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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내 여자친구는 아이돌?
작가 : 연초록달팽이
작품등록일 : 2020.8.9

'아이돌'이 등장하는 청춘 성장 멜로 로맨스 판타지? '스토리'입니다.

 
얼룩
작성일 : 20-08-19 16:01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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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내가 널 부른 이유는 그게 아닌데."

 그는 테이블 위의 마우스를 조금 딸깍거리더니 컴퓨터의 모가지를 연이가 있는 방향으로 비틀었다.

 "요즘 세상 참 좋아. 그치?"

 화면에는 그녀의 열애설 기사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니가 뭔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 지, 바로 알 수 있다니까."

 "비꼬지 말고 본론을 말해. 뭐 나도 꺼지라고?"

 "아니. 나도 마음 같아서는 그러라고 하고 싶은데,"

 그는 엄지와 검지를 붙여 동그란 원을 하나 만들어보였다.

 "너는 돈이 되거든."

 "이 씨발새끼가."

 "워. 진정해. 나 너랑 싸우려고 부른 거 아니야."

 그의 제스쳐를 보고 화가 난 연이에 그는 여유롭게 두 손을 들어 항복해보였다.

 "이게 사실이든 아니든 나는 니 사생활에 일도 관심 없거든? 연애하고 싶으면 해야지. 나한테 손해 오는 것도 없는데. 근데 문제는 이거야."

 그는 가볍게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더블 클릭 해보였다.

 '저거 혹시 유마이보이 현이랑 티엔오 비즈?'

 "우리 대중분들께서는 너한테 이렇게 관심이 많네."

 기사의 댓글에는 태혁과 조금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남자 아이돌 그룹 티엔오의 멤버 비즈를 연이의 연애 상대로 추측하고 있었다.

 "무슨 개소리인가 싶지? 알아, 나도. 이미 그쪽에서 연락 왔거든. 사실 무근이고 일면식조차 없는 관계라고. 근데 조금 흥미로운 댓글들이 있더라고."

 그는 마우스 휠을 도르륵 굴렸다.

 '현, 비즈면 솔직히 너무 잘 어울린다.'

 '실화임? 내가 요즘 밀고 있는 투 탑 열애설?'

 '아니여도 둘이 같이 무대하는 거 보고 싶다. 같이 나와서 해명해라~'

 "요즘 핫한 프로그램들이 뭔 줄 알아?"

 딸깍. 딸깍.

 "가상 연애 프로그램이거든. 우리 연애했어요, 이런 거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그는 유연한 의자에 쭈욱 기대어 길쭉하게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는 꼬아 올린 다리의 무릎에 두 손을 깍지를 끼고 포개 얹었다.

 "우리 협상을 좀 할까?"

 그것은 사업가 특유의 거만함과 융통성을 지닌 자세였다.

 "협상 같은 소리하지 마. 당신이랑 할 협상 같은 거 추호도 없으니까."

 그녀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 앞으로 그는 빙긋 웃었다.

 "하영이 있잖아."

 익숙한 이름에 연이가 움찔 몸을 털었다.

 "요즘 뭐하고 사는 지 알아?"

 그는 여전히 의자에 완전히 몸을 기대고 뺀질거렸다.

 "걔도 참 대단하더라. 그 일 있고 나서 걔가 난리친 것만 생각하면.. 어후. 걔 성질머리가 너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거든."

 그는 그녀를 회상하며 진저리를 쳤다.

 "근데 그런 애가 병원에서 하루 종일 병간호만 하고 산다더라."

 그는 꼬아놓았던 다리를 풀었다.

 "누구는 죽어버리면 끝이고, 누구는 죽었다고 슬퍼하면 끝이겠지만, 현실은 아니거든. 그 일 있고나서 그 애 엄마 쓰러진 건 알았어?"

 그 순간 연이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몰랐겠지. 넌 어리다는 이유로 눈에 보이는 사실만 생각해도 되는 나이였으니까. 하지만 걔는 아니였거든. 자기 엄마도 아닌데 얼마나 지극정성이던지. 퇴사하기 전에 벌어놓은 돈, 생판 남인 사람 병원비에 수술비에 다 쓰고, 그래놓고 자기는 생활비가 모자라서 아르바이트해서 벌어먹고 산다더라."

 대표는 어디 먼 나라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 말했다.

 "그거, 내가 해결해줄게. 대신 니가 앞으로 내 말을 잘 듣는다는 전제로."

 하영의 소식을 전해 들은 연이는 충격으로 온 몸이 떨렸다.

 한 번도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 오랜 시간동안, 그녀는 그저 수연을 그리워했을 뿐, 혹은 원망했을 뿐, 그 주변의 일은 생각조차 하지못했다.

 그리고 그 현실을 모두 하영이 떠맡고 있을 것이라고 일절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는 포스트잇 하나를 살짝 뜯어내고는 그 위에 펜으로 끄적끄적 글씨를 써내렸다.

 "내일 기자회견 할 거야. 거기서 공식적으로 비즈랑 열애 인정해."

 대중의 입맛.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찢어놓기도하고, 사랑하지 않는 두 사람을 갑자기 엮어버리기도 하는 것.

 그것을 너무도 잘 아는 사업가는 연이의 열애설이 이익이 되는 사업 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것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쪽이랑은 이미 말 다 해놨으니까 그쪽은 걱정하지 말고."

 그는 혼이 쑥 빠진듯한 연이의 손등에 슬쩍 포스트잇을 붙였다.

 "이건 우리 협상 선물."

 연이는 불쾌한 듯 그것을 확 뜯어내고는 그대로 손에 쥔 채 대표실 밖을 나섰다.

 

 ******

 그녀는 포스트잇에 적힌 숫자를 하나 하나 휴대폰으로 옮겨 담았다.

 모든 숫자가 정확히 휴대폰에 옮겨졌을때, 그녀는 요동치는 심장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여보세요."

 너무도 오랜만에 들리는 음성에 연이는 덜컥 숨을 삼켰다.

 "여보세요?"

 "언니."

 "누구세요?"

 "언니, 저 연이에요."

 휴대폰은 잠시 침묵을 담았다.

 "연이?"

 "네."

 "최연이? 꼬맹이?"

 너무도 오랜만이어서 어색할 법도 하건만, 그녀는 반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반겼다.

 "와, 진짜 너 엄청 많이 컸다. 목소리 못 알아듣겠는데? 완전 여자 목소리야."

 "언니, 저 남자여 본 적이 없는데요."

 "아하핰. 그래, 도도한 건 여전하구나? 아닌가, 나한테만 그런 건가?"

 "언니가 나만 보면 괴롭혔잖아요."

 "야아! 그건 귀여워서 그런 거지. 어린 게 기특하기도 하고."

 너무도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는 그녀가 그동안 정말 아무 일도 없던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연이가 여전히 어렸다면 또 완전히 속아버렸을 목소리였다.

 "..언니도 어렸잖아요."

 "어?"

 "언니도 충분히 어렸잖아요. 근데 왜 다 혼자 감당했어요. 아니, 그때는 내가 어려서 그랬다고 쳐도 나중에라도 말을 해줬어야죠."

 "연이야."

 "내가 언니 얼마나 원망한 줄 알아요? 번호도 맘대로 바꿔버리고 훌쩍 사라져버려서?"

 할 생각도 없었던 원망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나이를 먹었건만, 그녀 앞에서 연이는 여전히 어린 애였는지도 모른다.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보다는 서운하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을 보니.

 "..미안해."

 그런 그녀에게 하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때는 나도 너무 어려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어. 수연이 그렇게 만든 사람들, 어떻게든 처벌 받게 하려고 별 짓을 다해봤는데 딱히 변하는 건 없더라. 그러던 와중에 수연이 어머니 쓰러지시고, 경찰 조사네, 기자 회견이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차라리 다 버려버리고 싶더라. 그래서 다 정리하고 여기 온 거야. 나 편하고 싶어서.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수연이처럼 너를 돌볼 여유 같은 거 없었어. 당장 내가 살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조금 정신 차리고 나니까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금세 조용해 지더라. 그러고나니까 제일 먼저 생각나는게 너였는데, 이미 너무 늦어버렸더라고. 괜히 잘 살고 있는 애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싶고 그래서, 나중에는 일부러 연락 안 했어. 좋지도 않은 기억, 괜히 떠안고 살지 말라고."

 너무도 담담한 그녀의 말투에 연이는 오히려 더 마음이 아파왔다.

 "그게 어떻게 좋지도 않은 기억이에요. 나한테는 그 어느때보다 행복했던 기억인데."

 "...만에 하나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난 이제 수연이를 보면서 웃어줄 자신이 없어. 이제는 정말 원망부터 튀어나올 것 같거든. 왜 그랬냐고. 한 번이라도 나를, 아니 너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했다면, 어떻게 그렇게 혼자 훌쩍 도망칠 수 있는 거냐고. 연이야. 나한테 그 기억은 이제 좋은 추억이 아니야. 아픈 기억이지."

 "그럼 더더욱 나한테 말했어야죠. 이 바보야."

 연이는 훌쩍 울음을 삼켰다.

 "왜 이제와서 알게 해서 나만 나쁜 사람 만드는 건데."

 "어이구. 다 큰 줄 알았더니, 아직도 어리네, 우리 연이."

 하영은 휴대폰 너머로 살짝 웃었다.

 그러자 연이는 결국 울음이 터져버렸다.

 "진짜로, 진짜로 나빠. 나도 이제 다 컸단 말이야."

 "그래. 미안해. 나쁘고 못된 언니들이라서."

 원망이었다.

 왜 혼자 그 모든 아픔을 감당해왔는지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그렇게 힘들 때, 아무것도 자신은 해준 것이 없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기꺼이 아픈 기억을 끝까지 보듬어주고 있는 것에 대한.

 그녀는 그 모든 감정을 숨긴 채, 어리광을 피웠다.

 하영은 기꺼이 또 그녀의 어리광마저도 품어주었다.

 "다 울었어?"

 훌쩍거리는 연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연이야, 나 부탁이 있는데,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

 "...뭔데."

 "난 네가 진짜 유명한 아이돌이 됐으면 좋겠어. 그 누구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그런 아이돌 말이야.. 내가 살면서 후회하는 게 딱 두 가지가 있거든, 그중에 하나는 수연이 그런 일 있을 때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는 거야. 내가 조금만 더 유명했다면, 조금만 더 힘이 있었다면 지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항상 후회해. 그때 내가 수연이를 붙잡을 수 있었다면, 지금 우리는 함께 웃고 있지 않았을까하고. 그리고나서 수연이 어머니 쓰러지셨을 때, 소속사 대표가 병원에 찾아온 적 있거든. 위로금이랍시고 봉투를 건네주는데.. 순간 고민했어. 이걸 받으면 이 모든 일들을 청산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야. 근데 그게 나중에 그렇게 수치스럽고 치욕적일 수가 없더라. 뺨이라도 한 대 갈겨줬어도 모자랄 판에, 그걸 가지고 고민했다는 게. 나중에 그게 그렇게 후회되더라.."

 그녀는 그동안의 하소연을 풀어놓듯 연이에게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쏟아냈다.

 얼마나 억울 했을 지, 얼마나 힘들었을 지, 끝없는 그녀의 이야기가 대변하는 듯 했다.

 "근데 너는 안 그랬으면 좋겠어. 후회 속에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아니까, 내가 다 겪어봤으니까, 너는 훨씬 멋지고 당당하게 나아갔으면 좋겠어."

 그 긴 이야기 끝에 하영의 소망은 결국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

 "괜히 죄책감 같은 거 가지지말고."

 자신들의 이야기가 그녀의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것이었다.

 "아마 수연이도 그러기를 바랄 거야. 응?"

 끝까지 이기적인 그녀의 욕심에, 연이는 연신 눈물을 흘렸다.

 "나중에 너 엄청 유명해지면, 그때 한 번만 기억해줘. 참 즐거웠던 추억이었다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정도면 충분해."

 "...싫어."

 "응?"

 "지금까지 다 언니 맘대로 한 거니까, 이제부터 나도 내 맘대로 할 거야. 언니는 거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 내가 금방 혼쭐을 내줄테니까."

 "연이야.."

 "내 기억이야. 내 추억이고. 그 기억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고, 그 추억들을 미뤄둔다면 앞으로의 나도 없을 거야. 나는 언젠지도 모르는 내가 유명해질 때까지 못 기다려. 그니까 언니는 그냥 기다리고 있어. 이젠 내가 갈게. 그동안 언니 혼자 열심히 달려왔잖아. 이젠 내 차례야. 조금만 기다려줘. 금방 갈테니까."

 휴대폰 너머로 피식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하여튼 최연이, 말은 정말 기가 막히게 안 들어요."

 오랜 기억은 빛을 바란다.

 그것은 상식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어느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되레 선명해지는 것들도 있다.

 망각의 개념을 벗어난 꼴통 같은 기억들.

 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워서 차마 버릴 수 없는 기억들.

 그것을 우리는 얼룩이라고 부른다.

 
작가의 말
 

 최연이(27) - 하여튼 말은 정말 기가 막히게 안 듣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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