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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불순한 교수
작가 : 퀸카대행진
작품등록일 : 2020.7.31

담임선생님과 풋풋한 첫사랑을 했던 여학생들은 다들 행복했을까?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들은 완벽한 비밀 연애를 해야만 한다. 사회적 통념, 친구들의 시선, 부모님들의 반대는 어떻고? 여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 선생님과 여제자의 사랑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또 그들이 헤어지고 난 후의 이야기가 있다. 카카오톡ID: lov2lovely

 
6. 술에 취해서
작성일 : 20-08-18 21:05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7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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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흥분이 가라 않질 않았다. 둘을 남겨두고 걸어가는 발걸음에 조금 더 힘을 주려 노력하며 뛰어갔다. 그 자리를 피했던건 말에 뼈가 있는 듯 한 그녀의 말에 반응하고 싶지 않아서 였다. 더 이상 머물다가는 그녀와 싸우게 되는 추태를 보이게 될지도 몰랐다.

 

 

 "후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누구도 남의 인생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리가 없다. 그런데도 적대감을 드러내며 비꼬고 눈앞에서 괴롭히는 건 정말이지 최악의 행동 이라 할 수 있었다.

 

 

 "토끼 좋아하고 있네. 세상 예쁜 토끼들이 다 슬퍼할 거다 이건"

 

 

 목이 타는 기분에 자판기로 향한 예화가 동전을 넣고 탄산음료를 골랐다. 그런데 퉁 하며 시원하게 떨어져야할 음료가 감감 무소식이었다.

 

 

 "으 너도 날 무시하는 거냐!"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어 화가 났다.

 

 

 "내 돈 내놔라 이 자판기야."

 

 

 그래서 자판기를 발로 차고 손으로 통통 두들겼다. 이미 짜증나있는 마음까지 보태서 하지만 작동할 생각이 일도 없는 자판기는 돈을 뱉어낼 생각도 음료를 뱉어낼 생각도 없는 듯 했다.

 

 

 "둘 중 하나는 내놓으란 말이다!"

 

 

 5분 후, 기계와의 의미 없는 싸움을 슬슬 포기하려 할 때쯤.

 

 

 "그래 가지고 나오겠냐? 자판기 부시지 말고 물러서 있어. 내가 해결해 줄게."

 

 

 토끼는 어쩌고 왔는지 윤하가 들고 있던 A4용지 자료로 예화와 자판기 사이를 훠이훠이 소리를 내며 가로 막고 물러서게 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자판기에 카드를 찍고 예화를 바라보았다.

 

 

 "콜라야?

 

 "네."

 

 "급한 수업 있다며? 왜 쓸 때 없이 자판기랑 씨름 하고 있어."

 

 

 아, 그제야 예화는 거짓말이 들통 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연히 같은 건물을 향해 걷고 있었는데, 그가 이 건물로 시간차로 들어선 건 당연한 이치였다. 거짓말 했던 것도 잊고, 이 멍청한 기계와 씨름하는 바람에 딱 걸려버리고 만 것이었다.

 

 

 "네? 아 취소됐어요. 교수님 사정으로요."

 

 

 하지만 그녀에겐 거짓말을 들키지 않게 대응하는 임기응변이란 능력이 있었다. 그가 그러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뽑은 음료를 손을 뻗어 건넸다. 그녀가 멀뚱멀뚱 그가 주는 것을 먹어도 되나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그가 그녀의 손에 직접 쥐어주었다.

 

 

 "케잌 값 퉁."

 

 "아하 그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잘 마실게요."

 

 

 윤하는 아까 병원에서 본 건우와 여자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괜히 남의 연애사에 관여 하다가 복잡해 질 수 있었다. 저번에 예화는 그를 단칼에 거절했고 그 마음만 굳건히 유지한다면 그가 보기에 아무래도 수상한 '그'와 더 이상 엮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수고, 다른 교수님 수업에선 졸지 말고."

 

 "안 잘꺼에요."

 

 "교수님들이 안보는 것 같아도 다 봐요. 누가 자는지 안 자는지."

 

 

 그가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을 펴서 경고하듯 자신의 눈과 예화의 눈을 가리켰다. 그리고 강의실이 있는 쪽으로 멀어졌다. 예화는 그가 뽑아준 음료수를 들고 멀어져 가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쥐어준 음료수가 왠지 따뜻한 그의 마음같이 느껴졌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화학 교수님의 수업이라 재빨리 강의실로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아까 그 자리를 피한 것이 무색하게도 실험 도구들을 품안에 든 채 예화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진희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아마도 그녀는 강윤하 교수의 실험도구들을 챙기고 도와주는 학생으로 조교에게 낙점이 된 듯 했다. 의래 장학금을 받는 아이들이 대가없이 조교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었다.

 

 

 "둘이 뭐하는 거야?"

 

 "무슨 뜻이야?"

 

 

 진희의 눈이 정확히 그녀의 손안에 있는 음료수에 멈췄다.

 

 

 "내가 조바심에 말하는 건데 강 교수님은 안 돼. 꼬리치지 마 너."

 

 "뭐?"

 

 "알아 들으셨잖아요. 선생님 한명 인생 망쳤으면 됐지 이번엔 또 뭐 하려는 거야?"

 

 

 진희가 아예 무거워 보였던 실험 도구들을 바닥에 내려놓고, 예화를 어이가 없다는 듯 흘겨보며 말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진희가 벌였던 그 옛날의 일을 그래, 그때 그 일로 강 선생님도 나도 학교를 나가야 했지. 바로 앞에 있는 네가 학부모회고 어디고 다 소문내고 다녀서 더 나가야 하는 속도도 빨라졌었고.

 

 

 "내가 뭐했는데? 뭘 했기에 네가 이렇게 흥분하는데?"

 

 

 이번만큼은 그녀의 독한 말을 도저히 모른 채 넘길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야. 네가 그때처럼 똑같은 짓을 저지를까봐."

 

 

 가만히 있으면 정말 사람을 바보로 보는 너 때문에.

 

 

 "왜 이번에도 선동해서 학교 그만두게 할 거니?"

 

 "내가.. 언제 그랬다 그래?"

 

 

 진희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제발 내 인생에 끼어들어서 왈가왈부하지 마라주라. 너의 그런 행동 사람 진짜 짜증나게 하니까."

 

 "네가 아는 체를 하게 만들잖아. 네가 신경 쓰게 만들지 않냐고!"

 

 

 그제야 예화는 진희의 두 눈에 담긴 감정을 깨달았다. 그것은 질투였다. 자신에게 음료수를 건내고간 그 남자의 호의 에서 비롯한 오해. 예화는 잠시 가은이고 진희고 왜 그 남자의 매력에 빠져 못 벗어나고 헤엄치는지 모를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네가 날 신경 쓰는 게 더 웃긴데? 강 교수님 좋아하면 너 힘으로 알아서 해 괜히 나한테 힘빼지 말고."

 

 

 예화가 후들거리는 입술을 참아내며 또박또박 말했다. 하지만 진희는 물러설 생각이 없는 듯, 예화의 팔목을 잡고 읊조리듯 말했다.

 

 

 "네가 전적이 있잖아!"

 

 

 그 말에 말문이 막힌 예화가 멍한 눈으로 진희를 바라보았다.

 

 

 예상은 했지만 그녀가 독하게 뱉어 내는 말은 상상 그 이상을 웃돌았다.

 

 

 어떻게 살면 이렇게 못될 수가 있을까. 더 이상 말을 섞을 가치를 못 느낀 예화가 진희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자판기와 파이트하고 그녀와 입씨름까지 하다가 수업을 10분씩이나 늦어 버렸다. 강 교수의 따뜻한 호의를 천하고 이상한 것으로 만들어버린 그 누구 탓에 이미 빛을 잃어버린 음료수도 가방에 아무렇게나 집어넣고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강의실로 들어섰다.

 

 

 날선 흥분이 쉽사리 가라앉질 않아, 예화는 강의장 맨 뒤에서 간신히 책만 펴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백발이 희끗희끗한 백교수님의 화학 수업이었다. 수업양도 많고, 과제도 많은데 시험까지 어렵다는 학생들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한 전공 수업. 어차피 이 상태로 집중도 안 될 탠데 턱괴는척하고 자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업을 위해 열심히 고생하고 있다던 강 교수의 말이 떠올라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하려 노력했다. '제가 이렇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강 교수의 수업이 아닌지라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잠시 후 여유를 찾고 강의 장을 둘러보니 맨 앞에 가은이 앉아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울리지 않게 가은은 꽤 성실한 학구파였다.

 

 

 과거의 기억이 더 이상 끼어들지 않게, 예화도 백교수가 설명하는 모스 부호 같은 어려운 화학공식에 온 힘을 다해 집중했다.

 

 

 수업중간 쉬는 시간에 앞에 앉아있던 가은이 가방과 전공책을 한 아름 안고 예화의 옆으로 다가왔다.

 

 

 "기지배 왜 이렇게 늦게 와? 나 너 안오는 줄 알았잖아."

 

 "까다로운 화학 교수님 수업을 내가 무슨수로 째니. 과제도 잘 못하는데 출석 일수는 목숨 걸고 지켜야지."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워 눈도 빨갛고."

 

 

 아무래도 가슴속에서 했던 치열한 걱정이 겉으로도 티가 나는 모양이었다.

 

 

 "아무 일도 아니야."

 

 "지지배 오늘은 기분 꿀꿀해도 집에 일찍 들어갈 생각하지 마. 메시지 봤어? 과대오빠가 우리 과 전체 메시지로 돌렸다던데"

 

 "무슨 일 있어?"

 

 "개강파티한데 대학로 길 끝에 새로 생겼다는 와인바에서"

 

 

 그 핫하신 와인 바의 존재는 소정의 입을 통해 이미 들었던 것 같았다. 아무래도 요즘 그 가게가 학생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꼭 필참이라니까 너도 꼭 와야 돼. 첫 개강 파티라 교수님들 몇 명도 오실지도 모른데. 과대 오빠가 초대했다는데?"

 

 "백교수님 오면 난 안갈 꺼야."

 

 "설마 백발 교수님이 오겠어? 근데 오셔도 파격적이겠다. 그 분은 술주정도 화학용어로 할 것 같아."

 

 "알았어. 오늘 특별한일 없으니까 참여해야지."

 

 "나는 집에 가서 이쁜걸로 옷갈아 입고 올 거야. 저녁 6시니까 충분히 여유시간 있거든."

 

 

 예화는 그래도 신경 써서 검정색 원피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본 후 다행이다 여겼다. 가은처럼 옷을 갈아입기까지 하는 수고는 구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시간 거리나 되는 집을 다시 갔다가 돌아오겠다는 가은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웃으며 배웅을 하며 보낸 후 예화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오늘 배울거 복습도 할겸 갔으나, 예화는 그 계획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는지 금세 깨닫고, 결국 책상에 책만 펴놓고 줄곧 멍때리다가 도서관에서 나왔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보니 너도나도 칭찬하는 와인바가 왜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3층이나 되는 거대한 규모에 학생과 직장인 할 것 없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와인 잔을 들고 있었다. 어둡고 컴컴한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널찍한 여러 개의 테이블도 모임 장소로 아주 적당해 보였다.

 

 거기다가 가격적인 면에도 뛰어난 것이 다른데 에서는 고가로 팔리는 와인한병이 여기서는 만원 초반 때로 저렴했다.

 

 

 "오우 우리 예화 왔어"

 

 

 출입문으로 들어선 그녀를 발견한 과대표가 그녀를 반갑게 맞았다. 뿔태안경을 끼고 머리를 삐쭉삐쭉 새운 그는 예화를 가은의 옆에 앉히며 말했다.

 

 

 "가은이가 너 언제 오냐고 계속 기다리더라. 이제 왔으니 열심히 놀아줘라 야."

 

 

 오빠들 사이에서 발그레한 얼굴로 웃고 있던 가은이 예화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흰색 프릴 블라우스와 그녀의 적당이 취기가 오른 두 볼이 꽤 예쁘게 어울렸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홍예화! 집에 갔다 온 나보다 늦게 오면 어떡해. 자 빨리 받으세요."

 

 

 가은이 와인 잔을 예화에게 주고는 와인을 가져와 잔에 채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르는 양이 심상치 않았다.

 

 

 "이거 맥주 아니야 가시나야 그만 따라!"

 

 

 길고 볼록한 잔에 와인이 반 이상이 채워지고 있었다.

 

 

 "내가 이게 맥주 아닌걸 모를 것 같아? 색깔이 이렇게나 다른데 이건 15분이나 늦은 자가 받는 벌주시다! 1분에 기본 양에서 5mm씩 추가야!"

 

 "뭐? 그런 법이 어디 있어?"

 

 

 예화가 어이없다는 듯 가은을 쏘아보자 그녀가 억울한 얼굴로 손을 번쩍 들어 과대를 불렀다.

 

 

 "오빠 예 벌주 맞지요? 15분 늦게 왔으니까 이만큼 맞지요?"

 

 

 장난기 가득한 뿔테 얼굴이 가은과 예화의 사이에 불쑥 끼어들었다.

 

 

 "우리 가은이 아주 잘 하고 있네 예화야. 저기 8분 늦은 교수님도 이만큼 드시고 계시는데 학생이 따르지 않음 쓰나."

 

 

 그의 말에 예화가 테이블에서 보통이 이상의 양이 따라진 와인들을 찾아 쳐다보았다. 남자 동기들 몇 명과 자신보다는 조금 적게 따른 잔을 앞에 두고 웃으며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는 강윤하 교수의 허여멀건 한 얼굴이 보였다. 학생들 사이에 있는 데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나이차이가 10살은 넘게 날 텐데도, 그는 앞에 앉은 장난 끼가 가득해 보이는 남학생들과 무슨 예기를 하는 건지 한껏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왠지 궁금해졌다.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대기업의 수석 연구원을 거쳐 교수 까지 되어 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그의 인생은 어떤 기분일지. 다음 생에는 저런 인생도 살만 하다 싶었다.

 

 

 "여기 안주도 죽여 먹어봐."

 

 

 강 교수에게 부러운 눈길을 주고 있는데 가은이 감바스에 들어있는 새우를 포크에 꼭 집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와인도 좀 쭉쭉 마시고. 너 소주보다 와인에 강하잖아."

 

 

 그에게서 눈길을 때고 예화가 와인을 들이켰다. 달고 쓴 향이 입 안 가득 퍼지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았는데 그 한잔이 그래도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와인 바에 들어선지 30분후 학생들의 상태를 점검하듯 둘러본 윤하의 눈에 예화가 눈에 띄었다. 벌주를 받은 듯 반 이상의 와인이 따라져 있는 그녀의 잔을 보며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때 봐서는 주량이 그다지 세 보이지 않았는데, 얼마나 지각한 건지 많이도 받았다 싶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자기도 취했으니 남도 취해야 한다는 신념이라도 있는 것인지 다른 동기들의 잔에 와인을 가득가득 채워주며 고생하고 있는 가은도 그의 눈에 캐치 되었다.

 

 

 "애들이 빨리도 취한다 싶었는데 범인이 저기 있었군."

 

 

 동기의 잔들을 정있게 채우던 가은의 눈이 다시 예화의 빈 잔에 돌려졌다.

 

 

 "자자 더 받아야 돼. 벌주는 계속 된다아."

 

 

 윤하는 이미 두 볼과 목까지 발그레해진 예화가 신경 쓰였다.

 

 

 "재 술 안 쌘데.."

 

 

 그 순간 학생에 대해 너무 많은걸 알아도 피곤하구나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 후로 얼마나 지났을까 어지러운 듯 와인 잔을 양손으로 공손히 잡은 채로, 가만히 앉아 있는 가은과 예화를 바라보던 윤하가 과대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여기서 끝내자 과대. 애들 상태를 봐라."

 

 

 이미 테이블에는 끝을 내버린 와인 병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다 하더라도 소주의 딱 세배! 그제서야 자금 부족의 위기를 느낀 과대가 오늘의 개강 파티를 부리나케 종료 했다.

 

 

 선배 동기들과 어울려 거리에 서있던 예화는 땅과 하늘이 돌고 있는걸 느끼며 배시시 웃었다. 주변에서 너도나도 취해 2차를 외치고 있었지만 과대가 이제부터는 자금 착출을 한다니까 그건 또 취한 와중에도 기가 막히게 알아들은 것인지 일순간 꿀 먹은 벙어리처럼 모두 합죽이가 되어 있었다.

 

 

 "자 모두 들어가서 내 핸드폰으로 귀가 완료 문자 보낸다. 조심히 잘 들어가고."

 

 

 오늘 초대받은 교수님들 중 제일 늦게 남은 윤하가 귀가하는 학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잠시 후, 취한 와중에도 동기들을 택시에 다 태워 보내고 뒷마무리까지 깔끔히 한 가은은 윤하와 과대 앞에서 배시시 웃으며 기지개를 폈다.

 

 

 "으아 이제 집에 가야겠다 술깨니까 피곤하다. 후."

 

 

 "술을 동기들한테 기가 막히게 잘 먹이더니, 귀가를 또 훌륭하게 시키는구만"

 

 

 윤하가 그녀를 칭찬했다.

 

 

 하지만, 가은 덕에 평소보다 배의 술을 마셔버린, 챙겨야 할 사람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남은 예화는 아직 몽롱한 정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예집 여기서 택시로는 금방이라 택시 번호만 잘 봐주면 돼요."

 

 

 가은이 예화를 가리키며 두 남자에게 말했다.

 

 

 윤하가 남은 예화를 택시로 밀어 넣는데, 그녀가 자신을 챙겨 주는 사람이 윤하임을 알아보고 눈을 게슴츠레 뜨며 그의 옷깃을 잡았다.

 

 

 "나랑 몸을 바꿔요 히히 나도 인기 많고 똑똑하고 탄탄대로인 인생 한번쯤 살아보고 싶어요. 저는 교수님이 너무 부러워요."

 

 

 .

 .

 .

 

 그 말을 들은 윤하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 졌다.

 

 

 "왜 꼭 내가 그랬을 거라 단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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