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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지오르고스의 일기
작가 : 현서랑
작품등록일 : 2020.7.31

J. 그녀는 그것을 지오르고스의 일기라 적었지. 모르탈 아이움, 그 옛 시대에 지오르고스가 일궈내어 셀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그 신비의 역사를. 이젠 J라는 그 작은 여자아이의 이름이 우리들의 진실 위에 허구성과 함께 덮여질 테지. 인간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믿으려하지 않아. 앞선 존재들. J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인퀴스토 디토스란 신들과 엄연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말이야.

 
네냐 III
작성일 : 20-08-18 13:32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12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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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냐 4_

 결국 우린 살아남았다. 승리라 하긴 서글픈 과장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을 가다듬는다. 어젯밤부터 시작되어 오늘까지 이어진 참상을 잠시 접어둔다. 이 서사엔 엄연한 질서가 있으므로 작자인 난 시간의 흐름을 따라야만 한다. 세차고 강렬하게 지나간 장면과 감정들이 비망록에서 서사로 옮겨지기 위해 앞서 다투고 있다.

 네냐 3일 자정. 뉘므레 옷시아가 이끄는 테스미르미드의 지상군은 언더옥포드 요새를 향한 급습을 감행했다. 난 요새가 보이는 먼발치에서 산자락을 조금 올라 평원 위 병력의 이동을 바라봤다. 까마득한 밤, 산자락에 자라있던 풀들 사이에선 귀뚜라미 한 마리조차 울지를 않았다.

 평원의 어둠 속을 비추는 테스미르미드 병사들의 은밀한 횃불은 두 갈래로 갈라졌다. 본대는 평원 가운데로, 수백의 기동대는 요새 북쪽의 구릉으로 향했다. 테스미르미드군의 작전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작전은 두 갈래로 갈라진 이동경로만을 보여준 것이 전부였다. 그들은 적들이 요새 안에 숨어있는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평원의 고요함을 몰아내기 시작한 건 북쪽 구릉에서부터 퍼지는 테스미르미드 병사들의 비명이었다. 그곳엔 비명과 함께 커다란 불이 타올랐다. 누군가 그 일대에 일부러 불을 놓은 것인지, 아니면 병사들의 손에 들려있던 횃불이 땅에 떨어져 크게 번진 것인지는 모른다. 불은 북쪽을 빠르게 타고 올라 그 산등 주변을 밝혔다. 그리고 그 불길 속에선, 인간이 아닌 것들이 날뛰고 있었다. 바로 몸집이 거대한 야경들이었다. 그 야경들의 수는 열이 채 되지 않았다. 온몸이 털로 수북이 덮인 키 큰 외눈박이, 늪을 쏘다니는 악어의 주둥이에 들소의 몸뚱이와 다리가 달린 네발짐승, 붉고 거대한 날개에 검은색 긴 꼬리가 달린 기이한 존재 등, 그들 모두 이성이 뚜렷했고 누군가의 명령에 따르듯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구릉으로 향했던 테스미르미드의 병사들은 거대한 야경들과 뜨거운 불길 가운데 놓여 처절하게 도망 다녔고, 벌판에 있던 테스미르미드 본대의 궁사들은 아군을 돕기 위해 일제히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야경들은 쏟아지는 화살을 피해 구릉 뒤로 몸을 숨겼는데, 오직 움직임이 둔한 외눈박이만이 불길 속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그나마 궁사들에게 표적이 되어주던 그 외눈박이마저도, 타다만 병사들의 시체를 방패처럼 들어 올려 화살을 막으며 요새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몸을 숨겼다.

 그렇게 불과 몇 시간 만에, 테스미르미드의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다. 요새 북쪽의 산불은 꾸준히 타올라 어느덧 모든 일대를 환하게 비췄고, 그 불바다 안에선 수많은 테스미르미드 병사들이 나무와 함께 땔감으로 타고 있었다. 그 새벽, 살아남은 자들의 비명이 더해진 테스미르미드의 군대는 요새 앞 평원에서 서둘러 집결하여 횡대를 갖췄다. 그들은 후퇴하지 않았다. 선봉에선 옷시아의 투기가 짧은 연설이 되어 울렸고 그녀의 부관들은 큰소리로 지시를 하달했다. 하지만 그 위대한 투기들은 한낱 버둥거림이 되어 다가올 비참한 현실에 집어삼켜질 뿐이었다.

 찰나의 소강 이후 여명은 터왔다. 희미한 여명은 언더옥포드 성곽에 올라있는 아르도르 궁사들의 형체를 하나 둘 밝혀냈다. 테스미르미드의 군대는 아르도르 궁사들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었으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굳게 닫혀있던 성문이 열리고 그 안에선 수십의 야경이 쏟아져 나왔다. 뿐만 아니라 야경들 뒤엔 아르도르의 강병 수백이 붙어있었다. 거대한 야경들의 위엄에 놀란 테스미르미드 궁사들의 화살은 주인의 절박함을 담아 허공을 갈랐으나, 야경들은 철판이나 방패, 혹은 단단한 외피로 그 화살들을 받아내며 돌진해 평원을 덮쳤다. 아르도르가 난공불락의 요새를 두고도, 또 그 요새에 다수의 궁사들을 남겨두고도 굳이 바깥으로 뛰쳐나온 것은 결코 무리한 전략이 아니었다.

 이어지는 백병전은 절망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그 거대한 야경들에 의해 테스미르미드의 병사들은 살이 뜯겼고 피가 빨렸으며, 목이 떨어지고 팔다리가 잘려져 나갔다. 뷔 달튼의 화주가 품은 용맹스런 독기마저도 야경들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옷시아 그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희생되어지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고서야 뒤늦게 퇴군령을 내렸다. 퇴각을 알리는 호각에도 야경들은 살육을 멈추지 않고 더 많은 죽음을 쫓아 테스미르미드군의 퇴로를 추격을 해왔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 테스미르미드의 부상병들은 평원 위에 처참히 버려졌다. 죽음의 고통과도 다를 바 없었을 두려움에 쫓기는 병사들에겐 동료 부상병들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이에 대다수가 살아남은 아르도르 강병들은 평원에 버려진 적 부상자들의 심장을 창으로 찌르며 그 일대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셰펄드의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테스미르미드군의 퇴각이 내가 머물던 기슭 아래에까지 도달했을 때, 난 나 역시 적의 추격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퇴각하는 부대에 합류해야할지 산속으로 숨어야할지를 짧게 고민했다. 숲이 위험하다했던 셰펄드의 말이 떠올랐던 것은 과연 다행이었던 걸까. 난 전자를 택해 옷시아의 분대 전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옷시아를 호위하며 서쪽으로 절박하게 말을 내달리는 선봉대를 내 뜀박질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숨이 멎도록 달렸으나 앞에 보이는 테스미르미드 병사들의 말꽁무니는 점점 멀어졌고 등 뒤에선 죽어가는 병사들의 비명이 가까워져왔다.

 내가 뜀박질을 멈춘 건 등 뒤의 비명이 모두 사라졌을 때였다. 정면의 퇴로 외에 그 무엇도 분간해내지 못하고 있던 내 눈은 그때 내가 고개를 뒤로 돌리고 나자 애석하게도 제 역할을 해냈다. 내 눈앞엔 생김이 기괴하고 몸집이 거대한 야경들이 하나 둘 멈춰서고 있었다. 그리고 내 위에선 거대한 대벌레를 닮은 이름 모를 괴수의 시선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야경 전사라 불리는 위험한 인퀴스토 디토스들 중 하나였던 것이다. 두 개의 뿌리를 다리처럼 땅에 박고 선 그 괴수의 얼굴은 내가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어야할 만큼 높은 곳에 있었다. 목과 몸통에 팔처럼 달린 네 개의 가시가 있었고, 가시 끝엔 생생한 피가 맺혀있어 내 콧등과 미간으로 한 방울씩 떨어졌다.

 절명을 맞이할 두려움에 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의 기다림은 아무런 고통도 없이 조용히 이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모든 야경들의 시선이 나의 등 뒤, 먼 서쪽에 닿아있었다. 야경들의 시선이 닿는 곳에선 루완군의 수두룩한 창끝이 동쪽을 향해 빠르게 겨눠지고 있었다. 그 창날들이 가르는 허공의 틈에선 우렁찬 기합이 들려왔고 곧 그 소리의 주인인 레기오른 오톤이 창날사이로 걸어 나왔다. 그는 자신의 검을 치켜들어 부대 후열에 있던 루완의 궁사들을 불렀으며, 이에 옷시아는 퇴각하던 테스미르미드의 잔병들을 빠르게 수습해 자신의 부관들이 오톤의 지시에 따를 수 있도록 했다.

 야경들과 오톤을 따르는 병사들은 그렇게 먼 거리에서 대치 상황을 만들었다. 그때 루완군과 야경들 사이엔 오로지 나 혼자만이 서있었다. 아군의 품은 멀었고 괴물들의 손아귀는 바로 눈앞에 있었다. 거대한 대벌레는 내 머리 위에 자신의 가시를 겨누고 오톤과 옷시아를 응시했다. 숨김없이 말하자면, 인질이 되어버린 그때의 난 살아남고 싶었다. 날 빌미로 한 그 괴수의 협박이 부디 먹혀들길 바랐다. 그 비겁자의 모습이 내 본모습이었다. 그러나 내게도 사내의 이성이랄 것이 있었고, 그 이성은 나의 본모습을 꾹 눌러 내 깊은 내면에 감추고서는 도리어 주인행색을 해 내 얼굴에 당당한 기색을 띠웠다. 그럼에도 오톤은 내 희생을 쉽게 용납하지 못하여 궁사들에게서 공격 명령을 거뒀고, 내가 주인공이 된 그 인질극은 야경들에게 유리해지는 듯했다.

 허나 상황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역전됐다. 야경들의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갑자기 잦아들었을 때였다. 야경들 중 일부는 살기어린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곧 루완군과 야경들 사이, 그 빈터 가운데에 소나기가 쏟아지듯 작은 물줄기들이 세차게 떨어졌다. 그 힘찬 물줄기 사이엔 익숙한 자태가 숨어있었다. 물줄기가 멎자 흥건하게 젖어버린 땅 위에서 고개를 든 건 메어 뤼귀였다. 몸에 물기가 가득한 그를 그곳에 있던 모든 인간들은 알아봤다. 그러나 내 뒤에 있던 야경들은 단순히 그를 알아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수가 열이 넘는 그 야경들은 뤼귀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닿음과 동시에 고개를 숙이거나 바닥에 몸을 붙였다. 날 잡고 있던 거대한 대벌레 역시 네 개의 가시를 모두 땅에 대며 뤼귀에게 절을 했다.

 

 - 돌아가라.

 

 뤼귀의 그 한 마디는 여태껏 봐온 그 어떤 위협보다도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내 뒤의 야경들은 일말의 반심도 없이 등을 돌려 즉시 동쪽으로 돌아갔다. 전투는 없었다. 우두머리의 명령은 인퀴스토 디토스들에겐 수천의 인간 병력보다도 두려운 것이었다. 일각 지체도 없이 동쪽으로 돌아가는 야경들의 모습에 놀란 루완과 테스미르미드의 병사들은 창과 활을 맥없이 거둬들이며 뤼귀를 신비롭게 바라봤다. 옷시아와 오톤 역시 여느 병사들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뤼귀는 내 쪽으로 먼저 다가왔다.

 

 - 내 감각이 무디어 많은 이들이 죽었군 그래……. 그보다 셰펄드는 어디에 있나?

 

 뤼귀는 테스미르미드 병사들의 죽음을 이미 알고 있었고 왜인지 그들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를 탓했다. 난 오히려 그가 이곳에 남은 병사들을 살린 것이라고 그의 말을 고쳐줬다. 하지만 셰펄드의 행방에 대해선 나도 아는 것이 없었다.

 

 - 그가 우리에게서 다시 숨어버릴 이유는 없어. 아무래도 언더옥포드 요새로 가봐야 할 것 같군. 그전에 저 뒤에 인간들에게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를 생각해야하네.

 

 그러나 옷시아와 오톤은 우리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막상 뤼귀를 마주한 옷시아가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오톤이 먼저 입을 열었다.

 

 - 고맙습니다. 선생.

 

 오톤 역시 표정엔 혼란이 섞여 마냥 담담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뤼귀는 그의 감사에 고개를 끄덕였다.

 

 - 전 요새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의 대화는 나중으로 미뤘으면 좋겠군요.

 

 뤼귀는 그렇게 그들과의 대화를 피했고 이번엔 오톤이 고개를 끄덕였다.

 뤼귀는 동쪽으로 걸었고 나도 그를 따랐다. 요새까지는 멀지 않았기에 그는 나와 함께 걸어 이동을 했다.

 

 - 하마터면 자네도 오늘 죽은 병사들과 생을 같이할 뻔 했어. 마침 내가 자네를 살릴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걸세. 난 운명이 자네와 자네의 일을 돕고 있다고 믿네.

 

 뤼귀 그가 무엇을 두고 내 운명을 믿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믿음은 내게 든든한 위안이 됐다. 조금 더 걸어 오르막을 올랐을 때 우린 걸음을 멈춰야했다. 새벽에 일어났던 산불이 잦아들어 재만 남은 요새 북쪽의 산지와, 언더옥포드 평원에서 서쪽을 향해 다가오는 적의 군단이 우리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평원전투를 치렀던 아르도르의 강병들과 요새 안에 있던 궁사들, 그리고 뤼귀에게 고개를 숙이고 떠났던 야경들까지 모두 대열을 갖춰 우리 쪽으로 천천히 전진해오고 있었다. 그 군단을 이끄는 이는 멀리서도 생김새가 돋보이는 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홀로 전열에 서서 느릿하게 걷고 있었다. 그때 난 그녀의 정체에 대해 몰랐다. 후에 알게 된 바, 그녀가 바로 과거 뤼귀가 언급했던 루마스피나의 여왕 퀴노르 스피나였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과 두 개의 눈, 입술은 모두 새까맣게 어두웠다. 그녀의 전신엔 아무런 옷도 걸쳐져있지 않았는데, 피부는 녹갈색이었고, 하반신 전체와 왼쪽 팔, 오른쪽 젖가슴은 마치 썩은 이끼가 피어나 문드러진 것처럼 보였다.

 퀴노르는 곧 자신의 손가락 하나를 들어 야경들의 행군을 멈춰 세웠고 아르도르의 병사들은 조금은 뒤늦게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내가 눈을 깜빡한 사이, 놀랍게도 그녀는 우리의 눈앞에 와 서있었다.

 이상한 분위기가 흘렀다. 서로를 마주한 두 야경 왕은 웃었다. 그 둘에게서 드러난 감정은 분명 반가움이었다. 둘 중 누구도 서로에게 고개를 숙이진 않았다. 뤼귀는 먼저 입을 열어 퀴노르 그녀에게 셰펄드의 행방을 물었다.

 

 - 퀘니는 어디 있나?

 

 - 저 뒤에. 성안에 있어. 안 죽이길 잘한 것 같네.

 

 인간들의 언어로 알려진 린그노르어는 혓바닥도 보이지 않는 퀴노르 그녀의 어두운 입에서도 차갑게 흘러나왔다. 특이하게도 그녀의 말투는 여왕이라는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예사롭고 가벼웠다.

 

 - 왜 그를 살려뒀나?

 

 - 너랑 협상을 해볼까 해서. 마침 네가 여기에 있으니 나중으로 미룰 필요도 없겠네.

 

 - 협상? 내게 바라는 게 있나?

 

 퀴노르는 씩 웃었는데 그 미소는 음흉하여 내가 보기에 섬뜩할 정도였다.

 

 - 모르는 척하지 마. 너도 이제 편을 정할 때잖아. 우릴 거절하면 난 그 애를 죽일 거야.

 

 뤼귀는 그녀의 말에 못마땅해 하며 숨을 크게 내뱉었다.

 

 - 네가 그를 죽이면 내가 너희의 적이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 뭐? 넌 이미 인간들을 돕고 있잖아? 네가 이 전쟁에 개입하고 있다는 걸 우리가 모를 줄 알았어? 라귈라도 시카도 이미 다 아는데.

 

 뤼귀는 어색하게 웃었다.

 

 - 그롯테에서 내 나라의 입지가 미묘해졌겠군. 일이 이렇게 되길 바랐던 건 아닌데 말이야.

 

 - 알아. 네가 진심으로 나섰다면 이 볼품없는 전쟁이 진작 끝나있었겠지. 이젠 그렇게 행동할 필요 없어. 너, 그 퀘니라는 애를 살리고 싶잖아.

 

 퀴노르는 뤼귀의 한 손을 잡았으나 뤼귀는 조용히 자신의 손을 거뒀다.

 

 - 퀴노르, 너흰 인간들을 모조리 죽이려고 하잖나.

 

 - 네가 원한다면 몇 명은 살려둬도 좋아. 그것들도 어차피 얼마 못살고 죽겠지만. 그동안 네가 데리고 살아도 돼.

 

 퀴노르는 익살스럽게 말했다. 뤼귀는 그 장난스런 어조에 화답해 웃으면서도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 미안하지만 난 너희들이 자행하려는 살육에 동조하고 싶지가 않군. 인간은 너희 생각보다는 괜찮은 종족이야.

 

 - 괜찮다고? 넌 그들 때문에 벌어진 일들을 다 잊은 거야? 그들은 지금도 군대를 일으켜서 라귈라의 땅을 공격하고 있어. 여기서 자기네 동족들이 죽어가는 걸 알면서도. 그게 괜찮은 거야?

 

 - 난 린그노르에 지내며 인간들이 성장하는 걸 봤네. 이기심을 제어하지 못해 모든 사물에 욕심을 부리는 아이에게 어른들이 무작정 매를 들면 그 아이의 마음은 더 삐뚤어져 장자로의 길에서 어긋나게 되는 법이지. 하지만 자애에서 우러난 훈계들로 훈육된 아이는 선하게 자라 어른들을 모시며 따른다네. 우린 인간이라는 이 아이들에겐 어른과도 같은 존재들이 아닌가?

 

 퀴노르는 뤼귀의 말에 질색했다.

 

 - 뤼귀, 인간은 뱀 같은 짐승이야. 말은 통하지도 않고 보살핌을 받아도 그 은혜를 잊고 주인을 삼키려 든다니까. 그렇다고 그 뱀들을 숲에 살게 내버려두면 그것들은 숲속의 작은 짐승들을 먹어치워 그 수를 불린 뒤 더 큰 먹잇감을 찾아 결국 다시 마을로 내려오는 법이야.

 

 - 그렇게 생각한다니. 우리의 생각이 서로 다르니 이 협상은 이뤄지지 않겠군 그래.

 

 뤼귀의 대답을 들은 퀴노르는 한숨을 뱉었다.

 

 - 아쉽네. 그래도 아직 그렇게 단언하지는 마. 퀘니 그 앤 더 살려둘게.

 

 - 웬일인가? 퀴노르 너답지 않게 자비롭군.

 

 - 자비? 아니야. 너랑 말하면서 생각해보니까 그 애를 지금 죽이면 여기서 너랑 싸우게 될 것 같아서. 난 힘든 싸움을 하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니야. 물론 피할 수 없다면 해야겠지만.

 

 퀴노르는 말을 이었다.

 

 - 그러니까 이제 비켜.

 

 뤼귀는 대답을 하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때 그는 눈앞에 닥친 선택보다는 다른 고민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그렇게 보였을 뿐, 실제로 그가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인지는 모른다.) 그의 반응을 기다리던 퀴노르는 그때 처음으로 내게 눈길을 주곤 내게도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난 억지로 그녀의 시선을 피해 뤼귀의 옆얼굴만을 바라봤다.

 그런데 잠시 후 뤼귀는 뜬금없이 한발을 앞으로 나섰다. 그는 먼 동쪽의 언더옥포드 요새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것처럼 그곳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곧 그 요새 안에선 거대한 바위벽이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원에 정렬해있던 병사들과 야경들은 모두 그 소리에 놀라 요새 쪽으로 몸을 돌렸다. 퀴노르는 이미 그 굉음의 진상을 알아차린 것처럼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뤼귀 역시 어떤 기분 좋은 확신이 생겼다는 듯이 밝게 웃으며 침묵을 끝냈다.

 

 - 협상을 가장한 네 협박도 오래가질 못했군.

 

 대답 없이 검은 입을 앙다문 퀴노르는 또 순식간에 우리 앞에서 사라져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뤼귀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때의 날 보며 웃었고, 요새가 잘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앉아 내게 요새를 잘 주시하라고 말했다.

 평원의 적들은 성문 앞으로 나선 퀴노르를 따라 흩어져 자신들의 요새 정면을 포위하듯 감쌌다. 그리고 곧 도르래가 요란하게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요새의 거대한 문이 열렸다. 거기선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를 땅에 끌며 걸어 나왔다. 앞서는 이는 북쪽 아네이 강변에서 마주했던 뒤로 기억 속에서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던 세르부스의 야경 왕 헤밀롯이었다. 그는 의식이 없는 셰펄드의 팔을 잡아 그 몸뚱이를 땅에 끄시며 성문을 걸어 나왔다.

 퀴노르와 그녀의 야경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반면에 아르도르의 병사들은 일제히 활과 창을 헤밀롯에게 겨눴다. 그 순간에도 동요하지 않던 헤밀롯은 고개를 들어 우리 쪽을 바라봤다. 그와 뤼귀는 마치 시선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그 먼 거리에서 서로 눈을 맞췄다. 이내 우리 쪽에서 시선을 거둔 헤밀롯은 셰펄드의 팔을 놓고 자기 앞을 포위한 아르도르 병사들을 바라봤다. 한 야경과 한 군단의 그 불균형한 대치는 그리 길지도 않았다. 헤밀롯이 서있던 지대 위엔 정체모를 어두운 연기가 일어났는데, 그 검은 기체는 퀴노르의 몸에서부터 뿜어져 땅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헤밀롯은 셰펄드를 안아들어 사뿐히 뛰어올라 셰펄드를 언더옥포드 성루에 내려놨다. 그리곤 퀴노르가 일으키는 검은 연기를 피해 거대한 반원을 그리듯 지상 위를 크게 우회하여 점차 어두워져가는 대지에서 벗어났다. 헤밀롯의 움직임이 시작되자마자 그곳에 있던 야경들은 도망을 치듯 먼 북쪽 산지로 앞다투어 물러났고, 헤밀롯이 우회하던 경로 위에서 서있던 아르도르 병사들은 마치 갈대가 칼날에 잘려나가듯 몸이 잘려져 어마어마한 피를 쏟아냈다.

 혼비백산한 수백의 아르도르 강병들 사이에서 두 야경 왕의 싸움은 시작됐다. 헤밀롯은 잔상이 남는 기동을 멈추지 않았고 퀴노르가 뿜어내는 검은 기체는 그녀 주변을 어두운 잿빛으로 물들이며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본래 황토색을 띠던 평원의 흙과 그 위에 나있던 어린 풀들은 퀴노르의 연기에 닿자 그을린 것처럼 탁한 색을 냈고, 그 연기를 미처 피하지 못한 병사들은 순간의 영겁 속에 몸이 던져진 것처럼 살이 부패해 재가 되어 부서졌다. 일대를 쏘다니던 헤밀롯은 어느 순간 퀴노르의 머리 위 상공에서 잔상을 남겼는데, 내가 그 잔상을 발견함과 동시에 퀴노르가 서있던 자리에선 그녀의 비명이 천둥처럼 울려 퍼졌고, 일대에 뻗어나가던 검은 연기도 그 세가 일순간에 잦아들었다. 그러나 비명이 지나가고 드러난 자리엔 손에 묻은 녹갈색 이끼덩이와 팔에 감긴 검은 연기를 여유롭게 털어내는 헤밀롯만이 서있었다. 퀴노르는 그와 떨어진 평원 북쪽에 서있었다. 공격을 당했음에도 거리를 벌려 금세 멀쩡해진 그녀는 마치 먹구름 속으로 들어가듯 자신이 만든 어두운 기체 속으로 숨어들어가 그 모습을 숨겼다. 이내 평원을 장악해나가기 시작한 퀴노르의 연기는 거대한 가시덤불 모양으로 일어나 질풍 같은 소리를 내며 헤밀롯에게 맹렬히 덤벼들었다. 헤밀롯은 하늘로 튀어 오르며 그 연기의 줄기들을 잘라냈으나 그것들은 퍼졌다가 모이길 반복하며 헤밀롯을 쫓았다.

 그렇게 둘의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뤼귀는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다. 난 그 싸움에서 보이는 야경 왕들의 신비한 능력에 대해 경외심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경외심이 그대로 드러나 있던 내 얼굴을 본 뤼귀는 내가 헤밀롯의 안전을 걱정하는 줄로 오해를 했는지 엉뚱한 말을 꺼냈다.(날 안심시키기 위해 했던 말이었던 것 같다.)

 

 - 걱정 말게. 이곳이 루마스피나의 숲지대가 아닌 이상 저 둘의 싸움은 승패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오히려 헤밀롯이 싸움을 피하려고 하는군. 퀴노르도 그걸 알고 있는 것 같으니 곧 공격을 멈출 걸세.

 

 내가 보기에 둘의 싸움은 누구의 우위도 가려내지 못할 정도로 치열했으나 뤼귀의 눈에 보이는 상황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난 헤밀롯이 왜 전력을 다하지 않는지에 대해 물었다.

 

 - 저 친구의 방식이야. 싸움보다는 대화를 하려는 것이네. 저 친구에 비하면 나 정도는 따분한 것도 아니지.

 

 뤼귀가 그 말을 마친 순간 싸움터에선 하늘까지 닿은 대목이 일격에 갈라지는 것처럼 웅장한 소리가 들려와 일대의 모든 소리를 잠재웠다. 가시처럼 솟아나던 연기들은 그 한순간에 모두 사라져버렸고 벌판에 퍼져나간 어둠역시 사그라지고 있었다. 검은 기체가 힘없이 모여드는 곳엔 조금 전까지 치열하게 부딪히던 두 야경이 서있었다. 그러나 퀴노르의 목은 헤밀롯의 오른손에 잡혀있었다. 퀴노르의 목을 움켜쥔 헤밀롯은 무언가 말을 내뱉듯 입을 움직였다. 곧 퀴노르의 입도 힘겹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둘은 그렇게 대화를 나눴다. 다만 그 거리가 멀어 그 내용에 대해선 우리가 들을 방법이 없었다.

 그들의 모습에 뤼귀는 놀랐다. 정확히는 헤밀롯의 처신에 대해 놀란 것이었다.

 

 - 저 친구도 아주 변하지 않은 것만은 아니군.

 

 하루 내내 끝을 모르고 오르던 긴 긴장감은 그쯤에서부터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헤밀롯은 대화를 마쳤는지 퀴노르의 목을 놓아주었고 퀴노르는 그 즉시 모습을 감춰 사라졌다. 헤밀롯은 퀴노르가 떠나자마자 북쪽 산지로 장소를 옮겨가 그곳에 있던 퀴노르의 야경들에게 무언가 명령을 내렸고, 야경들은 뤼귀를 마주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헤밀롯에게 절을 올리며 북동쪽 해안으로 사라졌다. 두 야경 왕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아르도르 병사들은 이미 산속으로 흩어진 상태여서 평원 일대엔 헤밀롯과 우리 둘, 그리고 수많은 시체들만이 남아있었다. 내내 앉아있던 뤼귀는 그제야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 요새를 향해 걸었다. 난 그를 따랐고, 평원에선 오늘동안 거기서 죽어간 병사들의 시체가 역겨운 냄새를 풍겨 내 코를 괴롭혔다. 평원에 다가가자 전날 밤 실패했던 테스미르미드의 야습의 흔적들이 두 야경 왕의 전투 흔적과 더불어 우리 눈앞에 선명히 드러났다. 북쪽 산지에서 불타버린 테스미르미드 병사들의 시체들 사이를 돌아다니던 헤밀롯은 우리가 평원을 거의 다 지났을 무렵에 우리 앞에 다가왔다. 뤼귀는 헤밀롯을 마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건넸다.

 

 - 내가 신세를 졌군.

 

 - 네가?

 

 - 퀘니 말이야. 퀴노르가 그 앨 잡아놓고 날 곤란하게 하고 있었어.

 

 - 그녀가 녀석을 살려놓은 이유가 그거였나.

 

 뤼귀는 고개를 끄덕였다.

 

 - 이제 돌아가 봐야하지 않겠나? 퀴노르가 그롯테로 돌아갔을 때 네가 세르부스에 없다면 그 부재의 여파가 생길 것 같은데.

 

 헤밀롯은 고개를 저었다.

 

 - 우밀리타는 루크룸을 도와 갈렌 호수에서 인간군대를 막아내고 있고 레기야는 에퀘스의 전사들을 루마스피나 동쪽에까지 올려뒀으니 세르부스는 한동안 잠잠할 것이다.

 

 뤼귀는 알겠다는 듯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이제 뭘 할 생각인가? 갈렌 호수로 가 인간들을 도울 텐가?

 

 - 나도 레기야도 이번만큼은 전쟁국의 군인들을 돕지 않기로 했다. 우선은 이곳의 내전을 끝낼 생각이다. 테스미르미드로 넘어가 숨어버린 녀석들도 루크룸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뤼귀 네가 이 일을 도왔으면 좋겠군.

 

 - 좋네. 안 그래도 내가 하려던 일이 마침 네게 진 신세를 갚을 수 있는 일이로군.

 

 시체들이 즐비한 땅에서 둘은 그렇게 의를 다졌다. 둘은 서로의 역할을 나눴는데, 음침한 산맥과 테스미르미드 페르미나 땅에 숨어버린 야경들을 찾는 일은 헤밀롯이 맡았고, 뤼귀는 헤스판으로 가 아르도르의 섭정을 만나보기로 했다. 대화가 끝나자 헤밀롯은 평원과 북쪽 산지의 시신들을 다시 한 번 눈으로 훑고는 소리 없이 사라졌다. 뤼귀는 멈췄던 걸음을 이어 열려있는 거대한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전투가 끝난 상태였지만 그곳은 내막 모를 적진이었기에 난 진입을 앞두고 걸음을 망설였다.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걷던 뤼귀는 뒤떨어진 날 보곤 웃더니 내게 손짓을 하며 자기를 따르도록 했다.

 언더옥포드 요새는 거대한 성벽으로 인해 바깥에선 안을 볼 수가 없었는데, 안에 들어와 보니 사람 한 명 없이 휑하기만 했다. 공터 가운데 솟아있었던 것으로 보이던 돌탑은 이미 허물어져 있었고, 마구간엔 말이 한 마리도 없었다. 문이 달리지도 않은 투박한 무기고 역시 고요하기만 했다.

 

 - 남아있던 이들마저 모두 도망친 모양이군.

 

 뤼귀는 중얼거리며 성루로 사뿐히 뛰어올라 셰펄드를 안아들고 다시 내 앞으로 내려왔다.

 세차게 인상적이고 길었던 오늘의 일들은 그렇게 끝났다. 날은 밤을 맞았고 뤼귀는 오늘밤을 이곳 요새 안에서 보내자했다. 여전히 의식이 없는 셰펄드는 지금 이 마구간 내 옆자리에 누워있다. 푹신한 짚들만이 있을 뿐 말이 없어 구린내도 나지 않는 괜찮은 잠자리다. 뤼귀는 성벽에 올라 서쪽 평원을 보고 있다. 동쪽에선 밤 파도 소리가 들려오며 이니스를 그리게 한다. 오늘 서사를 시작할 때 몰아쳤던 감정들은 어느덧 식어 펜을 잡은 손을 나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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