 난 마차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본다.

  어디로 가든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숲.

  현대기술의 발전 때문에 그렇게 벌목한 세상에서도 숲에서 헤맨다면 상당히 위험해지는데, 아직 이곳에서는 현대문명의 파편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있는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의 흔적이 보이는 곳까지의 거리까지 며칠이 걸릴지 예상조차 되지 않는다.

  일단 그렇게 이 숲에서 방향을 잡기 어렵다는 소리를 해두고 싶다.

  결코, 내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잊어서가 아니다.

  “숲....무서운 녀석일고...”

  일단 제자리에 앉아 다시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조난되면 무턱대고 움직이는 것보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게 생존율이 올라간다고 한다.

  그럼 일단 내 상황을 파헤쳐 볼까.

  “로그아웃!”

  아직 이곳이 게임의 세계라는 의심이 완전히 풀린 건 아니다.

  난 VR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기어를 썼고, 접속 중에 이 세계에 이동한 것이라면 내가 산 100만 원짜리 게임 타이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 내 외침은 덧없이 하늘에 울릴 뿐이었다.

  혹시, 아무도 없는데도 그렇게 소리지르는 게 부끄러워서 조금 작게 말한 것 때문에 반응이 없는 것일까.

  그래도 가능성이 완전히 제로가 아니기에 다시 한번 소리지르기로 했다.

  “로! 그! 아~~~~웃!!”

  내 전력을 숲속에 쏟아냈다.

  그 증거로 아까는 들리지 않던 메아리가 조금은 돌아온 것에 놀라고 말았다.

  내 목소리 상당히 크구나. 새로운 발견이다.

  기왕이면 이런 쓸모없는 발견 말고 내 방으로 돌아가는 발견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딱 한 번 돌아온 메아리가 멈춤과 동시에 다시 정적으로 돌아왔다.

  솔직히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시스템UI에 접근할 수 있었으면 이미 스킬이고 뭐고 사용하지 않았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니, 나도 모르게 오른손이 앞으로 향해 있었다.

  “파이어 볼!”

  혹시나 해서 해봤다.

  이대로 밤이 되면 난 아마 얼어 죽겠지. 그러니 내 목숨을 위해서도 이건 꼭 필요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좋아. 혹시 모를 내 숨겨진 힘이 있을 수도 있고, 그 힘으로 인해 이 세계의 영웅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쓸데없이 누군가가 희생되어서야 각성하는 주인공이 아닌, 처음부터 치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되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10분도 가지 않았다.

  “....아오! 창피해!”

  갑자기 밀려오는 자괴감 덕분이 더 이상의 실험 없다.

  그대로 난 다시 초기의 상태로 돌아온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이리저리 흔들어 본다.

  시스템UI가 목소리가 아닌, 손가락의 제스쳐로 인한 커맨드가 지정되어있는 것이면 대충 움직이다가 얻어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Z모양이라던가 별 모양, 동그라미 등등, 하다못해 손가락으로 자화상까지 그려봤다.

  결과는 모두가 예상하는 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

  자화상을 끝으로 팔도 슬슬 지쳤기에 이것도 포기했다.

  가만히 땅을 바라본다.

  문득 눈에 들어온 신발이 의외로 잘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해 내심 뿌듯해진다.

  쓸데없이 끈을 손가락으로 만져주며 잘 조여졌는지 확인한다.

  즉, 나는 지금 반쯤 정신을 놓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끈을 만지며 놀고 있다가 실수로 끈 하나를 끊어먹어 절망에 빠졌을 때, 주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뀨!”

  일단 자기방어본능이 우선이다.

  소리가 난 반대 방향으로 구르며, 내가 앉아있던 통나무를 방패 삼아 뒤로 숨었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른다.

  조금 야생에 있더니 성격까지 야생아가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들린 목소리는 작은 울음소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이 하이톤으로 목소리를 낸다면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 수준.

  조심히 고개를 내밀어 소리가 난 방향을 살핀다.

  무언가 움직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정확히 소리가 어디서 났었는지 찾기 힘들었다.

  혹시 모를 내 착각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내 자기방어본능이 좀 더 경계하라고 명령을 내려 난 그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겁쟁이라서가 아니다.

  “뀨...뀨.”

  이번에는 확신이 설 정도로 확실하게 들려온다.

  가만히 경계한 의미가 있었다.

  야생에서는 다람쥐마저 먹고 먹히는 입장의 라이벌이다. 물론 내 식량이 될 수 있는 도토리를 두고서 말이다.

  근데 사람이 도토리를 먹을 수는 있는 건가?

  소리가 난 방향이 상당히 바닥에 있었기에,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살펴봐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드디어 꾸물꾸물 움직이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머야? 저건.”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건가.

  일단 내가 ‘움직이는 무언가’라고 표현한 이유는 내가 알고 있는 생명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견하는데 시간이 걸린 이유도 있다.

  푸른 빛이 나는 반투명의 생명체, 그 생명체가 버섯을 먹고 있었다.

  그냥 둥그런 물체가 입 벌리는 시늉을 하며 버섯을 먹는 행동을 했고, 그 때문에 몸속으로 들어가 반투명하게 비치던 버섯은 조금씩 녹아 사라진다.

  여차여차해서 겨우 현실적인 감각으로 돌아온 내 멘탈에 또다시 충격이 가해진다.

  아무리, 어떻게 생각해보아도 저건 슬라임이었다.

  전체적으로는 깔끔한 원형의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감촉은 상당히 포동포동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게다가 얼굴이 있다.

  초콜릿으로 꾸며놓은 푸딩과 같은 이미지라면 가장 맞아떨어질 것이다.

  문제는 그 초콜릿이 이리저리 변형한다는 것이겠지. 저것이 눈에 해당하는 것인가.

  “...망했다.”

  그 생물이 슬라임이라고 확신한 순간 나는 반쯤 놓았던 정신을 완전히 놓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현실임을 부정하는 요소는 나오지 않았기에 나도 이곳을 이세계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내가 살던 곳과 똑같은 물리법칙에 똑같은 감각.

  그렇기에 인터넷에서 가끔 보아온 생존 서바이벌 영상을 참고로 어떻게든 살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은 절대 무리지만, 아사 직전까지 가면 애벌레라도 먹을 작정이었다. 이런 숲속에서는 아주 중요한 단백질원이라고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서바이벌 베테랑이라도 몬스터랑 조우했을 때의 생존법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한번 세계 최초로 찍어볼까.

  지금 눈앞에 보시는 슬라임이 있습니다. 몸은 대체로 액체로 되어 있어서 쪽쪽 빨아먹으면 수분을 보급할 수 있습니다.

  ...정말 한번 빨아볼까? “...”

  하지만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 정신 놓은 상태에서 저 슬라임이 환상인지 실물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는데, 그 전에 맘에 걸리는 요소가 하나 있었다.

  이렇게 망상을 부풀리며 가만히 지켜보는 사이에 슬라임은 이미 4개 정도의 버섯을 소화했다.

  즉, 녹는다는 것이다.

  슬라임이 먹고 있는 버섯이 내 주변에도 자라고 있으니 하나 들어 만져봤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소고기가 갑자기 생각나 입에서 침이 흐른다.

  그 고기에 구운 버섯과 함께 입에 넣는 상상을 한다.

  쫄깃거리고 버섯 특유의 향이 나는 기억을 어렵지 않게 끄집어낼 수 있었다.

  버섯은 보통 구우면 쫄깃해지고, 굽지 않으면 비교적 딱딱한 상태다.

  과연 이 버섯은 내 뱃속으로 들어가면 녹는 데 얼마나 걸릴까.

  적어도 눈앞의 슬라임처럼 4초 만에 녹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슬라임이 날 소화 시키는 데 얼마나 걸릴까.

  슬라임과 나의 거리가 조금이지만 멀어졌다.

 

  슬라임에 대한 공포가 쌓이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호기심도 생겼기에 난 관찰을 계속했다.

  이 세계로 온 지 긴 시간이 지났다. 배가 울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슬라임은 계속해서 식사 중이다.

  버섯만 골라 먹는데 그 버섯이 모두 같은 모양의 버섯이었다.

  그래서 나도 먹었다.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렇게 맛있게 끼? 꾸? 라고 리액션까지 하며 맛있게 먹는 걸 30분 동안 쳐다보고 있는데 호기심이 안 생기겠나.

  이미 시식 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나도 주변에서 한 움큼 따다가 소리 안 나게 먹는 중이다.

  슬라임은 오로지 이 버섯만 찾았다.

  주변에 다른 버섯, 누가 봐도 독버섯처럼 생긴 화려하고 징그러운 버섯은 그냥 지나친다.

  버섯뿐 아니라 풀조차도 지나친다.

  나중에 풀 가지고 국처럼 끓여 먹을 예정이던 나에게는 어느 풀이 먹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아쉬운 부분이다.

  슬라임의 주식은 버섯인 것일까.

  30분 동안 알아낸 것은 그뿐이다.

  뭐, 덕분에 고프던 배도 어느 정도 안정감을 되찾았기 때문에 슬라임에 대해 별다른 미련은 없다.

  솔직히 만져보고 싶은데, 사람도 순식간에 녹일 수 있다는 무서운 생각이 훨씬 앞섰기 때문에 그건 포기하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버섯이 한 곳에서만 나는 것도 아닌지라, 슬라임을 쫓으면서 상당한 거리를 이동했다.

  어차피 거기 있으나 여기 있으나 조난은 마찬가지기에 상관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강가에 데려다 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배가 찬 것은 다행이지만 목마른 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존 베테랑들은 툭하면 강을 찾던데 어떻게 찾는 것일까.

  참고로 나무는 오르기 싫다. 이유는 단순히 힘들기 때문이니까.

  “...뀨...”

  슬라임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빈도가 아까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유는 먹던 버섯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들어도 침울한 울음소리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사이를 헤친다.

  나도 주변을 살펴보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주변에 여러 버섯이 보이기는 하지만 모두 독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 않은 버섯뿐. 슬라임이 먹던 버섯은 보이지 않는다.

  먹다 질려서 두 개 정도 내 품 안에 있기는 하지만, 이건 내 비상식량이다.

  어딘가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많이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배가 부르지 않은 것일까.

  그렇게 소란스럽다시피 돌아다니던 슬라임의 움직임이 멈췄다.

  드디어 찾았냐고 소리를 낼뻔했지만, 슬라임의 앞에는 3개의 서로 다른 종류의 버섯이 자라고 있었다.

  항상 먹던 버섯은 없었지만, 두 개는 솔직히 모르겠고 나머지 하나는 어떻게 봐도 독버섯이라고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셋을 하나하나 자세히 관찰하며 분석한다.

  그럼 나도 한번 추측해볼까.

  왼쪽은 흰색의 얇은 버섯, 중앙은 자연산 버섯이라면 떠오를 법한 버섯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오른쪽. 민트초코인가? 라고 생각될 정도로 푸른 빛이었으며, 밤이 되면 야광처럼 빛날 것같이 밝은 빛을 띠고 있었다.

  오른쪽 건 확실히 독버섯이겠지.

  내가 결론까지 도달한 후에도 슬라임은 버섯을 앞뒤로 이리저리 확인한다.

  가끔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고개를 드는데 심각한 고민을 하는 것일까.

  굳이 추천한다면 난 가운데 있는 버섯을 추천한다.

  “뀨!”

  슬라임이 확실하게 하나를 선택 후 먹는다.

  드디어 결심한 거냐고 소리지를 뻔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내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멈춘 것이 아닌, 슬라임이 고른 버섯에 문제가 있어서 멈춘 것이다.

  설마하니 민트초코 버섯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은가, 저 버섯이 식용버섯일지.

  그렇게 슬라임의 몸속을 관찰하니 아까와 같이 정상적으로 소화가 되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 저게 식용이야?

  충격에 가지고 있던 버섯을 땅에 떨어트린다.

  아니, 애초에 슬라임이잖아.

  초콜릿도 사람은 평범하게 먹는데 고양이나 개에게는 독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슬라임만이 먹을 수 있는 거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봐온 것처럼 슬라임은 민트초코 버섯을 4초 만에 소화 시켰다.

  하지만 그 후의 반응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랐다.

  보통 몸 안에서 버섯이 사라짐과 동시에 움직이던 슬라임은 그 자리에서 조금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버섯이 있던 자리에서 뭉글뭉글 기포처럼 보라색의 액체가 점점 퍼졌다.

  뭐지? 진화하는 건가? 라고 흥미롭게 지켜본다.

  하지만 슬라임은 퉤 하고 보라색 액체를 뱉어냈다.

  “역시 독버섯이잖아...”

  여러 가지로 안타까웠다.

  그 버섯이 나도 먹을 수 없는 버섯이란 것, 슬라임의 지능이 상당히 낮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어차피 슬라임이란 종족은 RPG게임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튜토리얼 겸 최약체였단 말인가.

  그 이후로 슬라임은 탄력 있어 보이는 몸을 통통 튀기여 이동한다.

  기왕 독을 걸러낼 수 있으면 나머지 두 개도 먹어보라고 조언해주고 싶었지만, 아까와 같이 당당하게 나아가는 게 아니라 어딘가 털썩털썩 지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조금만 더 나아가, 상당히 큰 나무의 뿌리 사이에 딱 맞게 몸을 끼웠다.

  쉬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어째선지 나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어떤 생물이라도 혼자서 생활하는 생물은 거의 없다.

  활동만 혼자서 하는 것뿐이지 자신의 둥지에 돌아가면 가족들이 존재한다.

  그것이 저 슬라임이 혼자라고 생각한 이유다.

  먹을 것을 찾고 그것을 모조리 자신이 소화 시킨다.

  그리고 먹을 것을 찾지 못하면 보통 집으로 돌아갈 것임에도, 저 슬라임은 그러지 않는다.

  자신의 집을 까먹을 정도로 지능이 낮은 건 아닌 것 같다.

  3개의 버섯을 조사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으로 쳐도 어린 아이 정도의 지능은 가지고 있어 보였다.

  결론은 저 슬라임은 나와 같이 이 숲을 방황하는 게 아닐까.

  바닥에 떨어진 버섯 2개를 주워들었다.

  만약의 이야기지만, 저 슬라임이 식인 슬라임이고 내 인기척에 깨닫고 나서 날 먹으려고 사냥에 나서면 난 아주 추하게 먹힐 자신은 있다.

  그렇지만 이대로 그냥 떠난다면 난 이후에 저 슬라임의 모습이 뇌리에 떠오를 것이다.

  자기방어본능은 아주 중요하다.

  마음 같아서는 반려동물처럼 데리고 다니고 싶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것밖에 없었다.

  “...스토킹에 대한 합의금이라 생각해라.”

  손에 든 버섯을 슬라임에게 던진다.

  나무뿌리 사이에서 축 늘어져 있던 슬라임은 버섯이 날아온 방향 따윈 신경 쓰지 않고 눈을 반짝이며, 의심하나 하지 않고 버섯으로 달려들더니 먹기 시작했다.

  마치 토끼 같은 귀여운 생물에게 먹이를 주는 기분이다.

  그러니 슬슬 고기가 먹고 싶은 나에게 토끼고기를 주지 않으련?

  슬라임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는 그 자리를 떠난다.

  원래 히어로는 등으로 말하는 법이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마음이 편안해졌기에 상당히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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