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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1부 사문과 로봇] 4장 습지행성의 사문(2)
작성일 : 20-08-18 16:23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3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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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심 많은 로봇도 마을사람들을 따라나섰다. 마을 입구에 도착한 로봇은 그 선생이라는 작자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마을 입구에는 허름한 넝마를 입은 노인이 한 손에는 탁발을 들고 천천히, 그리고 곧게 걷고 있었다. 그는 척 보기에도 뭔가 달랐다. 노인은 바싹 말라 갈빗뼈가 오돌도돌 드러났고, 볼은 핼쑥하게 말라 광대가 도드라졌다. 그러나 그에게서 궁핍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서는 느껴지는 위풍당당함과 자신에 대한 엄격함 때문에 그는 고급스러워 보였다. 세상과 등진 고독한 그 모습이 비범하게 파도쳤다.

 

 마을 사람들은 바나나며 쌀이며 복숭아며 이런 저런 물건들을 노인에게 들이밀며 “선생님 이것 좀 자셔유!”, “복숭아가 잘 익었슈!” 했다. 선생이라 불리는 노인은 눈과 입으로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마을사람들의 선물을 정중하게 거절하고는 계속 걸어 나갔다.

 

 그는 특별했다. 노인의 거둥은 아름답고 품위 있었다. 까슬까슬하게 자라난 수염 사이로 또렷한 분홍생의 입술이 촉촉했다. 일자로 뻗은 오똑한 코와 영롱한 두 눈동자는 누가 봐도 멋이 있었다. 그가 미소를 지을 때마다 깊게 패인 이마와 눈가의 주름은 자연스럽고 은은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말그대로 후광이 비췄다.

 

 그의 범상치 않음은 겉모습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내면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사람들은 그 장대한 노인을 보며 알 수 없는 믿음과 희망을, 평화와 안식을, 기쁨과 흡족함을 느꼈다. 노인은 소년, 소녀들의 선생이며, 청년들의 우상이며, 장년들의 어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머문 자리에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가 풍긴다고 착각하기도 했다.

 

 노인은 뉘엿뉘엿 걸어가다가 마침내 담벼락 아래에 정좌(正坐)를 틀었다. 그의 앉음새는 걸음걸이만큼이나 완벽했다. 노인은 자리에 앉아 꿈뻑꿈뻑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노인은 고결하고 품위 있게 눈을 내리깔았다. 그 눈동자 속에는 삼라만상이 담겨 있었고, 그 영롱함을 통해 세계의 모든 것들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놀랍도록 품위 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을의 젊은 청년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마치 정규학교에 출석하는 순진한 모범생처럼, 노인의 앞에 정렬하여 앉았다. 어른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멀찍이 서서 노인과 청년들을 응시하며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노인의 설법이 시작되었다. 시끌벅적하던 주변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꼴깍 침을 삼켰다. 노인은 자신의 죄를 직시하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법과 마음을 비우고 자아로부터 도피하는 법, 그리고 그렇게 자아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취득하는 법에 대해 가르쳤다. 그리고 사성제(四聖諦)** 와 팔정도(八正道)*** 에 대해, 사랑과 자비에 대해, 희생에 대해, 번뇌와 해탈에 대해 설교했다. 노인의 음성은 맑고 투명했다. 분홍빛 입술에서 조심스럽게 나온 목소리는 힘 있고 부드러웠으며 평화가 가득했다. 노인의 문장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가 방울져 내려와, 새벽의 이슬비처럼 순박한 사람들의 마음을 적셨다.

 (**고집멸도(苦集滅道), 인간 삶의 네 가지 진리.)

 (***바른 시선, 바른 생각, 바른 언어, 바르게 목숨을 유지하는 것, 바른 노력, 바른 관념, 바른 안정, 중생이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실천, 수행해야 하는 8가지 방법.)

 

 로봇은 노인의 설법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신대륙을 발견하고 흥분한 모험가의 도파민처럼, 로봇의 회로에서 전류가 빠르게 회전했다. 거대한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도 찾지 못한 진리를 그 노인이 품고 있었다. 우연찮게 하늘에서 추락해 작은 시골 변두리에서 만난 지성인의 모습은 기적 그 자체였다. 그의 이론은 빈틈없이 아름다웠으며, 우주가 하나로 엮인 사슬처럼 완벽했다.

 

 ‘그는 알고 있을지 모른다. 인간이 무엇인지, 언어는 무엇인지, 전쟁은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과 인류를 돕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박사의 정의처럼, ‘언어 하는 인간’이나 ‘요리하는 인간’처럼 귀납적 방법이 아닌, 완전무결한 방법으로 인간을 정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적색 거성에 스스로를 녹여 버리는 끔찍한 방법보다 더 고귀하고 훌륭한 방법으로 그들을 돕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로봇은 희망으로 가득 찼다. 노인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경건하게 합장을 하여 경의를 표했다. 로봇도 어설프게나마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했다. 노인은 시주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갖 음식과 보화를 모두 거절한 노인의 탁발에는 쥐나 새가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을 것 같은 쌀알이 조금 담겨 있었다. 로봇은 돌아가는 노인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감히 청을 올렸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설교에 진정으로 감탄하였습니다. 저는 인류와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우주의 탕아입니다. 저는 지난 몇 달간 아무런 소득 없이 우주를 떠돌았습니다. 오늘 당신의 설법을 들으며, 당신이 제게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당신의 가르침을 받을 수는 없겠는지요?”

 

 노인은 깊고 또렷한 눈빛으로 로봇을 한참 쳐다보았다. 그리고 몇초쯤 정적이 끝난 뒤, 그는 눈가에 주름을 지으며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로봇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오오, 나의 친구, 멀리서 온 이방인! 지식을 갈구하는 여행자여. 우리는 마치 운명처럼 이 우타베나 마을에서 만났소. 나는 마치 이 날을 위해 살아온 것처럼 기쁘네.

 하지만 나의 친구, 지구인. 나는 아직 지식을 갈구하는 학생이요, 숲속의 사문에 불과하다네. 나는 수많은 갈래길을 지나 도시와 숲속 그리고 우타베나골에도 당도하였지만, 아직 구도(求道)*** 의 목적지에 닿지 못했다네. 그래서 나는 아직 제자를 받을 수가 없네.

 그러나, 멀리서 온 나의 친구, 그대가 나의 꽃을 탐하고 싶다면 나는 기쁘게 그대에게 나의 꽃향기를 취하게 하겠네. 나의 작은 오두막에는 그대와 같은 청년이 잠을 이룰 공간이 있으니 말일세. 그리고 아직 향을 맡아 보지 못한 꽃들은 함께 피워 보도록 하자!

 단, 나의 말을 오해하지는 말게. 나는 자네에게 방법을 알려 줄 수는 있어도 답을 알려 줄 수는 없네. 나는 때때로 말로 자네를 가르치려 들겠지만, 말은 마음의 그릇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야.

 나와의 삶은 지루하고 고단하며, 그 길은 방황하고 우회할 것이네. 나는 자네를 돕겠지만, 자네는 그 길에서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네. 그래도 그대는 나를 따라오겠는가?”

 (***진리나 깨달음을 구하는 것.)

 

 “사문이시여. 나는 당신을 따라 당신의 오두막으로 들어가 인간과 우주, 그리고 그들을 돕는 법을 배우겠나이다.”

 

 로봇이 즉시 대답했다. 사문은 웃는 듯 웃지 않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표정은 분명히 편안하고 따뜻한 것이었다.

 

 “자네가 그 답을 찾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네!”

 

 “감사합니다, 사문이시여. 저는 당신의 교리(敎理)에 귀의(歸依)하였나이다.”

 

 로봇은 사문을 따라나섰다. 길을 따라, 숲을 지나, 늪지를 지났다. 사문은 자신을 발룬다라고 소개했다. 로봇은 발룬다에게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과 자신이 이곳까지 오게 된 운명에 대해 말해 주었다. 야마모토 박사가 술에 취해 자신에게 입력한 명령과 쟈로쿠들과 전쟁에 대해, 광물행성에서 만난 건달의 행복과 홍든가 거리를 청소한 이야기, 그리고 자살을 하기 위해 적색 거성으로 방향을 돌린 이야기까지.

 

 그 이야기를 들은 사문은 놀라긴커녕 시큰둥하게 눈을 끔뻑거리고는, 더는 별다른 것을 물어보지 않았다. 발룬다는 그저 빙그르 웃으며, 이름 없는 딱한 로봇에게 존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하필 그 이름이던 까닭은 그저 지구인들 중 존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RT-101, 전쟁로봇은 인간의 이름을 얻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값진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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