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녹이 기억할 것입니다
작가 : Naram
작품등록일 : 2020.8.17

어린 아이들이 말하기를,

후대의 선생들이 가르치기를,

세계의 역사가들이 기록하기를,

당신은 비열하고 악독한 손가락질 받아야 마땅한 자라 비웃을지라도

아녹께선 그날의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5
작성일 : 20-08-17 21:21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458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음날 저녁, 티리에의 삼촌이자 정보국에서 의무복무중인 아스칼 그레이엄은 퇴근길에 시장에서 양고기를 샀다. 평상복에 가려져 있으나 숨길 수 없는 덩치와 옷 아래에서 단련된 근육들, 그리고 조금 험악한 인상은 주변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움찔거리게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스칼은 저녁을 준비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티리에를 보곤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티리에가 차고 있는 안대를 벗겨 빨래더미가 있는 곳으로 던져버렸다.

 

 

  “으아아 내 아이덴티티가!”

 

  “눈 나빠진다. 적어도 집에선 쓰지 말도록.”

 

 

  칫 하는 소리내며 아쉬워하는 티리에에게 양고기를 건내준 아스칼은 겉옷을 벗어 벽에 걸었다.

 

 

  “별일 없었나.”

 

  “저야 겉으로만 입대했지 사실상 봉급도 쥐꼬리만큼 주고 할 일도 없으니까요. 책 내용에 대해선 조금 있다 이야기하기로 하고 삼촌은요?”

 

  “전역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거의 정리하는 분위기다. 아마 다음 임무가 마지막이 될 것 같군.”

 

 

  아스칼이 자리에 앉는 동안 티리에는 조금 어두운 얼굴로 양고기를 정리했다.

 

 

  “봉급은요.”

 

  “여전하더군.”

 

  “나쁜놈들.”

 

 

  아스칼은 의자에 앉으며 씩씩거리는 조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조금의 피도 섞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족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 자그마한 아이는 어느새 불쑥 커서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것이 크던 작던 자신의 삶을 한결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남은 돈은 용병일로 채워넣으면 되니까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 다만 너까지 고생하고 있으니 그게 마음에 걸리는군.”

 

 

  아스칼이 무덤덤하지만 고통이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빵을 집어들었다. 티리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전 오히려 이쪽이 좋아요. 이 이야긴 여기까지 하고 삼촌이 부탁한 세니마리카 1황녀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갈께요.”

 

  “그래. 그러고 보니 문제가 있다고 했지.”

 

 

  아스칼은 톰을 통해 전해들은 티리에의 암호를 상기하며 품속에서 물건을 꺼냈다. 그가 탁자 위에 올려놓은 것은 상당히 고급소재로 보이는 푸른색 옷조각이었다. 다만 옷조각에 검붉은 피가 묻어 있어 옷의 주인이 그리 좋은 일을 겪진 않았다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었다. 티리에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저희가 찾고 있는 사람, 그사람은 1황녀가 맞을까요?”

 

 

  아스칼은 빵을 입에 문채로 티리에를 쳐다보았다.

 

 

  “혹시 조사하면서 니에 드로크라는 사람 들어본적 있나요?”

 

 

  티리에가 고개를 들며 아스칼과 시선을 마주했다. 아스칼은 소녀의 눈에 혼란이 섞여있음을 알아채곤 생각보다 일이 꼬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니에... 아니. 들어본적 없다. 그 남자가 황녀와 관련이 있는건가?”

 

  “네. 생각보다 깊숙하게.”

 

 

  아스칼의 질문이 나옴과 동시에 티리에의 대답이 나왔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찾던 1황녀는 세니마리카 아일드가 아닐 수도 있어요.”

 

  “그게 무슨말이지?”

 

  “그게 조금 복잡한데.”

 

 

  티리에는 미간을 꾹꾹 누르며 오늘 하룻동안 자신이 정리한 생각을 말했다.

 

 

  “삼촌이 가져왔던 1황녀의 물건들, 그리고 지금 알려진 1황녀의 위업들과 소문들을 토대로 책을 열었을 때 니에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도 영문도 모른채 책을 받았고 사용법도 확실하게 모르는지라 확답할순 없지만, 지금까지 발견한 사용조건들을 보면 아무래도...”

 

 

  아스칼은 골치아파졌다고 생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황녀에게서 얻어내야 할 것은 세가지였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반드시 세니마리카 아일드, 1황녀 본인이여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황녀가 가짜였다면 진짜는 어디 있다는 말인가.

 

 

  “미안하지만 계속해서 니에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읽어줬으면 한다. 가닥을 따라가다보면 모습을 바꿨을 때가 나오겠지. 나는 내 방식대로 니에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아니...”

 

 

  아스칼은 말을 하다 말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티리에가 그의 얼굴을 살펴보니 상당히 많은 것을 생각하는 듯 고민이 깊어보였다. 시간이 흐르고 스프가 차갑게 식어버렸을 때 즈음 닫혀있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여기까지만 할까. 위험하기만 하고 너의 미래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진 않다. 과거에 매일 필요 없이 여기서 묻어두는 것도 좋겠지.”

 

  “...”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상당히 맘에 안든다는 표정을 짓던 티리에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자신의 왼쪽 눈을 부여잡았다.

 

 

  “흐아앗! 왼쪽 눈에 봉인되었던 악마가 다시 풀려나려 날뛰는구나!”

 

 

  갑작스러운 뻘짓에 아스칼이 어디 아픈가 하고 이상하게 바라봤지만 소녀는 아스칼에게 다가가 오른손으로 그의 어깨를 있는 힘것 꽉 잡았다.

 

 

  “악마여 봉인되어랏!”

 

 

  그리고 자신의 이마를 아스칼의 머리에 냅다 들이 박았다.

 

 

  “끄아앙아아아아!”

 

  “...”

 

 

  빡 하는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소녀의 비명이 방 안을 가득 매웠다. 티리에는 발갛게 달아오른 자신의 이마를 붙잡고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고 아스칼은 이게 뭐하는 짓인지 멍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잠시동안 고통에 끙끙되던 소녀는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누워있는 채로 한쪽눈을 가리며 자신의 멍청한 삼촌을 바라보았다.

 

 

  “전사여, 덕분에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대악마를 다시 봉인할 수 있었다. 이 봉인 역시 잠시일 뿐이지만 그대의 희생으로 재앙을 막을 수 있었으니 감사를 표하지.”

 

  “...”

 

  “나는 세상의 모든 어둠의 숙명을 진 비탄의 마녀이지만 한명의 전사이기도 하다.”

 

 

  소녀는 바닥에 누운채로 최대한 멋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눈을 가린 반대쪽 손을 쭉 내밀어 엄지를 들어보였다.

 

 

  “잊지 말게. 전사는 천년이 지나도 은혜를 잊지 않는다.”

 

 

  아스칼은 가만히 조카를 바라보았다. 그가 티리에에게 습관처럼 들려준 말을 그녀에게서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소녀는 여전히 아픈지 낑낑거렸지만 그녀의 입꼬리는 아직도 부들거리며 올라가 있었다.

 

  자리에서 주섬주섬 일어난 티리에는 이마를 문지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포기 못해요. 나중에 그 족장님이 왕이 되면 한자리 챙겨준다고 했으니까 동기부여도 팍팍 되고 좋잖아요? 그러니 이제 와서 약해지는 소리 하지 말고 가요.”

 

 

  소녀는 말을 마치고 빵을 들어 스프가 사방에 튈 정도로 푹 찍었다. 그리고 스프에 찍어 누른 빵을 들어 올린 후 거친 전사들처럼 우악스럽게 배어 물고, 뜯었다.

 

  아스칼은 자신 앞까지 날아온 소녀의 스프를 보며 상념에 잠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의 은혜를 갚기 위해, 다음은 민족의 염원을 위해, 마지막으론 사랑했던 아이를 위해 시작했던 일이었다.

 

  자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던 일임에도 적극적으로 따라와 주었고 간간히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까지 해주었다. 하지만 자신은 어른이고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만 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었던 보험을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걱정을 지운 아스칼은 상남자의 식사를 즐기는 티리에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어지른건 네가 다 치워라.”

 

 

 ...

 

 

 

 

  니에는 1황녀 세니마리카 아일드에게 충성의 맹세를 했다. 니에 15세, 세니마리카 16세 때의 일이었다.

 

  세니마리카는 니에를 기사가 아닌 자신의 시종으로 두었다. 니에는 황녀의 결정에 불평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가까이서 보필할 수 있어 기뻐했다. 그리하여 세니마리카 곁에는 항상 두명이 함께 했는데 한명은 헤인, 다른 한명은 헤인이 오기 이전부터 황녀를 보필하던 고양이 가면의 소녀였다.

 

  가면의 소녀의 정체에 대해 아는 사람은 황녀를 제외하곤 없다시피 했다. 그녀의 본 얼굴도, 출신도, 이름도 몰랐다. 황녀 역시 소녀를 고양이라 부를뿐 그녀의 이름을 부른 적은 없다.

 

  헤인이 그녀와 함께 황녀를 보필하며 알게 된 사실은 고양이라 불리는 소녀는 육체적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 마법을 매우 능숙하게 사용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세니마리카와 목소리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때문인지 밖에선 입을 열지 않았고 황녀, 니에와 있을 때만 가끔 말을 하는 정도였다.

 

  니에에겐 새로운 이름을 하사해 주었지만 그보다 일찍 그녀를 모시고 있던 고양이에게 이름을 주지 않는 것은 조금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니에는 묻지 않기로 했다. 그가 알고 있는, 모시고 있는 황녀는 넓은 시야와 창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완벽한 사람이었으니까.

 

 

  니에가 시종으로서 세니마리카를 모신지 반년이 지난 겨울날, 세니마리카는 깊은 밤에 헤인을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 교단의 성검은 주인에게 강력한 힘을 주지만 반대로 시련을 내린다는 비밀을 알려주었다. 때문에 자신은 바리안교의 고행자로서 시련을 극복하고 있지만 아주 가끔, 약해진 모습을 보일 때도 있으니 잘 부탁한다고 말해주었다. 니에는 다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다시한번 충성을 맹세했다,

 

  그날 이후 세니마리카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귀족들을 끌어들이고, 백성들에게 위업을 과시하고, 업적을 쌓아갔다. 추기경들과 선물을 주고 받으며 덕담을 나누기도 했고 3황자와 자주 만남을 가졌다.

 

  백성들은 세니마리카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문, 무를 겸비했고 명예를 중시하며 충실한 바리안교의 고행자. 1,2황자가 있는한 황제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훌륭한 황족이라는 소문은 여기저기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빛나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황녀. 백성들을 생각하는 자비로운 황녀. 교단에서 성검을 하사받은 명예로운 고행자.

 

  하지만 가장 가까이서 세니마리카를 모시고 있던 니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연재 주기 공지 2020 / 8 / 17 458 0 -
27 3. 작은 나라, 나의 조국 - 5 2020 / 9 / 7 324 0 5624   
26 3. 작은 나라, 나의 조국 - 4 2020 / 9 / 4 276 0 5504   
25 3. 작은 나라, 나의 조국 - 3 2020 / 8 / 31 254 0 5024   
24 3. 작은 나라, 나의 조국 - 2 2020 / 8 / 31 265 0 5114   
23 3. 작은 나라, 나의 조국 - 1 2020 / 8 / 31 245 0 5328   
22 2. 묻힌 지식의 추종자 - 9 2020 / 8 / 31 240 0 5182   
21 2. 묻힌 지식의 추종자 - 8 2020 / 8 / 31 271 0 5019   
20 2. 묻힌 지식의 추종자 - 7 2020 / 8 / 28 268 0 4926   
19 2. 묻힌 지식의 추종자 - 6 2020 / 8 / 28 236 0 4919   
18 2. 묻힌 지식의 추종자 - 5 2020 / 8 / 28 263 0 5215   
17 2. 묻힌 지식의 추종자 - 4 2020 / 8 / 28 264 0 5132   
16 2. 묻힌 지식의 추종자 - 3 2020 / 8 / 28 258 0 5254   
15 2. 묻힌 지식의 추종자 - 2 2020 / 8 / 24 266 0 4951   
14 2. 묻힌 지식의 추종자 - 1 2020 / 8 / 24 280 0 4900   
13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13 2020 / 8 / 24 261 0 4921   
12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12 2020 / 8 / 24 252 0 4816   
11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11 2020 / 8 / 24 253 0 4813   
10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10 2020 / 8 / 21 256 0 5242   
9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9 2020 / 8 / 21 260 0 4521   
8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8 2020 / 8 / 21 260 0 4913   
7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7 2020 / 8 / 21 262 0 5916   
6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6 2020 / 8 / 21 275 0 4863   
5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5 2020 / 8 / 17 270 0 4585   
4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4 2020 / 8 / 17 276 0 5142   
3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3 2020 / 8 / 17 277 0 5410   
2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2 2020 / 8 / 17 278 0 5518   
1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1 2020 / 8 / 17 416 0 477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