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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1부 사문과 로봇] 5장 오두막의 구도자(2)
작성일 : 20-08-19 17:19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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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의 영적인 변환은 다만 인간에게 국한되지 않았다. 존은 참새가 되어 벌레를 물고 하늘을 날았다. 둥지로 날아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일 때쯤, 둥지에 침입한 커다란 구렁이가 자신의 몸을 삼켰다. 어느 날은 낙엽이 되어 땅에 떨어졌다. 존은 가을바람을 타고 하염없이 바닥을 굴렀다. 마침내 눈이 와서 그 몸을 덮고, 눈을 이불 삼아 정숙하고 순결하게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따뜻한 봄햇살이 찾아와 눈이불을 걷어 내었고, 머지 않아 온몸이 썩어 갔다. 썩은 낙엽은 개망초 뿌리에 흡수되어 들판을 뒤덮는 아름다운 하얀 꽃을 피워 냈다.

 

 그곳에서 존은 나무이며 벌레였고, 바위이며 물이었다. 그는 그렇게 고통으로 가득 찬 영혼의 세계를 떠돌았다. 그리고 그가 다시 현상계로 돌아왔을 때, 따뜻하고 익숙한 손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고 있었다. 그의 참된 스승, 발룬다였다.

 

 발룬다는 존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따듯한 음성으로, 올바른 행동으로, 참선을 하는 법, 연못에서 죄를 씻어 내는 의식, 세계를 탐구하는 방법. 그리고 짐승과 사물의 안에도 인간이 있고, 그 인간 안에 진정한 궁극의 존재, 부처가 있다는 것도 알려 주었다.

 

 덕분에 로봇의 알고리즘은 놀라울 정도의 발전을 이루었다. 그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고, 고통과 행복 사이에 있는 오묘한 경계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그의 사고는 인간에 견주어도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발룬다는 그에게 고행을 통하여 고통에서 도피하는 방법은 알려 줄 수 없었다. 그는 그저 발룬다가 고행을 수행하는 것을 옆에서 어줍지 않게 따라할 뿐이었다. 때때로 발룬다는 이 사실을 망각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감정과 고통을 느끼지 않는 로봇이었다.

 

 발룬다는 뛰어난 사문이었다. 그는 그늘 없이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 앉아 물 없이 사흘 밤낮을 버틸 수 있었다. 그의 얼굴과 어깨가 검게 그을리고 더 이상 땀조차 나지 않을 때까지 그의 고행은 멈추지 않았다. 한참 시간이 지나 먹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스승의 머리를 적셨다. 머리에 떨어진 비는 스승의 말라 버린 등을 타고 허벅지부터 종아리, 발끝까지 차갑게 흘러내렸다. 발룬다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발룬다는 한번 고행과 참선을 시작하면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발룬다는 진정한 나무요 돌이었다. 오죽하면 달팽이가 발끝에서 턱까지 올라와도 발룬다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오두막의 생활은 조용하고 고즈넉했다. 둘은 별로 가진 것이 없어도 넉넉했고, 별달리 말을 나누지 않아도 뜻이 통했다. 존은 매일 아침 그의 스승에게 문안인사를 올리고,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했으며, 잔잔한 연목에 물결을 일으키며 성욕을 했다.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떨어지면 존은 나무를 해와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오두막이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따뜻해지면, 스승은 생쌀로 식사를 하고 잠에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발룬다와 존은 우타베나골로 시주를 하러 갔다. 그들은 우타베나골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그러나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마을로 입성했다. 스승은 우타베나골 청년들이 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뚜렷하고 아름다운 음성으로 설법을 했다.

 

 존은 발룬다가 설법을 하는 동안 마을 사람들을 도왔다. 마을 사람들의 농사일을 도와주고, 집안일을 거들었다. 아낙들의 옆에서 새참을 만들어 날랐다. 존이 남자다운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갈 때, 아낙들은 날씬하고 건강한 그를 보며 가슴이 설랬다. 존은 탁주에 거하게 취한 노인의 무용담을 들어 주기도 했다. 노인은 단단한 존의 팔뚝 을 만지며, 자기가 젊었을 때도 이랬었다며, 마을 여인들이 자신을 보면 정신을 못 차렸다며 지나친 허풍을 떨며 흥에 취했다.

 

 일을 하고도 시간이 남을 때면, 그는 마을 아이들과도 놀아 주었다. 아이들은 그를 좋아했고 그와 하는 놀이를 재미있어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공깃놀이와 술래잡기를 알려 주고, 아이들과 쪼그려서, 누워서, 뛰어다니며 놀았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놀이를 배운 대가로, 꽃을 엮어 반지와 목걸이를 만들어 그에게 선물했다. 존은 흙먼지와 모래먼지, 귀여운 꽃반지와 목걸이로 치장을 한 채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사문과 로봇을 좋아했다. 그들의 모습은 꼭 현명하고 정직한 아버지와 아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들이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웃음 짓는 모습은 경외로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사람들을 돕고 온 날이면, 존은 사문의 작은 오두막에서 발룬다의 코골이를 들었다. 로봇은 잠들지 않았기에, 정숙하게 스승의 코골이를 들으며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로봇은 스승의 곧은 뒷모습을 보며 묵묵히 10년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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