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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야월취화(.夜月取花)
작가 : 소월혜
작품등록일 : 2020.8.19

호적에 이름은 올라와 있으나, 가문의 성을 물려받지 못한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나는 불로 취하지 못한 꽃이 아니라 달이다. 그 누구도 취하지 못하는 달이 될 거다.” 무가의 장녀로 태어난 연은 혼인을 앞두고 살수의 습격을 받는다. 죽음의 위기 속, 신이한 힘을 발현한 연의 앞으로 한 사내가 나타나는데…. 통일 신라 말, 7명의 도깨비를 만든 여인의 이야기.

 
제1장 야월취화(夜月取花) - 6화 주령의 등장(1)
작성일 : 20-08-19 02:34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6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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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흘 후.

 

 

 벌써 사흘이나 지났는데도 궁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상대등의 죽음과 행방이 묘연한 대장군의 이야기는 도성 안 어디서도 들을 수도 없을 정도였다.

 

 밤중에 화재가 일어난 궁을 두고 제각각의 이야기를 꽃피워내던 백성들도 지금은 한결 시들해졌다.

 

 이대로 사건이 묻혀버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세상은 고요했다.

 

 그러는 동안, 결과 함께 은밀히 수일 장군과 부모님의 행방을 찾았으나 별다른 소득은 얻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쓴 모포를 잡아당겼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까지도 나를 잡으라는 방이 붙지 않았다는 점 하나였다.

 

 어쩌면 폐하께서 우리 가문을 버리신 게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흘 내리 나를 추포하라는 방이 붙지 않은 점이 이해가 갔다.

 

 그러나 상대등이 한 말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가 한 말이 진실일 경우,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 대장군인 아버지와 과거 공주였던 어머니의 결합은 아무리 그들이 폐하의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해도 가만히 좌시하고만 있기에는 거슬리는 존재일 터였다.

 

 그러니 월성 안에 화재가 일어나도 궁인들을 보내지 않은 거겠지.

 

 최악의 경우. 내 방이 붙는 순간,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는 걸 인정하고 바로 도성을 떠야 했다.

 

 다만 여기가 수도라는 점이 문제였다. 검문이나 순찰이 다른 곳보다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라 몰래 도성을 빠져나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랑 마찬가지였다.

 

 즉, 검문을 통과하는 게 제일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었다.

 

 허나, 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신분을 증명할 패가 필요했다.

 

 내 패는 그날 저택과 함께 불에 타 사라져버렸으니 어디선가 다른 패를 구해와야만 하는데 웬만한 가짜 패로는 바로 검문에서 걸릴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내 이름으로 새 패를 만들 수도 없고…….’

 

 여러모로 서라벌에 발이 묶인 상황이었다.

 

 새 패를 구하는 일과 부모님, 그리고 수일 장군의 행방을 찾는 일이 동시에 신중히 이루어져야 했다.

 

 떠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막 둘이서 장에 온 참이었다.

 

 수도를 떠나는 일이 생긴다면 노숙을 해야 할지도 모르니 미리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자는 뜻에서였다.

 

 한길로 잘 정비된 노점상에는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인형극을 하거나 묘기를 부리는 자들도 간혹 보였고, 거리마다 금으로 된 장신구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사치를 금한다는 명목 아래 시행된 규율 탓에 대놓고 구매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아마 직접 집으로 방물장수를 부르거나 상단을 부르겠지.’

 

 그래도 누가 귀족이고 평민인지는 금방 구분 할 수 있었다.

 

 귀족들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화려하게 분칠하고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서역에서 들여온 보석과 금을 주렁주렁 단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특히, 여인 같은 경우에는 배당을 입지 않았거나 나무 빗을 머리에 꽂고 있다면 평민이었다.

 

 그리고 옷에 박힌 무늬가 금박이나 은박이 아니라면 대게 귀족이 아니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덜 화려하다 싶으면 거의 평민이라 보아도 무방했다.

 

 알아서 다들 ‘나는 귀족이다.’ 하는 옷차림으로 돌아다녀 주니, 혹시라도 내 얼굴을 알고 있을지 모르는 이들을 피해 다니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덕분에 몸을 숨기는 데는 편했다.

 

 장안을 한창 돌아다닐 때쯤에는 유난히 사람들이 몰린 곳이 보였다.

 

 열띤 분위기가 아주 흥미진진해 보였는데, 궁금한 나머지 결을 데리고 슬쩍 무리 안으로 끼어 들어갔다.

 

 마침 진행되고 있던 놀이가 끝났는지 호객꾼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호객꾼의 뒤에는 놀이에서 진 사람이 울상을 지으며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바둑이랑 주사위 놀이판 있소! 특히 이번에 들어온 주사위 놀이판은 나리들이 하는 놀이를 본떠 만든 거라 재미있으니, 대낮에 여인네와 술판도 벌고 돈도 벌어보게!”

 

 놀이판을 벌이고 있는 주인이 들고 있는 건 정육면체 주사위가 아닌 ‘주령구(14면체 주사위로 술과 관련된 명령을 내리는 도구라는 뜻)’였다.

 

 그는 특이하게도 술자리 벌칙들이 적힌 주령구를 가지고 쌍륙놀이(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에 따라 말판을 움직여 승부를 가리는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주사위 면에 삐뚤빼뚤하게 숫자가 적혀 있는 걸 보아 본인이 적은 듯했다.

 

 “거기 농땡이 부리는 영감도, 뽀얀 얼굴 가린 처자도 이리와 한번 놀아보시게!”

 

 그가 나를 손으로 콕 집으며 말했다.

 

 나는 선뜻 놀이판으로 발을 움직였다. 그러자 주변에서 함성이 울려 퍼졌다.

 

 늘 새로운 놀이를 이끌어갈 사람의 등장은 신이 나는 법이었다. 결이 그런 내 행동을 막으려는 듯 팔을 붙잡았다.

 

 “너무 눈에 띄는 행동이야. 아무리 봐도 저건 평범한 놀이가 아니라……!”

 

 “알아. 아마 놀이를 가장한 노름판(도박판)이겠지.”

 

 “그걸 알면서 대체 왜.”

 

 “계속 장물을 가지고 다닐 수도 없고, 새 패를 구할만한 돈도 필요해. 지금이 장물을 처리하기에는 제일 좋아.”

 

 “그래도…….”

 

 그가 보내기 싫은 듯 부러 말을 끌었다. 결국, 놀이를 구경하러 모인 사람들이 성을 내며 소리쳤다.

 

 “할 거면 하고 안 할 거면 빨리 빠져라. 왜 저리 시간을 끈 데!”

 

 “맞아, 맞아!”

 

 “봐, 갔다 올게.”

 

 고갯짓으로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결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지만,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손님, 이쪽에 거실 물건을 내놓으시면 됩니다!”

 

 호객꾼이 가리킨 곳에 백자를 내려놓으니 순식간에 그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아니, 손님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희는 도자기는 받지 않는…. 세상에!”

 

 품에서 금비녀와 금팔찌를 천천히 꺼냈다. 몰려든 인파가 술렁대기 시작했다.

 

 노름판 뒤쪽의 대충 다리를 올리고 평상에 걸터앉아 있던 사내의 입도 떡 벌어졌다.

 

 ‘그가 아마 이 판의 주인이겠지.’

 

 그도 그럴 게 금비녀에는 ‘슬슬(오늘날 에메랄드)’이 박혀 있었고 팔찌에는 정교한 세공과 함께 터키석과 홍옥으로 꾸며져 있었다.

 

 노름판이 시작된 후로 제일 큰 재물이었는지 모두가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어찌나 조용한지 호객꾼이 목구멍으로 침을 넘기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다.

 

 눈치를 살피며 금비녀를 슬쩍 내려놓았다. 주인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벌떡 몸을 세웠다.

 

 벌게진 눈으로 내 손에 들린 금팔찌에 시선이 고정된 모습이 흡사 밥때를 기다리는 강아지 같았다.

 

 “저, 아씨 한번 내놓은 물건은 도로 가져갈 수 없으니 신중히 생각하시고!”

 

 금방이라도 입가에 고인 침이 흐를 것 같은 얼굴이나 닦고 말리는 척이라도 하지. 도저히 만류하는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는 말투였다.

 

 옷차림은 평범한데 내놓은 물건이 비범치 않자, 나를 지칭하는 호칭 또한, 달라졌다.

 

 나는 팔찌를 들고 좌중을 한 번 둘러보았다.

 “제가 한 번이라도 벌칙에 걸린다면 이것을 그냥 다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긴다면 방금 저 치가 잃어버린 돈까지 합해서 오늘 번 돈은 다 제게 주시죠.”

 

 내 제안에 또 한 번 장안이 술렁였다.

 

 주인장은 아예 주먹을 불끈 쥐고 승리의 자세를 취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벌써 판이 그들의 승리로 끝난 줄 알 터였다.

 

 호객꾼은 오랜만에 나타난 대물을 놓칠까 봐 파리처럼 손을 비비며 아부를 해댔다.

 

 귀티가 줄줄 흐른다든지, 멀리서 봐도 미인이시라 단 눈에 알아봤다는 지와 같은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허울 좋은 말 투성이었다.

 

 목제로 된 주령구는 검은색 바탕으로 붉은 글씨로 술자리 벌칙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술자리 벌칙만 적혀 있는 걸로는 노름을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으니 밑에다가 슬쩍 숫자를 적어 놓은 게 보였다.

 

 아무래도 노름하는 대부분이 귀족이 아닌 자들이 많아 공영시과(空詠詩過, 시 한 수 읊기)같은 벌칙이 걸릴 경우를 위해 대비한 듯 싶었다.

 

 놀이의 규칙은 간단했다. 나오는 숫자에 따라 말판을 움직여 승부를 가리는 것으로 두 명의 참가자는 각각 검은말과 흰말로 나뉘어 각자에게 주어진 16개의 말을 자기 쪽 금 안과 상대의 금 안에 둔다.

 

 그리고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말을 이동시키는 게 가능하며 자기 쪽 금 안에 말을 집결시켰다가 먼저 모든 말을 나가게 하는 쪽이 이기는 방식이었다.

 

 주의해야 할 점은 한 금 안에 말을 6개만 세워 둘 수 있기에 상대에게 자신의 말을 잡힐 수도 있다는 걸 염두 해 두어야 것.

 

 고로 주사위를 굴려 나오는 숫자도 중요했지만, 머리를 잘 써야만 전세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놀이였다.

 

 주령구의 적힌 숫자는 1에서 6까지. 원래 쌍륙놀이가 육면체의 주사위 두 개를 던져 이루어지는 놀이라면, 여기서는 주령구 하나를 가지고 두 번 굴리는 식이었다.

 

 만약 숫자가 적히지 않은 면이 나온다면, 그 면에 적힌 벌칙을 그대로 행해야 다시 주사위를 굴릴 기회를 주었다.

 

 놀이의 벌칙으로는 스스로 도깨비를 부르는 기행이나 사람들이 청한 노래를 부르기, 술 석 잔 한 번에 비우기, 여러 사람이 코를 때리는 벌칙 등이 있었다.

 

 하나라도 걸리면 곤욕을 면치 못할 듯 싶었다.

 

 내 상대로 나온 사람은 평상 주변에 어슬렁거리고 있던 사내였는데 예상대로 놀이를 주관하는 사람과 한통속으로 보였다.

 

 ‘쉽게 승기를 가져가진 못하겠네.’

 

 사내가 기선 제압이라도 하듯 콧김을 뿜으며 의기양양하게 주령구를 하늘 위로 던졌다.

 

 사람들의 고개가 저절로 하늘을 향했다.

 

 태양을 향해 쏘아지듯 올라간 주령구가 얼마 안 있어 바닥으로 추락했다.

 

 바닥에 떨어진 주령구의 면은 숫자 6이 적혀 있었다.

 

 사내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그렇지. 봐, 나는 운이 좋다니까.’라는 말을 덧붙이며 손에 침을 뱉고는 그대로 주령구를 한 번 더 굴렸다.

 

 이번에 나온 숫자도 나름 좋은 수인 4였다. 그러나 사내는 6이 나오지 않았으니 아쉬운 대로 4가 적힌 면에 벌칙을 수행 해 분위기를 띄워 보겠다며 나섰다.

 

 어디선가 나온 술병이 사내에게 건네지고, 그는 술 석 잔 대신 한 병을 통째로 들이켜며 게걸스레 목을 축였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그의 그런 태도에 호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잘해보소. 뭐 나보다 운이 좋으면 더 잘 나올 수 있는 거 아니겠소?”

 

 그가 내게 주령구를 건네며 씨익 웃었다. 사내의 뻔뻔한 태도에 결이 슬그머니 허리에 찬 검에 손을 올렸다.

 

 내가 그러지 말라는 뜻으로 그를 쳐다보니, 결이 언짢은 눈으로 검에서 손을 떼며 팔짱을 꼈다.

 

 그가 마신 술이 묻기라도 했는지 주령구가 잔뜩 찐득거렸다. 내가 얼굴을 구기자 놀이의 심판이 ‘어서 자신의 운을 시험해보라며’ 내게 주령구를 굴릴 것을 종용했다.

 

 ‘자신의 운을 시험하라고?’

 

 원래 주령구는 귀족들이 연회에서 술자리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사용하던 물건이었다. 헌데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온 건지, 이들이 이걸 어디서 구했는지 몰라도 나는 질 생각이 없었다.

 

 ‘덕분에 누가 떠올라 버렸으니까.’

 

 ‘내게는 너 같은 계집년에게 질 정도로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손에 든 주령구를 부서져라 쥐었다.

 

 운이 나빠서 우리 집이 불에 탄 거고? 저 치는 평생 모아 온 돈을 다 잃었다고? 그 인간은 제 목숨을 내놓고? 그런 게 운이란 말로 다 이해되고 해결될 수 있는 거야?

 

 웃기지 마. 다 철저하게 계획된 일이었잖아. 운이 좋으면 다 피해갈 수 있다고?

 

 ‘운이 뭐든지 해결해 줄 수는 없어!’

 

 […정말 그렇게 생각해?]

 

 “뭐……?”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허둥지둥 목소리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찾아 주위를 살폈으나 보이지 않았다.

 

 손에 쥔 주령구가 점차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공중에 주령(酒令)이라고 써진 글자가 둥둥 떠올랐다. 어서 읽어 달라는 듯 글자가 현처럼 퉁하고 튕겼는데 그게 마치 재롱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또다. 물건에서 글자가 보인다.

 

 ‘대체 왜? 내 눈에 이런 게 보이는 거지?’

 

 의심의 눈초리로 글자를 노려보자 목소리가 다시 말을 걸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술을 마실 때 서로 마시는 방식을 정하는 약속은?]

 

 “주령?”

 

 [예에!]

 

 반신반의로 내뱉은 말에 글자가 신난 것처럼 내 몸 주위를 한 바퀴 돌다가 주령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손바닥에 작열감과 함께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아파.’ 점점 더 강해지는 통증에 들고 있던 주령구를 놓쳤다.

 

 “에이…. 저게 뭐야?”

 

 구경꾼들은 상대방처럼 멋을 부리며 주령구를 굴린 게 아니자 대놓고 실망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주령구가 세로로 바닥을 크게 구르며 상대방의 앞까지 굴러갔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지 급속도로 회전 속도가 줄어들면서 금방이라도 1이 적힌 면에서 멈출 기세였다.

 도르르르.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사내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1에서 멈추면 안 돼! 굴러, 굴러라!’

 

 나는 뚫어져라 주령구를 노려보며 앞으로 가라는 시늉을 취했다.

 

 “굴러!”

 

 [응!]

 

 곧 멈출 것처럼 굴러가던 주령구에서 번쩍 빛이 일었다. 시린 빛 속에서 두어 번을 더 굴러간 주령구가 숫자 ‘6’에서 멈췄다.

 

 “오오!”

 

 생각지 못한 반전에 구경꾼들이 환호했다.

 

 방금 뭐였지? 내가 헛것을 봤나? 힐끔, 곁눈질로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나 다들 의외로 접전이 예상된다며 호들갑을 떨 뿐이었다.

 

 아무도 주령구에 빛이 이는 걸 보지 못한 것처럼 구는 모습에 결에게로 시선을 돌렸으나 그도 주령구의 이는 빛을 보지 못한 듯했다. 외려 내가 질까 봐 걱정했는지, 턱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걸까?’

 

 뜬금없이 들린 목소리의 말재간에 놀아난 느낌이라 기분이 묘했으나 그 뒤부터 놀이는 순조롭게 풀려나갔다.

 

 일부러 말을 몇 번 상대에게 먹힌 뒤, 상대방이 방심한 틈을 타 한꺼번에 말을 처리하기도 했는데 결국, 당황한 상대방이 말을 헛놓으면서 내 흰말이 연달아 그의 검은 말을 잡았다.

 

 그게 분했는지 이성을 잃은 상대가 거침없이 금 안에 자신의 말 6개를 두었다.

 

 네 번 연속 6이 나올 리 없을 거라 확신하는 눈치였다. 그러니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그 ‘설마’가 그의 뒷목을 잡으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으리라.

 

 ‘또 6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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