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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1부 사문과 로봇] 3.5장 마혜인
작성일 : 20-08-18 16:22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3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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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욕은 사람을 병들게 하지. 하지만 탐욕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 부카드 제국* 의 황제 -

 (*지구와 전쟁을 벌였다가 몰락한 우주대제국.)

 

 ***

 마혜인은 태양계 외곽의 정보국으로 복귀했다. 박살 난 붉은 슈트가 그녀의 실패를 모두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정보국 최고의 현장요원 마혜인이 박살이 났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갈 것이다. 다른 요원들이 뒤에서 고소해하고 실실 웃으며 자신을 조소하는 것이 벌써부터 느껴지는 듯했다.

 

 직장에서의 마혜인은 누구보다도 눈에 띄었다. 뛰어나다는 소문은 듣기에 참 좋았지만, 실용성은 떨어졌다. 그녀는 동료들에게 시기를 샀고, 그녀에 대한 터무니없는 소문들은 정보국 내에 파다했다. 게다가 그녀는 고립된 임무를 자주 배정받아 동료들과 소통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오해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정치질을 잘하지 못했다. 정보국장은 그런 마혜인을 참 좋아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성격이 국장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정보국장은 그런 그녀를 신뢰했고, 집무실로 따로 불러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임무를 부여해 왔다. 국장의 기대가 높아질수록 그녀를 더욱 끈질기게 임무를 완수했고, 국장은 박수를 치며 마혜인을 더욱 치켜세웠다. 당연히, 동료들의 오해는 깊어질 따름이었다. 심지어 승진에 눈이 먼 마녀가 마왕에게 몸을 파는 게 틀림없다며 낄낄대는 것을 화장실 칸막이에서 들은 적도 있었다. 그녀는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그런 굴욕 정도는 견딜 수 있었다.

 

 마혜인은 돌아오는 내내 자신의 실패의 당위성에 대해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것은 명확했다.

 

 ‘우린 정보기관이지 군대가 아니야.’

 

 전쟁로봇과 목숨을 걸고 싸워 본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 대량살상 무기는 조용하게 없애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였다. 적어도 2개 대대 정도는 동원되어야 간신히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군이 우리 정보국에 동원되지 않는 이상 절대 전쟁로봇을 포획할 수 없다.’

 

 그녀가 느낀 바였다. 전투를 다시 생각해 보니 아찔했다. 로봇에게 오류가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마혜인은 차가운 우주에서 소리 없이 죽었을 것이다. 마혜인은 두려움에, 또 한편으로는 굴욕감에 몸서리쳤다.

 

 마혜인은 눈을 질끈 감고 국장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국장이 홍차를 타놓고 마혜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장은 늘 그랬듯 다리를 꼬고 평온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마혜인. 보기 좋게 실패했군.”

 

 정보국장이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면목이 없습니다. 그러나 국장님, 그것을 죽이려면 슈트 한 벌로는 부족합니다. 경미한 피해를 입히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임무 시작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것은···.”

 

 “그만하게.”

 

 마혜인이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 것을 국장이 단칼에 잘랐다.

 

 “모든 정황은 다 이해했네. 우리가 가진 정보가 전부가 아니더군. 아마 쟈로쿠들과의 전투에서 더 많은 것을 학습했겠지. 결단력, 전투력···. AI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니까. 우리 전력으로 어찌할 상대가 아니었네.”

 

 국장이 홍차의 향을 맡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다면 임무를 국방부에 이관하실 건가요?”

 

 “그럴 순 없네, 마혜인 요원. 비록 연결고리가 약하긴 해도, 분명 전쟁로봇의 탈영은 정보보안과도 연관이 있어. 정보보안은 우리 업무지. 이 사건은 국방부의 명백한 ‘실수’야. 하지만 또한 우리 정보국에겐 더없이 훌륭한 ‘기회’지.”

 

 “국장님,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전쟁로봇은 마주한 저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군대가 없이는 전쟁로봇을 잡을 수 없습니다.”

 

 마혜인이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며 흥분하여 말했다. 그 모습을 본 국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 같으니. 내가 그것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네. 우리는 로봇을 반드시 잡아야 해. 로봇만 잡으면 우리 조직은 다음 정권에서 더 많은 발언권을 얻을 수 있네. 자네의 승리는 곧 조직의 승리야. 그리고 국민에게도 승리지. 국민은 또 다른 영웅을 가지게 되니까. 그게 바로 자네일세, 마혜인 요원.”

 

 야심 많은 국장이 말했다. 국장의 말에 마혜인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국장님, 국장님의 의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을 마주해 본 저는 더 이상 이 임무를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압도적으로 강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국장은 두 눈썹을 올려 이마에 주름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국장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마혜인, 너는 요원으로써 얼굴과 이름이 너무 많이 알려졌어. 자네가 요원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자네도 잘 알고 있을 걸세. 그렇다고 지도부가 되기엔 직급이 낮아.”

 

 국장의 말은 그녀를 겨누는 서늘한 총구와 같았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나는 자네를 좋아해. 자네는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해 왔어. 그래서 자네에게 기회를 주는 거야. 자네는 아직 젊어서 모르겠지만, 자네의 계급정년** 은 생각보다 금방 끝나. 세월이 꼭 총알 같거든. 자네는 그전에 승진을 하든지, 나가서 장사를 배우든 둘 중 하나는 해야 해.”

 (**일정 기간 승진하지 못하고 동일계급에 머물러 있는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되면 자동 퇴직시키는 제도.)

 

 그녀를 겨누던 국장의 총구에서는 금새 차가운 총알이 발사되어 그녀의 심장에 박혔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고 과거를 떠올렸다. 그녀도 정의감에 불타던 시기가 있었다. 요원으로 임용되었던 그 어린 시절, 그녀에게도 신념과 자부심이 있었다. 그 신념과 자부심이 그녀를 지탱했다. 그녀는 지구와 우주의 평화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임무는 모조리 수행했다.

 

 그녀의 얼굴이 팔린 것이 오직 그녀의 잘못이었던가. 국장이 자신에게 부여해 온 과중한 임무가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노출시켜 온 것은 아니었던가. 물불을 가리지 말고 임무를 성공시키라고. 그게 바로 정보국 요원이라며 말하던 것이 국장이 아니었던가. 충성스러운 마혜인은 배신감과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나 마혜인은 아직도 충성스러웠다. 왜냐하면 국장의 말은 어찌되었든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두기에는 그녀는 너무 나이가 많았다. 부양해야 할 늙은 어머니와 아직 어린아이도 있었다. 어렸을 땐 이것저것 많이 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빌어먹을 탐정질과 파괴공작뿐이었다. 가득했던 비전과 꿈은 진즉 사라졌고, 저 멀리 지구에 있을 가족들에게 돈을 부치는 것으로 하루하루가 벅찼다. 살아가려고 발악하고 강해지려고 아등바등할 때마다 감정은 무던해지고 마음은 약해졌다. 그래도 두꺼운 철판을 뒤집어쓰고 아무렇지 않은 듯 싸워 나가야 한다. 그래, 국장의 말은 맞는 말이다. 로봇에게는 결함이 있었으니 약점도 있을 것이다. 로봇만 잡아 죽이면 이 빌어먹을 현장요원도 그만두고 본부에 자리를 잡겠지. 영웅이 되어 국장을 따라다니다가 운이 좋으면 정치인들과 연줄이 생길지도 모르는 법이었다. 그렇게 되면 더 삶이 안락해질 것이다. 그래, 그래···.

 

 “알겠습니다, 국장님. 반드시 전쟁로봇을 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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