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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야월취화(.夜月取花)
작가 : 소월혜
작품등록일 : 2020.8.19

호적에 이름은 올라와 있으나, 가문의 성을 물려받지 못한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나는 불로 취하지 못한 꽃이 아니라 달이다. 그 누구도 취하지 못하는 달이 될 거다.” 무가의 장녀로 태어난 연은 혼인을 앞두고 살수의 습격을 받는다. 죽음의 위기 속, 신이한 힘을 발현한 연의 앞으로 한 사내가 나타나는데…. 통일 신라 말, 7명의 도깨비를 만든 여인의 이야기.

 
제 2장 도깨비- 20화 도깨비 감투(5)
작성일 : 20-08-19 02:58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6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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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장 도깨비- 20화 도깨비 감투(5)

 

 

 “소리로 듣고 피하려 하지 말고 감각을 집중해.”

 

 “말이야 쉽지, 그게 너처럼 마음대로 되는 줄 알아!”

 

 연은 부글부글 차오르는 짜증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걸 느끼며 솔방울을 피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을 잡는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운이 속도를 높였다.

 

 “느려졌어!”

 

 “네가 빨라진 거잖아!”

 

 속도를 올린 운을 따라가느냐 지친 연이 짜증스레 외쳤다.

 

 둘은 티격태격 말을 나누면서도 누구 하나 먼저 훈련을 종료하자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솔방울이 오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높아져 가는 언성을 들은 누군가가 연 일행 쪽으로 다가왔다.

 

 “어, 시은 누님이네! 안녕!”

 

 “혹 두 분 싸우는 거니? 말려야 하지 않을까?”

 

 “괜찮아, 훈련 중이야!”

 

 “뭐-?”

 

 대체 누가 솔방울을 던지며 피하는 걸 훈련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잡기 놀이라도 하는 게 아닌 이상 시은이 볼 때, 연은 운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매일 두 분이 저런 훈련을 하니?”

 

 “아니! 나도 오늘 처음 봐!”

 

 해맑으면서도 올찬 홍의 대답에 놀란 시은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멍 때렸다.

 

 생각하기를 포기한 듯한 얼굴에 홍이 고개를 깐딱거리다 다시 연과 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형님 말로는 지금 누님은 시험 중이래. 피하는 것도 잘해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나 뭐라나.”

 

 홍은 시은이 듣건 말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지껄였다. 마침 심심했는데 말 상대가 생겨 기쁜 모양이었다.

 

 “그렇구나.”

 

 저런 훈련이 왜 그들에게 필요한 건지 알 수 없으나 시은은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겨버렸다.

 

 아이가 굳이 저 둘을 말리지 않는 걸 보면 위험한 놀이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말이야, 지금까지 흥겨운 자리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웃고 떠드는 소리를 듣고 때로는 간절히 비는 모습을 봤어. 근데… 누님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어.”

 

 홍이 연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서 말했다.

 

 “그런 표정은 처음 봤어, 비가 오던 때도 말이야. 그러니까 나는 누님이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지 다 갖게 해줄 거야, 무슨 수를 써서든!”

 

 아이가 민망한 듯 검지로 코를 비볐다. 시은은 잠자코 홍의 말을 듣고 있다가 아이가 보고 있는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허공에 휘날리는 천이 눈보라처럼 세차게 움직이다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닮은 새하얀 사람이 나비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솔방울을 피했다.

 

 

 왼쪽, 그 다음도 왼쪽. 다음은 오른쪽. 이번엔 아래!

 

 이번에 연은 운이 던진 솔방울을 다 피했다, 허나 자만해서는 안됐다.

 

 어디 그가 보통 인물이었나? 한고비를 넘겼으니 분명 더 한 게 올게 틀림없었다.

 

 연이 숨도 쉬지 않고 주위의 공기를 살피는 동안, 짙은 살기와 함께 무언가가 그녀를 향해 내달렸다.

 

 ‘이번에는 사방에서 동시에 오잖아? 이건… 어떻게 피하지?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나?’

 

 “머리로 생각만 하면 이번엔 못 피해!”

 

 친절한 조언인지, 그냥 악독한 선생의 비아냥인지 모를 말이 연의 뇌리에 깊게 새겨졌다.

 

 ‘날아오는 기세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려! 그러면 맞는 한이 있어도 왼쪽으로 피하는 수밖에!’

 

 연은 유독 한쪽 머리털이 쭉 서는 느낌에 그 반대쪽으로 몸을 옮긴 후, 소맷 자락을 넓게 휘둘렀다.

 

 본능적으로 감싼 머리와 목을 제외한 다리와 팔에 솔방울이 튕겨 나갔다.

 

 동시에 쐐액하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한차례 귀를 찢는 비명이 작은 마을 안에 울려 펴졌다.

 

 “꺄악!”

 

 “누님-!”

 

 

 *****

 

 

 콱.

 

 시위에서 달아난 화살처럼 오른쪽을 스치고 날아간 무언가는 매서운 소리를 내며 뒤에 있는 나무에 박혔다.

 

 “잘했어. 시험은 통과다.”

 

 연이 얼굴 전체를 가린 천을 끌어내리고 뒤를 돌자, 나무에 제대로 박힌 단도가 보였다.

 

 단도를 보는 순간, 연은 너무 놀라서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만약 오른쪽으로 피했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장면에 그녀가 몸서리를 쳤다. 사냥꾼에게 쫓기다 도망친 사슴이 된 기분이었다.

 

 ‘어쩌자고 저걸 던질 생각을 한 거지?’

 

 뻐근한 가슴께를 어루만지며, 피가 들끓어 긴장으로 수축된 몸이 천천히 풀어지도록 고르게 숨을 쉬고 있는 연에게 그가 다가왔다.

 

 “전투를 하다 보면 정말로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올 거다, 그때는 무언가를 포기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피해를 덜 입는 쪽을 택해야 하지, 지금처럼.”

 

 긴장으로 굳은 그녀의 얼굴을 본 운이 다 끝났다는 걸 알리기라도 하듯 가볍게 웃었다.

 

 그의 옅은 미소를 본 연은 파들파들 떨리는 입꼬리를 당겨 억지로 웃었다.

 

 ‘참자, 상대는 아픈 사람이다. 아픈 사람이다.’

 

 마음 같아서는 등짝을 한 대 세게 내려치고 싶은데 하필 전날 가장 많이 다친 곳이 등이었다.

 

 “우곽을 보면 최대한 거리만 벌려.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하마.”

 

 “그래.”

 

 저 말이 그의 허세라거나 자존심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건 운의 실력은 직접 본 연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리고 마냥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도.

 

 허나, 그녀가 두려운 건 우곽을 상대하다 또 그가 다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연은 될 수 있으면 우곽과의 싸움은 피하고 싶었다. 물론 호승심이 많은 운은 싫어할 얘기였다.

 

 연이 운에게 우곽을 상대할 방법을 논의하려 말을 붙일 때, 밤톨만 한 크기의 머리가 그에게로 토도도 달려왔다.

 

 “이 미친 형님아! 누님이 진짜로 다치면 어쩌려고 저런 걸 던져!”

 

 “피할 거라고 믿었으니까, 던진 거다. 그리고 진짜로 내가 연이 칼에 맞게 놔 둘 거 같나.”

 

 “놔둘 것 같으니까, 이러는 거 아냐! 이 화상아-!”

 

 홍이 진짜로 놀랐는지 그가 다쳤다는 것도 잊고 조그마한 팔로 고기를 다지듯 운의 허리를 미친 듯이 때렸다.

 

 마음 같아서는 얼굴을 때리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키가 안 닿으니 허리라도 때리는 모양이다.

 

 홍이 그러거나 말거나 주먹이 간지럽다는 듯이 맞고만 선 운의 눈길은 참 무심했다.

 

 아마 아까 단도 앞에 있던 게 연이 아니라 홍이었다면 그대로 맞게 뒀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그녀를 스쳤다.

 

 홍도 그걸 느꼈는지 더 세게 운의 허리를 때렸으나, 운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모기가 그를 물었어도 저것보단 반응이 있었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반 시간도 안돼서 다시 사이가 틀어져 가는 둘의 모습에 연이 속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제발 감정의 골만 깊어지지 말아라.’

 

 

 *****

 

 

 훈련이 끝나고 나서 운은 마실 물을 떠오러 갔고 홍은 도깨비에 관한 정보를 모아오기로 했다.

 

 덕분에 시은과 나 둘만이 그 자리에 남게 되었는데, 시은은 이때를 기다린 사람인 양 말문을 뗐다.

 

 “무리하게 도와주시지 않고 떠나셔도 돼요. 충분히 하실 만큼 하셨는걸요.”

 

 ‘우리가 떠났던 걸 알고 있었구나.’

 

 짐짓 밝게 웃고 있는 그녀의 안색은 좋지 않아 보였다. 아마 우리가 안심하고 떠날 수 있도록 무리해서라도 웃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진작 그녀에게 해주었어야 하는 말을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미안합니다. 아까 소리를 지른 것도 아씨의 아버지를 의심한 것도요.”

 

 “네?”

 

 “무척이나 용감하신 분이더군요. 덕택에 목숨을 구했습니다. 아버지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해 주시겠어요?”

 

 “물……물론이요!”

 

 “그리고 홍이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시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허리를 살짝 숙이고 고개 인사를 건넸다.

 

 진짜 내 신분을 아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기함을 치고 까무러칠 일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니에요! 저는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없어요! 솔직히 모두가 위험해진 건 저희 아버지 탓이 큰걸요.”

 

 시은이 부산을 떨며 나를 일으켰다. 그러고는 눈을 반쯤 접어 내리고는 맞잡은 제 손을 풀었다 꼈다 하기를 번복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그분의 물건을 훔치지 않으셨더라면 여러분이 위험에 빠지는 일도 없었겠지요. 이런 말하기 부끄럽지만, 무사님은 괜찮으신가요……?”

 

 “일단 치료하긴 했지만,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아…….”

 

 생각이 많아 보이는 듯한 그녀의 얼굴에 암영이 드리워졌다.

 

 일부러 시은의 죄책감을 부추기려 저리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많이 다친 사람을 두고 괜찮다는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아서 한 말이었는데…….

 

 상처를 받은 그녀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가슴에 돌이 쌓인 기분이었다.

 

 “저… 한번 거절하신 건 저도 알지만, 다시 무사님께 술을 권해드려도 될까요? 통증을 줄여 줄 거예요.”

 

 “운이 마신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한번 물어볼게요.”

 

 “네!”

 

 그녀가 날이 바뀐 후로 처음으로 밝게 웃었다. 여름날 싱그러운 풀잎처럼 상큼한 웃음에 나도 그녀를 따라 설핏 웃었다.

 

 ‘때 묻지 않는 사람이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

 

 문득, 어제 나타난 이상한 사내의 정체를 그녀에게도 알려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다시 그녀에게 말을 붙였다.

 

 “혹 아씨께서 도깨비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습니까?”

 

 “옛날이야기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음, 도깨비는 떡이랑 술, 여자를 좋아하고 내기하는 걸 좋아한대요! 싫어하는 건 아마, 말 피랑 팥을 싫어한다고 어른들께서 종종 이야기하시는 걸 들은 것 같아요.”

 

 ‘실제로 본 적은 없어서 맞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라고 덧붙인 그녀가 갑자기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나를 보고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한데 그건 왜 물으시는 건가요?”

 

 “우리를 공격한 사내 말입니다. 그자가 사람이 아니라 도깨비일 거라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어서요.”

 

 “예? 그런 게 실제로 존재한단 말입니까!”

 

 소스라치게 놀란 시은은 들고 있던 술잔을 떨어뜨렸다.

 

 나는 그것을 물 흐르듯이 받아 내어 다시 그녀에 손에 부드럽게 올려주었다.

 

 “와아.”

 

 내 빠른 동작에 감탄사를 내뱉은 시은이 동경의 빛을 띠며 눈을 반짝였다.

 

 별거 아니었는데 좀 부담스럽다.

 

 “그럼 도깨비가 잘하는 건 뭔지 아시나요?”

 

 “어… 요술을 부리고, 많은 재화를 가지고 있고, 그리고 변신을 잘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감투를 이용해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해결책을 떠올리려 평상 주변을 탑돌이를 하듯 빙글 돌았다.

 

 시은은 들고 있던 술잔을 들고 장독대 앞으로 다가갔는데 그녀가 뚜껑을 열자 시큼한 누룩 냄새가 났다.

 

 “그러고 보니 다른 집보다 독이 많던데 이건 다 뭔가요?”

 

 “아 술이에요. 아버지가 술을 워낙 좋아하셨거든요.”

 

 “그렇다면 지금은 아니신가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는 그 좋아하던 술도 끊으시고 저를 키우는 데 집중하셨어요. 뭐 워낙 가난한 집이다 보니까 아버지가 열심히 일하셔도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언제든 좋아하시는 술을 마셨으면 하는 마음에 하나씩 직접 만들다 보니 이렇게 늘어났어요.”

 

 잔뜩 눈시울이 붉어진 시은이 내게서 몸을 반대쪽으로 돌리고는 독에 먼지가 쌓였다며 뚜껑 위를 손으로 휘휘 쓸었다.

 

 그녀의 집 마당에 놓인 독은 큰독과 작은 독을 합해서 무려 열 개가 넘었다. 그 많은 독에 술을 담글 동안, 시은은 자신의 행동이 보답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간 아버지가 마셔줄 것이라 여기며.

 

 다른 건 다 부서져 가는 세간살이면서도 독 하나만큼은 반질반질 윤이 나는 모습에 마음이 쓰여 부러 낭랑하게 말을 띄웠다.

 

 “한 잔 주실 수 있을까요?”

 

 “네네!”

 

 시은이 급히 오른팔로 눈가를 몇 번 문지르고 나서 깨끗한 술잔에 술을 담아 주었다.

 

 술잔에서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찌르며 들어왔다. 사실 술은 처음 먹어 보는 건데 괜찮겠지?

 

 불순물 없이 투명한 액체가 손안에서 출렁였다. 눈 딱 감고 술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맛있다.”

 

 냄새가 영 좋지 못해서 어쩌면 맛도 그럴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마신 술은 은은한 배꽃향기가 났다.

 

 “독마다 종류가 다 다르고 방금 드린 건 술맛이 연해서 처음 마시는 분들도 편하게 드실 수 있게 만든 꽃술이에요”

 

 아 그래서 쉽게 목으로 넘어갔구나.

 

 생각지 못한 세심한 배려에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반면, 시은은 처음 술을 개시해주는 손님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지 독마다 무슨 술이 들어있는지 얘기하며 다른 술도 한잔하기를 권했다.

 

 그런데 시은이 제일 끝자락에 있는 독은 설명도 하지 않고 넘어가는 모습에 궁금증이 일어 그 독을 가리켰다.

 

 “아, 이건 우연히 뚜껑 닫는 걸 잊고 나갔다가, 솔잎이 잔뜩 들어가서 못 쓰겠더라고요.”

 

 “냄새는 괜찮은데.”

 

 술잔을 독에 넣고 살짝만 술을 떴다, 그리고 배탈이 나지 않을 정도로만 입에 머금었는데…… 역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입안에 감미롭게 퍼져나갔다.

 

 끝은 솔향이 은은하게 감돌아 목 넘김도 좋았다.

 

 “안 돼……!”

 

 옆에서 시은이 내 터무니없는 행동에 허망한 듯 외쳤다. 허나, 이미 마신 걸 뱉어내라고 내 멱살을 짤짤거릴 수도 없으니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것으로 그쳤다.

 

 내가 탈이라도 날까 봐 걱정하는 눈치였다. 아마 내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후를 보인다면 당장 측간으로 데려가지 않을까?

 

 솔직히 그건 참아줬으면 해서 계속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는데…… 효과는 미미했다.

 

 주먹을 불끈 쥔 그녀의 모습이 아주 용맹해서 뱉어내는 시늉이라도 해볼지 잠시 고민했다.

 

 “이 술 직접 드셔보신 적은 있나요?”

 

 “그렇게 끔찍… 한 맛인가요?”

 

 시은이 얼굴을 굳히고 심상한 투로 물어왔다. 자신감이 사라진 그녀의 모습은 그녀답지 않았다.

 

 지금까지 시은이 건넨 술 중 당연히 으뜸을 고르라 하면 이 술이었다.

 

 다른 술도 전부 맛있었지만, 기대를 안 하고 마셔서 인가 유난히 이게 제일 괜찮게 느껴졌다.

 

 ‘그래!’

 

 “아까 도깨비는 술하고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셨죠?”

 

 “아! 네!”

 

 “덕분에 좋은 생각이 났어요. 그리고 너무 걱정 말아요. 우곽을 회유할 방법을 알 것 같으니까.”

 

 내가 귀퉁이가 약간 부서진 닭장을 보며 음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꿍꿍이가 있는 듯한 내 웃음소리에 시은이 내게서 한 발짝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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