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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안의 너
작가 : 녹슨등잔
작품등록일 : 2020.8.18

과거의 악몽이 되는 3인방의 잔재를 떨치지 못한 부식이란 남자가 있다. 우연찮게 박나리라는 미스터리한 남자와 친구가 된 고독한 사람이다. 나리는 신비스런 힘의 소유자로,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객체로서 마주 보게 한다.
나리는 씻지 못한 죄를 저지른 자들로 하여금 낙인을 먹인다. 그가 모르는 곳에서는 X교라는 사이비 종교의 신봉자들이 세상을 잿빛으로 만들고 있다. 나리가 그들의 소굴로 흘러 들어간 건 순전히 우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 모두 지독한 악인들임에는 부정할 수 없고 부식의 소용돌이 또한 거기서 소멸되어야 한다.

 
3. 거식증
작성일 : 20-08-19 03:17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7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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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식은 시리얼 한 줌을 계량컵에 담아서 식탁에 앉았다. 코코넛 오일 한 숟가락과 먹으면 한 끼가 해결된다. 시리얼을 입에 넣고 오래도 씹었다. 서른다섯. 나이를 많이도 먹었다. 하지만 결혼 생각은 아예 없었다. 시한부 인생을 즐길 인간이 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감기 시럽을 먹듯 수저에 든 것을 입으로 옮겼다. 여러 번에 걸쳐 조금씩 삼켰다. 수저가 앞니를 긁고 나올 때는 신경이 날카로워져 미간을 찌푸렸다.

 홀쭉하게 들어간 배를 보고 있으니 여자라도 된 듯했다. 얇은 팔과 길어진 손가락을 보자면 영락없다. 하지만 탄력을 잃고 뼈까지 말라붙어 있는 다리를 보고 있자면 병자가 확실하다.

 고구마의 반대말은 안 고구마!

 TV 소리가 요란했다.

 “고구마의 반대말은 안 고구마.”

 그가 멍하니 따라 했다. 웃기지도 않는 말인데 저렇게나 재밌어 하나 싶었다. 아무리 신경 써야 할 게 많은 연예인이라지만 필요 이상으로 인위적인 제스처다 싶었다. 그는 TV 혼자 떠들게 놔두고 창가로 다가갔다. 비가 와서 바깥 구경하기엔 그만이었다. 딱히 뭔가를 원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빗줄기가 허공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좋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레이저 세례.

 거의 무의식적으로 왼쪽 손가락을 툭툭 건들었다. 약지에서 멈췄다. 뭔가 만져지는 게 있기라도 하는 듯 빙글 돌렸다.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한때는 거기에 반지가 있었지만. 좋은 건 아니었다. 다이아가 박혀 있긴 했지만 제일 싼 거였다. 그는 딱히 비싼 걸 뒤집어쓰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커플링은 예외였다. 거의 청혼을 하듯 커플링을 건넨 기억이 났다. 그만큼 박영서를 사랑했다. 그럼에도 그녀가 죽게 놔두었다.

 문득 오후인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내는 어두웠다. 1시 43분. 왠지 우울했다. 무심결에 창문에 이마를 갖다 댔다가 찬 감촉이 싫어 떼어냈다. 이마를 연거푸 문지르면서 돌아섰다. 좀 누워 있고 싶었다.

 

 “오빠 우리 어디 가?”

 “좋은 데.”

 “좋은 데? 좋은 데가 어딘데?”

 “하늘이 있고 공기가 있고 땅이 있는 곳.”

 “그런 데도 있었나?”

 “있어. 나만 아는 곳이야.”

 “좋은 덴가 보네.”

 “아닐 수도 있고.”

 “뭐야 갑자기.”

 “밑밥을 깔아 놔야 네가 실망을 안 하지.”

 

 잠에서 깬 부식은 이마에 팔을 얹은 채 천장을 바라봤다. 영서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오랜만에 꾸는 그녀 꿈이었다. 원래는 제주도 여행을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해 여름, 교통사고에 휘말려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공항에선 폭력 시비가 있었다. 탤런트 K와 동행한 매니저가 얼씬거리지 말라며 괜한 노인에게 욕을 한 탓이었다.

 결국 좋은 곳은 그녀의 집이 되었다. 처음 있는 초대였다. 거기서 은근히 기대했던 관계를 가졌다. 45일 만의 섹스였다. 첫 섹스는 첫 만남에서 이루어졌다. 나쁘게 말하면 데이트 강간이었다. 취한 그녀를 모텔에 데려가 옷을 벗겼다. 중간에 도망갈까 하다 잠이 들었다.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되었다.

 부식은 옆으로 돌아눕듯 침대 밖으로 다리를 내밀었다. 두 다리 위에 두 팔을 얹고 잠자코 있었다. 적막이 내려앉은 방은 그의 입처럼 무거웠다. 그는 표정이나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여자를 어떻게 한다는 생각은 남의 일로 여겼다.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혐오스러움도 느꼈었다. 이해도 했다. 그런 그가 한 짓은!

 그는 영서를 진심으로 아꼈다. 5살 연하였으니 그녀는 23살이었고 그는 28살이었다. 그녀와의 2년 만남 이후 그는 여자에 흥미를 잃었다. 사람에 대한 재미를 잃었다고 해야 했다. 거식증은 갑작스레 찾아온 것으로 그녀와는 상관이 없었다. 일정 부분 상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연관을 짓자면 이 세상에 그러지 못할 게 뭐가 있을까.

 그는 일어나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거의 집에 갇혀 살았다. 이런 생활이 지겨웠다. 이젠 저세상 생활을 할 때가 된 것도 같다. 하지만 통 쉽지 않으니. 그는 왼 손목을 봤다. 마치 한 줄기 빛만 간신히 들어오는 독방에서 날짜를 세는 죄수가 새긴 것 같은 시그니처. 비가 아직도 내릴까 궁금하여 거실로 나갔다. 비는 그쳐 있었다. 왠지 아쉬웠다. 비 그친 후라면 늘 그렇듯 꿉꿉한 기분이다.

 문득 외딴 모텔이 생각났다. 스스로를 무참하게 난자하던 미친 남자! 부식은 모텔 사건의 참고인이었다. 세상에는 별의별 이상한 놈이 많고 특이한 자살 방법도 많다란 걸 절감하게 해준 실로 요상한 사건이었다. 경찰서에서 그는 본 것만 말했다. 그중에 신음 소리는 빼는 게 당연했다. 소지하고 있던 과도 탓에 추궁을 받았을 땐 사실대로 자살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실토라고 할 것도 없었다. 거리낄 게 없었으니. 왼쪽 팔목을 걷어서 보여주자 미친놈 다 보겠다는 듯한 눈이 되던 애자들.

 여자와는 따로 조사를 받았다. 그도 그게 나았다. 경찰과 대동했던 첫날 심심풀이 땅콩처럼 음담패설을 받아내던 여자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런 기억은 정신 건강에 해로웠다. 어쨌든 결론은 단순 자살이었다. 집단 최면이 아닌 이상에야 그게 사실이 아닌가. 남자는 최근 몇 달 동안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심신 미약으로 인한 범죄이니 아마 징역살이는 네모난 관에서 5일 정도면 될 것이다. 그다음에는 바다로 훨훨.

 순간 부식은 죽음의 의미를 생각했다. 과정이 좆같지만 완전한 자유를 얻을 것이었다. 너무나 좆같은 과정이라 감히 트로피를 원하는 자가 없다는 게 흠이다. 얼마나 좆같으냐면 그의 왼 손목이 말해준다. 무심히 입만 늘어난 왼 손목. 배는 고픈데 들어올 것이 없다. 그는 차디찬 칼날의 환각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워!

 그는 화들짝 놀라 두 팔을 펄떡거렸다. 아무도 없는 게 당연했다.

 저녁 준비를 하면서 그는 다시 활기를 느꼈다. 특히 저녁때라야 그랬다. 아침이나 점심 중 한 끼는 건너뛸 때가 많다. 먹어도 코코넛 오일 한 스푼과 시리얼 한 움큼 정도를 먹었다. 때에 따라 단백질 쉐이크로 하루를 버틸 때도 있었다. 저녁을 챙겨 먹을 때면 성찬이다. 스테이크를 굽고 와인을 따랐다. 어린이한테도 성에 차지 않을 양이지만 그에겐 로마 황제 못지않은 만찬이었다. 그는 하루에 600kcal를 취했다. 성인 남성의 일일 섭취량이 2500kal이니 1/4도 안 되는 셈이었다.

 가끔은 껍데기만 붙은 이 몸이 썩 괜찮다는 생각도 하는 그였다. 불필요한 지방을 쏙 뺀 진짜만 남은 것이다. 사족을 뺀 담백한 문장 같다고나 할까. 그는 자신이 웃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고기를 썰었다. 이따금 고기를 썰 때도 현기증이 찾아올 때가 있었다. 사실 그러고자 한다면 언제든 못 찾아오겠는가. 특히 변비 때가 고역이었다. 혈압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단 걸 종종 깨닫곤 한다. 누군가 대변을 보다 죽었다는 우스꽝스런 기사는 사실 일상의 공포였던 것이다.

 그는 살인마를 달고 사는 셈이다. 온몸 구석구석이 어떤 형태로든. 예를 들어 오른팔. 하지만 너무도 서툴러서 아직도 코앞에 있는 왼팔을 죽이지 못하고 있다. 마치 638회나 암살 시도를 한 CIA와 끝내 살아남은 피델 카스트로의 관계처럼. 그는 스테이크 소스가 남은 접시 한쪽의 인공 달을 보았다. 마치 겨울 해 같았다. 부하게 이글거리지만 싸늘하기 이를 데 없는 삼동의 해.

 실내에서 보면 속게 된다. 멋도 모르고 뛰어나가면 엄동설한이 기다린다. 갑자기 밀어닥치는 삭풍의 정체는 모른다. 낙엽은 멋대로 부서지고 하늘에선 건더기들이 휘몰아친다. 얼마나 쓸쓸한지 모른다. 한순간 그런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박영서와 함께 있는 매 순간이 그런 시절이었다.

 그녀에게 모질게 굴 때도 있었다. 그녀에 대한 사랑이 괴롭힘으로 번질 뻔했을 때도 있었다. 섹스 중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쓸 때가 그럴 때였다. 엄마의 젖을 무는 때 묻지 않은 아기의 표정을 잃는 때가 찾아온 것이다. 만취한 말초신경과 손바닥과 발바닥을 간질이는 쾌락과 쾌감. 그런 것에 압도되어 그녀를 고깃덩이로 인식한다.

 적수를 만난 듯 무섭게 인상을 쓰며 그녀 안을 페니스로 후벼 판다. 모든 것에 불만족하는 상황이라 평범한 펠라티오로는 만족이 되지 않는다. 더 많은 체액이 필요했다. 깨끗한 체액이 더더 필요했다.

 불현듯 그는 후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어……!”

 발기가 된 것이다. 그는 탄식을 하면서 앉은 자세로 바지를 끌어 내렸다. 확인하기 무섭게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놀라운 발견이었다. 모텔의 여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마음에 든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연관성이 있는 여자를 찾는 방법이 그런 수단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모텔의 여자를 떠올리며 튜브 같은 성기를 주물렀다. 더 확신한 방법으로 영서를 떠올리려 했으나 죄책감이 들었다. 순결한 사람이 되려는 시도도 아닌데 마음에서 숭고함 마저 묻어났다. 포기했다.

 따르릉.

 아버지였다.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전화기를 놔준 사람이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버지에게서만 전화가 왔다. 그 전화번호를 아는 것도 아버지밖에 없었다. 그는 느릿느릿 일어나 전화기가 있는 거실로 갔다. 끊길 줄 알았는데 전화기 앞에서 잠깐 기다려도 벨이 이어졌다.

 “네.”

 그가 말했다.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느냐?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면 받질 않아서 놔준 전화기인데.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당최 모르겠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아무 일도요.”

 “아아, 대답 한번 시원스럽구나. 뭔 대답이 그러냐? 여자 한 명 죽었기로 세상이 끝나기라도 하냐? 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당장 콧바람 좀 쐬라. 머리를 좀 식혀. 집 밖에만 나가도 여자야! 너는…….”

 “끊을게요.”

 “뭣?”

 “영서 이야기하지 말라고 말했죠? 여자가 죽니 마니 하면서 기분 더럽게 만들지 마세요.”

 “아버지 좀 생각해라. 내 나이가 몇인 줄 아냐? 나도 손주 좀 보자. 어디 가서 치료도 안 받겠다고 하고 대체……! 세상에서 제일 강적이…….”

 “자식이란 소린 아버지가 지어냈겠죠.”

 “이 자식 이거!”

 “다음에 전화할 게요. 오늘 피곤한 일이 많았어요. 죄송해요.”

 달칵.

 부식은 내려놓은 수화기를 다시 들어서 찍어 눌렀다.

 아버님이야?

 다시 수화기를 집어 들려던 손이 멈칫했다. 그는 얌전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직물이 앞을 가렸다. 그는 주춤 물러서며 직물을 잡았다. 좋은 실로 짠 빨간색 스웨터였다.

 아버님 드리려고 내가 만든 거야. 예뻐? 싫어하시진 않겠지?

 “너무 예뻐.”

 그가 뇌까리듯 말했다.

 그는 스웨터를 움켜쥐고 코로 가져갔다. 마치 마약에 찌든 자가 악마의 가루를 코로 삼키듯 숨을 들이마셨다. 옷이 뭉개지면서 그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폐부 깊숙이 황홀함이 밀려왔다. 그녀의 냄새였다. 온통 그녀의 냄새가 배겨 있었다.

 그는 이물감을 느끼며 눈을 떴다. 눈을 감고 있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입에서 늘어나온 침이 가슴까지 치달아 있었다. 입을 훔치는 둥 마는 둥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당연히 그녀는 없었다. 그는 가만히 있다가 벽이며 바닥, 가구, 장식재들의 패턴을 두루 살폈다. 눈으로 선을 이으면서 시간을 죽였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의미 없는 삶에서 1분 1초 정도를 죽인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으니까.

 따르릉.

 아버지인가? 그는 무시하기로 했다. 전화를 받을 이유가 없었다. 사는 꼴을 보고도 결혼 타령, 가정 타령하는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이 엄마에겐 얼마나 모질었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낚시 낚시해대며 들들 볶는 통에 엄마는 아버지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바다낚시를 간 건 둘이지만 돌아온 건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물에 빠져 죽었다. 아직도 엄마의 입에서 나왔다던 물고기 이야기는 잊을 수가 없었다.

 따르릉. 따르릉.

 “그만…….”

 그는 옆으로 돌아선 채 손을 휘저었다.

 따르릉.

 “아, 안 받아.”

 따르릉. 따르릉.

 그는 귀를 틀어막았다.

 따르릉따르릉.

 왠지 그는 충열 되었다. 아버지라는 인간을 죽이고 싶었다.

 따르릉.

 그가 막 수화기를 집는 순간 신호음이 끝난 거 같았다. 하지만 귀에 갖다 대자 불편한 공전음이 들렸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상대편도 말이 없었다. 그는 버럭 화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기력이 없었다. 또 피곤해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벗어나고 싶었다. 어쩌면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빠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죽이고 싶었다.

 “네.”

 그가 말했다.

 “아무 말 없…….”

 “최부식인가?”

 상대편이 말했다. 아버지는 절대 아니었다.

 부식은 잠깐 눈을 굴리며 생각했다. 별거 아니지 않은가? 그의 전화번호가 국가에서 부여한 유일한 비밀 회선도 아니고.

 “보이스 피싱?”

 “……뭐?”

 부식은 대꾸하지 않았다.

 “내 목소리 못 알아보겠어? 에 그러니까 내 목소리 잊어버린 거야? 그거 쉽지 않지 않아? 나는 단박에 알아보고 덜덜 떨 줄 알았는데. 아니, 좋아할 줄 알았다고. 우리 그렇고 그런 사이였잖아. 에 그러니까…….”

 해골만 남은 얼굴에서 두 눈만 유일하게 살아났다. 부식은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마치 목이 졸리고 있는 듯했다. 모르고 있었는데 등 쪽에 근육통이 있었나 보다. 지금 순간 잘못된 몸의 얼개가 느껴졌다.

 “누구세요?”

 부식이 자신 없이 말했다.

 “하! 진짜! 이러기야? 알면서 모른 척이야? 내가 이쯤 했으면…….”

 “용문이 형?”

 “씨발, 내 이름을 네한테서 들으니까 뭔가 좆같네. 에 그러니까 내 이름인데 내 이름이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든다고. 너 어디 사냐?”

 뭐라고 하기 전에 상대가 이어 말했다.

 “알 것도 같은데 어디 살아? 내 말 알아듣지? 살이 쏙 빠져가지고는 뇌도 얼마 안 남았을 거 같은데. 너 그거 같더라. 건포도? 건자두? 에라이 건과일 같은 자식!”

 상대방이 혼자서 재미를 보고 웃었다.

 “……전화번호 어떻게 알았어요?”

 “차라리 오늘이 왜 14일인지 물어라, 병신아.”

 “왜 14일……?”

 “어제가 13일이었으니까 씨퐁아!”

 부식은 부리부리한 눈을 뒤집어 까고 있을 상대방의 얼굴이 연상 되었다. 항시 배 바지에 손을 꽂고 다니는 난쟁이 똥자루.

 “내일 눈에 잘 띄는 빨간색 옷 입고 지하상가 3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1시 반이야. 점심은 무린 거 알지? 네 아가리에 쌀알 넣어 줄 돈이 없거든. 너한테 파면 나올 돈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상대가 확인했다.

 “알았냐?”

 “……네.”

 달칵.

 삐. 부식은 귀를 관통하는 삐 소리에 몽롱한 눈을 깜빡였다. 곽용문 하면 떠오르는 남자들이 있었다. 이민수. 문윤재. 쓰레기 3인방. 그를 파괴한 괴물들. 그는 손목의 맥박을 느끼며 기댈 곳을 찾아 절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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