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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골든게이트 키퍼
작가 : 폴라로이드
작품등록일 : 2020.8.12

현계와 이계를 잇는 골든게이트를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전쟁

 
제 4화 괴력의 남자 오동잎
작성일 : 20-08-17 18:30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5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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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4 화 >

 

  - GGK 구내식당 -

 

 한쪽 다리를 의자 위에 떡하니 걸치고 서원은 밥을 먹었다. 불룩 솟았던 밥이 숟가락 몇 번 스치자 평평해졌다. 그녀는 무아지경에 빠져 밥과 반찬을 흡입했다. 주방 이모들도 서원의 먹방쇼에 국이 넘치는 것도 몰랐다.

 

 “하여튼 쟤 먹는 거 보면 내가 다 뿌듯해진 단 말이야.”

 “도대체 저 많은 음식이 다 어디로 들어가?”

 

 그러거나 말거나 서원은 허기진 배를 달랬다. 채소의 아삭한 질감, 고기의 풍미, 밥알의 탱글탱글함을 맘껏 즐겼다.

 

 그때,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양복 무리가 식당으로 들어섰다. 기동 3과 대원들이었다. 서원은 숟가락을 멈췄다.

 

 “아이 씨.”

 

 서원이 고개를 푹 숙이고 몸을 옆으로 돌렸다. 검은 양복 무리는 서원에게로 우르르 몰려갔다.

 

 “역쒸. 선배님. 밥 먹는 데는 1등.”

 

 기동 3과 막내 권창민이었다.

 

 “야! 저리 꺼져. 안 꺼져.”

 “에이 선배님.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무 싸늘하시다.”

 “귀한 밥 먹는데 쓸데없이 힘쓰게 할래.”

 

 그 맛있던 밥이 돌처럼 딱딱해졌다.

 

 “아, 바로 이거지. 이제야 속이 후련해지네. 이 괄괄한 목소리를 요 며칠 못 들었더니 흥이 안 났거든.”

 

 3과 바람둥이 김홍익이 능글맞게 웃었다.

 

 “너는 흥으로 임무를 수행하니.”

 

 서원이 인상을 찍 그리며 말했다.

 

 “임무 수행할 때 제일 신났던 사람이 누구더라. 막 앞 뒤 안 재고 자동차도 두부 으깨듯 아작 내고. 덤으로 같이 징계도 먹고.”

 

 대원들은 모두 킥킥 웃었다.

 

 “야이, 씨. 죽는다.”

 “아이고 무서워라.”

 

 서원은 숟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야! 내가 너희들 보면 소화가 안 돼. 튼튼하던 장들이 배배 꼬인다고. 제발 저기 떨어져서 빨리 밥이나 쳐드세요.”

 

 서원의 목소리가 거칠어질수록 3과 대원들은 기분이 좋아졌다.

 

 “잘 지냈어. 그대로네.”

 

 뻔한 멘트 뻔한 목소리가 서원의 귀에 닿았다. 이 목소리를 듣자 서원은 목이 콱 막혔다. 목소리의 주인은 수트가 꽤 잘 어울리는 이수현 과장이었다. 이수현은 서원에게 물을 건넸다. 서원은 물을 급하게 들이 키고 물 컵을 내려놓았다.

 

 “한 달 밖에 안 지났거든요.”

 “그래. 꽤 지난 줄 알았는데…”

 “에헤이. 과장님. 제대로 좀 해봐요.”

 

 대원들은 갑갑한 지 짜증을 냈다.

 

 “야. 가자. 별로 재미가 없네.”

 

 3과 조장 한동휘가 대원들을 끌고 자리를 떠났다.

 

 “… 언제 올 거야?”

 “안 들어가요.”

 “…다른 팀 찾았어?”

 “다른 팀은. 혼자가 편해요. 3과는 나랑 잘 안 맞아.”

 “다른 대원들이 들으면 섭섭하겠다.”

 “과장님은 안 섭섭한가.”

 “나야…”

 

 이수현은 잠깐 머뭇거렸다.

 

 “많이 섭섭하지. 서원이 네가 있으면 든든하니까.”

 “내가 있으면 든든하구나. 엉망으로 망쳐도.”

 “그랬나? 난 네가 그렇게 망쳤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이래서 3과가 싫어. 전 정장보다 체육복이 좋아요. 빨리 벗고 빨리 입을 수 있고. 소화도 잘되고”

 

 서원은 남아 있는 밥을 폭풍 흡입하고 일어섰다.

 

 “식사 맛있게 해요.”

 “항상 네 자리는 비워 둘게.”

 “…”

 

 서원은 접시를 퇴식구에 반납하고 서둘러 빠져 나갔다.

 

 “과장님은 저게 문제야. 전투할 때는 완전 불도저인데 어째 서원 선배 앞에서만 저렇게 얌전한 양이되는 거냐고. 좀 남자답게 확 잡아챌 줄 알아야지.”

 

 3과 대원들은 이 모든 상황을 힐끔힐끔 훔쳐봤다.

 그들은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었다.

 

 ⁎ ⁎ ⁎

 

 - 좁은 골목길 -

 

 이삿짐을 실은 화물차 한 대가 곡각 도로에서 커다란 원을 그리며 천천히 방향을 틀었다. 큰길에서 좁을 골목길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폭이 좁아 전봇대를 아슬아슬하게 비키며 느릿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뒤이어 이삿짐을 가득 실은 용달차가 따라붙었다. 화물기사는 숙련된 운전 솜씨를 발휘해 장애물을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화물차는 가파른 계단과 연결된 도로에서 멈췄다. 화물기사와 보조가 내렸다.

 

 “사장님. 저 위 아입니꺼?”

 

 보조석에 탄 경상도 남자가 한 참을 뻗어있는 계단을 보며 물었다.

 

 “맞는 것 같은데. 저 쪽 중간에 있는 파란 지붕이네.”

 

 사장은 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2층 집 파란 지붕을 가리켰다.

 

 “와. 큰일 났는데예. 고가 사다리도 안 되고 계단이라 수레도 쓸 수 없을 긴데.”

 “하~이건 완전 저승길인데요.”

 

 뒤따라 온 용달차에서 청년 직원이 내리면서 한숨을 푹 쉬었다.

 

 “사장님, 이거 옮기다가 허리 다 나가겠는데요.”

 “잠깐만 있어봐라.”

 

 사장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 지금 도착했는데 계단이 있네요.”

 [네. 그래서요.]

 “이러면 고가 사다리나 수레로 옮길 수가 없습니다.”

 [아니 그걸 왜 나한테 얘기해요. 그쪽이 이삿짐센턴데.]

 “이런 건 미리 말씀해 주셨어야죠. 이층 주택이라고만 말씀하셨잖아요.”

 [내가 그걸 미리 말해야 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그래서 뭐 안 된단 말이에요. 요즘 보니까 계단 오르는 장비도 많던데 그런 거 없어요? 나 맘 카페에 홍보한 거 보고 전화했는데. 뭐든지 전화만 달라고. 이제 와서 그러면 어떡해요.]

  “아. 예. 알겠습니다.”

 

 맘까페 얘기가 나오자 사장은 한 숨 쉬며 전화를 끊었다.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는 깐깐함이었다. 위치를 물었을 때 도로랑 멀지 않다고만 해서 돈을 세게 받은 것도 아니었다.

 

 “뭐라 합니꺼.”

 “아, 모르겠다. 김 씨. 혹시 리프트카 아는 데 있나?”

 “그러지 말고 금마 한 테 전화 하지 예. 우리 동네 머슴 오동잎.”

 

 경상도 아저씨가 은근슬쩍 말을 넣었다.

 

 “이삿짐 경력 20년인데 이거 하나 못해서 다른 사람 썼다고 하면 쪽팔리지.”

 “사장님. 이건 보통 상황이 아닌데요. 아까 냉장고 크기 보셨잖아요. 무게 보니까 200kg이 넘던데 그거 들고 계단 올라갔다가는 우리 다 죽어요.”

 “네. 동구 말이 맞지예. 냉장고도 냉장고지만 저기 고가구도 무게가 만만찮던데. 서랍장도 둘이 겨우 낑낑 대면서 실었는데 이거 못 합니더. 진짜 아이라예.”

 “오동잎이 온다고 이거 들 수 있겠어요?”

 “금마는 사람이 아닌기라. 금마 별명이 오삼손 아입니까. 부릅시다.”

 

 이사업계에선 자부심이 대단한 사장이었지만 좀 전에 냉장고를 들다가 허리가 약간 삐끗해서 적잖이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인부를 한 명 더 쓴다면 돈이 더 들겠지만 그래도 건강이 우선이었다. [우리동네 머슴]은 이 마을에서 제법 유명한 심부름센터 1인 사장 오동잎을 말했다. 물건 나르기부터 시작해서 보디가드까지 전화 한통이면 언제든 달려왔다.

 

 “그렇게 합시다.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하세요.”

 “네. 그럼 전화 합니더.”

 

 경상도 아저씨는 얼른 전화를 걸었다.

 

 “어! 동잎아. 니 지금 일 있나?”

 [나중에 오후 6시 말고는 지금은 없습니다.]

 “그럼 니 퍼뜩 OO로 27번 나길로 온나. 짐 좀 날라야겄다. 퍼뜩.”

 [이삿짐입니까?]

 “그럼 이삿짐 나르는 회사가 일 있다면 이사밖에 더 있겠나?”

 [이삿짐 회사에서 사람이 필요하다면 좀 센데요. 뻔하잖아요.]

 

 경상도 아저씨는 수화기를 잠깐 막고 사장님에게 손가락을 2개 폈다. 사장님은 고개를 흔들더니 손가락 1개만 폈다.

 

 “아니다. 금방이다. 큰 거 두 개 정도만 해 주면 나머지는 우리가 하면 된다. 한 장 줄게.”

 [에이. 한 장 가지고는 안 되죠. 두 장 주세요.]

 

 경상도 아저씨는 사장을 보면서 고개를 흔들고 다시 손가락 2개를 폈다. 사장은 굉장히 괴로워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2장 줄게. 대신 각오 단단히 하고 온나. 퍼뜩.”

 [벌써 출발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저 좁은 집에 냉장고는 왜 이렇게 크데.”

 

 십 분도 채 되지 않아서 짐 싣는 오토바이를 타고 오동잎이 나타났다.

 시원한 키에 다부진 몸매 멍뭉미 넘치는 얼굴이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어이. 왔어.”

 

 골목 구석에 오토바이를 세운 오동잎은 계단을 쭉 훑었다.

 

 “어느 집입니까?”

 “저기 꼭대기 밑에 파란 지붕.”

 “짐은?”

 

 사장은 조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냉장고를 가리켰다.

 

 “저거 옮길 수 있겠나?”

 “동네 머슴이 그러라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일당만 정확하게 쳐주시면 됩니다.”

 “동잎이 너는 화끈해서 좋다.”

 

 경상도 아저씨와 청년은 화물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둘은 중고 양문형 냉장고를 밖으로 밀었다. 보기에도 기가 질리는 냉장고를 오동잎은 싱글벙글 웃으며 바라봤다. 냉장고를 등에 올리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화물칸의 두 장정은 냉장고를 천천히 기울여서 동잎이 등에 살짝 올렸다. 오동잎의 얼굴은 편안했다.

 

 “와. 설마 했는데 저걸 가뿐히 업어 버리네.”

 

 경상도 아저씨는 기가 질려 버렸다.

 

 “자, 출발합니다.”

 

 오동잎은 가파른 계단을 평지처럼 달렸다.

 

 “우와. 진짜 엄청나네.”

 

 지나가는 사람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발견한 것처럼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렸다. 냉장고는 오동잎의 걸음을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앞서서 옷장을 지고 가는 사장은 다리가 후들 후들 떨렸다. 생각보다 훨씬 계단이 가팔라 안 그래도 무거운 짐이 두 배로 무거웠다.

 

 “아, 오늘은 날이 아닌가. 꿈자리가 사납더라니.”

 

 급기야 오전에 삐끗한 허리가 말썽을 일으켰다. 사장은 휘청 거리더니 뒷걸음질 치며 그대로 뒤로 넘어지려 했다. 오동잎은 재빨리 달려가 한 손으로 가구를 받쳤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사장은 뒤를 쳐다봤다. 단단한 벽에 고정된 것처럼 옷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장님. 괜찮으세요?”

 “동잎이…고…고마워. 동잎이.”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은데요. 제가 할게요. 그대로 놔두세요.”

 

 사장의 얼굴에 식은땀이 맺혔다. 오동잎의 도움을 받아 사장은 땅에 가구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금방 갖다 올 테니까 잠깐만 잡고 계세요.”

 

 오동잎은 두 계단씩 올라갔다.

 

 “사장님. 큰 일 날 뻔 했어예. 동잎이가 있어서 천만다행이었지.”

 

 뒤따라오던 경상도 아저씨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동잎이가 날 살린 거야. 저승사자 얼굴이 잠깐 스쳐 지나갔어.”

 “저 놈은 진짜 괴물이 분명해요.”

 

 이사는 오동잎 덕분에 수월하게 끝났다.

 

 “동잎이 정말 수고했어. 자. 여기.”

 

 사장은 봉투에서 5만 원 지폐를 6장 건넸다.

 

 “아니. 사장님. 계약대로 이십만 주시면 됩니다.”

 

 오동잎은 다시 2장을 사장에게 건넸다.

 

 “아니야. 자네가 거의 다했지. 오늘 내 목숨도 살려주고.”

 “거기까지 다 생각하고 이십 부른 겁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불러주실 거 아닙니까.”

 “아이, 이 사람이. 혹시 우리 이삿짐센터에 들어 올 생각 없나? 후하게 쳐줄게.”

 “아니. 저는 자유로운 게 좋습니다.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다음에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동네 머슴] 꼭 불러 주십시오.”

 “그래. 고맙네. 다음에 또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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