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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1부 사문과 로봇] 3장 광물행성의 노동자들
작성일 : 20-08-18 16:20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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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로메다 미인(남/여/특수 성별) 상시 대기 중

 

 - 광물행성 거리의 불법 전단지 내용 中 -

 

 

 ***

 로봇은 효율적으로 행동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인간을 표본 삼기로 한 것이다. 광물행성에는 수많은 광부가 노동을 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산업단지와 유흥촌이 발달해 왔다. 광물행성에는 광부들뿐 아니라 일자리 알선업자와 중고차 딜러, 결혼중개업체 중매인도 바쁘게 일했다. 간편식 업자는 광물행성의 광부들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서 도시락을 준비했으며, 배달음식 라이더와 배송업자는 밤낮을 모르고 물건을 날랐다. 인간다운 왁자지껄함이 온 행성에 가득했다.

 

 광물행성의 밤은 낮보다 더 활기를 띄었다. 광물행성의 밤은 음탕했다. 노동자들은 매일 밤마다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곳을 찾아다녔다. 도시는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발달해 왔다. 시내는 술집과 유흥시설의 네온사인으로, 골목은 포장마차의 노란 전등으로 빛이 났다. 집창촌에는 매춘부들이 야한 옷을 입고 손님들을 유혹했다. 유흥에 빠진 인간들은 쥐며느리처럼 어둡고 음침한 곳을 찾아 몰려다녔다.

 

 젊은 남성들은 자신의 혈기왕성함을 상대해 줄 아름다운 여인들을 찾아다니고, 콧대 높은 여인들은 자신을 여왕처럼 떠받을 젊고 팔팔한 남성을 기다리며 동네를 배회했다. 중년 남성들은 돈으로 구입한 창부들에게 간절한 외로움을 달랬고, 돈을 받은 창부들은 그들에게 기꺼이 가슴을 내주었다.

 

 그리고 전쟁로봇도 일을 했다. 그 ‘일’이란 사람들이 보기에는 매우 우스꽝스럽고 엉뚱한 것이었다. 하지만 로봇에게는 알고리즘에 의한 가장 효율적인 행동이었다. 그 일이란 사람들을 만나 행복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무엇이 선생님을 행복하게 하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로봇이 예의 바르게 물었다. 그러나 경험 많은 중년들은 그를 의심하고 경계하기 일쑤였다.

 

 “종교는 안 믿소! 뭘 팔든 안 사오!”

 

 사람들은 호통을 치며 로봇을 쫓아냈다. 로봇은 자신을 그토록 경계하는 이유에 대해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의 말투와 표정을 통하여 그들이 자신의 질문을 불쾌한 감정을 갖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인지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나의 물음을 경계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의 물음이 그들에게 폐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나의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인가?’

 

 로봇은 계속해서 거리를 배회했다.

 

 ‘행복은 무엇인가?’

 

 추상적인 질문에 대해 연산을 실행하자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출력했다.

 

 [시스템 안내: 표본 불충분]

 

 ‘나의 목적은 그들을 돕는 것이다. 야마모토 박사에 따르면 그 방법이란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그들에 대해 정의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들의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들은 나의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이 목적은 달성이 가능한 목적인가?’

 

 로봇은 혼란스러웠다. 몇 가지 가정과 조건들로 인해 그 목적은 달성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이 모든 행동이 목적과 반대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만약, 군인들의 말처럼 쟈로쿠는 전투 속에서 소멸하는 것이 가장 큰 영광이고, 장군들에게는 쟈로쿠의 멸종이 최고의 명예라면, 나의 탈영은 쟈로쿠와 장군들을 불행하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거리에서 내가 노동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나의 행동은 제1명령에 위배되고 있는지 모른다.’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로봇은 포기하지 않았다. 로봇은 계속 거리를 배회했다. 그리고 행복에 대해 묻고 다녔다. 노숙자에게, 창녀에게, 취객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늦은 저녁, 거리 옆의 작은 공터. 마침내 경계심이 별로 없는 심심한 건달(乾達)이 로봇의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인간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여쭈어볼 수 있을까요?”

 

 예의 바른 로봇이 물었다. 건달은 무심히 로봇을 위아래로 훑어 보았다. 그리고는 깜짝 놀랐다. 그는 번쩍 일어나며 로봇을 반겼다.

 

 “세상에! 전쟁로봇이잖아! 대박-”

 

 세상 소식에 밝은 건달은 유명인사인 로봇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로봇이 어떻게 자신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묻자 건달은 “글쎄, 나는 여기 소처럼 일하는 광부들과는 다르오! 나는 쫌 TV를 볼 시간도 많고, 융통성도 있지”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자신의 옆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행복은 돈이 아니겠소? 돈만 많으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소. 로또나 당첨되면 소원이 없겠건만!”

 

 건달이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로봇은 순식간에 유사한 데이터들을 찾았다. 돈을 획득한 사람들이 안면근육을 이완시키며 즐거워하는 이미지들이 출력되었다. 그 표정은 분명히 행복과 강력하게 연결되는 정보였다.

 

 “그렇군요!”

 

 로봇이 인간처럼 손뼉을 치고 기뻐하며 말했다. 야마모토 박사에게 배운 몇 가지 감정표현 중 하나였다.

 

 “그렇소.”

 

 건달은 왜 로봇이 그토록 기뻐하는지 몰라 머리를 긁었다. 로봇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제법 인간처럼 그럴 듯해서 신기하기도 했다. 그는 팔짱을 끼고는 그런가 보다 하고 맞장구를 쳤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그 돈으로 무엇을 구매하실 생각입니까?”

 

 건달은 골똘히 생각했다. 건달은 그토록 돈을 갖고 싶어 했으면서도, 정확히 무엇을 사고 싶다는 생각은 그저 막연하게만 했다. 돈이 있으면 그만이지, 돈이 있으면 그냥 행복한 것이 아닌가! 그래도 건달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건달은 많은 돈을 갖고 자신감에 넘치는 걸음걸이를, 여성들 앞에서 자신이 부자임을 뽐내는 모습을, 고급스러운 뷔페에서 샐러드를 음미하는 사치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건달은 자신 없는 말투로 한 가지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고급 세단 그리고 아름다운 저택. 그래, 그 저택에서 황홀한 여인들을 불러 파티를 열고 싶소이다.”

 

 그 말을 들은 로봇은 무언가 이해할 것 같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식욕과 성욕, 과시욕이었다. 그것은 바로 쾌락이었다.

 

 ‘쾌락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로봇은 야마모토 박사와 이 행성의 광부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쾌락을 사랑한다. 쾌락에 취한 인간은 표정과 말투를 통해 명백한 행복을 드러낸다. 그것은 분명한 행복의 신호다. 그들에게 쾌락을 선사할 수 있다면,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깨달음의 기쁨도 잠시 로봇은 다시 모순에 이르렀다. 술에 취한 박사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박사는 돈도 많았고, 많은 쾌락을 누렸다. 박사는 늘 술에 취했고, 여성을 탐했다. 술에 취한 박사는 껄껄껄하고 호탕하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박사의 웃음은 늘 오래가지 않았다. 방에 들어온 박사는 다시 혼자 남겨져 외로움에 사무쳐 울음을 토했다. 때때로는 고독함에 젖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일에 온종일을 허비했다. 그는 그토록 여인을 좋아했지만, 여성에 대한 환멸과 증오에 빠져 있었다. 그는 그토록 술을 좋아했지만, 술에 취한 다음날 아침이면 숙취에 배를 움켜잡고 고통스러워했으며, 식사를 거르고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늦은 저녁이면 다시 술을 마셨고 집으로 여인을 불러들였다. 그가 진정으로 행복했을까. 돈이 많은 박사는 진정으로 행복했던가? 그는 늘 불행했다. 술에 취해 여성을 끌어안다가 비명횡사했던 그의 싸늘한 시체는 결코 미소 짓고 있지 않았다.

 

 쾌락은 늘 고통과 허무가 뒤따랐다. 몽롱한 밤의 향락은 아지랑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결국 다음 날이 되면 여운과 외로움만을 남겨 놓을 뿐이었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찾아오기 마련이며, 술 취한 광부는 다시 광산으로 들어가 탄매를 삼키며 땀을 흘려야 했다. 그들이 원하는 행복이라는 것이 고통과 같은 말이던가? 그들의 행복이란 것은 본디 그런 것인가? 그것이 행복의 본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로봇의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로봇은 건달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군요, 선생님. 그것이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것입니까?”

 

 건달은 로봇의 질문에 대해 더 이상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음, 뭐. 대충 그렇소.”

 

 그 말을 들은 로봇은 씽긋 미소를 지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로봇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봇은 건달과의 대화를 통해 상당히 독특한 데이터를 많이 수집했지만 사실 그 속에는 어떤 의미 있는 정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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