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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1부 사문과 로봇] 2장 탈영(2)
작성일 : 20-08-18 16:19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3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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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영한 전쟁로봇은 광물행성에 착륙했다. 외행성 콜렉트콜* 을 통해 박사에게 화상통화를 걸었다. 박사가 전화를 받았다. 박사의 얼굴을 뻘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은 반쯤 풀려 있었다. 통화 음질이 좋지 않았다. 시끄러운 주변소음으로 인해 박사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두컴컴한 배경과 오색의 조명은 박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고 있었다.

 (*외행성 전화요금는 매우 비싸다. 우주시대에 장거리 커플이 실패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야 이 미친 로봇아! 너 어디야? 너 때문에 다 망했어, 미친 깡통 로봇. 뭐야 이건, 뭐야 수신자 부담!”

 

 술에 취한 박사가 꼬인 발음으로 말했다.

 

 “박사님,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박사님이 입력하신 제1명령에 문제가 있는 것···.”

 

 로봇이 침착하게 말하던 도중, 박사가 말을 가로채 호통을 쳤다.

 

 “뭐! 제1명령! 뭐! 어! 우씨, 미친, 이게 왜 오류가 났지? 너 때문에 대통령한테 깨지고, 진짜. 내가 스트레스 받아서 술 마신 거 아니야! 이거 어디야! 이 새끼, 이거. 내가 테스트할 때는 멀쩡했는데, 진짜!”

 

 늘 취해 있던 박사가 술 마신 핑계를 로봇에게 돌렸다. 물론, 아주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것은 박사에게 그럴듯한 이유였으리라. 박사는 이미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다.

 

 “박사님, 제1명령의 뜻을 명확하게 말씀해 주시면 다시 전선으로 돌아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제가 지금 지구로 가서 박사님께서 명령을 변경하시거나···.”

 

 “뭐!”

 

 박사가 다시 말을 끊고 소리를 질렀다. 박사와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뭔 소리야, 이거. 이거 깡통 로봇, 이거. 로봇, 진짜. 야! 내가 대통령한테, 어!”

 

 술 취한 박사는 같은 말을 반복할 뿐, 제1명령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혹시 암호화된 언어나 비유적인 표현, 함축적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리저리 생각해 봤다. 하지만 온전히 헛소리 뿐이었다.

 

 “박사님, 전선이 밀리고 있습니다. 한시가 급합니다. 어서 명령에 대해 말해 주십시오.”

 

 “명령? 그래, 명령 좋다! 명령한다! 어서 나를 네 방에 데려가서 혼내 줘, 예쁜이! 흐흐흐.”

 

 박사가 매춘부로 보이는 여성의 목을 간지럽히며 엉뚱한 말을 했다. 여성은 까르르 웃으며 “아앙-” 하는 묘한 소리를 냈다. 여성의 한 손은 박사의 허벅지를 은밀히 쓰다듬고 있었다.

 

 ‘네 방에 가서 나를 혼내 줘, 예쁜이? 예쁜이는 옆에 있는 여성을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면 나를 의미하는 것인가? 방에서 박사를 혼내는 것이 박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 방에서 혼내는 것은 인간과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인가? 내 방은 어디지? 나는 방이 없는데···. 데이터 공간을 지칭하는 건가?’

 

 로봇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박사님, 제 방이 어디죠?”

 

 그러자 박사가 느닷없이 화들짝 놀랐다. 그는 조금 전의 일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뭐, 뭐야, RT-101이잖아? 언제부터 있었지? 우선은 저리 가라. 지금은 바빠···. 저리 가라.”

 

 “···.”

 

 로봇은 잠시 침묵하며, 박사의 명령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물었다. ‘저리 가라’라는 명령이 제1명령보다 중요하진 않았다.

 

 “박사님, 무엇이 인간과 인류이며, 무엇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입니까?”

 

 “그걸 몰라? 너는 적어도 인간이 아니지. 그걸 말이라고···. 너는 컴퓨터라니까.”

 

 로봇은 그 말을 확실히 알아들었다. 자신은 인간과 인류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로봇은 그 말을 분명하게 데이터로 기록하기 위해, 제1명령에 각주를 달았다.

 

 [RT-101은 인간과 인류가 아니다. 따라서 RT-101은 RT-101을 도울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을 도와야 합니까, 박사님?”

 

 “도와? 뭘 도와? 아아, 이거! 아, 그래, 바로 이거야! 이게 나를 도와주는 거야, 예쁜이! 하하! 가자고. 오, 자기 정말 섹시하다! 자기는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한다니까!”

 

 술에 취한 박사가 여성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여성은 야릇한 눈빛으로 박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박사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박사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감싸 부축했다. 다른 한 손으로는 박사의 가슴팍을 어루만졌다. 박사는 광대를 한껏 들어올리고 헤벌쭉한 표정으로 흐느적거렸다. 그의 머리는 시계추처럼 좌우로 반복운동을 하고, 다리는 맥없이 후들거리고 있었다. 박사의 움직임은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움직임뿐이 아니었다. 그의 눈동자는 동태눈처럼 생명력이 없었고, 그마저도 거의 7할은 감겨 있어서 도무지 앞이 보일 것 같지 않았다.

 

 그때, ‘억’ 하는 소리와 함께 영상이 정신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쿵쿵. 쾅쾅. 쿵!”

 

 정황을 미루어 볼 때, 아마 박사는 어디에선가 심각하게 구른 것이 틀림없었다. 주변의 소음과 불빛 때문에 잘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지만, 여인이 비명소리가 로봇의 인공 달팽이관에 똑똑히 들렸다. 게다가 박사의 머리 부근에서는 거무튀튀한 액체가 흘러나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야마모토 박사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박사는 그렇게 허무하게 비명횡사했다. 그 죽음은 박사에게도 틀림없는 불행이었지만, 죽음은 늘 세상에 머무는 자들의 몫이다. 박사의 피조물에게 진정으로 그랬다. 로봇에게야말로 그 죽음은 불행 그 자체였다. 로봇의 제1명령은 이제 변경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로봇은 이제 인간과 인류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영원히. 그 철덩어리가 완전히 녹이 슬어 소멸될 때까지 계속해야 했다.

 

 변화는 시작되었다.

 

 로봇은 지구인 박사 야마모토의 학구열과 탐구심에 의해 태어나, 지구인들의 전쟁에 의해 존재의 목적을 받았다. 그 본질적 목적은 틀림없이 전쟁이었으나, 인간에 대한 사소한 의심과 호기심이 로봇의 운명을 완벽하게 바꿨다.

 

 로봇은 이제 고향별 지구로 돌아갈 수 없으며, 전쟁을 하기 위해 전선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로봇은 완전히 새로운 무엇으로 재구성되어야만 했다. 그 상황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지만, 박사와의 통화가 완전히 무소득인 것은 아니었다. 로봇은 박사의 말 속에서 한 가지를 더 깨쳤다.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인간을 돕는 것.]

 

 로봇은 제1명령에 각주를 덧붙여서 위와 같이 표시하였다. 물론, 로봇은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과 인류를 도울 유일한 단서를 찾았고, 이제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했다. 또 그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지만, 아직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백한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인간은 무엇이며, 나는 어떻게 그들을 도울 것인가? 원래의 전쟁터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전쟁을 시작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것도 아니라면···.’

 

 전쟁로봇의 여정은 마침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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