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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1부 사문과 로봇] 3장 광물행성의 노동자들(2)
작성일 : 20-08-18 16:21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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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로봇 양반. 당신과의 대화가 아주 즐거웠는데, 내일 이 시간에 또 와 줄 수 있겠소?”

 

 “좋습니다, 선생님.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건달은 로봇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베어 물었다. 건달은 꼭 내일 또 보자고 몇 번이나 당부를 하고서야 손을 흔들며 로봇을 보내 주었다. 로봇의 약속 프로토콜에 건달과의 일정이 입력되었다. 로봇은 건달을 떠나며 다시 연산을 실행했다. 여전히 시스템은 동일한 메시지를 보내 왔다.

 

 [시스템 안내: 표본 불충분]

 

 로봇은 답을 찾지 못했다.

 

 로봇은 밤이 새도록 거리를 배회했다. 로봇은 그 밤의 거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게서 과장된 기쁨과 깊은 슬픔, 사무치는 외로움을 목격했다. 질서정연한 거리에는 의외의 혼돈만이 회오리치고 있었다. 그들은 의구심이 없는 밤을 보냈다. 오직 로봇만이 그곳의 외지인이요, 방랑자였다.

 

 로봇이 만난 사람들은 다들 행복을 다르게 정의했다. 돈, 사랑, 자동차, 건강···. 누군가는 지구인으로 태어났으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이 말하는 행복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가면서도 모두 불완전했다. 그들의 행복은 결함으로 가득했다. 무엇 하나 개운한 것이 없었다.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로봇은 여전히 인간과 인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또 그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 것인지 조금도 알 수 없었다. 어느덧 동쪽에서 해가 봉긋 올라와 동이 트기 시작했다. 로봇은 거리에 놓인 벤치에 앉았다. 해가 밝아 오자 사람들은 동굴로 돌아가는 박쥐처럼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활기가 넘치던 유흥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썰렁해졌다. 아침햇살이 거리를 비췄다. 사람들이 떠난 거리에는 홍등가의 전단지와 담배꽁초, 쓰레기와 토사물만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꼭 야마모토 박사의 고독이나 숙취와 같았다. 그것은 쓸쓸하고 지저분했으며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잠시 후, 대형 쓰레기차가 거리로 들어왔다. 쓰레기차에서 훌쩍 뛰어내린 환경미화원은 묵묵히 거리의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환경미화원은 무표정하게 대빗으로 거리를 쓸고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그가 슥슥 쓸어 낸 자리는 원래의 모습으로 깨끗해졌다. 로봇은 혼자 생각했다.

 

 ‘저 청소의 의미는 무엇인가? 말끔해진 거리는 다음 날 취객에 의해 다시 더러워질 것이다. 저 거리의 본질을 더러움이다. 따라서 저 거리를 청소하는 것은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일이 아니다.’

 

 그 순간 로봇의 회로에 전기가 돌았다.

 

 ‘아니다. 행복이란 본질이 아닌 표면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거리는 더러워지기 위해 깨끗해지고 있는 것이다. 더러운 밤을 위해 깨끗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다. 광부와 박사는 하룻밤 동안 여인을 안기 위해 매일같이 외로움에 사무치는 것이다. 장군은 주먹에 쥔 모래알 같은 명예와 권위를 얻기 위해 그토록 끔찍한 학살을 저지르는 것이다. 건달에게 돈은 찰나의 행복밖에 주지 못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다. 인간종은 짧은 시간의 쾌락을 위해 나머지를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찰나의 행복을 그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로써 제1명령을 달성할 수 있다.’

 

 로봇은 깨달음을 얻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한참 청소 중인 미화원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미화원 선생님, 제가 오늘 당신을 대신해 하루 동안 일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오늘 하루 휴가를 갖고, 나는 당신의 일급 중 절반의 절반만 갖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환경미화원은 느닷없이 등장하여 자신의 일을 대신하겠다는 사내를 보고 미심쩍음에 눈썹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수지가 맞는 장사에 ‘봉을 잡았구나’ 생각하고 활짝 웃으며 대빗과 쓰레기받이를 서둘러 건넸다. 환경미화원과 로봇 둘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로봇은 오늘밤 광부들이 술을 마시고 구토를 할 수 있도록, 담배꽁초를 버리고 노상방뇨를 할 수 있도록 열심히 거리를 청소했다. 최선을 다해 대빗질을 했다. 각이 진 구석의 먼지까지 쓸어 내고,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을 쓰레기 받이에 쓸어 담았다. 혹여나 술에 취한 취객이 넘어져 다칠 수도 있으니, 미세한 유리조각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버려진 캔과 페트는 잘 구겨서 분리수거 했고, 넘치기 직전의 쓰레기통도 깔끔하게 비웠다. 이 쓰레기통은 내일 다시 가득찰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비워야 한다.

 

 로봇은 그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유흥을 즐길 수 있도록 여러 번이나 거리를 쓸고 닦았다. 골목 하나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그들에게 이 거리는 어디든 놀이터가 되니, 그들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청소했다. 가로등 하나, 벤치 하나. 모두 걸레질을 했다. 반짝거리는 가로등과 새것 같은 시설물들이 그들의 유희를 더욱 즐겁게 해 줄 것이다. 로봇은 하루가 훌쩍 지나가도록 청소했다.

 

 가히 완벽한 청소였다.

 

 불결함은 어디에도 없었고, 거리는 다시 태어난 것처럼 깨끗해졌다. 이제 거리는 사람들의 즐거움과 함께 다시 더럽혀지리라. 그리고 로봇은 처음으로 돈을 벌었다. 적은 돈이지만, 돈은 위조한 흔적이 전혀 없는 진짜 돈이었다.

 

 로봇은 건달에게 돈을 건넬 생각이었다. 건달은 이 돈으로 맛있는 고기 안주에 소주로 목을 축일 수 있을 것이다. 건달은 이 돈으로 행복을 사고, 로봇은 건달을 도울 수 있다. 로봇은 꾸깃꾸깃한 종이돈을 반으로 곱게 접었다. 그리고 건달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제의 그곳으로 찾아갔다. 그는 곱게 접은 종이돈을 소중하게 들고 건달과 만났던 곳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달은 아직 오지 않았다.

 

 로봇은 착실한 학생처럼 자리에 앉아 눈을 말똥거리며 건달을 기다렸다. 그러나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건달은 오지 않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로봇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번득이는 눈으로 내일 꼭 다시 보자며 신신당부를 했던 건달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뜨겁던 햇빛이 부드러워지고 공기가 스산해져도, 해가 일몰하여 하늘이 붉게 물들어도 건달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였다.

 

 [위험 감지: 소형 투사체]

 

 RT-101의 위험 감지시스템이 “삐- 삐-” 소리를 내며 경고했다. 누군가 로봇을 위협하고 있었다. 로봇은 재빨리 몸을 숙였다.

 

 “쾅!”

 

 포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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